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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시장을 흔드는 그녀들의 움직임

커피 농부부터 WBC 최초 여성 챔피언까지, 커피 시장이 주목하는 여성(女性)

2018.08.08. 오전 10:00 |카테고리 : Coffee Story

1963년 러시아의 우주비행사 발렌티나 테레시코바(Valentina Vladimirovna)
1967년 보스톤 마라톤 대회 마라토너 캐스린 버지니아 스위처(Kathrine Virginia Switzer)
1974년 아르헨티나의 대통령 이사벨 페론(Isabel Peron)

이들의 공통점이 무엇일까? 바로 최초라는 벽을 무너뜨리고 나온 여성들이라는 점이다. 그리고 지난달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펼쳐진 2018 세계바리스타챔피언십(World Barista Championship, 이하 WBC)에서 ‘최초’로 여성 바리스타 챔피언이 나왔다.

‘최초’. 감정을 꿈틀거리게 만드는 마법과 같은 단어. 최초라는 단어에는 이전 시점에 대한 궁금증, 전에 없던 새로움의 등장이 주는 묘한 설렘, 다가오는 변화의 출발선, 그리고 불가능을 가능케 만드는 원동력이 내포되어 있다.

매일 바리스타_여성 커피인

WBC 역사상 최초의 여성 바리스타 챔피언 탄생은 전 세계의 많은 여성 바리스타들에게 귀감이 되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커피업계 전반을 둘러보면 어떨까. 커피 생산을 맡고 있는 생산지의 지역 농장들, 로스터리 등에서도 성 불균등은 오랜 시간 동안 존재해왔고, 현재는 점차 직군 내 모든 성에 균등한 기회를 부여하기 위한 움직임들도 확산되고 있다. 이번 콘텐츠에서는 그동안 커피시장에서 주목받지 못했던 이들과 균등한 기회를 통해 커피업계의 발전을 지향하는 노력들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커피 생산의 주역, 그들은 누구인가

매일 바리스타룰스_여성 커피농부

수확된 커피 체리 중 결점두를 핸드 피크로 골라내고 있는 농부들/wikimedia.com

전 세계 농업 인력의 거의 절반을 차지하는 농업 생산에 중추적 역할을 하고 있는 여성들. 일부 국가에서는 여성 농업 인력이 70%에 달할 정도로 한 국가의 중요한 인력자원이자 경제의 기반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이들은 낮은 임금문제뿐만 아니라 토지소유권 부재 등 열악한 생산환경에서 장애물들에 직면하고 있다. 그 외에도 전 세계의 수많은 여성들은 심각한 성불평등 제도 아래, 노동 자원으로서 그리고 공동체의 구성원으로서의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생산의 주역들이 처한 문제점들을 개선하는 것만으로도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 글로벌 커피 저널 SPRUDGE에 따르면 실제로 농업환경에서 성불평등을 없앨 수 있다면 여성 농장의 수확량을 20%~30% 가량 늘리고, 개발도상국의 농업생산량을 최대 4%까지 증가시킬 것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커피 농장도 예외는 아니다. 국제무역센터(International Trade Centre)의 커피부문 고문인 닉 왓슨(Nick Watson)은 "커피 농장에서 종사하는 여성들이 직면한 문제들 대부분은 세계 농업환경에서 나타나는 문제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라며, "시골 지역의 차별적인 사회 규범들 때문에 여성들이 가사와 소득에 대한 의사결정권, 노동 시간 분배, 정보에 대한 접근성 및 공급자로서의 지역 사회 내 참여 기회에서 박탈당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커피업계에서는 최근 여성 농부들의 열악한 생산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일례로 인도네시아 수마트라 지역에서는 최근 ‘카페 페메니노 프로그램(Café Femenino Program)’을 통해 여성 농부들이 공정한 임금과 의사결정권을 부여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며, 트레이닝의 기회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이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Café Femenino Foundation은 2003년 설립된 비영리 기관으로 볼리비아, 브라질, 콜롬비아, 도미니카 공화국, 과테말라, 멕시코, 니콰라구아, 페루, 르완다, 최근 수마트라까지 지역을 확장하며 농업 지역의 여성들의 삶을 개선하기 위해 운영되고 있다. 이와 같이 작지만 긍정적인 변화가 앞으로 이들이 처한 사회환경과 지역경제에 어떠한 이득을 가져다 줄 수 있을지 함께 지켜보도록 하자.


#SHESTHEROASTER 캠페인
매일 바리스타_shestheroaster_여성 로스터

(좌) #shestheroaster 상징 이미지/shestheroaster.org (우) #shestheroaster 검색 시 로스터들의 모습

생두가 원두로 변화할 때 커피의 맛과 향에 영향을 끼치는 중요한 과정, 로스팅. 로스팅을 전문적으로 작업하는 사람들을 로스터(Roaster)라고 부른다. 2012년에 실시된 잡지사 ‘Roast’의 조사에 따르면 전문 로스터의 13%*만이 여성인 것으로 알려졌다.(* 조사 시점이 다소 오래 전이긴 하지만 현재에도 존재할 해당 직군의 성 불균형은 짐작해볼 수 있다.)

