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걷다 보면 쉽게 만날 수 있는 공간, ‘카페’. 카페는 언제부터 이렇게 많아졌고 왜 우리는 카페를 즐겨 찾게 되었을까?
얼마 전 한 케이블 방송사의 예능 프로그램에서 소설가 김영하는 우리나라에 카페가 많아진 이유에 대해 “옛날에는 집마다 툇마루가 있어서 사람들과 이야기도 나누곤 했는데 그게 사라지면서 카페가 그 역할을 대신하게 됐다."라고 말해 시청자들의 공감을 샀다. 물론 우리가 카페를 즐겨 찾는 이유는 저마다 조금씩 다르겠지만, 그의 말처럼 카페는 각박해진 우리 삶 속에서 부담 없이 커피 한 잔을 마시며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고 소통할 수 있는 오아시스 같은 공간이기 때문일 것이다.
이토록 우리에게 친숙한 카페에 대한 전시회가 열린다고 하여 바리스타룰스가 다녀왔다. 바로 서울 미술관(종로구 부암동 소재)의 <카페소사이어티 Café Society>전 Summer Edition, ‘끝나지 않은 여름이야기’이다.
© baristarules.maeil.com
서울 미술관 전경
이번 전시는 젊은이들이 일상을 탈출하여 ‘작은 사치’를 누리는 카페를 단지 커피를 마시는 곳이 아닌 문화를 향유하는 공간으로서 재해석하고 동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젊은 작가들의 시점에서 카페라는 공간 속 청춘들의 이야기를 미술로 풀어냈다. 달콤하고 즐거운 겉모습 이면에 숨겨진 그들의 고민과 꿈에 대한 진짜 모습을 보여주고자 했다는 것이 <카페소사이어티> 전의 기획 의도. 총 6개의 공간 속에 회화, 사진, 설치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통해 미술관을 찾은 청춘들에게 잔잔한 위로와 격려를 건네며 미술관이라는 공간을 조금 더 일상 속에서 가깝게 느끼도록 구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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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소사이어티>전 전시 구성
우리나라 근대 카페의 모습을 보여주는 ‘Part 1 낭만다방 ROMANCE CAFE 1950's’, 달콤한 커피처럼 행복해 보이는 청춘들의 이면의 고민과 꿈을 젊은 작가들의 시선에서 풀어낸 ‘Part 2. 스윗블라썸 SWEET BLOSSOM’, 차갑고 개인주의적으로 느껴지는 청춘들의 속마음을 담아낸 ‘Part 3. 콜드브루 COLD BLEW’, 검고 씁쓸한 커피처럼 지치고 힘든 젊은이들의 감정을 직접적으로 만나보는 ‘Part 4. 다크로스팅 DARK ROASTING’, 서울시 내 대표 갤러리형 카페 35곳을 소개하는 ‘Part 5. 카페소사이어티 CAFE SOCIETY’로 구성되어 있다. 더불어 카페를 전시 공간 안에 구현한 ‘The Deck’에는 음악 감상실이 준비되어 있어 오감으로 카페의 낭만을 즐길 수 있다. 특히 전시장 곳곳의 해시태그는 전시 작품을 더욱 쉽고 재미있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데 예상치 못한 곳에 숨겨진 해시태그를 발견하는 즐거움도 느껴보시길.
