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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박감 속에서 태어난 인스턴트커피

인스턴트커피의 탄생에 얽힌 역사 이야기

2018.12.12. 오전 10:00 |카테고리 : Coffee Story

‘인스턴트 식품’ 하면 떠오르는 대표 상품, 라면. 세계 최초의 인스턴트 라면은1958년에 출시된 일본 닛신식품의 ‘치킨 라면’이다. “내 사전에 불가능은 없다”는 명언을 남긴 나폴레옹의 위대한 정복활동에 크게 기여한 최초의 인스턴트 식품, 병조림은 1804년에 처음 만들어졌다.

그렇다면 인스턴트 식품 계의 한 획을 그은 최초의 인스턴트커피는 언제 개발되었을까?

이번 콘텐츠에서는 인스턴트커피가 어떻게 탄생하게 됐는지 그 배경과 전 세계적으로 보편화될 수 있었는지에 대한 과정을 소개하고자 한다.

인스턴트 커피_instant coffee_바리스타룰스

빠르게 제조할 수 있는 인스턴트커피 커피/shutterstock.com


남북전쟁 당시 ‘커피를 마시며 싸우는 총’이 있었다?

인스턴트 커피 이야기

긴박한 전시 상황에서 음용된 커피/shutterstock.com

지난 커피 인문학(2)- 전쟁의 역사와 함께 한 커피 콘텐츠에서 이야기했던 미국 남북전쟁(Civil War)과 관련한 커피 이야기를 기억하는가? 전쟁에서 발휘된 커피의 위력. 북군의 전투 교범에 “커피는 강인함과 에너지의 원천이다”라고 나와 있을 정도로, 상부의 지시 하에 병사들을 많은 양의 커피를 마셔야 했다고 한다. 남북전쟁 당시 북군은 병사 1명이 하루 평균 1.8L의 커피를 음용했다고 전해질 정도다.

카페인의 매력에 흠뻑 취한 군인들의 커피 사랑은 대단했다. 전투가 한창일 때도 커피 원두를 재빨리 갈아 마시려고 몇몇 병사들은 아예 소총의 밑동인 일명 ‘개머리판(Buttstock)’에 커피 그라인더를 장착하기까지 했다고 한다. 저격병들에게 특히 인기가 높았는데, 오랜 시간을 참고 기다려야 했던 이들은 카페인의 각성 효과를 누리기 위해 그라인더를 결합한 소총을 다수 이용했다고 한다.

그라인더 소총은 1948년에 특허 등록이 되었고, ‘커피를 마시며 싸우는 총’이라 불리며 커피의 인기와 함께 기마병과 보병에게까지 확산되었다. 이후 전장에서 병사들이 커피를 빠르게 갈아 마시는 일은 심심치 않게 발견되었다고 한다.


미국 초대 대통령의 커피? ‘조지 워싱턴 커피’의 등장

총성이 울려 퍼지는 다급한 전시 상황에서 군인들이 소총의 개머리판에 달린 그라인더로 커피 원두를 가는 모습을 상상해보라. 이런 상황 속에서 커피를 끓여 마실 수 있다는 사실이 실로 놀라울 것이다. 남북전쟁이 끝나고 미국인들 사이에서 이 이야기가 퍼져 나가면서 이름 붙여진 것이 ‘인스턴트커피(instant coffee)’다.

인스턴트커피란 열탕이나 물에 잘 녹아서 그대로 마실 수 있게 가공된 즉석커피를 뜻한다. 추출한 커피 원액에서 수분을 뺀 고체의 가루나 과립으로 만들어 그 가루나 과립에 물을 부으면 녹아서 액체 상태의 커피가 되는 것이다.

공식적으로 인스턴트커피가 출범한 건 1901년 뉴욕 버펄로에서 열린 ‘범미국박람회(Pan American Exposition)’에서였다. 일본계 미국인 과학자인 사토리 가토는 분말 형태의 인스턴트커피를 이곳에서 처음 선보였다. 이에 앞서 그는 커피가 아닌 차를 가루로 만들어 간편하게 마실 수 있는 법을 개발했는데, 이를 커피에 적용한 것이라고 한다.

인스턴트 커피_조지 워싱턴 커피 광고_fin

조지 워싱턴 커피회사의 신문광고/wikimedia.com

사토리 가토가 미국에서 인스턴트커피를 처음 개발한 건 공공연한 사실이지만 대량생산을 하지도, 특허를 내지도 않았다. 그러던 중 미국인 발명가 한 명이 사토리 가토의 인스턴트커피보다 품질을 높인 커피를 개발하고는 특허를 먼저 신청했다. 그의 이름은 바로 ‘조지 워싱턴’. ‘미국 초대 대통령이 아닌가?’하고 고개를 갸우뚱할 수도 있겠다. 그와 이름이 같은 조지 콘스탄트 루이 워싱턴이 기술 특허를 받고 1910년 ‘조지 워싱턴 커피’라는 브랜드로 사업을 시작한 것. 사토리 가토의 인스턴트커피는 끓인 커피를 건조해 가루로 만드는 방식이었기 때문에 향이 거의 날아가는 단점이 있었다. 반대로 조지 워싱턴 커피는 낮은 온도에서 수분을 증발시키는 방식으로 커피 가루를 생산해냈다. 덕분에 커피의 향미를 보다 더 붙잡을 수 있어 호평을 얻었다.

