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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커피를 만드는 숨은 조력자, 그라인더

표면적의 과학, 그라인딩

2016.04.12. 오전 09:01 |카테고리 : Coffee Lab, 미분류

더운 여름날 곱게 갈린 얼음에 팥, 과일, 연유 등을 취향에 따라 마음껏 올려 먹는 빙수. 시원하면서도 입안에서 부드럽게 녹아드는 빙수는 생각만 해도 기분이 좋아진다. 하지만 누구나 한 번쯤 고르게 갈리지 않아 겉도는 얼음조각 때문에 기분이 상했던 적이 있을 것이다. 그라인딩도 이와 같은 관점에서 생각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맛있는 커피를 추출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그라인딩, 즉 알맞은 크기로 원두를 고르게 분쇄하는 과정이 꼭 필요하며, 추출방법에 따라 적합한 원두 분쇄 굵기가 다르기 때문이다. 또한, 동일한 추출방법이라도 분쇄된 원두의 굵기에 따라서 맛이 달라지기도 한다.

4월 2차_001(원본) Ksw Photographer / Shutterstock.com
분쇄 전인 로스팅 상태의 원두

여기서 다시 한 번 빙수의 도움을 받아보자. 입안에서 겉도는 얼음조각이 신경 쓰이는 것은 곱게 갈린 얼음보다 녹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이다. 이는 두 가지 다른 상태의 얼음이 외부 상황에 노출되는 '표면적'이 달라서 생기는 현상인데, 바로 이 '표면적'이 추출과 그라인딩을 이해하는 키포인트가 되겠다.

4월 2차_002(원본) Klevo / Shutterstock.com

원두를 미세한 굵기로 분쇄했다면 표면적이 넓어질 것이고 자연스레 물과 접촉하는 면은 넓어진다. 물과 만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커피가루의 세포 입자 내부에 갇혀 있던 많은 물질들이 물에 더 많이 녹아든다. 그렇다면, 한약 달여내듯 커피 가루의 모든 물질(성분)들이 물에 많이 용해가 되면 좋은 것일까? 답은 '아니다'이다. 커피는 무조건 많은 것들을 뽑아내는 것이 아니라 적절하게 뽑아내야 맛과 향미가 조화를 이룬다는 것을 잊지 말자.

예를 들어, 에스프레소용 분쇄 굵기의 커피가루로 핸드드립 추출을 한다고 가정해보자. 이렇게 되면 물이 제대로 투과가 되지 않아 드리퍼에 물이 고이면서 진흙탕과 상당히 흡사한 모습이 된다. 결국엔 과다 추출이 일어나게 되고 마시기 힘든 커피가 돼버린다.

합본3 ⓒBaristar Rules Facebook

그렇다면 추출방법에 따라 알맞은 분쇄 굵기는 어느 정도일까? 커피 메이커, 핸드드립, 싸이폰과 같은 자연적인 물의 흐름으로 추출하는 방식은 중간 정도의 굵기가 적당하며, 프렌치프레스와 같이 4~5분간 커피가루가 물에 잠겨 있어야 하는 경우에는 굵게 분쇄해야 맛과 향미를 살릴 수 있다. 반면 20~30초 만에 추출이 끝나는 에스프레소 머신을 사용할 때는 최대한 미세하게 분쇄해야 원두의 맛과 향미를 살릴 수 있다. 이처럼 표면적이 결정되는 분쇄 굵기와 추출 시간은 매우 밀접한 관계에 있다.

입자크기

굵게

중간 굵기

가늘게

미세

맛의 특성

밋밋한 맛

레귤러한 맛

섬세한 맛

강한 맛

강조되는 맛

신맛

신맛 > 쓴맛

쓴맛 > 신맛

쓴맛


소량의 원두를 소비하는 사람이 집에 대형 로스터기를 들여놓고 직접 원두를 볶지는 않는다. 그라인더도 마찬가지다. 집에서 주로 핸드 드립을 이용해 커피를 마신다면 가격이 저렴하고 잔 고장이 적은 핸드밀로도 만족스러운 결과를 낼 수 있다. 이처럼 그라인더는 자신이 즐겨 추출하는 방법을 고려해 구입하면 된다.

하지만, 어떤 그라인더이든지 사용할 때 공통적으로 주의해야 할 것이 한 가지 있다면, 바로 그라인더를 깨끗한 상태로 유지하는 것이다. 커피는 물론 음식을 만드는 모든 도구가 마찬가지이겠지만, 그라인더도 주기적인 청소가 필요하다. 원두를 한번 갈고 나면 그라인더 내부에는 원두의 기름성분으로 인해서 커피가루들이 뭉쳐 내부 곳곳에 남게 되고, 이 찌꺼기들이 부패해서 나쁜 향미를 뿜어낸다. 질 좋은 원두를 분쇄하더라도 그라인더 안에서 부패한 찌꺼기들과 섞이면 원두 본연의 향미가 변질되고 심하면 위생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

합본2 George Van Wagner / flickr.com(좌), Faruk Ates / flickr.com(우)
그라인더 칼날에 남아있는 커피찌꺼기, 방치하면 산패되어 신선한 원두를 오염시킨다

따라서 그라인더는 사용 후에 남아있는 커피가루를 바로 제거해주는 것이 좋다. 이 규칙만 잘 지켜도 충분할 정도로 그라인더의 관리는 까다롭지 않다. 하지만 내부 구조가 복잡해 청소가 쉽지 않은 전동 그라인더 같은 경우에는 전용 클리너 사용을 추천한다. 그라인더 전용 클리너의 주원료는 곡물로, 원두에서 나온 기름기를 제거하는 것이 주된 목적이다. 전용 클리너가 없다면 쌀과 같은 곡물류를 넣은 뒤 그라인더를 작동시키면 세척 효과를 볼 수 있다. 만약 그라인더 분해, 조립이 가능하다면 한 달에 한 번씩은 분해해서 세척하면 더욱 좋다.

사실 그라인더 자체만으로 원두에 없던 맛이 생겨나는 것은 아니다. 오로지 바리스타의 역량, 즉 커피를 만드는 사람이 어떻게 그라인더를 다루는지에 따라 원두가 가지고 있는 맛과 향미를 끌어낼 수 있는 최대치가 달라질 뿐이다. 원두가 가지고 있는 잠재력을 최대한 끌어내기 위해서는 커피에 대한 지식뿐만 아니라 그라인더와 같은 도구에도 애정을 쏟고 친해져야 한다.

누구나 애정을 가지고 보살피는 애장품이 한두 개쯤 있을 것이다. 이런 애장품은 소중히 하는 사람의 마음을 아는지 수명도 길고 수리할 일도 적다. 이처럼 그라인더와 같은 커피 도구들 역시 사랑을 담은 손길로 사용하고 관리한다면 분명 주인이 원하는 커피의 맛과 향미로 보답해 줄 것이다.

[참고자료]

이승훈. "올 어바웃 에스프레소". 네이버지식백과.
강승훈. “추출만큼 중요한 그라인딩” 월간 Coffee&Tea. 네이버캐스트.
Baristar Rules Facebook. 20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