이러한 불균형은 세계 로스팅 대회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2016 U.S. 로스터 챔피언십에서는 40명이 넘는 참가자들이 있었는데, 그중에 여성은 단 한 명도 없었다. 남자 참가자들만으로 가득 찬 무대였다. 다양성의 부재는 발전 가능성을 잃는 것으로도 직결된다. 대회 이후 Roaster Guild 행사 위원회는 여성들이 편안하게 여기면서도 이 대회에 자신있게 참가할 수 있을 방법을 논의하게 됐고, 바로 이 자리에서 #shestheroaster 해시태그 캠페인이 탄생했다.

‘그녀가 바로 로스터’ 정도로 해석해볼 수 있는 #shestheroaster 캠페인의 방법은 단순했다. 여성 로스터들이 해시태그를 통해 본인들의 모습을 자발적으로 업로드하기도 하고, 여성이 로스팅하는 모습을 조명하여 여러 사람들과 공유하는 것. 이 캠페인이 빠르게 확산되면서 그동안 생소했을 수 있는 여성 로스터들의 모습을 언제 어디서나 #shestheroaster 를 통해 한번에 확인할 수 있었다. 업계에서 여성 로스터들의 가시성을 높이자는 캠페인 목표를 달성한 셈이었다. 세계 무대에도 적잖은 변화를 가져왔다. 2017년에는 U.S. 로스터 챔피언십 무대에서 여섯 명의 참가자들을 볼 수 있었다. Top3에 여성이 한 명(Taylor Gresham) 포함된 것 또한 해시태그가 보여준 큰 결실 중 하나이다.

이처럼 #shestheroaster는 해시태그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지금은 온라인을 넘어서 오프라인까지 여러 가지 의미 있는 방식으로 여성 로스터들을 조명하고 있다. 일례로, 지난 4월 시애틀에서 열린 스페셜티 커피 엑스포(Specialty Coffee Expo) 기간 동안 여성 커피인들이 모여 업계현황을 진단해볼 수 있는 이벤트도 열렸다. 조직위원들은 최근 여성성 혹은 비특정 성을 지닌 개인들이 오는 8월 워싱턴 스티븐슨에서 열릴 2018 커피 로스터스 길드 수련회에 참석할 수 있도록 참가금을 지원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러한 움직임이 더 크게 뻗어나간다면 머지않아 세계 로스팅 대회라는 큰 무대에서 지금보다 많은 수의 여성 로스터들을 볼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해본다.


‘WBC 최초’의 여성 월드 바리스타 챔피언의 탄생

매일 바리스타룰스_아니에스카 로에브스카_WBC

왼쪽에서 네 번째, 2018 WBC 챔피언 아니에스타 로에브스카(Agnieszka Rojewska)/ worldbaristachampionship.org

월드오브커피(World of Coffee)가 주최한 2018 세계바리스타챔피언십(World Barista Championship, 이하 WBC)은 올해 6월 20일부터 23일까지 나흘 동안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개최되었다. 전 세계 각국에서 55명의 바리스타 챔피언들이 모여들어 세계 최강자를 가려내는 치열한 경연이 펼쳐졌고, 폴란드의 베테랑 바리스타인 아니에스카 로에브스카(Agnieszka Rojewska)가 우승을 차지했다. 아니에스카 로에브스카는 지난 4월 영국 커피 마스터스에서도 우승을 차지한 바 있는 검증된 바리스타임에도 불구하고, 이번 경연에서 특히나 커피업계를 들썩이게 한 이유는 ‘WBC 역사상 최초 여성 우승자’이기 때문이다.

아니에스카 로에브스카는 대회 심사장을 자신이 운영하는 카페처럼 자연스럽게 만들었고, 심사 과정에 필요한 모든 것들을 물 흐르듯이 시연하여 관람객과 심사위원을 모두 매료시켰다. 그의 시연은 화려함보다 자신의 커피에 대한 본질을 자연스럽게 표현하였고, 기물 또한 섬세하게 구성했다는 평가를 받으며 챔피언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그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저의 이번 우승이 더 많은 여성들이 자신의 꿈과 목표를 포기하지 않고 쫓는데 기여했기를 바랍니다”라고 이야기했다. 그의 바람대로 이번 챔피언십의 결과는 이미 전 세계 곳곳의 많은 여성 바리스타들에게 상당한 동기부여가 됐을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전주연 바리스타가 WBC에 출전해 멋진 경기를 펼쳤다. 전주연 바리스타는 11년간 바리스타 경력을 쌓으면서 7번의 도전 끝에 WBC에 대한민국 대표로 출전하게 되어 한국의 커피마니아들에게 많은 응원을 받았다. 이들의 긍정적인 에너지가 다음 챔피언십에서 또 얼마나 많은 여성 바리스타들을 배출시킬지 기대해도 좋을 것이다.


단일한 종만으로 이루어진 생태계를 본 적이 있는가? ‘어떤 지역 안에 사는 생물군과, 이것들을 제어하는 무기적 환경요인이 종합된 복합 체계’라는 생태계(ecosystem)의 정의에서 알 수 있듯이 ‘다양성’은 생태계 유지의 필수 조건이다. 커피시장도 마찬가지다. 다양한 사람들과 생각이 모여 창의성이 나오고 그 안에서 새롭게 변화하고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콘텐츠에서 다룬 이들의 이야기처럼, 최근 커피시장에서 두각을 드러내고 있는 여성들이 커피업계의 발전에 어떤 역할을 해낼지 귀추가 주목된다.


[참고 자료]
http://baristanews.co.kr/
https://coffeekind.com/
https://dailycoffeenews.com/
https://sprudge.com/the-future-of-coffee-farming-is-female-117107.html
https://www.coffeereview.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