모순적이지만 1914년 제1차 세계대전이 발발 덕에 조지 워싱턴 커피 사업은 성공 길에 오를 수 있었다. 4년간 지속된 전쟁에서 미군 보급품으로 조지 워싱턴 커피가 독점적으로 제공된 것이다. 군인들 사이에서는 ‘컵 오브 조지(Cup of George)’로 불리며 전쟁 후 고향에 돌아온 후에도 커피를 찾을 정도로 그 인기가 엄청났다고 전해진다. 이를 계기로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조지 워싱턴 커피회사는 일반 소비자를 겨냥한 상품을 만들기 시작했다.


인스턴트커피 혁명의 시작, 네슬레의 네스카페

네슬레 커피 광고

네슬레의 인스턴트커피 광고/flicker.com

1765년 브라질산 커피가 처음 포르투갈 리스본으로 수출된 이후 생산량이 매년 급증하면서 1920년대에는 정점에 달해 세계에서 소비되는 커피의 80퍼센트를 브라질이 담당했다. 때문에 브라질 커피값의 폭락과 폭등이 미국 시장을 뒤흔드는 위험으로 작용했다. 세계 최대 커피 소비국인 미국을 비롯해 커피 소비량이 많은 유럽 국가들은 이에 대한 대책이 필요했다.

브라질과 금융거래를 하던 유럽의 큰 은행들과 미국은 스위스의 ‘네슬레 사(Nestle)’에 브라질 잉여 커피에 대한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이에 따라 네슬레는 1938년 조지 워싱턴 커피보다 생산 비율과 향미를 높인 인스턴트커피를 개발해 잉여 커피 문제를 해결해나갔다.

네슬레가 풍작으로 인해 남아도는 브라질 커피를 헐값에 구매해 인스턴트커피를 만들어나갔다. 때마침 1939년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했고 6년간의 긴 전쟁에 돌입했다. 이때 미군에 보급되는 커피를 네슬레가 독점했다. 제2차 세계대전에는 미군 1,200만 명이 전선을 누빈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 이들뿐 아니라 연합군에도 인스턴트커피가 제공되었다. 전쟁이 끝난 뒤 고향으로 돌아간 군인들을 통해 인스턴트커피의 간편함이 지구촌 구석구석에 소개되었다. 인스턴트가 큰 인기를 끈 만큼 당시 네슬레 사가 얼마만큼이나 사업이 번창했을지 상상이 갈 수 있을 것이다.

뜨거운 물을 부어 간단히 마시는 인스턴트커피의 간편함은 많은 이들의 구미를 당겼고, 세계적인 히트 상품으로 자리를 잡았다. 이러한 인스턴트커피의 전 세계적 확산은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커피 ‘제1의 물결’이다. 인류가 농업기술을 익혀 산업혁명과 정보지식혁명의 물결을 차례로 일으켜왔듯이 인스턴트커피는 세계적인 커피 시장의 혁명적인 흐름을 형성했다. 그 흐름을 이어 받아 스타벅스와 같은 대형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을 중심으로 ‘제2의 물결’을 형성했고, 현재는 스페셜티 커피의 부흥으로 ‘제3의 물결’까지 이어져 오고 있는 것이다.

인스턴트 커피_다양한 커피_커피 종류

다양한 종류의 커피/unsplash.com

한국에서도 6.25 전쟁 당시 미군들이 인스턴트커피를 애용하면서 민간으로 흘러 들어와 대중화를 이루었다. 그 후 커피에 설탕과 크림을 섞은 믹스커피가 출시되면서 짜고 매운 음식을 주로 먹는 식습관을 가진 한국인들의 입맛을 사로잡으며 선풍적인 인기를 끌 수 있었다.

최근 국내 커피 시장에서는 ‘제3의 물결’이 주를 이루며 스페셜티 커피와 같은 프리미엄 커피에 대한 수요가 증대하면서 인스턴트커피의 인기는 하락세에 있다. 하지만 한국 커피 시장의 판매액 규모를 봤을 때 인스턴트커피는 여전히 20% 가까이를 차지하고 있다. 직접 추출한 커피보다 인스턴트커피의 맛이 현저히 떨어질 수밖에 없지만 ‘간편성’과 ‘보편적인 맛’이라는 강력한 무기로 여전히 소비자들의 지갑을 열게 하고 있다.

대량 생산으로 획일적인 인스턴트커피보다 개성 강한 스페셜티 커피가 더 익숙하다면 인스턴트커피가 눈에 들어오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인스턴트커피가 걸어온 역사를 살펴본다면 커피를 조금이라도 더 맛있게 즐기고, 상황이 여의치 않더라도 빠른 시간 내에 커피를 맛보고자 했던 노력을 엿볼 수 있을 것이다. 그 어떤 역경도 막을 수 없었던 마성의 매력, 커피! 시대를 막론하고 커피에 쏟은 열정과 무한한 애정에는 깊은 공감을 표할 수 있지 않겠는가.


[참고 자료]
커피인문학, 박영순, 인물과사상사, 2017.
커피향 가득한, THE COFFEE BOOK, 이현구, 지식과감성#,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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