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커피를 가장 많이 생산하는 나라는?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독자라면 쉽게 맞출 수 있을 것이다. 정답은 바로 브라질이다.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이 그 뒤를 잇는 세계적인 커피 생산국으로 이 나라들은 모두 남북 양회 귀선(북위 25도, 남위 25도)에 위치해 있는데, 세계지도를 펼쳐 커피 생산국을 체크해보면 마치 벨트처럼 지구의 가운데 가로로 길게 연결되어 있어 우리는 이 지역을 ‘커피벨트(Coffee Belt)’ 혹은 ‘커피 존(Coffee Zone)’이라고 부른다.
* 이번 컨텐츠에는 편의상 ‘커피벨트’ 명칭 1가지만을 사용
ⓒlocalhost/baristar
바리스타 룰스 제품 원산지를 중심으로 보는 커피벨트 지역
커피가 생산되는 지역이 지도상에서 가로로 길게 근접해 있기 때문에 ‘벨트’나 ‘존’이라는 명칭이 사용되었겠지만 ‘커피 재배가 적합한’, 기후나 지역적 특징이 비슷하다는 것이 더 큰 의미를 가지지 않을까. 이 지역은 20℃ 내외의 열대성 기후의 따뜻하고 비교적 습한 지역이라는 것이 공통점이며, 크게 아라비카 종과 로부스타 종이 재배되는 고도에 따라 재배지의 특징을 구분해볼 수 있다.
아라비카 종은 기후 변화가 적고 안정적인 환경인 고지대에서, 로부스타 종은 상대적으로 낮은 저지대에서 생산된다. 아라비카 종의 주요 생산국은 브라질, 콜롬비아, 탄자니아, 코스타리카 등의 중남미와 아프리카 지역의 국가이며 재배 조건이 까다로운 편이다. 기온이 너무 낮아도 너무 높아도 안되고 20℃ 내외의 기온이 일정하게 유지되어야 하며, 강우량이 너무 많아도 안 된다. 그리고 병충해에도 약해 손이 많이 가는 편이다. 반면, 로부스타 종은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를 중심으로 재배되며, 아라비카에 비해 재배조건이 덜 까다로워 방목도 가능하다. 특히 카페인 함량이 높아 병충해에도 강하다. 이를 재해석하면 아라비카 종이 병충해에 약한 것은 카페인 함량이 로부스타 종에 비해 낮기 때문이며, 이런 이유로 인해 아라비카 종이 더 마일드한 맛을 내는 것이다.
또한, 900m 이상의 고지대는 기온이나 강수량 등 안정적인 기후조건 외에 해발 1,500m~2,000m이상에 위치한 경사지는 햇빛에 장시간 노출되지 않는다는 장점도 가지고 있다. 게다가 화산지대에 속한 곳이 많아 미네랄이 풍부한 토질을 갖고 있으니 커피 재배에 더없이 좋은 자연적 조건을 갖추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아라비카 종은 카페인 함량이 낮고 부드러우며 재배 지역의 자연환경 특징에 따라 서로 다른 향미를 가지고 있어 주로 일반 원두커피로 소비되며, 로부스타 종의 경우 카페인 함량이 높고 쓴맛이 강해 인스턴트커피나 블렌딩에 많이 사용된다.
바리스타 룰스도 신선한 맛과 풍미를 위해 코스타리카, 엘살바도르 등의 고산지에서 재배된 프리미엄 원두를 사용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해발 900m 이상의 지역에서 자라는 아라비카 원두 중에서도 각 생산 국가에서 높은 등급으로 분류하는 원두들을 살펴보면 역시 고산지에서 생산되는 경우가 많다.
Ilyshev Dmitry / shutterstock.com
콜롬비아는 주로 고지대에서 커피를 재배한다
다채로운 기후를 가지고 있는 콜롬비아의 산악지대는 재배 방식에 따라 독특한 향미의 커피가 생산된다고 한다. 특히 콜롬비아 서쪽에 위치한 우일라(Huila) 산악지대는 콜롬비아 커피의 12%가 생산되는 곳으로, 진한 과일향과 더불어 산미가 강하고 진한 질감의 커피가 생산된다. 산 아구스틴(San Agustin) 등의 이름으로 유통되며, 오렌지 같은 산미와 적당한 바디가 있는 밸런스 좋은 커피로 평가받는다.
