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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을 만드는 커피, 핸드드립 커피

드리퍼에 따라 달라지는 커피의 무한대 매력

2017.09.08. 오후 03:28 |카테고리 : Coffee Lab

찌는 듯한 무더위가 한풀 꺾이고 어느덧 한 잔의 그윽한 커피와 함께 사색에 잠기고 싶은 가을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가을하면, 빠르고 강하게 뽑아내는 에스프레소 보다 정성껏 내린 핸드드립 커피가 어울린다. 신선한 원두가 담긴 드리퍼에 뜨거운 물을 붓고, 서버에 떨어지는 황금빛 커피를 바라보다 보면 어느덧 마음이 차분해지고 생각도 깊어지기 때문이랄까.

생각을 만드는 커피, 핸드드립 커피는 어떻게 내리느냐에 따라 맛과 향이 달라지는 묘한 매력을 지니고 있다. 특히 이 매력은 어떠한 필터와 드리퍼를 사용했는지에 따라 매번 달라질 수 있어서 많은 이들이 핸드드립의 세계에 ‘퐁당’ 빠져들곤 한다.

바리스타룰스에서 올 가을 커피를 벗 삼아 깊은 사색에 빠지고픈 이들을 위해 핸드드립의 필수품인 드리퍼에 대해 자세히 소개하고자 한다. 각각의 드리퍼별 특성을 알고 용도에 적합한 제품을 선택하면 조금 더 개인의 취향에 맞는 커피를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필터에 대해 더 궁금하다면 ‘다 같은 핸드드립이 아니다-필터에 따라서도 달라지는 커피맛’ 편을 참고하시라.

 

도입이비지

 

독일에서 태어나고, 일본에서 꽃피운 드리퍼

드리퍼는 여과지를 끼우고 그 안에 원두가루를 담은 후, 뜨거운 물을 부어 커피를 추출하는 기구다. 그 역사는 1900년대 초반으로 거슬러 올라가는데, 독일에 사는 주부였던 ‘멜리타 벤츠(Melitta Bentz)’가 개발한 것이 시초로 알려져 있다.

멜리타 벤츠

@en.wikimedia.org
 멜리타 벤츠/ 최초의 커피 필터
 

당시 찌꺼기가 잘 걸러지지 않은 커피를 싫어했던 멜리타 벤츠는 놋쇠 냄비 밑면에 못으로 구멍을 뚫고, 아들의 연습장 종이를 필터로 끼워 커피를 추출했다고 한다. 이것이 현재의 드리퍼와 종이 필터의 초기 모델이라 할 수 있는데, 그 후 드리퍼는 점차 발전하면서 원통형에서 밑으로 갈수록 좁아지는 모양으로 변화해 갔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드리퍼가 최초로 생긴 곳은 독일이지만, 이를 발전시킨 나라는 일본이다. 일본인들은 다도 문화에 기반해 오랫동안 핸드드립을 연구해왔고, 그 결과 ‘칼리타’, ‘고노’, ‘하리오’와 같은 세계적인 드리퍼 브랜드들이 탄생했다. 이들은 각자가 추구하는 커피의 향미와 바디감에 따라 그 구조가 브랜드마다 다른 것이 큰 특징이다.

커피 맛을 좌우하는 드리퍼의 구조

드리퍼의 형태와 구조는 물 빠짐의 속도와 매우 관련이 깊다. 물 빠지는 속도가 빠를수록 조금 더 연하고 가벼운 커피가 추출되며, 물 빠지는 속도가 느릴수록 더 진하고 묵직한 커피를 내릴 수 있기 때문에 이 속도를 어떻게 조절하느냐가 드리퍼의 고유 특징이 되기도 한다.

드리퍼의 내부를 자세히 살펴보면 경사면에 볼록한 선이 일정한 간격으로 돌출해 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이를 갈비뼈의 모양을 닮았다고 해서 ‘리브(rib)’라고 부른다. 리브는 물을 부었을 때 종이 필터와 드리퍼 사이로 공기가 빠져나가는 통로 역할을 하는 주요 요소로, 드리퍼마다 리브의 수, 높이, 형태가 다르다. 리브의 수가 많고 높이가 높을수록 이 공간을 통해 물의 흐름이 좋아지기 때문에 물이 통과하는 속도가 빨라진다. 반면 리브가 없으면 종이 필터가 드리퍼 벽면에만 들러붙고 물길을 만들어주지 못하니, 물이 추출구가 있는 하단으로만 쏠리게 된다. 이러면 물이 일시적으로 차오르기 때문에 커피가 추출되는 속도가 현저히 떨어진다.

드리퍼의 또 다른 주요 구조로는 아랫면에 있는 추출구가 있다. 이 또한 드리퍼마다 개수, 크기 등이 다르며, 리브만큼 커피의 추출 속도와 맛에 영향을 준다.

드리퍼에 따라 달라지는 커피의 매력

점점 다양해지는 소비자의 욕구를 반영한 수많은 드리퍼가 시중에 판매되고 있지만, 이번 컨텐츠에서는 핸드드립 시 가장 많이 사용하는 멜리타, 칼리타, 고노, 하리오 4가지 드리퍼에 대해 알아보자. 단, 같은 제조사의 제품이라 할지라도 플라스틱, 금속, 도기 등의 재질에 따라 커피의 추출 속도와 맛이 달라지기 때문에, 가장 기본적인 모델인 플라스틱 제품을 기준으로 소개하고자 한다. 다만 플라스틱 드리퍼는 저렴한 가격과 가벼운 무게로 핸드드립 초보자들도 부담 없이 구매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 내구성이 약해 주기적으로 제품을 교체해줘야 하는 단점이 있다는 것을 참고하자.

