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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만큼 맛있다” 원산지만큼 흥미로운 커피 품종 이야기 2

침략과 도난의 역사, 티피카(Typica)

2018.01.10. 오전 11:00 |카테고리 : Coffee Lab

콜롬비아, 케냐, 인도네시아, 그리고 하와이의 공통점이 있다면 무엇일까? 아마도 커피 매니아들이 가장 많이 언급하는 생산국이라는 점이 유일한 공통점일지도 모른다. 커피를 좀 안다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선호하는 커피 생산지가 한 두 개 이상은 꼭 있을 정도로 이 생산지 이야기는 커피를 논하는데 있어서 절대 빼놓을 수 없는 필수불가결한 주제다. 하지만 최근 스페셜티 커피가 인기를 끌면서 자연스레 품종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는 추세다. 스페셜티 커피는 생산지와 품종이 분명해야 하고, 수확부터 가공까지 세밀하게 기록되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생산지뿐 아니라 품종 정보가 표기된 원두 판매 포장지도 심심찮게 않게 볼 수 있다.

지난 ‘원산지만큼 흥미로운 커피 품종 이야기 1: 아라비카 VS. 로부스타’ 편에서 소개했듯 커피 원두의 품종은 ‘카네포라(Canephora)’, ‘아라비카(Arabica)’, ‘리베리카(Liberica)’로 나뉜다. 이 중 아라비카는 크게 주요 재래종인 ‘에티오피아/수단 계열(Ethiopia/Sudan Accessions)’과 ‘예멘 계열(Yemen Accession)’으로 나뉘며, ‘예멘 계열’은 다시 ‘티피카(Typica)’와 ‘부르봉(Bourbon)’으로 나눠진다. 그리고 이 안에서 돌연변이와 교배에 의해 약 30종 이상의 다양한 품종으로 다시 세분화된다. 위 내용을 정리하면 아래의 표처럼 도식화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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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원산지만큼 흥미로운 커피 품종 이야기두 번째 편에서는 지금까지 개발된 많은 품종들의 모태가 되는티피카(Typica)’를 소개한다. ‘티피카(Typica)’는 영어로 대표적인’, ‘전형적인이라는 뜻을 지닌 ‘Typical’을 스페인어로 발음한 것인데, 그 의미와 같이 아라비카 품종을 대표할 수 있는 원종(Origin: 개량되지 않은 전통종)에 가장 가깝다. 이러한 이유로 티피카의 역사는 커피가 전파되는 초기의 역사와 그 궤를 같이 한다.

 

아라비아 지역의 문화로 자리잡은 커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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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rms.naver.com
칼디(Kaldi)와 양들의 춤 

정확한 문헌은 없지만 커피는 적어도 1,000년 전 아프리카 에티오피아에서 발견된 것으로 추정된다. 관련하여 여러가지 설이 전해지는데, 가장 흥미로운 설은 춤추는 염소에 대한 칼디(Kaldi)의 전설이다. 에티오피아의 한 목동이었던 칼디(Kaldi)’는 어느 날 자기가 기르던 염소들이 한 나무에 달린 빨간 열매와 잎을 먹고 난 후 갑자기 흥분해 뛰어다니는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이를 이상하게 여긴 칼디는 이 나무의 열매를 직접 먹어보았는데, 정신이 번쩍 들고 더 이상 피곤하지 않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는 곧장 이슬람 사원의 수도승에게 자신이 발견한 빨간 열매에 대해 말한다. 이 신비한 나무에 대한 소문은 점차 퍼져 나가고 커피는 점차 에티오피아 문화에 없어서는 안될 요소로 자리 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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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aristarules.maeil.com
티피카 원두 전파도  

이후 에티오피아가 아라비아 남부의 예멘 지역을 침략, 50년동안 지배하면서 커피는 아라비아 전역으로 전파된다. 특히 야생으로 채취되던 커피가 이후로 인간에 의해 처음으로 예멘에서 경작되기 시작한다. 에티오피아가 커피의 고향이라면 예멘은 커피 경작의 시작점인 셈이다. 처음엔 아라비아 수피교 수도승들이 졸지 않고 밤새워 기도하기 위한 목적으로 커피 경작을 시작했지만, 점차 이슬람 문화에 깊숙이 스며들며 큰 인기를 끌게 된다. 또한 예멘에 순례 온 이슬람교도들이 각자 자신의 나라로 돌아갈 때 커피를 가져가면서 이집트, 터키, 시리아 등으로 빠르게 전파되었다.

