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커피 애호가들을 매료시킨 코스타리카 커피의 비밀을 알아보는 두 번째 편에서는 커피의 품질과 다양성을 위해 코스타리카에서 개발한 가공법에 대해 살펴보려 한다. 코스타리카는 자국의 커피 품질 관리를 위해 법적으로 아라비카종만을 재배하도록 제한하며 국가적인 차원에서 커피 산업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 이러한 다방면에서의 노력과 지원의 결실 중 하나가 바로 코스타리카에서 시작된 다양한 가공법이다. 이로 인해 같은 생두라도 선택한 가공 방법에 따라 서로 다른 향미를 낼 수 있어 소비자 선택의 폭 역시 넓어졌다. 코스타리카에서 시작해서 다른 나라에서도 사용하는 가공법에는 어떤 것이 있으며 이 방법은 커피 맛에 어떠한 차이를 주는지 알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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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맛을 배가 시켜주는 허니 프로세싱(Honey processing)
최근 가장 주목받는 가공방법인 허니 프로세싱은 커피 체리의 일부 점액질을 남긴 상태에서 가공하는 방법으로 단맛과 향미를 더욱 농축시켜 고품질의 커피를 생산하고자 고안된 방법이다. 점액질을 남기는 방법은 펄프드 내추럴(Pulped Natural)이 아니냐고? 맞다. 두 방법 모두 점액질을 남기는데 다만 펄프드 내추럴의 경우는 점액질을 거의 그대로 둔 채 바로 야외에서 건조시키지만 허니 프로세싱은 남겨진 점액질의 양을 달리하여 향미에 변화를 주는 방법으로 펄프드 내추럴에 비해서 그 단계가 더 세분화된다. 허니 프로세싱은 건조 후의 컬러에 따라 총 5가지로 구분되는데 화이트 허니는 점액질의 약 25%를 남기고 7일 정도 건조하며, 옐로우 허니는 점액질의 약 50%를 남기고 7일 정도 건조시킨다. 골드와 레드 그리고 블랙 허니는 점액질을 모두 남겨 건조하는데 골드의 경우 21℃ 이하에서 레드는 21~28℃에서 블랙은 28℃ 이상에서 14~21일 동안 건조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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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상단에서 시계방향으로 화이트, 옐로우, 블랙, 레드 허니
화이트->옐로우->골드->레드->블랙의 순서대로 남겨지는 점액질이 많아 농축도가 상승되며, 점액질이 많이 남겨질수록 건조하는 과정도 까다로워지고 시간도 더 많이 걸리기 때문에 더 꼼꼼하게 관리하고 작업할 수밖에 없다. 아직은 농장이나 생산자의 독자적인 노하우에 따라 가공되므로 각 방식에 조금씩 차이가 있고 정확한 정의나 기준은 없는 실정이다. 하지만 이 방법은 워시드 프로세싱(Washed processing)이나 펄프드 내추럴에 비해 물을 적게 사용해 환경친화적이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아래는 워시드 프로세싱, 내추럴 프로세싱(Natural processing), 펄프드 내추럴과 허니 프로세싱의 과정을 간략하게 정리한 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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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세싱 방법에 따른 과정
마이크로랏(Micro-Lot)의 독자적인 내추럴 프로세싱
마이크로랏 자체도 코스타리카에서 처음 개발되었지만, 이 마이크로랏에서는 독자적인 내추럴 프로세싱을 만들어 기존의 내추럴 프로세싱과는 다른 향미의 커피를 생산한다. 먼저 커피 체리의 당도를 확인하여 21~22%일 때 일일이 핸드픽으로 수확한다. 수확한 체리를 세척하고 다시 선별한 다음 1주일 정도 백(bag)에 넣어 그늘에서 건조시켜 당도를 높인다. 이후 오전 7시부터 오후 1시 사이에는 야외 파티오에서 일광 건조하고 오후 2시부터 다음날 오전 6시까지는 실내 건조실의 아프리칸 베드에서 건조시키는데 이 건조 과정을 15일 정도 진행하는 방법은 펠라 네그라(Perla Negra)라고 하며 약 한 달간 지속하는 방법은 알마 네그라(Alma Negra)라고 한다. 이 외에 수세 과정 없이 바로 펄핑하고 플라스틱 소재의 밀폐통에 점액질 상태의 체리를 넣어 밀봉하는 언에로비카(Anaerobica)라는 방법도 있다. 이 방법은 기존 발효과정보다 두 배의 시간 동안 보관해 응축된 단맛을 두 배로 늘리면서 수분과 산소는 차단해 과발효의 위험을 줄이고 마이크로랏 고유의 독특한 향미와 단맛의 프로파일을 만들어 낸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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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파티오에서 커피를 건조하는 모습, (아래) 아프리칸 베드를 사용해 건조하는 모습
지난해 한국을 방문한 코스타리카의 커피 전문가 리카르도 아조페이파 모라는 인터뷰에서 “마이크로랏은 단순히 작은 공간에서의 생산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첫 번째는 커피의 다양성 그리고 두 번째는 커피의 연구에 그 목적이 있다.”고 말했다. 단순히 생산이나 수익이 목적이 아니기 때문에 가능한 발전과 변화가 바로 코스타리카 커피의 비밀이었나 보다. 원두를 살 때가 되었는가? 이제는 생산지만 보지 말고 가공방법도 한 번 물어보고 그 차이를 한 번 느껴보면 어떨까. 우리가 아직 가보지 못한 커피의 세계는 아직도 넓고 광활하다.
[참고자료]
커피 입문자들이 자주 묻는 100가지. 전광수 커피 아카데미. 벨라루나, 2015
아네트 몰배르. 커피 중독. 최가영(역). 서울: 시그마북스, 2015
당신이 커피에 대하여 알고 싶은 모든 것들. 루소트레이닝랩 지음. 위즈덤스타일, 2015
독창적인 가공 프로세스! 코스타리카의 커피 트렌드. 월간커피, 2014년 12월호
Beverage People_’커피천국’ 코스타리카에서 온 리카르도 아조페이파 모라. 베버리지뉴스, 2017. 1. 3
[인터뷰] “한국을 매혹시킨 코스타리카 커피, 8가지 맛의 비밀”. 최용선. 에너지경제, 2016. 12.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