Dennis Tang / flickr.com
비옥한 화산재 토양을 바탕으로 풍미가 넘쳐나기로 유명한 엘 살바도르의 커피
국토의 90%가 화산 활동으로 생성된 엘살바도르는 대표적인 화산 지형의 수혜를 받은 재배지로, 비옥한 화산재 토양을 바탕으로 아파네카(Apaneca) 등지에서 양질의 커피가 생산된다. 특히 해발 1,200m 이상의 고도에서 재배되는 엘살바도르에서 가장 높은 등급의 커피는 SHG(Strictly High Grown)로 불리는데, 산뜻하고 부드러운 신맛과 열대 과일과 초콜릿이 연상되는 달콤한 향미를 자랑한다.
Francisco Anzola / flickr.com
덥고 건조한 기후에도 뛰어난 향미를 자랑하는 커피를 생산하는 에티오피아 하라(Harrar)
오랜 커피 역사를 자랑하는 에티오피아의 해발 3,000m 이상에서 재배되는 하라(Harrar) 지역의 원두는 ‘에티오피아의 축복’이라고 불릴 정도로 뛰어난 향미로 유명하다. 덥고 몹시 건조해 사막에 가까운 지역적 조건 때문에 과일향과 흙향이 어우러진 거친 듯하면서도 깊고 중후한 향미를 낸다. 흥미로운 것은 프랑스의 시인 랭보가 하라에서 커피 수출 업무를 담당한 적이 있었다는 사실. 그는 하라의 커피의 매력에 빠져 지인들에게도 편지를 통해 하라 커피의 매력을 자세하게 설명할 정도였다고 한다.
에티오피아는 결점두 개수로 Grade 1부터 Grade 8까지 등급을 나누는데 최상위 등급인 Grade 1과 Grade 2에 주로 분류되는 예가체프(Yirgacheffe) 역시 빼놓을 수 없는 대표적인 고산지 커피, ‘커피의 귀부인’이라 불리며 스페셜티 커피 시장에서 높은 인기를 자랑한다. 특유의 화사한 향미가 트레이드마크로 상쾌한 과일 산미와 초콜릿의 달콤함, 그리고 부드러운 바디 등을 느낄 수 있는 커피다.
부드러운 향미부터 진한 과일향, 깊고 중후한 향미까지 고지대가 품어내는 커피의 향은 이토록 풍부하다. 만약 지금까지 커피 맛을 잘 몰랐던 당신이라면? 고산지에서 자란 커피를 골라보자. 실패 확률이 적을 것이다. 커피를 잘 아는 당신이라면? 고산지 커피의 다채로운 향미를 하나씩 음미하며 정복해보자. 혹시 아는가? 당신도 랭보처럼 멋진 시 한편이 떠오를지!
[참고자료]
아네트 몰배르. 커피 중독. 최가영(역). 서울: 시그마북스, 2015
호리구치 토시히데. 스페셜티 커피 테이스팅. 윤선해(역). 웅진리빙하우스, 2015
“에티오피아 커피”. 두산백과. 네이버 지식백과
“하라 [Harrar]”. 두산백과. 네이버 지식백과
“에티오피아 하라 [Ethiopia Harrar]“. 내 입맛에 딱 맞는 60가지 커피 수첩. 네이버 지식백과, 2011
“에티오피아 예가체프” . 내 입맛에 딱 맞는 60가지 커피 수첩. 네이버 지식백과, 2011
“이르가체페”. 두산백과. 네이버 지식백과
허용덕 외. “커피 벨트 [Coffee Belt]”. 와인&커피 용어해설. 네이버 지식백과, 2009
허용덕 외. “커피 존 [Coffee Zone]”. 와인&커피 용어해설. 네이버 지식백과, 2009
김재일. “적도, 남•북회귀선과 커피”. 세상을 보여주는 똑똑한 세계지도. 네이버 지식백과, 2011
박종만. “[커피로드] 랭보가 사랑한 하라르 커피”. 커피로드. 네이버캐스트, 2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