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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rbonic Maceration ‘카르보니크 마세라시옹’

커피장인 박이추, 그가 볼라벤 고원으로 간 까닭은?

2018.03.23. 오후 02:48 |카테고리 : News

w뜬금없이 낯선 프랑스 단어가 나와 놀라셨나요?
라오스를 포함한 북반구 커피재배지는 연말·연초가 커피 수확기이기 때문에 커피농장의 여러 가지 커피가공방법에 대해서 설명 하고자 합니다. 또한 최근에 이런 와인 가공방법이 커피에 응용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기 때문입니다.

우리말로는 ‘탄산 침용법’으로 번역되는 카르보니크 마세라시옹(Carbonic Maceration)은 프랑스 보졸레 누보 와인의 생산과정에서 과일향을 극대화하기 위한 발효방식입니다. 6개월 이상 장기간의 숙성 대신 약 5주 정도의 짧은 숙성기간을 거쳐 햇와인을 이른 시점에 상품으로 내놓을 수 있게 만드는 것이 특징입니다.

이 가공법을 알게 된 것은 최근 콜롬비아의 수단루메라는 품종의 커피생두를 접하게 되면서입니다. ‘수단루메’는 수단 남쪽지방의 보마 고원(Boma Plateau) 지역에서 자라는 야생커피의 한 품종으로 콜롬비아 커피농장들이 이 품종을 재배하기 시작한 후 상업생산이 가능해졌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 이 품종이 많이 알려지게 된 것은 2015년 월드바리스타챔피언십 우승자인 샤샤 세스틱(Sasa sestic)이 수단루메의 내추럴 가공커피 50%, 카르보니크 마세라시옹 가공커피 50%를 대회 출전용 커피로 사용하면서 부터입니다. 그가 와인 제조 전문가로부터 익힌 기술을 커피 가공에 접목시켜 생산한 것입니다.

샤샤 세스틱은 2014년 콜롬비아 농장에서 수단루메커피를 접하고 좀더 훌륭한 커피를 얻기 위해 와인의 발효 방식을 농장주에게 제안하게 됩니다. 일반적인 커피발효 저장고 인 콘크리트 또는 타일 대신에 스테인리스 저장고에 파치먼트를 밀폐 저장한 후 이산화탄소를 주입, 커피 발효 시의 산소 접촉을 최소화하여 커피맛의 선명도(clarity)를 진하게 만들고, 과일향이 더 강조될 수 있게 하였습니다. 샤샤 세스틱의 이러한 시도 이후에 2017년 월드바리스타챔피언십 대회에는 6명의 결승 진출자 중 2명이 이 가공방식의 커피를 대회에 가지고 나왔습니다. 카르보니크 마세라시옹 가공커피가 상업적인 커피 생두 상품으로 자리를 잡았다고 말하기는 아직 이르지만, 커피맛과 향의 수준을 한 단계 올릴 수 있는 가공방식으로 자리를 잡아가게 될 것이라는 데는 의심의 여지가 없어 보입니다.

최근에 이런 새로운 커피 가공방법이 시도되고 있지만, 19세기에 본격적으로 중남미에서 커피의 상업화 생산이 시작되기 전까지는 커피 가공방법은 커피 체리를 수확한 채로 껍질을 까지 않고 그대로 말리는 내추럴 가공방식만이 존재했습니다. 내추럴 가공방식은 체리의 과육이 건조과정에서 생두에 흡수되기 때문에 자연스러운 과일향과 풍부한 바디감을 가진 커피를 생산할 수 있지만 선별과정을 거칠 수 없기 때문에 균일한 품질을 생산하기도 쉽지 않습니다. 또, 건조에 최대 1개월 이상의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상업화된 대량생산에 적합한 가공방식이 아니었습니다.

또한 중남미 일부 지역은 수확기에 일조량도 충분하지 않고 비가 오는 경우가 있었기 때문에 충분하지 않은 일조량으로도 10일 이내에 커피를 건조시킬 수 있는 펄프트 내추럴 등의 방식이 초기에 개발됐습니다. 이러한 가공방식이 개선되어 산미가 높고 균일한 품질의 커피를 생산할 수 있는 워시드 커피 가공방식이 커피가공의 주류로 자리잡게 된 것입니다. 사진에서 보는 것처럼 워시드 프로세싱은 많은 설비(커피적재탱크, 석발기, 부유체리(Floating) 분리기, 펄핑기, 그린체리 분리기, 커피저장탱크 등)와 복잡한 과정을 필요로 하지만, 균일한 품질의 커피를 대량으로 생산할 수 있게 된 계기가 되었습니다.

최근에는 워시드와 내추럴의 장점인 과일향, 단맛, 깨끗한 산미 등을 많이 이끌어낼 수 있는 옐로우허니, 레드허니, 블랙허니 등의 허니 가공방식 커피가 많이 보급되고 있습니다.

라오스의 한국인 농장에서도 워시드, 내추럴, 허니, K-72등의 가공방식의 커피가 생산되고 있지만 SL28, SL34, 블루마운틴, 수단루메 등 새로운 품종을 이용한 카르보니크 마세라시옹 같은 새로운 가공방식을 점차적으로 시도해보고자 합니다.

 

[출처]
COFFEE & TEA 18/02 월호
– 카르보니크 마세라시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