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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떠한 결점도 허용하지 않는 커피, COE

세계적인 커피 경쟁대회 ‘컵 오브 엑셀런스’

2017.04.05. 오후 07:31 |카테고리 : Coffee Lab

컵 오브 엑셀런스 (Cup of Excellence, COE / 이하 COE)는 비영리 국제 커피 단체인 ACE(Alliance for Coffee Excellence)가 주관하는 세계적인 커피 경쟁 대회이자 옥션 프로그램이다. 1999년에 브라질에서 시작된 이 대회는 매년 브라질을 비롯한 10여개의 커피 생산국에서 개최된다. 특히 이 프로그램은 커피의 품질만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농부와 생산자들에게 정당한 혜택이 돌아가도록 온라인 옥션으로 COE 원두를 판매하고 이 수익금을 그들에게 돌려주어 더 좋은 커피를 생산할 수 있도록 이들을 격려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누가 참가하나?

3월 4차_001 @https://www.allianceforcoffeeexcellence.org
2017년 COE 참가국, ACE 홈페이지 

2017년에는 브라질, 브룬디, 콜롬비아, 코스타리카, 엘살바도르, 온두라스, 과테말라, 멕시코, 니카라과 등 9개 국이 참여한다. 해당 국가에서 커피를 생산하는 농부라면 농장 규모나 재정 상태와 상관없이 누구나 참가할 수 있다.

어떻게 진행되나?

COE 커피는 각 국가마다 3단계, 총 6번의 심사를 거쳐 선정되며, 모든 단계에서 86점 이상의 점수를 받아야 한다. 특별히 90점 이상의 점수를 받은 원두에는 프레지덴셜 어워드(Presidential Award)라는 명칭을 부여한다. 각 심사 단계는 공정성을 위해 블라인드 테스트로 진행되며 심자 위원들에게 원두의 정보를 전혀 제공하지 않고 오로지 숫자로만 구분할 수 있다.

3월 4차_002

1단계는 사전 심사 단계로 국내 심사위원단인 해당국가 커퍼(Cupper)들이 ACE의 커핑 폼(Cupping Form)에 따라 86점 이상의 원두를 최대 150개까지 선정한다. 2단계는 총 2번의 심사가 진행되는데, Round 2에서는 동일한 기준으로 Round 1을 통과한 샘플을 재평가해 최대 90개의 샘플을 골라내고 Round 3에서는 다시 60개로 추려낸다. 이렇게 국내 심사위원단의 평가를 통과한 60개의 샘플은 3단계에서 다시 평가를 받는다.

3단계의 심사위원은 국제 심사위원단으로 전 세계에서 선정된 커퍼들로 구성되어있다. 만약 이 단계에서 단 하나의 결점이라도 발견되면 앞선 단계에서 아무리 좋은 점수를 받았더라도 탈락한다. 3단계는 총 3번의 심사가 진행되는데 첫 관문인 Round 4에서는 전 단계를 통과한 모든 샘플을 평가해 45개만을 선정한다. 이 45개 샘플은 Round 5에서 다시 평가를 받는데 여기서 86점 이상을 받은 샘플이 바로 COE 원두가 된다. 그리고 마지막 Round 6에서는 상위권 10개 샘플을 다시 평가해 최종 점수와 등수를 결정한다.

3월 4차_003 Akkalak Aiempradit / Shutterstock.com
원두를 테스트하는 커핑 작업 

이렇게 정리하니 매우 간단해 보이지만 이 과정은 절대 간단하지 않다. ACE에서 공개한 커핑 폼에 따르면 평가 기준은 로스팅(Roast) 정도부터 아로마(Aroma), 결점두(Defects), 클린컵(Clean cup), 스위트니스(Sweet), 어시디티(Acidity), 바디감(Mouth Feel)과 플레이버(Flavor), 애프터 테이스트(After Taste)와 밸런스(Balance) 그리고 전체적인 평가(Overall)까지 10개 항목이 넘는다. 모든 단계에서 이 전체 항목으로 평가를 받아 86점 이상이 나와야 하는데 그나마 결점이 발견되면 앞서 받은 점수도 무용지물이 될 만큼 까다롭다. 그러나 지난 해 9월 한국을 방문한 ACE의 트레이너 쉐리 존스(Sherri Johns)는 국내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현재의 커핑 폼을 보다 효율적인 평가가 가능하도록 지속적으로 수정하고 있다고 말해 앞으로 그 평가 기준은 더 엄격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COE 원두로 선정되면?

