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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함에 특별함을 담다

스페셜티 커피에 담겨진 그 특별함

2016.05.26. 오전 09:53 |카테고리 : Coffee Lab

한국전쟁 당시 미군들에 의해 알려지기 시작한 인스턴트커피는 저렴한 가격에 설탕의 단맛이 더해져 온 국민의 삶에 깊숙이 자리하게 되었다. 그로부터 수 십 년이 지나고 1999년, 이화여대 앞에 외국 브랜드의 커피 전문점이 개점하면서 국내 커피 문화에 새로운 전기가 열렸다. 이 낯선 커피 전문점은 편안한 실내 분위기와 좋은 품질, 고객 서비스라는 특별함을 앞세워 대중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았고, 이후 꾸준하게 증가한 커피전문점 점포 수가 지난해에는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과 개인이 운영하는 매장을 포함하여 약 4만 9600여 개에 달했다고 하니 그 증가 추세가 가히 압도적이다. 그러나 너무 지나치면 모자람만 못하다고 했던가. 무차별적으로 많은 수의 커피 전문점이 거리를 점령하다시피 들어서게 되면서 동일한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이 아니더라도 평균적인 커피 맛을 접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게 되었지만, 처음의 그 ‘특별함’은 점차 사라졌다. 이러한 분위기에 반해 커피의 본질적인 맛을 추구하며 커피의 ‘특별함’을 찾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는데 그들이 찾는 것이 바로 오늘의 주제, ‘스페셜티 커피’다.

shutterstock_154185194 Tati Nova photo Mexico / Shutterstock.com

‘스페셜티 커피(Specialty Coffee)’는 1976년 프랑스 커피 국제회의에서 처음 쓰인 용어로, 특별한 지리와 기상 조건에 의해 독특한 향기와 맛을 갖게 된 원두를 말한다. 스페셜티 커피가 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생산 이력을 추적할 수 있어야 한다. 만약 당신이 카페에서 커피 한 잔을 주문했다고 가정해보자. 그 커피에 대해 어느 나라의 어떤 지역에서 누가, 어떻게 생산과 가공을 했는지 자세한 설명을 들을 수 있다면 그 커피는 스페셜티 커피라고 생각해도 좋다. 물론 이것은 스페셜티 커피가 되기 위한 조건 중의 하나에 불과하다. 아직 넘어야 할 관문은 많다.

다음 관문은 커피 맛과 향의 객관화이다. 명확한 기준을 토대로 평가하는 미국 스페셜티 커피 협회(Specialty Coffee Association of America)의 조건을 충족시켜야 한다는 뜻인데, 원두일 때의 상태와 물에 접촉했을 때의 상태, 그리고 시간의 지남에 따라 온도가 내려갈 때까지의 향미, 질감, 깔끔함 등을 모두 객관적인 기준으로 평가해 80점 이상의 점수를 받아야 스페셜티 커피라고 불리게 될 자격을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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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티 커피가 되기 위한 7가지 기준을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자면,

1. 단위 무게(300g) 당 결점두 수가 적어야 하며, 고유의 향미와 개성이 뛰어나야 한다.
2. 재배 지역의 고도, 기후, 토질을 잘 알고 있는 숙련된 기술자가 재배한 생두로서 특유의 특징이 도드라지고 고유한 향미를 지녀야 한다.
3. 고지대에서 재배한 커피일수록 등급이 높다고 볼 수 있으며, 이렇게 재배된 아라비카 종은 스페셜티가 될 가능성이 높다.
4. 경작부터 세심하게 관리되고, 올바른 수확 & 가공 & 선별 과정을 거쳐 유통하는 과정까지 포함된다.
5. 원두가 가진 고유의 향미를 끌어낼 수 있도록 로스팅해야 하며 신선함을 유지할 수 있게 지속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6. 숙련된 바리스타가 선택한 추출 기구에 맞는 올바른 방법으로 추출해야 한다.
7. 생두의 공급이 원활해야 하며, 항상 일정한 맛과 향을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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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스페셜티 커피는 말 그대로 재배부터 수확, 가공, 유통과 추출에 이르기까지 결코 한 눈 팔 새가 없는 고난도 과정을 통과하여 흠잡을 곳 없이 완성된 ‘특별한 커피 한 잔’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와 별도로 비영리 국제 커피 단체인 ACE(Alliance for Coffee Excellence)에서 운영하는 COE(Cup of Excellence)라고 불리는 ‘커피 품질 경쟁대회’도 있다. COE는 커피 생산국 농부들이 공정한 거래를 할 수 있게 하자는 취지로 1999년 브라질에서 시작됐다. 이 대회는 커피 수확기에 맞춰 해당 국가에서 대회가 열리며 전 세계에서 선정된 국제심판관들이 대회에 출품한 생두를 다섯 차례 이상 평가를 한다. 이후 순위를 매기게 되는데 1등에게 주어지는 ‘킹 오브 엑셀런스(King Of Excellence)’에 선정된 커피는 5주 후 경매를 통해 가장 높은 가격을 제시하는 구매자의 손에 들어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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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쯤 되면 이 대단한 커피들의 맛이 궁금해지기 시작한다. 그런데 커피의 맛을 잘 모르는 사람에게 이 스페셜티 커피를 내놓는다면 어떨까? 그 힘든 과정을 거쳐 대단한 커피로 인정받은 만큼의 맛을 느낄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니다. 커피의 맛에 충분한 경험이나 객관적인 기준이 없는 상태라면 스페셜티는 단순히 쓴 커피에 불과하다고 느낄 확률이 높다. 쉽게 얻지 못하는 커피인 만큼 특별한 맛에 대한 연습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정말 까다롭고 성가신 녀석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그 도도함 속에서 피어나는 새로운 커피의 세계는 그 간의 노력을 결코 외면하지 않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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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당신에게 특별한 무엇이냐 묻는다면 무엇을 떠올리겠는가? 아마도 해외에서 구해온 한정판 물건이라던가 사랑하는 사람 등을 떠올리지 않을까. 이러한 특별한 무언가의 공통점은 얻기가 쉽지 않다는 것, 그렇다. 특별함은 쉽게 얻을 수 없기에 더욱 특별해지는 법이다. 수많은 사람들의 수고로운 손길을 거쳐서 마침내 당신의 앞에 내어진 특별한 커피 한 잔. 그에 대한 대가만 지불하면 쉬이 맛볼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으니 이 얼마나 간편하고 손쉬운 시대인가!? 떠올려보시라.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는 곳에서 외로이 자라나 결실을 맺은 그 감사함을. 음미해보시라, 미처 알아차리지 못하고 스쳐 지나갔던 커피의 풍부한 풍미를. 그 기적과 같은 커피를 당신은 지금 맛보고 있다.

[참고 자료]
박지현.“정말 스페셜한 스페셜티 커피를 찾아라”. Geek. 네이버매거진. 2014
김용식.”바리스타 김용식의 커피 이야기 – 스페셜티”. ESSEN. 네이버매거진. 2014
김성환.”혹독한 평가 없이 몸값이 오르겠어?”. 한겨레. 2011
김민상.”스타벅스 대신 ‘스페셜티’..커피 시장도 제3의 물결’. 중앙일보. 2014
이해림.”밥보다 비싼 커피”. VOGUE. 네이버매거진. 2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