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수년간 전 세계적 화두로 오르내리고 있는 기후 문제, ‘지구 온난화(Global Warming)’.
최근 일본 농업•식품산업기술 종합연구기구 연구팀은 지구 온난화의 영향으로 세계의 곡물 생산량 증가가 정체돼 지난 30년간 연평균 424억 달러, 우리 돈 약 47조 8천억 원의 손실이 발생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온난화가 진행된 1981-2010년 사이 옥수수 연평균 수확량은 온난화가 일어나지 않았을 경우에 비해 4.1%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밀과 콩은 각각 1.8%, 4.5% 감소했다. 그렇다면, 커피는 어떨까?
지구 온난화의 주범인 이산화탄소/shutterstok.com
커피에 미칠 기후 변화의 전 세계적 영향에 대한 연구(Bunn, C., Läderach, P., Ovalle Rivera, O. et al., 2015)* 결과, 지구 온난화로 인한 지구의 평균 온도 상승이 이대로 지속된다면 2050년 경에는 커피를 생산할 수 있는 지역의 50%가 줄어들 것으로 예측된다고 밝혀졌다. 까다로운 기후 조건에서 세심한 관리로 재배되는 스페셜티 커피는 기후 변화에 더욱이 민감하기 때문에 지구 온난화에 지대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현재 커피 시장에서 가장 주류인 흐름으로 일컬어지는 ‘제3의 물결’에 올라선 우리는 단지 커피 소비를 즐길 뿐만 아니라, 스페셜티 커피가 맞닥뜨린 현실에 조금 더 관심을 기울여야 할 필요가 있겠다. 온난화가 스페셜티 커피업계에 구체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처한 문제 상황에서 해결 방안을 없을지 알아보도록 하자.
뜨거운 지구, 커피 업계가 맞닥뜨린 현실
에티오피아의 커피 농장/shutterstok.com
지구 평균 기온의 상승은 해충과 병균을 만연하게 함으로써 커피 생산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지금보다 더 잦은 폭우와 높은 기온은 커피 잎녹병을 일으키는 바이러스와 해충이 번식하기 유리한 조건을 만들기 때문이다.
실제로 기후 변화에 따라 이 두 가지 파괴적인 병원균들이 중앙 아메리카에서 확산된 사례가 있었다. 커피나무의 나이나 지역 별 생태계 다양성이 다르기 때문에 모든 농장들이 동일하게 영향을 받은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이로 인해 2012-2015년 사이에 지역마다 약 1천8백만여 개의 커피 마대 손실이라는 막대한 피해를 입혔다. 이와 같은 현상은 전 세계 커피 산업이 기후 변화에 매우 취약하다는 사실을 분명히 보여주며, 앞으로 닥칠 더 큰 재앙을 암시한다고 볼 수 있다.
이처럼 기후 변화는 커피의 다양성을 위협한다. 커피 기후 변화 조사 팀(Coffee Climate Change Research Team), ‘Kew’에서는 우리가 매일 소비하는 커피 종부터 잘 알지 못하는 수만 가지 야생의 커피까지 기후 변화에 따라 멸종할 가능성이 다분하다고 주장한다.
남부 수단의 작은 지역들과 에티오피아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주종 아라비카 커피가 야생에서 자라는 곳이다. 그러나 이 커피 재배 지역의 60%는 기후 변화 때문에 21세기 말까지 경작이 어려워질 것이라는 해석이다. 현재의 기후 변화 흐름이 지속된다면 아라비카 종은 이번 세기말까지 야생에서는 멸종할 수 있다고 예측된다.
에티오피아 커피 생산지 현장의 모습/fliker.om
또한 20년 이상 커피에 대한 연구를 수행해온 커피 생물학자, Aaron Davis 박사는 기후 변화와 더불어 커피 생산에 가장 직접적인 위협이 되는 요소는 낮은 커피 가격이라고 주장한다. 그는 지난 10년 동안 기후 변화가 에티오피아의 농장에서 생산되는 커피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조사를 주도해왔는데, 최근 그의 연구에서 커피 생두의 낮은 가격에 따른 농업 수익성의 감소는 기후 변화의 부정적인 영향만을 가중시킨다고 조사되었다.
평균 온도가 높아짐으로써 커피 생산자 입장에서는 커피 재배와 생산에 더 높은 비용이 들어가고 생산 환경이 악화되면서, 수익성이 떨어진 커피 생산 농장주들은 빠르게 산업에서 이탈할 것이라는 해석이다. 이는 결국 스페셜티 커피 공급을 악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것이다.
스페셜티 커피 시장을 지키고자 한다면
그렇다면 우리는 두 손 놓은 채 기후 변화가 커피 업계에 가져올 재앙을 바라만 보고 있어야만 하는 걸까? 이에 대해 SCA가 발간한 백서에서 제안한 몇 가지 해결책을 소개하고자 한다.