최종 심사가 끝나면 선정된 원두는 바로 포장하여 원두 별로 정확한 기록을 남기고 샘플을 신청한 구매자들에게 전달된다. COE 명칭은 농장전체에 부여되는 것이 아니라 출품한 커피에 대해서만 부여되기 때문이다. 약 6주후에 실제 온라인 경매가 진행되는데, 가장 높은 가격을 제시한 구매자가 해당 등수의 커피를 전량 구매하게 된다. 이 온라인 옥션은 모든 과정이 공개되어 농장주도 구매자들도 판매된 금액 등의 정보를 정확하게 알 수 있으며, 앞서 말했든 수익금의 80%이상이 농장주에게 돌아가고 나머지 수익금은 COE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각 국가의 조직위원회로 돌아간다. 실제로 ACE 홈페이지에서 COE 커피를 생산한 농장 리스트를 국가별 연도별도 확인할 수 있으며, 참여하는 나라의 심사 및 옥션 일정, 커핑 폼 등의 자료도 오픈 되어 있어 누구나 볼 수 있다. 특히 홈페이지에서 심사위원으로 직접 지원할 수 있는데, 다만 옵저버(Observer) 자격으로 1~2회 정도 활동해야 정식 심사위원이 될 수 있다. 옵저버도 역시 동일하게 커핑 심사에 참여하지만 이들의 점수는 통계에 반영되지 않는다.

전 세계로 팔려가는 COE 커피 그리고 대한민국

이렇게 COE로 선정된 커피는 옥션을 거쳐 전 세계로 판매된다. 그리고 우리도 그 COE 원두를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처음에는 국내에서도 일부 전문성을 갖춘 로스터리 카페에서만 취급하던 COE원두를 최근에는 브랜드 카페는 물론 개인 카페에서도 만나볼 수 있게 되었다. 전반적으로 커피 소비 패턴이 인스턴트나 믹스에서 원두로 많이 이동했고 커피를 단순 음료로 소비하는 사람들보다 기호식품으로 혹은 하나의 취미로 깊이 즐기는 사람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특히 이런 측면에서 ACE는 우리나라의 고급 커피 시장의 가능성을 높이 평가하고 있으며 2015년 일본 다음으로 많은 양의 COE 원두를 수입한 우리나라를 주목하고 있다고 한다. 한국이 세계 최초로 믹스커피를 개발했고 커피 역사와 문화에서 인스턴트 커피가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함을 감안했을 때 지금과 같은 스페셜티, COE 원두의 소비 패턴은 매우 흥미로운 변화임에 틀림없다.

많은 사람들의 노력과 정성이 담긴 커피 한 잔

우리 앞에 COE원두로 내린 커피 한 잔이 있다. 이 커피를 마실 때 꼭 기억해야 할 것은 6단계에 걸쳐 엄격하게 진행되는 심사와 ‘온라인 옥션’이라는 획기적인 제도의 시스템적 측면만이 아니다. 그 엄격한 심사를 통과하기까지 농부들이 흘린 땀과 노력 그리고 이 커피를 정당한 가격을 받고 팔 수 있도록 도움을 주려는 COE의 모든 관계자들과 심사에 참여한 커퍼들의 관심과 노력이다. 꼭 COE 원두가 아니라도 좋다. 이 다음에 커피를 마시게 되면 원두 한 알이 생산되기까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노력과 정성이 필요한가를 생각해보자. 그리고 나서 마시는 첫 모금은 분명 지금까지 마셨던 커피와는 다른 느낌으로 다가올 것이다.

[참고자료]
커핑 나아가 산지에 한발 더 가까이. 문지혜. 월간커피 2016. 09
호리구치 토시히데. 스페셜티 커피 테이스팅. 윤선해(역). 웅진리빙하우스, 2015
ACE에서 주관하는 COE 프로그램의 변화, BWISSUE, 2016. 01. 28
https://www.allianceforcoffeeexcellence.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