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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알 수 없는 향기는 누구의 것인가?

커피의 향을 표현하는 방법

2016.06.29. 오후 03:33 |카테고리 : Coffee Lab

“산미가 강렬하고 바디감이 좋아요.”
“풍부한 초콜릿 향과 짙은 베리 향에 약간의 꽃향기가 나는군요.”
“고소한 견과류 향에 감귤류의 상큼함 그리고 허브향이 잘 어우러집니다.”

“이게 대체 무슨 소리인가? 정말 커피에서 나는 향이야?”라며 의아하고 있다면, 당신은 커피를 쓰거나 설탕이나 시럽을 넣으면 달콤 쌉쌀해진다는 이분법적인 프레임 안에서 생각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물론 요즘에야 커피를 싱글 오리진으로 즐기는 사람도 많아졌고 스페셜티 원두를 접할 수 있는 기회도 늘었기 때문에 커피가 다양한 향미를 가지고 있다는 정도는 알고 있을 것이다. 물론 좋아하는 원두 한두 종류쯤은 쉽게 이름을 댈 수도 있을 것이고. 하지만 누군가 “왜 그 커피가 좋아? 맛이나 향이 어떤데?”라고 묻는다면 뭐라고 답할 것인가? 그냥 “좋아”라고 답하기 좀 아쉬웠다면, 이번 기회에 커피의 맛과 향을 표현하는 방법에 대해서 익혀보도록 하자.

001Zamurovic Photography / Shutterstock.com

내가 좋아하는 커피의 맛과 향에 대해서 잘 알고 왜 좋아하고 어떤 느낌인지 설명할 수 있다면 비로소 그 커피 한 잔을 제대로 마셨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렇다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이러한 향미를 설명하고 표현하기 위한 객관적인 ‘지식’이다. 이러한 지식이 갖춰져 있다면 어떤 이름 모를 커피를 마시고도 이렇게 한마디 슬쩍 건넬 수도 있겠다.

“이 커피에서는 우아한 초콜릿 향과 기분 좋은 레몬 향 그리고 약간의 꽃 향이 느껴져요.”

 002Fotos593 / Shutterstock.com

커피의 향미(Flavor)는 크게 향(Fragrance/Aroma), 단맛, 쓴맛, 신맛, 바디감으로 표현하며 이를 평가하고 정의하기 위해 공통된 어휘를 사용한다. 직접적인 맛은 단맛과 산미, 신맛, 쓴맛과 짠맛으로 구분되며 각각의 정의는 아래와 같다.

■ 단맛(Sweetness)
주로 과일에 포함된 과당 혹은 이 과당이 포도당과 결합한 상태의 자당(설탕)이 녹아있는 액체에서 느낄 수 있는 맛으로 과일이나 초콜릿, 캐러멜 향과 연관된다.

■ 산미(Acidity)
커피에서 느껴지는 과일의 신맛을 묘사할 때 사용하며 강렬하면서 상쾌한 커피를 말한다. 이 산미는 발효 음식의 신맛과는 다르며 적절해야 좋은 커피로 평가받을 수 있다.

■ 신맛(Sourness)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식초류의 시큼한 신맛을 말하며 커피에서 신맛이 난다면 좋은 품질로 평가받을 수 없다.

■ 쓴맛(Bitterness)
커피 로스팅 정도에 따라 결정되는 맛이다. 카페인, 퀴닌, 특정 알칼로이드가 녹아 있는 물에서 나는 맛으로 커피에서는 적당한 수준에서 필요하다고 여겨진다.

■ 짠맛(saltiness)
소금기가 느껴지는 맛을 뜻한다.

우리가 알고 있는 맛에 대한 개념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산미와 신맛을 혼동하면 안 되고, 산미와 쓴맛의 정도를 구분하는 것이 조금 어려울 수 있겠지만 커피의 향을 구분하는 것에 비하면 그렇게 어려운 일도 아니다. 커피 향은 무려 800가지 이상으로 세분화되며 코로 느끼는 향, 입안에서 느끼는 향 그리고 목으로 넘겼을 때 느끼는 향으로 나누어 표현한다.