근대 거장의 작품과 우리나라 근대 카페를 느껴보는
Part 1 낭만다방 ROMANCE CAFE 1950'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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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1 낭만다방 ROMANCE CAFE 1950's
먼저 ‘Part 1 낭만다방 ROMANCE CAFE 1950's’에는 유영국, 김중현, 임직순, 도상봉 등 우리나라 근대 거장의 작품과 함께 우리나라 초기 카페의 역사와 모습을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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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상봉 작가의 ‘정물’
‘회화는 생활의 반영이어야 한다’는 철학을 바탕으로 일상적인 소재를 다룬 인물화, 풍경화, 정물화를 즐겨 그린 도상봉 작가의 작품 <비진도의 여름>과 <정물>, ‘산의 화가’로 불리는 유영국 작가의 작품 그리고 소박한 서민 생활을 작품 속에 담아내는 김중현 작가의 <소녀>와 <농악> 마지막으로 강렬한 색상, 두꺼운 질감 표현과 과감한 붓 터치가 인상적인 임직순의 또 다른 <소녀>와 <정물> 등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1950년대 카페는 다방이라고 불리며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이 만남과 휴식을 즐기는 장소였다. 하지만 그 당시의 예술가들에게는 단순한 만남의 장소가 아니라 자신들의 작품을 내걸고 전시를 하는 전시 공간이기도 했다. 작품을 감상하며 전시 공간을 가만히 거닐다 보면 전쟁 전후의 혼란 속에서도 창작 활동을 이어왔던 1950년대 젊은 예술가들이 다른 의미의 혼란 속에 살아가는 2010년대, 지금의 청춘들에게 건네는 위로의 메시지가 들리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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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 카페 포토존
낭만다방 한쪽에는 작품과 함께 근대 카페 공간을 체험할 수 있는 포토존까지 갖춰져 있어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여행한 듯 색다른 체험도 해볼 수 있다.
달콤하게 보이는 청춘들의 고민과 꿈을 풀어낸
Part 2. 스윗블라썸 SWEET BLOSS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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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2. 스윗블라썸 SWEET BLOSSOM으로 연결되는 문
잠시 떠났던 시간 여행에서 다시 현재로 돌아오는 ’Part 2. 스윗블라썸 SWEET BLOSSOM’에서는 달콤한 커피처럼 행복해 보이지만 그 이면에 깃든 청춘의 고민과 꿈을 이 시대 젊은 작가들의 시선으로 펼쳐내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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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윤주 작가의 ‘Today’s Paper Cup’
1세대 웹툰 작가이자, 스노우캣이라는 캐릭터로 더 잘 알려진 권윤주 작가는 카페에서 사용한 종이컵을 활용하여 드로잉한 <Today’s Paper Cup>을 선보인다. ’스노우캣’은 그의 웹툰이자 작품에 등장하는 고양이 캐릭터로 누구와 불편한 대면을 할 필요 없이 나만의 공간에서 나만이 하고 싶은 것을 하는 삶을 표현하며 작가 자신을 대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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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 보이는 알렉산드라 제뉴알도의 작품
이 외에도 <카페소사이어티> 전 포스터에 등장하는 작품을 그린 런던에서 활동하는 이탈리아 출신의 일러스트레이터 알렉산드라 제뉴알도(Alessandra Genualdo)의 작품과 컬러풀한 색채와 미니멀한 구성으로 밝고 경쾌한 인상을 주는 솔채 작가의 작품 그리고 이번 Summer Edition 부터 전시를 시작한 강소선 작가의 작품도 만나볼 수 있다.
차갑고 개인적으로 보이는 청춘들의 속마음을 담아낸
Part 3. 콜드브루 COLD BL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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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3. 콜드브루 COLD BLEW
세 번째 공간인 ‘Part 3. 콜드브루 COLD BLEW’는 차갑고 개인주의적으로 보이는 이 시대 젊은이들의 마음속엔 어떤 이야기가 있는지를 주목한다. 동시대 작가들의 시선으로 전달되는 그들의 진심을 들어볼 수 있는 공간이다.
다른 공간들에 비해 면적은 작지만 품고 있는 이야기는 결코 작지 않다. 팔로워가 8만 명에 다다르는 인스타그램 유명견(?) ‘부르마’의 반려인이자 스페인의 사진작가인 다니엘 데 로스 무로스(Daniel de los Muros)의 사진 작품을 비롯해 모두 5명의 작가가 참여한 이 공간의 작품은 공허함부터 여행까지 삶의 다양한 편린들을 차곡차곡 담아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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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희 작가의 ‘기억’
대표적으로 박진희 작가의 ‘기억’은 유년시절 어머니에 대한 이미지를 표현한 작품이다. 작품 소재로 등장하는 옷감, 레이스, 직물들은 작가 곁에서 그녀를 감싸주었던 어머니의 숨결을 의미한다. 작가는 직접 직물을 짜고, 그것을 원목 프레임 안에 넣고 밀랍으로 고착화시켰다. 그의 뜨개질과 블록 쌓기 등의 반복적인 행위는 보이지 않는 과거의 시간을 자극하여 현재에서 다시금 새로운 기억들로 만들어지는 것이다. 작가는 이렇게 우리 모두가 기억과 모성, 그리고 반복을 통해 성장하고 단단해져 간다는 것을 표현했다.
