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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인문학(3)- 예술 안에서 피어오른 커피향

시, 소설, 희곡에서 커피를 노래하고 이야기하고 즐기다.

2018.11.28. 오전 10:00 |카테고리 : Coffee Story

“잔에 담겨 덩그러니 탁자 위에 놓인 커피는 단지 사물이다. 그러나 목을 넘어오는 순간, 그것은 나를 지배하는 정서가 된다. 눈을 지그시 감게 만드는 그윽함, 따스한 온기, 때로는 짜릿한 전율… 커피의 향미는 내가 실존하고 있음을 일깨워주는 구체적인 느낌이다. 마음에 떠오르는 감성이 말을 통해 시로 피어나는 것과 같다. 정서, 전율, 감성, 향미, 관능, 감정의 순화. 커피는 시를 닮았다.”

세계적인 커피 로스터인 인스토레이터(instraurator)가 『에스프레소 퀘스트(The Espresso Quest)』의 서문에 '한 잔의 에스프레소에서 신을 만나는 아름다운 경험'과 관련하여 위와 같이 소개하였다.

에스프레소 퀘스트

에스프레소 퀘스트(ESPRESSO QUEST) 책 표지/espressology.com

그의 말처럼 커피는 단순히 사물 혹은 음료로만 존재해온 것이 아니라 때로는 예술가에게 영감을 주는 뮤즈가 되기도 하였다. 고유의 향미와 감성을 불러일으키는 다채로운 플레이버, 그리고 정신을 일깨우는 카페인 성분 때문인지 몰라도 커피는 많은 예술가들에게 사랑받았고 그들의 펜과 붓으로부터 아름다운 작품들로 탄생했다. 이번 콘텐츠에서 커피의 존재를 알아차린 인류가 어떤 형태로 문학 작품 속에 커피를 감각적으로 그려냈는지 살펴보고 예술가들이 표현하고자 했던 커피를 직접 느껴보도록 하자.

 

커피의 관능적 행복, 한 편의 시가 되다

『커피의 합법성 논쟁과 관련한 무죄 주장』(1587)은 커피의 기원에 관한 기록물 가운데 가장 오래됐다고 알려져 있다. 저자 셰이크 압달 카디르는 커피가 주는 관능적 행복을 신의 경지라 표현했다.

그는 책의 말미에서 당대 최고의 아랍 시인들이 쓴 시 2편을 실어놓았는데 당시 아랍인들이 커피를 어떻게 생각했고 표현했는지 알 수 있다.

커피체리_coffee cherry

ⓒbaristarules.maeil.com
잘 익은 커피 체리

오, 커피!
모든 번뇌를 잊게 하는 그대는
학자들에게는 갈망의 대상.
신의 벗이 마시는 음료, 지혜를 쫓는 자들에게 건강을 선사하는 음료.

– 「커피찬가(In Praise of Coffee」 中

 

커피는 신의 아이들의 음료요, 건강의 원천이라네. 커피는 개울이 되어 우리의 슬픔을 씻어 보내고, 또 어떤 때는 불이 되어 우리의 근심을 태워 없앤다네.

– 「커피와 벗하기(Coffee Companionship)」 中

이처럼 그들이 믿는 신에 대한 경외감이 하늘을 찌르던 시대임에도 불구하고 커피를 ‘신의 벗’ 또는 ‘신의 아이들의 음료’라 과감히 표현했던 것을 보면, 커피가 당시 얼마만큼의 인기를 자랑했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커피광’ 헤밍웨이가 말한 커피

예술가의 작품을 보면 작가가 품은 생각과 감정을 연상할 수 있게 된다. 이렇듯 미국의 저명한 작가 어니스트 헤밍웨이(Ernest Hemingway)의 작품들을 잘 알고 있는 독자라면 그가 ‘커피광’이었다는 사실은 추측할 수 있을 것이다. 노벨문학상과 퓰리처상 수상작인 『노인과 바다』 뿐만 아니라 『무기여 잘 있거라』, 『킬리만자로의 눈』,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 등의 작품에서 커피가 소재로 자주 활용되었다.

