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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추출 과정 (4)

지난호에서 다룬 커피 추출 과정(3)에 이어

2018.03.12. 오후 04:09 |카테고리 : 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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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자리 (언저리) 10mm 남기기
분쇄커피 표면에 도달한 물은 스스로 수평을 맞추려는 성질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중심부에 물을 내려놓아도 이 물이 다른 물을 밀어서 드리퍼 가장자리의 벽까지 퍼지면서 차오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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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현상은 물붓기 횟수가 거듭 될수록 더욱 명확하게 관찰된다.
따라서, 곧 드리퍼의 맨 가장자리, 즉 드리퍼 벽면으로부터 10mm* 안쪽까지만 물줄기를 돌려도 충분하다. 커피층이 얕은 가장자리에 필요 이상의 물을 주면 커피를 충분히 거치지 않은 물이 여과지를 넘어 드리퍼의 리브를 타고 흘러내려 오히려 불완전한 추출이 일어날 수 있다.
가장자리 쪽의 커피가 아깝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 양은 전체 커피양에 비해 극히 적을 뿐만 아니라, 중앙으로부터 밀려 나간 물에 의해 적절한 추출이 진행되는 상태라 할 수 있다.
 

•가장자리 세로 변동폭 유의
아래 그림은 뜸들이기 후 1회차 물붓기에서 물의 양을 과다하게 설정한 경우이다. 부력이 작용한 분쇄커피와 휘발성분이 만든 거품층 ⓑ가 분쇄커피의 최초 표면 ⓐ보다 너무 많이 상승한 모습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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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떠한 상황에서나 10mm를 반드시 고수할 필요는 없다. 커피량이 많아져 1회 물붓기로 투입되는 물의 양도 많아져야 할 때에는 10mm보다 조금 더 띄워서 물붓기를 해도 된다.

1회 투입된 물의 양이 많을수록 더 큰 중력이 작용한다. 그와 동시에 부력에 의해 높아진 수위만큼 커피입자간의 거리도 넓어져 유속도 빨라진다. 그러면 앞의 오른쪽 그림과 같이 분쇄커피 중심부가 소용돌이 모습으로 꺼지는 현상이 발생하게 되고, 이 상황 속에서 추출자는 어느 지점부터 다음 물붓기를 시작해야 할지 몰라 당황하게 된다.
이러한 일련의 현상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려면, 회차별 투입하는 물의 양을 적절하게 안배함과 동시에 다음번 물붓기도 적시에 이루어져야 한다. 다음 그림을 통하여 적절한 양의 물붓기 타이밍에 대해 가늠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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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그림에서처럼 1회차 물붓기의 물의 양과 물줄기를 조절하여 드리퍼 측면의 수위가 과도하게 올라가지 않는 범위 내에서 물줄기를 끊고, 우측 그림과 같이 분화구 모습의 중심부가 아래로 쳐지는 정도를 확인하여 다음 물붓기를 진행하자. 다음 물붓기 역시 좌측 그림의 부풀어 오르는 범위를 벗어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물줄기를 끊고, 이러한 과정을 반복하여 추출을 마무리한다면 진행 과정에서도 자신감을 가질 수 있으며, 결과물 역시 만족스러울 것이다.

•시선은 표면 물 닿는 곳 20mm 전방
물붓기를 진행할 때는 매 순간에 대한 모니터링이 선행되어야 한다. 어느 곳에 물이 더 필요하고 덜 필요한지, 시시각각 판단하여 물줄기로 보완하면서 대응한다면 더욱 완성도 높은 결과물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테니스와 같은 구기종목에서는 공으로부터 시선을 떨어뜨리지 않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핸드드립식 커피 추출의 경우에도 집중력이 요구된다. 핸드드립은 물줄기를 일정한 굵기로 유지하면서 동시에 정해진 간격의 패턴을 그리며 돌려야 하는 고난도 작업이다. 따라서 물붓기가 마무리되는 순간까지 드리퍼 내부의 사정에 주목하면서 물붓기를 해나가야 한다.
핸드드립을 하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추출과 무관한 상념에 빠질 때가 있다. 이럴 경우에는 여지없이 물줄기가 흐트러지게 되고, 결과도 좋지 못하다.

•표면이 갈라지기 전에 차회 물붓기
앞서 물붓기한 물의 상당량이 드리퍼를 떠나고 시간이 경과하면 커피 표면에 균열이 생긴다. 이 현상은 곧 다음 물붓기의 타이밍이 지나가고 있음을 의미한다. 물공급이 부족하면 해당 부분에서 과다추출이 일어나고 결국 잡미의 발현으로 이어진다. 따라서 물붓기 중에는 물줄기를 어디에 놓아야 할지에 대해 집중하고, 물줄기를 끊고 대기할 때에는 다음번 물붓기의 타이밍을 가늠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 추출자의 마음가짐과 자세에서부터 그 결과가 결정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추출이 완료된 커피는 골고루 섞어서 서비스
물에 만년필 잉크를 몇 방울 떨어뜨리면 물과 만나는 즉시 완벽히 물과 섞이는 것이 아니라, 시간을 두고 서서히 확산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커피 역시 추출 초기, 중기, 후기에 추출된 결과물은 서로 다른 성분, 서로 다른 농도의 추출물 상태로 미처 섞이지 못한 채 드립서버에 모여있게 된다.
따라서, 소량일 경우 드립서버를 잘 흔들어 주면 된다. 양이 많을 경우에는 충분히 데운 청결한 스푼을 넣고 저어서 잘 섞이도록 한다.


