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살아 숨쉬는 화산, 천혜의 자연환경과 살기 좋은 나라로 잘 알려진 곳. 축구와 커피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있는 곳. 바로 코스타리카다. 그 중 코스타리카를 대표하는 것을 하나만 꼽으라면 역시 ‘커피’가 아닐까. 아메리카 대륙의 중간에 위치한 코스타리카는 ‘사람들은 죽어서 천국에 가길 원하고 커피 애호가들은 죽어서 코스타리카를 가길 원한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커피를 사랑하고 커피에 대한 자부심이 가득한 나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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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도가 높고 화산재로 토양이 비옥해 커피 재배에 최적화된 코스타리카의 자연환경
코스타리카의 커피는 개성이 강하고 트렌디한 것으로 유명하다. 화산재가 만들어낸 비옥한 토양과 동서로 카리브해와 태평양을 접해 커피 재배에 좋은 자연환경을 갖춘 이 곳의 커피는 지역별로도 그 특색이 다르고 농장마다의 커피 맛 또한 가지각색이다. 이렇게 코스타리카 커피가 개성이 강한 특징을 갖게 된 것은 물론 앞서 말한 자연 환경에 기반이 되었겠지만 결정적으로 커피의 매력도를 높이는데 기여한 것은 국가적인 차원의 노력이다.
우선, 코스타리카는 품종보호를 위해 법적으로 로부스타 종의 재배를 금지하고 있으며, 국립커피연구소(ICAFE, Instituto del Café de Costa Rica)를 통해 자국의 커피 산업을 위해 구체적이며 실제적인 활동을 펼치고 있다. 생산자들이 직접 구매자들과 거래할 수 있는 시스템이라던가 지속적인 커피 재배와 생산을 위한 환경보호 규정을 지키도록 하는 정책들이 대표적이다. 특히 전세계적으로 스페셜티 커피가 주목 받기 시작하면서 대규모 재배보다는 원두 자체의 특성을 잘 살릴 수 있는 소규모 농가가 많이 증가했고 국가 차원에서 이들이 커피 재배에만 집중하고 품질을 높일 수 있도록 지원을 해 지역별, 농가별 특색 있는 커피를 생산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했다.
이러한 다양한 노력의 결과로 최근 코스타리카에서는 COE 농장주를 다수 배출했다. COE(Cup of Excellence)란 비영리 커피 단체 ACE(Alliance for Coffee Excellence)에서 주관하는 최고 품질의 커피를 선정하는 커피 경쟁 대회로, 단순히 커피 품질을 평가하는 것이 아닌 생산자에게 정당한 혜택이 돌아가는 것을 목적으로 대회 이후 판매까지 이어지도록 지원하고 정밀한 테스트를 통해 선정해 COE 수상은 커피 농장주들에게 큰 영광이자 명예이다. 특히 코스타리카에서는 복합적인 단맛과 적당한 산미가 균형을 이루는 웨스트 밸리(West Valley) 지역이 다수의 COE 농장을 배출하며 주목 받고 있다. 이외에 생산되는 커피 맛이 프랑스 보르도(Bordeaux)지역의 와인 맛과 비슷하다고 하여 ‘코스타리카의 보르도’로 불리우는 트레스리오스(Tres Rios)지역과 대표적인 마이크로밀 생산지역인 브룬카(Brunca) 등이 최근 커피 헌터들의 관심을 받는 지역이다.
새롭게 떠오르고 있는 코스타리카 커피의 다크호스, 웨스트 밸리(West Vall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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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 재배한 커피 체리 모습
센트럴 밸리의 경사에 위치한 웨스트 밸리는 초콜릿 향에 감귤류 등의 과일의 산미가 어우러진 산과 바디의 밸런스가 좋은 커피 향이 특징으로 점점 생산량이 많아지고 있는 지역이다. 좋은 품질을 유지할 수 있는 이유 중 하나로 1년 내내 서늘한 온도는 물론, 건기와 우기가 명확하게 구분되어 있다는 자연적 장점이 있다. 다른 곳에 비해 부유한 지역이며, 농장지대의 75퍼센트가 삼림보호지로 지정되어 있다. 건기와 일치하는 수확기는 약 3개월 정도로 12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다.
‘코스타리카 보르도(Costa Rica’s Broreaux)’라 불리는 트레스 리오스(Tres Ri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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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수확 후 햇빛에 말리고 있는 모습
코스타리카의 수도인 산호세 동쪽에 위치한 트레스 리오스는 역사를 가진 커피 생산지이다. 근처에 이라수 화산이 있어 이 곳의 토질은 유기물이 풍부하고 질감이 좋으며, 태평양 유역에서 불어오는 바람까지 영향을 주어 커피 맛 또한 일품이다. 남성적인 강한 느낌의 프랑스 보르도 지역의 와인과 비슷하다고 해서 이름 붙여진 ‘코스타리카 보르도(Costa Rica’s Broreaux)’라는 별명이 생길 정도. 트레스 리오스 지역의 커피는 해발 1,200~1,650m에서 생산되는 SHB등급이다. 최근 들어, 택지화가 진행되면서 생산량이 감소하고 있다고 하니 아쉬울 따름이다.
마이크로 밀에서 생산된 커피에 훌륭한 향미를 내는 브룬카(Brunc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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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지대 커피 생산지 풍경
코스타리카의 남부의 브룬카는 꼬또 브루스(Coto brus), 부에노스 아이레스(Buenos Aires), 페레즈 젤레돈(Perez Zeledon) 지역으로 나뉜다. 1950년 꼬또 브루스에 도착한 이탈리아 인들이 코스타리카 주민들과 함께 커피 농장을 설립한 것을 첫 걸음으로 브룬카 지역의 커피 산업이 시작되었다. 타지역 보다 조금 늦은 감이 있지만 마이크로 밀에서 생산된 정제가 잘된 커피는 부드러운 맛부터 달콤하고 감귤 향이 나는 맛까지 다양한 향미를 내 이미 커피 매니아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고 있다고 한다.
최근 주목 받는 3개 지역만 소개했지만 센트럴 밸리(Central Valley)와 타라주(Tarrazu)지역 등의 커피는 이미 많이 알려져 있고 국내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 원두이다. 그러니 지금 당장 가까운 카페에 가서 어느 지역이든 상관없이 코스타리카 원두로 내린 드립 커피를 마셔보자. 제 아무리 지구 반 바퀴쯤 돌아가야 하는 코스타리카지만 그 향미를 느끼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산호세의 어느 카페에 앉아있는 상상은 할 수 있지 않을까.
[참고자료]
아네트 몰배르. 커피 중독. 최가영(역). 서울: 시그마북스, 2015
호리구치 토시히데. 스페셜티 커피 테이스팅. 윤선해(역). 웅진리빙하우스, 2015
http://www.cafedecostarica.com
http://www.icafe.cr
“코스타리카 커피”. 두산백과. 네이버지식백과
“트레리오스”. 두산백과. 네이버지식백과
“세계의 명소, 산호세 코스타리카”. 지구촌 산책, 네이버캐스트
“세계의 명소, 코스타리카”.지구촌 산책, 네이버캐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