‘미국 스페셜티 커피 협회(SCAA)’는 이 수백 가지의 향을 ‘커피 플레이버 휠(Coffee Taster’s Flavor Wheel)’이라는 것으로 정리했다. 아래 링크에서 보면 알 수 있겠지만 크게 과일향, 허브향, 꽃향, 견과류 향 등으로 카테고라이징 했고 이 향을 다시 세분화하여 정리하였다.
미국 SCAA의 Coffee Taster’s Flavor Wheel 보기

 003 MaraZe / Shutterstock.com
커피는 수백가지 향을 담고 있다.

과일향은 다시 감귤계 과일, 열대과일 등으로 분류할 수 있다.

■ 감귤계 과일
커피가 가진 가장 기본적인 산미다. 여기에 다른 요소가 첨가되면 복합적인 향미를 갖게 되는데,강한 산미를 느낄 때는 레몬 맛에 비유한다. 케냐, 중앙아메리카의 고산지 등의 커피가 이런 산미를 가지고 있으며, 티피카와 부르봉 같은 재래종은 오렌지와 비교된다. 산미에 단맛이 동반되는 오렌지 향은 우수한 커피에서 느낄 수 있다.

■ 열대 과일
토양, 지형, 기후 등 산지의 환경 조건이 좋은 곳에서 잘 익은 커피체리만을 골라 만들었을 때 느낄 수 있다. 케냐나 수마트라 지역의 커피 혹은 게이샤 종이 대표적인데 적도 부근의 고도가 높은 산지의 커피에서는 망고 향이 나기도 한다고.

■ 붉은 과일
표면이 붉은 색인 베리류의 과일 플레이버가 감귤계의 산미와 섞이면 화사한 향미가 생겨난다. 산뜻한 산미와 단맛을 동반하는 경우는 체리향으로 표현하며, 완성도가 높은 내추럴 정제 커피는 딸기 향을 가지고 있다.

■ 검은 과일
완숙되었거나 약간 많이 익은 커피 체리에서 나는 맛으로 블루 베리, 블랙 베리 혹은 푸룬 등의플레이버로 묘사한다. 로스팅시의 열에 의해 만들어지는 경우도 있다고는 하나 정확한 원인은 알 수 없다. 보통 바디감이 풍부하고 향미가 깊을 때 사용하는 표현으로 에티오피아의 예가체프가 대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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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에는 식물의 향기도 난다

식물과 채소가 연상되는 허브 향에는 기분 좋은 향미도 있지만, 다소 이질적이고 커피와는 어울리지 않는 향미도 있다. 대체로 재래종에서 많이 느낄 수 있으며 너무 강할 경우 좋지 않은 평가를 받게 되는데 경계가 모호해 구분이 쉽지는 않다. 잔디향이나 나무향으로 비교되며 수마트라의 재래종에서는 숲 속의 향기, 비 갠 후 자라는 풀과 나무의 향을 느낄 수 있다. 커피향은 이 밖에도 버터, 크림, 우유, 초콜릿, 꿀, 견과류, 캐러멜, 탄 맛과 흙 내음으로도 표현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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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제과정에서 오염되면 불쾌한 향이 날 수 있다.

빛이 있으면 그림자가 있듯 커피에도 나쁜 향기가 있다. 보통 정상적으로 발육하지 못한 생두나정제 과정에서 오염된 것들이 섞여있을 때 나는 향으로 화학물질이나 약 냄새 혹은 곰팡이 냄새, 과하게 발효된 냄새 등이 느껴진다면 커피의 품질을 의심하는 것이 좋겠다.

이제 다음 커피를 마시게 될 때는 입속에 머금은 한 모금의 커피에서 어떤 향이 느껴지는지 깊이 음미해보자. 그리고 어떤 맛과 향이 느껴지는지 표현해보자. 자꾸 표현하다 보면 내가 좋아하는 커피의 향미를 구체적으로 그릴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다 보면 언젠가는 “커피 한 잔 마셔야겠어”가 아니라 “오늘은 상큼한 과일향에 바디감이 풍성한 케냐를 마셔야겠어.”라고 말하게 될 날이 올 것이다.

[참고 자료]
아네트 몰배르. 커피중독. 최가영(역). 서울: 시그마북스, 2015.
호리구치 토시히데. 스페셜티 커피 테이스팅. 윤선해(역). 서울: 웅진리빙하우스, 2015.
김성윤.”커피 향을 설명하는 표현들”. 살림. 네이버지식백과. 20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