잔에 따른 커피의 표면에 뜨는 거품은 걷어내는 것이 유리한가?

논란이 많은 부분이다. 두 가지의 논리적 근거를 바탕으로 볼 때, 커피 표면에 생기는 거품은 걷어내는 것이 유리하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추출을 마치고 드립서버의 커피를 커피잔에 모두 따르고 나면, 여전히 높은 열을 품고 있는 빈 드립서버 내부는 잔여 수분을 빠르게 증발시키며 마르게 된다. 이때 드립서버의 안쪽 유리면에는 수분을 빼앗긴 커피성분만 남게 되는데,
이 커피성분의 냄새는 무척 흥미롭다. 향기로운 커피향이 아니라 아주 역한 냄새가 나기 때문이다. 그것은 한 잔의 커피를 모두 마신 뒤 커피잔 내부가 말랐을 때 나는 냄새와 같다. 이 냄새의 발산을 막기 위해서 필자는 커피를 따르고
난 직후 드립포트에 남아있는 여분의 물을 드립서버에 부어준다. 이렇게 하면 마른 커피성분에서 나는 역한 냄새의 발산을 방지함과 동시에 서버의 청소와 관리를 더욱 용이하게 하는 방편이 된다.

커피 표면의 거품이 유지되는 이유는 액체의 표면장력이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력과 응집력에 의해 수분이 거품 아래 방향으로 서서히 이동하고, 열을 품은 거품의 수분이 대기 중으로 증발하면서 표면장력의 균형이 깨어지는 순간 거품은 터지게 된다. 이때, 거품 내부에 존재하던 냄새가 공기 중으로 퍼지게 되는데, 이 냄새 역시 위에서 언급한 ‘말라버린 커피성분’에서 풍기는 냄새와 매우 유사하다. 거품은 주로 커피잔 가장자리에 주로 위치하고, 시간이 지나면서 거품이 모두 터진 가장자리에서는 유쾌하지 못한 향이 올라온다. 이것이 거품은 미리 걷어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보는 첫 번째 이유이다.

두 번째 이유는, 거품을 걷어 내었을 때 매끈하고 고요한 커피 수면이 커피잔과 만나는 아름다운 가장자리 선이 드러나기 때문이다. 그것은 시각적으로 짧은 그라데이션(Gradation) 구간을 이루는데, 커피잔을 심도 얕게 촬영할 때 초점으로 이용하기에 매우 적합한 포인트가 된다. 커피와 커피잔이 아무런 거품 없이 ‘엣지(Edge)’ 있게 만나는 그 완만한 곡선은 매우 아름답다.


핸드드립 실전파트를 마치며

학창시절, 지인이 중고차를 마련하여 운전을 시작하는데 필자가 조수석에 앉아 도로연수를 시켜준 적이 있었다. 좌우 회전을 시도할 때 미리 깜빡이를 켜주는 것에서부터, 기어변경을 적절히 하기 위해 속도별 클러치와 가속페달을 밟는 시기를 알려 준다든지 하는 운전의 기본기와 실무적인 절차가 익숙해질 때까지 며칠이고 동행했다. 그런데, 그 당시 필자는 운전면허조차 없었던 상황이었다. 대신 이론은 머릿속에 잘 체계화되어 있었고, 그것이 큰 도움이 되었다.

지금까지 핸드드립식 커피 추출법에 대한 이론파트에 이어 실전파트에 대해 살펴보았다. 이 시점에서 이론이 중요한 것인가, 실전이 중요한 것인가에 대해서 더 중요한 요소를 꼽으라고 하면 ‘실전’이라 생각한다. 이론을 잘 몰라도 전문적인 추출자의 모습을 그대로 따라 하는 것만으로도 (완성도를 떠나서) 한 잔의 커피는 만들어 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우리는 이렇게 판매되는 경우도 종종 만나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에서는 이론을 심도 있게 다룸으로써 그에 대한 관심을 촉구하고자 했다.
실전에서 종종 부딪히게 되는 한계상황이나 돌발상황에 직면하게 될 때, 상황을 지혜롭게 극복하고 응용력을 발휘할 수 있는 최상의 무기가 바로 명확한 이론이기 때문이다.

핸드드립을 생활화하다 보면, 어느 시점에서 더욱 다양한 커피, 새로운 맛을 추구하고자 하는 욕구가 생겨나기 마련이다. 그럴 때 이론과 실전의 다양한 요소들을 융합하여 나름의 실험과 모험을 거듭한다면, 더욱 즐겁고 유쾌한 커피생활을 이어나갈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가장 경계해야 할 점은 실전은 모르면서 기계나 기구의 각종 제원과 매뉴얼 내용을 줄줄 외우는 것을 실력의 전부라고 생각하는 태도이다. 그와 같은 선상에서, 익숙하지 않다는 이유로 적용되는 이론을 무시하고 이미 습관화된 실전의 방식만을 옹호하는 태도도 바람직한 것은 아니다. 핸드드립식 커피 추출법에 대한 이론과 실전파트를 마쳤다. 한 잔의 커피는 순식간에 만들어지기도 한다. 그러나, 반복되는 일상에 만족하지 않고 커피의 원리와 실전지식을 토대로 다양한 시도와 도전을 해보자. 커피로써 행복해지는 순간을 틀림없이 경험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