 

여백활용

ⓒ baristarules.maeil.com
4가지 드리퍼

(1) 원조 드리퍼의 깊은 향미 ‘멜리타’ VS. 초보자들을 위한 드리퍼 ‘칼리타’

두 제품 모두 원뿔같이 생긴 하단을 양 옆에서 눌러 납작하게 만든 형태라는 점 그리고, 가늘고 긴 리브가 촘촘히 나있는 모양이 비슷하다는 공통점 등이 있다.

멜리타

ⓒ baristarules.maeil.com
멜리타 드리퍼 옆면(위), 윗면(아래)

그러나 두 제품의 가장 큰 차이는 추출구의 개수인데, 드리퍼의 원조라 할 수 있는 멜리타 드리퍼의 추출구는 1개다. 멜리타 드리퍼는 추출구의 개수가 적은 데다 크기 또한 약 3mm정도로 작아 물이 빠지는 속도가 느린 것이 특징이다. 때문에 드리퍼 안에서 커피가 물에 잠긴 상태로(침지) 추출되어 더 깊고 진한 향미를 추출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추출시간이 지나치게 길어지면 과다 추출로 잡미, 즉 잡다한 향미가 많아지므로 추출시간을 적절히 조절하는 스킬이 필요하다.

칼리타

ⓒ baristarules.maeil.com
칼리타 드리퍼 옆면(위), 윗면(아래)

멜리타 드리퍼를 개량한 칼리타 드리퍼는 추출구를 3개로 늘리고 멜리타 드리퍼보다 완만한 경사각으로 물이 잘 빠지도록 설계되었다. 추출구가 많다 보니 물이 빠르게 투과될 것 같지만, 여기에는 숨은 비밀이 있다. 구멍의 크기가 작은 편(약 5mm)이라, 추출되는 속도가 어느 정도 일정하게 제어된다는 점이다. 때문에 물을 붓는 속도나 양에 상관없이 드리퍼 내부에서 일정량의 물과 원두가루의 비율이 유지되므로, 과소 또는 과다 추출될 우려가 없고, 전체적으로 일정한 커피 맛을 낼 수 있다. 그래서 일반적으로 초보자가 사용하기에 무난한 제품으로 흔히 추천되는 제품이다.

(2) 개성 있는 커피의 대명사 ‘고노 드리퍼’ VS. 풍부한 향미 ‘하리오 드리퍼’

 

고노

ⓒ baristarules.maeil.com
고노 드리퍼 옆면(위), 윗면(아래)

 

두 제품의 가장 큰 차이를 자세히 말하면 리브의 모양과 길이에 있는데, 고노 드리퍼는 리브가 추출구에서 드리퍼 중간까지만 있으며 그 수 또한 적다. 그래서 리브가 없는 상단부에서는 커피가 물을 머금고 있게 되지만, 리브가 있는 하단부 쪽에서는 커피가 추출되다 보니 커피가 조금 느리게 추출되면서 농도가 진하게 깊은 맛을 내는 커피가 만들어진다. 그렇다 보니 이 까다로운 드리퍼는 커피를 추출하는 사람의 개성을 잘 표현할 수 있는 제품으로 꼽힌다.

 

 

 

하리오

hariokore.com/ flickr.com
하리오 드리퍼 옆면(위), 윗면(아래)

하리오 드리퍼는 추출구의 크기(18mm)가 다른 드리퍼 보다 크고 나선형의 리브가 드리퍼 상단 부분에서 추출구까지 이어져 있어 커피가 빠르게 추출되는 점이 특징이다. 그래서 깔끔하고 풍부한 향미가 장점이지만, 너무 물을 빨리 부으면 커피 성분이 제대로 추출되지 않을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하지만 역으로 속도만 잘 조절하면 정교한 기술 없이도 원하는 맛을 보다 쉽게 낼 수 있다는 얘기다.

 

일률적인 맛을 보장하는 에스프레소 머신과는 달리, 여러 맛과 향을 내는 핸드드립 커피. 특히 이번 편에서 소개한 이 4가지의 드리퍼는 시중에서 흔하게 접할 수 있는 아이템이다. 요즈음에는 핸드드립 전문 카페에서 드리퍼의 종류까지 선택하게끔 하고 있을 정도니까 굳이 구매하지 않아도 접할 기회는 있다. 9월이 가기 전에 초가을의 날씨와 개인의 커피 취향에 딱 맞는, 사색을 부르는 핸드드립 커피 한잔은 어떨까.

 

[참고자료]
커피브루잉, 도형수, 아이비라인 2014
커피 입문자들이 자주 묻는 100가지, 전광수커피아카데미, 벨라루나, 2015
홈메이드 커피, 최영하, RHK, 2014
커피 마스터클래스, 신기욱, 클, 2015
처음 시작하는 커피, 신진희∙임형준, 책굽는곰, 2017
맛있는 커피의 비밀, 정영진∙차승은, 광문각, 2014
고노 드리퍼, 홈카페 추출기구편, 네이버 지식백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