An SCA White Paper/sca.om
1) ‘기후 스마트 농업(Climate-Smart Agriculture, CSA)’ 실행의 발전과 활용을 지원하라
기후 변화가 영세한 커피 농장들에 미칠 영향에 대한 대응 방안으로 새로운 방식의 조치가 필요하다. 이는 ‘기후 스마 농업(CSA)’라 불리는 시스템 하에 이루어질 수 있다. 커피 산지 토양의 비옥성을 높이는 것, 강물이 갈라지는 분수령을 보호하는 것, 그리고 농부들이 커피 산업의 전반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도록 교육을 실시하고 시장 정보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는 시스템을 일컫는다.
국제 농업 조사 컨설팅 그룹인 CGIAR(The Consultative Group for International Agricultural Research)는 지속 가능성을 위한 비영리 단체 레인포래스트 얼라이언스(Rainforest Alliance), 루트 캐피톨(Root Capital), 서스테이너블 푸드 랩(Sustainable Food Lab)와 손을 잡고, 최근 페루와 니카라과의 커피와 카카오 농장을 운영하는 농장주들에게 CSA를 소개하는 프로젝트를 실시했다. 이번 프로젝트가 커피 농장의 환경문제 해결에 대한 대응이 효과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는지 보여주는 좋은 선례가 된다면, 더 많은 지역에서 확대 실시될 예정이며 산업과 지역 공동체가 상생을 실마리를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2) 커피 공급 과정의 체계적인 계획 수립과 연구에 착수하라
기후 변화 패턴은 전 세계적으로 동일하지 않으며 변화 또한 균일하게 일어나지 않기 때문에, 온난화가 국가와 지역 별로 끼치는 영향 정도는 각기 다르다는 사실은 자명하다. 하지만 기후 변화가 커피 생산과 농부들의 삶의 수준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에 대한 조사나 연구도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개별 국가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예측하는 것은 매우 까다롭기도 하고 얼마만큼의 자금을 지역별로 조달해야 할지도 산정하기 어렵다.
한편, 지역 농부들은 농장 조합, 구매자들, 관련 인사들과 함께 이들이 처한 상황을 공유하고 문제 상황들을 함께 해결해 나가기를 간절히 소망하고 있다. 각 지역 별로 문제가 되고 있는 상황에 대해 구체적인 조사에 착수하고 개별 상황을 이해한다면 커피 공급망을 강화할 수 있는 첫 단추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기후 변화와 관련된 위험들을 사전에 완화하고 전 세계가 겪고 있는 문제를 해결해나갈 귀중한 통찰력을 얻는 기회가 될 것이다.
3) 탄소발자국을 측정하고 탄소 배출을 절감하라
‘탄소발자국(Carbon Footprint)’이란 사람의 활동이나 상품을 생산, 소비하는 전 과정을 통해 직•간접적으로 배출되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이산화탄소(CO2)로 환산한 총량 발생하는 이산화탄소(CO2)의 총량을 뜻한다.
커피벨트(Coffee Belt)에서 일어나는 기후 변화에 대응하는 방법은 두 가지 갈래로 접근해볼 수 있다. 첫 번째는 농부들이 기후 변화에 적응하게 돕는 활동을 지원하는 것. 두 번째는 지구 온난화를 가속하는 주범인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는 것. 이를 위해서는 기업들 자체가 이들이 만들어내는 탄소 배출량을 측정하고 배출량을 어떻게 줄여나갈지 계획을 세우고 실행해나가야 한다. 환경 오염과 기후 변화에 대해 얼마나 책임이 있는지를 측정하고 그만큼 사회적 책임을 지고 수행해야 할 것이다.
이와 같이 커피 생산 국가와 기업 차원의 해결책 모색은 물론, 기후 변화에 따른 커피 시장의 변동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소비국가의 의식 개선과 사회적 활동 또한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다. 수 세기 역사에 걸쳐 전통적인 방식으로, 또는 기술적인 혁신으로 더 좋은 품질의 커피를 생산하고 커피 본연의 독특한 맛과 향을 향유하고자 했던 인류의 노력들. 인류가 저지른 환경 파괴와 오염으로 우리가 그토록 사랑해온 커피를 잃고 만다는 건 비극이지 않은가!
커피의 지속 가능성이 최근 커피 시장의 화두로 떠오르면서 몇몇 커피 관련 기업들을 필두로 플라스틱 사용과 생산을 제한하고 환경 오염을 줄일 수 있는 방안들을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지구 온난화가 가속되는 속도에 비해 대응 방안을 수립하고 실행하는 단계는 아직 초보적이다. 더 많은 이들의 공감과 전 세계적, 사회적으로 깊은 관심이 절실하다. 커피를 사랑하는 이라면 그동안 우리를 웃고 울게 한 커피를 위해 조금 더 적극적인 발걸음을 내디디어야 할 때가 왔다. 바로 지금, 이 순간!
[참고 자료]
A bitter cup: climate change profile of global production of Arabica and Robusta coffee Climatic Change, Bunn, C., Läderach, P., Ovalle Rivera, O. et al., 2015
Climate Change and Coffee: Acting Globally and Locally, SCA.com, An SCA white paper.
Climate change and low farmer profitability threaten specialty coffee's future, Tobias Pearce, worldcoffeeportal, 2018.9.9
온난화 영향, 과거 30년 곡물생산 연평균 48조 원 손실, SBS 뉴스, 2018.12.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