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길어진다. 아침, 저녁으로 바람은 적당해서 기분이 좋다. 해 질 무렵 테라스나 옥상에서 보는 노을은 근사하기까지 하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자연을 느끼는 것만으로도 몸과 마음이 가벼워지고 힐링이 되는 계절이 있다. 그런 계절엔 잘 갖추어진 휴양지나 유명 도시로 떠나는 여행보다는 짧지만, 근교로의 나들이, 동네 뒷산으로의 가벼운 등산, 혹은 바닷가나 휴양림으로 떠나는 여행이나 캠핑 등 자연을 오롯이 느낄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러나 자연 속에서 햇살을, 바람을 느끼며 가만히 풍경을 보고 있노라면 커피 한잔이 그리워지곤 한다. 하지만 아무리 카페가 많다 한들 야외에서 매번 커피를 사서 마실 수 없는 노릇. 어디에서 무엇을 해도 커피를 포기할 수 없는 당신을 위해서 야외에서 커피를 만드는 다양한 방법을 찾아보았다.
향긋한 브루잉 커피가 마시고 싶다면
아무래도 야외에서 커피를 내리는 가장 기본적인 방법은 핸드 드립이 아닐까 싶다. 드리퍼와 드립 포트(혹은 물을 고르게 부어줄 수 있는 다른 도구)만 있어도 서버 대신 컵을 사용해서 충분히 커피를 만들 수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이 도구를 제대로 갖추어 나가는 것은 다소 부담스러운 일이다. 부피나 무게도 그렇지만 우선 유리나 도기로 된 도구가 있을 때는 깨질까 불안하기까지 하므로.
ⓒbaristarules.maeil.com
(위) 금속 재질의 휴대용 드리퍼 (아래) 플라스틱 재질의 휴대용 드리퍼
그럴 때는 집이나 카페에서 많이 쓰는 일반적인 드리퍼 대신 접어서 부피를 줄일 수 있는 제품이나 다회용으로 쓸 수 있는 드리퍼를 사용해보자. 깨질 걱정이 없는 금속이나 실리콘 등의 다양한 재질에 형태나 크기도 선택할 수 있다. 일본에는 여러 번 사용할 수 있는 테트라 드리퍼(위 이미지의 오른쪽 아래)를 사용해 커피를 추출하는 카페도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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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회용 핸드 드립 커피 필터
이마저도 부담스럽다면 컵 위에 펼쳐 놓고 별도의 여과지 없이 바로 커피를 추출할 수 있는 일회용 핸드 드립 커피 필터를 사용하자. 그럼에도 불구하고 핸드 드립은 챙겨야 할 도구가 많다고 생각이 든다면, 프렌치프레스나 에어로프레스를 추천한다. 커피 가루와 물을 함께 넣어 우려내는 방식으로 물을 붓는 도구가 필요치 않다. 특히, 에어로프레스는 원두 입자나 추출하는 시간, 누르는 시간, 압력 등으로 커피의 맛을 어느 정도 컨트롤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고 또, 프렌치프레스는 우유 거품을 만들 수 있어 카페 라떼 등의 베리에이션 메뉴도 만들 수 있다.
진하게 에스프레소 한 잔 하고 싶다면
평소 에스프레소를 즐겨 마셨거나 문득 진한 에스프레소 한잔이 그립다면, 모카포트가 답이다. 따로 드리퍼나 여과지, 주전자도 필요 없고 커피 가루와 물 그리고 불만 있으면 되니 핸드 드립 보다 조금은 준비가 단출한 것도 장점이겠다. 에스프레소가 진하게 느껴지면 뜨거운 물을 부어 연하게 마시면 그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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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용 에스프레소 머신
요즘엔 가볍게 야외에서 끓인 물을 넣어 압력식으로 에스프레소를 추출할 수 있는 야외용 에스프레소 머신도 있다. 커피 가루와 물을 넣어 가볍게 손으로 펌핑을 하면 커피가 추출되는 원리로 커피 가루는 물론 일반 커피 캡슐을 사용할 수도 있어 편리하다. 게다가 손으로 펌핑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물을 끓일 수 없을 때는 미리 뜨거운 물을 보온병에 담아 준비하자. 여름에는 편의점의 얼음 컵을 활용해 간편하게 아이스 커피를 만들 수도 있다. 다만 1회 추출량이 적어서 사람이 많을 때는 여러 번 추출해야 한다는 번거로움이 있다.
이외에도 모카포트와 비슷한 원리를 가진 퍼컬레이터도 있고, 그라인더와 주전자, 드리퍼와 서버까지 일체형의 추출 도구 등 야외에서 사용할 수 있는 커피 도구는 얼마든지 있다. 그저 상황이나 필요에 따라 적절한 도구를 선택하여 사용하면 된다.
야외에서 직접 추출해서 마시는 커피는 분명 집에서 마시는 커피와 또 다른 느낌, 새로운 맛일 것이다. 햇살 한 스푼, 바람 두 스푼 정도 담아 맛을 내 풍경을 바라보며 느긋하게 커피를 마시는 모습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이미 바쁜 일상 속에 작은 여유를 선물 받은 느낌이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