커피인문학 헤밍웨이

어니스트 헤밍웨이(Ernest Hemingway)/pixabay.com

예를 들어, 『노인과 바다』에서 소년 마놀린은 청새치와의 싸움으로 녹초가 된 노인 산티아고를 위해 카페 라테라자로 달려가 따뜻한 커피를 깡통에 담아온다. 또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에서는 마리아가 로버트 조던에게 마음을 털어놓으며 “당신이 아침에 눈을 뜨면 커피를 가져다 드릴게요."라고 말한다. 이 말은 커피 업체의 광고 문구 혹은 메타포적 요소로 오랜 시간 애용되고 있다.

작품 속에 등장한 커피 이야기를 발견하는 재미도 있지만 헤밍웨이의 커피에 대한 애정을 둘러싼 속설들도 흥미롭다. 헤밍웨이가 쿠바로 낚시 여행을 갔다가 그곳에 매료되어 20년간 머물면서 여러 작품들을 탄생시켰고 쿠바 크리스털 마운틴(Crystal Mountain) 커피를 즐겨 마셨다는 이야기. 물론 커피 업계의 업자들이 마케팅 효과를 위해 그를 크리스털 마운틴 애호가라고 칭했다는 설이 유력하다. 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헤밍웨이가 사랑했다는 크리스털 마운틴이나 케냐 AA, 탄자니아 AA 커피 등을 마시며 그의 작품을 회상하고 커피를 음미하곤 한다.

 

커피를 사랑으로 노래하다

매일같이 커피를 찾는 사람이라면 반복적인 이끌림과 중독적으로 빠져드는 감정을 ‘사랑’이라 표현할 수 있을 것이다. ‘I Love Coffee, I Love Tea’라는 가사처럼 커피에 대한 사랑을 직접적으로 표현한 노래들도 있지만, 가사 속 은유와 비유들을 통해 커피를 사랑에 빗댄 노래들은 약 100여 년 전부터 대중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아왔다.

1920년대 뉴욕 브로드웨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뮤지컬 <홀드 에브리싱(Hold Everything)>에서 커피와 ‘연애’를 연결해 커피를 사랑한 뉴요커들에게 공감을 얻었다. 주제곡인 ‘당신은 내 커피 속 크림(You’re the cream in my coffee)’에서 사랑하는 이에 대한 간절함을 여러 가지로 비유했는데, 커피에 대한 깊은 애정을 가사에 녹여냈다.

You're the sail of my loveboat
You're the captain and crew
You will always be my necessity
I'd be lost without you

You're the cream in my coffee
You're the salt in my stew
You will always be my necessity
I'd be lost without you

– ‘당신은 내 커피 속 크림(You’re the cream in my coffee)’ 中

1934년 개봉한 영화 <물랭 루즈(Moulin Rouge)>에 배경음악으로 삽입된 ‘커피는 아침에, 키스는 밤에(Coffee in the morning and Kissesin the night)’는 로맨틱한 사랑의 상징으로 커피를 인용했다.

I've got a mission, it's just a simple thing
I've only one ambition, to have the right to bring you
Your coffee in the morning
And kisses in the night

It's my desire to do as I am told
To have what you require, and never have it cold, Dear
Your coffee in the morning
And kisses in the night

– ‘커피는 아침에, 키스는 밤에(Coffee in the morning and Kissesin the night)’ 中

이 노래에서는 사랑하는 이와 함께 하고 싶은 갈망을 ‘아침에 커피를 마시는’ 행위로 비유하고 있다. 이는 강렬한 맛에서 피어나는 달콤함, 온몸의 감각 세포를 깨우는 커피의 힘이 사랑과 닮아있기 때문이지 않았을까.


이번 콘텐츠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아 온 저명한 시, 소설, 희곡 등 문학 작품 및 예술 작품 안에서 커피가 소재로 사용된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커피를 마시면서 느낄 수 있는 미묘한 감정, 오감을 일깨우는 커피의 무궁한 잠재력이 은유의 대상으로서 손색이 없기 때문이었을지도.

당신은 커피를 무엇에 비유하고 싶은가? 지그시 눈을 감고서 커피를 내리고 마시는 일련의 과정을 상상해보자. 코 끝에 닿는 듯한 은은한 커피향, 뇌리를 스치는 진하고 강렬한 커피 맛이 당신을 생각지도 못했던 예술의 세계로 이끌지도 모른다.


[참고 자료]
커피인문학, 박영순, 인물과사상사, 20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