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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한 잔이 주는 특별한 선물

영화로 살펴보는 따뜻한 커피 한 잔 이야기

2016.02.15. 오후 04:26 |카테고리 : Coffee Story

찬바람이 불어오는 계절이면 따뜻한 커피 한 잔 생각이 더욱 간절하다. 목젖을 적시며 넘어가는 커피 한 모금으로 온몸에 그 따뜻한 온기가 퍼져 내려가니 잠시나마 얼어붙어 있던 속마음까지 사르르 녹아 내리는 기분이 든다. 그래서일까? 때론 커피 한 잔이 그 순간뿐만 아니라 그 날 하루를, 나아가 우리 삶을 더욱 따뜻하게 적셔 주기도 한다. 만약에, 당신이 지금 커피의 그 따뜻한 온기를 잠시 잃은 것 같아 걱정이라면 안심해도 좋다. 마음속 한 켠에 놓았다가 두고두고 꺼내어 볼 수 있는, 따뜻한 커피 한 잔이 다시 그리워지는 영화들이 우리 옆에 있으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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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란드 헬싱키의 작은 골목에 위치한 소박한 일본식 식당. 영화 <카모메 식당>에서 사치에는 이 곳 식당을 운영하는 주인이다. 어느 날 한 남성 손님이 커피를 주문하고 사치에는 평소와 다를 바 없는 방식으로 커피를 내려 내어간다. 그는 커피 한 모금을 마시더니 사치에에게 더 맛있는 커피를 만드는 방법을 알려주겠다고 한다. 그 비결은 바로 ‘코피루왁(Kopi Luwak)’. 커피를 내리기 직전 검지손가락을 원두가루가 찬 드리퍼의 중심에 갖다 대고 ‘코피루왁’을 주문처럼 외우는 것이었다.

‘코피루왁’은 인도네시아에서만 생산되는 세계에서 가장 비싼 커피로, 아시안 팜시벳(Asian Palm Civet)이라는 사향 고양이가 가장 잘 익은 커피열매를 먹고 배설한 씨앗을 채취하여 만든 커피이다. 쓴맛이 덜하고 신맛이 적절하게 조화를 이뤄 특유의 맛과 향을 내는 명품 원두로 통하는데, 그 남성은 비록 눈 앞에는 평범한 원두가 있지만 ‘코피루왁’이라는 최고급 원두를 사용해 커피를 내린다라는 마음가짐을 갖도록 하기 위해 자기 최면을 거는 비결을 알려준 것이다. 사치에가 주문을 따라 외우자 그는 마음을 다해 말해야 한다고 재차 일러준다. 실로 그 커피 맛은 훨씬 좋아졌고 사치에가 남성이 알려준 대로 ‘코피루왁’이라는 주문을 외우며 커피를 내리자 손님들은 원두를 바꿨느냐는 말까지 하며 커피 맛을 칭찬한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커피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마음은 통하는 걸까? 조선 최초 바리스타를 둘러싼 이야기를 그린 영화 <가비>에선 위 남성이 전하고 싶었던 대사가 나온다. “커피는 만드는 사람의 마음을 내리는 거야”. 한 사람의 향기가 깊이 배어 있는 한 잔의 커피가 그리워진다.

12 Coffee Lover / Shutterstock.com
핸드 드립을 위한 도구들

커피를 내리기 위해선 꽤나 많은 도구와 과정들이 필요하다. 원두를 분쇄하는 그라인더부터 원두를 걸러내기 위한 드리퍼와 필터, 그리고 뜨거운 물을 내리고 받는 포트와 서버까지. 우리가 평소 먹고 마시는 음식들을 만들 때의 필요한 도구와 과정을 생각하면 커피 한 잔을 만드는 일은 여간 수고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우리가 ‘빨리, 빨리’만을 외치며 살아왔다면 커피는 결코 존재할 수 없는 작품이었을지 모른다. 즉, 커피 한 잔에는 기본적으로 ‘슬로우 라이프’를 담고 있는데 커피를 소재로 한 많은 영화들을 보고 나면 마음이 한결 편안해지는 것도 커피가 주는 일상의 여유로움 때문일 것이다.

13 Lawinc82 /  commons.wikimedia.org 
정관헌 전경 

영화 <가비>에서 조선 최초 바리스타로 나오는 따냐가 커피를 내리는 모습은 그래서 더욱 인상적이다. 커피 향이 천천히 퍼지도록 인내하면서 물을 적시는데 주변의 앉아 있는 사람들은 이 느린 과정을 그저 찬찬히 바라볼 뿐이다. 한 잔의 커피가 완성되기까지의 긴 과정을 존중해 주고 이 기다림을 즐기는 것이다. 그리고 나서 마침내 내려진 커피를 마시면서 깊은 풍미를 마음껏 음미한다. 영화 말미에는 우리나라 최초의 커피 애호가인 고종이 실제 커피를 마시던 곳으로 덕수궁 내 위치한 정관헌이 소개된다. 그 뜻은 고요하게 바라보는 곳. 지금 우리에게 커피가 더욱 특별해진 이유는 바쁜 일상 속에 이렇게 작은 쉼표를 선사해 주는 소중한 선물이기 때문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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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를 소재로 한 영화를 보고난 뒤 따뜻한 커피 한 잔이 생각나는 건 어쩔 수 없다. 그리고 이전과는 조금 다른 커피의 온기와 풍미가 느껴지는 것도. 이로써 우리의 겨울 온도가 조금 더 올라갈지도 모를 일이다.

[참고자료]
김은지. “내 입맛에 딱 맞는 60가지 커피 수첩”. 우듬지. 2011
장윤현 감독. 영화 ”가비”. 2012
오기가미 나오코 감독. 영화 ”카모메 식당”. 20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