씁쓸한 커피처럼 지치고 힘든 젊은이들 감정을 표현한
Part 4. 다크로스팅 DARK ROAST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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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4. 다크로스팅 DARK ROASTING
‘Part 4. 다크로스팅 DARK ROASTING’은 지치고 힘든 젊은이들의 감정을 직접적으로 마주하는 공간이다. 힘들고 어려운 순간마다 그들이 어떠한 방식으로 난관을 극복하고 살아가고 있는지가 작품을 통해 고스란히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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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웅필 작가의 한 사람으로서의 자화상
대표적인 작품은 변웅필 작가 연작 가운데 하나인 <한 사람으로서의 자화상>. 손으로 얼굴을 가린 채 일그러진 표정을 하고 있는 모습을 표현하여 작가 개인의 개성을 읽기 어렵다. 분명 자화상이라는 제목을 내걸고 있음에도, 의상과 머리카락, 성별, 인종, 연령 등을 고의적으로 배제해 도리어 불특정한 누군가로 바꿔 놓았다. 작가는 개인의 성격을 나타내는 독립적 기호들을 지워버리고 얼굴 표정마저 망가뜨림으로써, 역설적으로 겉모습이 아닌 내면의 중요성을 말하고 있다. 특히 이는 어느 곳에도 정착하지 못한 채 경계 없는 주변인의 삶을 살고 있는 이 시대 젊은 청춘들을 상징하는 보편적인 이미지를 나타낸다.
서울시 갤러리형 카페를 소개하는
Part 5. 카페소사이어티 CAFE SOCIE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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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5. 카페소사이어티 CAFE SOCIETY
마지막 공간인 ‘Part 5. 카페소사이어티 CAFE SOCIETY’는 누군가와 차를 마시며 감정을 나누는 소통의 공간이자 예술가들을 포용하는 둥지로 기능하고 있는 서울시 내 대표 갤러리형 카페 35곳을 소개하고 있다. 예술과 일상이 결합된 형태의 복합문화 공간형 카페 운영자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재구성된 인포그래픽으로 지금 이 시대 다양한 모습의 카페들을 만날 수 있다. 어쩌면 이 공간은 전시의 마지막이 아니라 관람객 개인의 의지를 통해 또 다른 시간과 장소에서 카페를 통해 문화를 향유하는 기회로 연결해주는 매개체와 같은 공간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오감으로 카페를 경험하는
The Deck과 음악 감상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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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감으로 카페를 즐길 수 있는 The Deck
‘Part 4. 다크로스팅 DARK ROASTING’을 거쳐 마지막 공간인 ‘Part 5. 카페소사이어티 CAFE SOCIETY’로 가는 길목에는 잠시 쉬어갈 수 있는 공간인 ‘The Deck’이 있다. 아기자기하게 마치 카페를 그대로 옮겨 온 것 같은 이곳에서는 전시에 대한 감동을 차분히 정리하거나 함께 동행한 친구나 지인과 전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 것 같다. 기억해야 할 것은 이곳의 모퉁이에 있는 음악 감상실이다. 매월 주제를 바꿔 선곡하는데 6월에는 여행을 주제로 한 음악들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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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여기 ‘The Deck’에서는 바리스타룰스 블랙을 맛볼 수 있는 샘플링 이벤트가 8월 둘째 주 주말까지 진행됐다. 대중과 함께 숨 쉬며 문화와 예술을 일상생활 가까이에서 느끼도록 기획한 이번 전시와 전 세계 1% 커피콩으로 만들어 그 가치를 많은 사람들과 향유하고자 하는 바리스타룰스는 그 지향점이 많이 닮은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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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thing is better than coffee
벌써 성큼 다가온 더위가 야속하지만 <카페소사이어티> 전이 전하는 카페와 청춘의 멋과 향도 느껴보고 바리스타룰스를 시원하게 아이스로 즐기며 더위를 식혀보자. 전시는 9월 10일까지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