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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두 구입과 올바른 보관 방법

2016.02.15. 오후 05:44 |카테고리 : Coffee Lab

"내가 그 조그만 세계를 음미할 때, 풍경은 나를 축복했다." (커피를 마시는 방법에 대하여 中)
무라카미 하루키는 자신의 작품 속에서 커피를 조그마한 세계라고 묘사했다. 그도 그럴 것이 작은 열매로 시작해서 정제, 선별, 로스팅, 분쇄, 추출이라는 복잡하고 정교한 과정이 맞물려가며 결국엔 각기 다른 풍미와 향을 뽐내는 커피가 되기 때문이리라. 이 작고 복잡한 세계의 주인은 원두가 아닐까? 로스팅된 상태의 원두는 커피의 향미를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요소이기에 ‘작은 세계’를 움직이는 주인이라고 해도 무리가 없을 것이다. 우리는 그들이 선사하는 한잔의 커피를 언제나 사랑스러운 시선으로 바라보곤 하지만 때로는 생명력을 잃어버린 커피를 맛보기도 한다. 한없이 부드럽고 향기롭던 이들에게 무슨 일이 생긴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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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살바도르의 커피 농장 전경
 

원두는 우리에게 오기까지 긴 여정을 거치게 되는데 그에 비해 이들이 개성을 뿜어낼 수 있는 기간은 상당히 짧다. 원두는 그 긴 여정 가운데 로스팅(Roasting) 과정을 거치면서 커피로의 생명력이 샘솟기 시작함과 동시에 산소와 수분, 햇빛에 반응하며 서서히 맛과 향을 잃어간다. 그래서 로스팅 직후에 마시는 커피가 가장 맛있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갓 로스팅한 원두는 이산화탄소를 상당량 품고 있어 2~3일간 배출시킨 뒤에 마셔야 커피의 맛이 안정된다고 한다.

사실, 일반 가정에서 원두를 분쇄하고 추출하는 것은 대중화된 기구로 얼마든지 가능하지만 원두를 로스팅 하는 것은 쉽지 않다. 동일한 생두라도 미세한 온도 변화나 로스터기에서 배출되는 시간이 몇 초만 달라지면 원두의 맛과 향이 변하는 까다로운 작업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겁먹을 필요는 없다. 자신이 원하는 맛의 원두를 로스팅할 수 있는 경지에 이르지 않았더라도 시중에서 로스팅된 원두를 쉽게 구입할 수 있으니 말이다.

2월4차_002- racorn / Shutterstock.com
로스터리 하우스에서 대량으로 로스팅되고 있는 원두

로스팅된 원두는 온라인 구매나 직접 로스팅하는 카페에서 오프라인 구입이 가능하다. 물론 일반 마트에서도 구매 가능하지만 대량으로 유통되는 제품은 아무래도 신선도 면에서 만족스럽지 않으니 제외하기로 한다. 온라인과 오프라인 구매 방법 모두 장단점을 지니고 있는데, 온라인 구매시에는 다양한 원두의 정보를 한눈에 알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며, 오프라인 구매시에는 전문가의 조언을 들을 수 있다는 것이 큰 장점이다. 그러니 아직 원두에 대한 취향이 확실하지 않다면 로스터리 카페에서 구입하는 것을 추천한다. 전문가의 조언은 물론이고 새로운 원두를 마셔보고 나에게 맞는지 아닌지도 알아볼 수 있지 않은가.
 
자, 이제 어떤 원두를 살지 결정했다면 얼마나 구입해야 할까? 아니 그전에 이것도 결정해야 한다. 훌빈으로 살 것인지 아니면, 분쇄한 상태로 살 것인지. 물론 그라인더가 없어서 분쇄한 상태로 사야 하는 경우도 있겠지만, 분쇄를 하게 되면 산소와 닿는 면적이 넓어지니, 당연히 훌빈 상태의 원두가 보관에는 유리하다.

다시, 얼마나 구입해야 하는지의 문제로 돌아가 보자. 대량으로 구입해서 두고두고 마시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면 이 글을 다시 처음부터 천천히 읽어보라.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원두의 생명력은 상당히 짧다. 그래서 로스팅 업체들은 이들의 생명력을 최대한 유지시키기 위해서 지퍼를 이용한 밀폐포장 방식과 캔, 유리 재질의 용기에 원두를 담아서 판매한다. 그래도 원두는 개봉 후 가급적 빨리 소비하는 것이 좋은데, 보통 100~1000g 단위로 판매하기 때문에 원두를 오랫동안 보관해야 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2월4차_003- Pawel Michalowski / Shutterstock.com
알루미늄 캔에 담긴 원두(좌), 유리병에 담긴 원두

물론 시중에 판매되는 원두의 경우 유통기한이 1~2년으로 표시되어 있지만 이는 유통이 가능한 기간임을 말하는 것이지 마시기 좋은 기간을 뜻하는 것이 아니다. 즉, 오래된 원두는 마실 수는 있지만 맛있는 원두는 아니라는 말이다. 그래서 유통기한보다는 로스팅된 날짜를 꼼꼼하게 확인하고 평소 마시는 개인의 습관을 고려하여 최대 2주 이내로 소비할 수 있는 분량을 구입하는 것이 가장 좋다. 그렇다면 원두를 오랫동안 보관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은 없을까?

일반적으로 원두를 보관할 때에는 산소, 수분, 빛 이 세 가지만 주의하면 된다. 예를 들어 아로마 밸브(Aroma valve)가 장착된 포장 원두를 구입했다면 불투명한 밀폐용기에 넣어 서늘한 그늘에 보관하면 된다. 다만 포장 봉지나 밀폐용기 안에 남아 있던 산소로 인해 조금씩 산화되는 것은 어쩔 수 없기 때문에 한 달 이내에 소비하는 것을 권한다.

만약 장기출장 등으로 인해서 오랫동안 원두를 보관해야 할 경우에는 밀폐용기에 1회분씩 나눠 담아 냉동 보관하면 된다. 주의할 점은 냉동 보관 중이던 원두를 바로 용기에서 꺼내면 순식간에 수분과 잡내를 흡수해버리기 때문에 상온에 가까워졌을 때 용기를 개봉해야 한다.

2월4차_004- George Dolgikh / Shutterstock.com
당신은 커피를 마시는가, 이해하는가?

오랜 시간 험난한 과정을 이겨내며 만들어진 이 작은 세계는 조금만 주의를 기울이지 않아도 쉽게 망가져 버린다. 2주 남짓한 시간 동안 생명력을 쏟아내며 우리에게 행복감을 전해주는 작지만 뚜렷한 철학이 있는 그들의 세계. 마침 지금 커피 한 잔을 마시고 있다면 그들을 이해하고 상상해보라. 지금 들고 있는 커피가 조금은 다르게 보일지도 모른다.

그도 느낀 것일까?, '걸리버 여행기'를 쓴 영국의 문호 조나단 스위프트가 말했다.
"커피는 우리를 진지하고 엄숙하고 철학적으로 만든다." 라고.

[참고자료]
김강언. "원두의 팩키징". 커피길드
김용식. "원두 보관법". 네이버매거진
이새미. "커피의 맛과 향을 깨우는 숭고한 작업". 월간 CASA. 네이버매거진
강승훈. "홈카페의 시작, 원두 구입하기". 월간 Coffee & Tea. 네이버매거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