 

 

커피 묘목를 훔쳐 달아나다.

유럽으로 커피가 전파된 것은 11세기 말에서 13세기 사이에 발발한 십자군 전쟁 때였다. 처음엔 가톨릭 사제들이 이교도의 음료라며 커피를 배척했다. 그러다 교황 클레멘스 8(Pope Clemens )’가 커피의 맛에 감탄하면서 커피에 세례를 내린다. 그리스도교인에게도 마실 수 있는 자격을 부여하면서 커피는 유럽 전역에 급속도록 전파되었다. 하지만 유럽에서는 직접 경작이 아닌 수입을 통해서만 커피를 마실 수 있었다. 커피 교역이 주요 수입원으로 떠오르자 커피 나무 독점을 위해 터키인들이 예멘 이외의 지역에서 커피 나무가 재배되지 못하도록 철저히 단속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무리 철저한 경계망이라도 이를 뚫고자 하는 시도는 늘 있기 마련이다. 커피의 맛을 접한 유럽인들은 싹을 틔울 수 있는 커피원두를 손에 넣기 위해 노력했고, 1616년 드디어 네덜란드 상인 피터 반 데어 브뢰케(Peter Van Der Brücke)’가 커피 묘목 몇 그루를 예멘에서 암스테르담으로 몰래 빼돌리는데 성공했다. 암스테르담 식물원에 성공적으로 이식된 이 커피 나무는 향후 네덜란드령 아시아 커피 농원과 프랑스령 서인도 제도 커피 농원의 기반이 된다. 1658, 네덜란드는 이 나무의 후손을 실론(현재의 스리랑카)섬에 심어 커피를 재배하기 시작한다. 또한 1699, 인도네시아 자바섬에서도 재배에 성공해 커피를 대량 생산하기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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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n.wikipedia.org
커피 묘목을 이식하는 가브리엘 드 클리외(Gabriel De Clieu)’ 

프랑스에 커피가 뿌리를 내린 것은 ‘루이 14세(Louis XIV)’ 때였다. 1714년 루이 14세가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시장에게서 커피 묘목을 선물 받고 파리에 있는 왕실 식물원에 심었다. 이후 1723년, ‘가브리엘 드 클리외(Gabriel De Clieu)’라는 장교가 카리브해에 위치한 프랑스령의 작은 섬인 ‘마르티니크(Martinique)’에 이식하게 되고, 1726년 고생 끝에 첫 수확에 성공했다. 이것이 바로 티피카 품종의 시초다. 이 나무의 후손들은 서인도 제도와 중남미 여러 나라 등으로 퍼져 나가게 된다.

현재 티피카는 자메이카, 하와이 코나, 파푸아뉴기니, 동티모르 등 다양한 지역에서 재배되고 있다. 비싼 커피로 취급되는 ‘자메이카 블루마운틴(Jamaica Blue Mountain)’이나 세계 3대 커피로 불리우는 ‘하와이안 코나(Hawaiian Kona)’가 그 대표적인 티피카 품종이다. 그 외 콜롬비아의 일부 지역, 쿠바, 도미니카 등에서도 소량 생산된다.

 

 생산성은 낮지만 뛰어난 품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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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willem1960/flicker.com

티피카 커피 나무(), 티피카 잎사귀 모양()

티피카 커피 나무는 키가 4~5m까지 자라며, 가지는 땅과 거의 수평으로 뻗어난다. 1차 가지는 비교적 가는 편이고 본줄기는 유연한 편에 속한다. 잎은 비교적 작고 길쭉한데, 어린 잎의 경우 청동색을 띈다. 나무 수명은 긴 편으로 수명이 50년 된 나무들도 많은 편이다. 

하지만 티피카 나무는 질병과 해충에 취약한 편에 속해 그늘 재배가 필요하며, 그 생산성은 낮은 편에 속한다. ‘과테말라(Guatemala)’나 ‘블루 마운틴(Blue mountain)’과 같은 일부 계통은 예외적으로 커피 열매병(CBD: Coffee Berry Disease)에 약간의 내성이 있지만, 거의 모든 주요 병충해에 취약하기 때문에 공이 많이 들어가는 까다로운 품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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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피카 생두 모양  

티피카 품종의 생두는 가늘고 긴 달걀형의 모양을 지녔고, 인도네시아, 카리브 해, 파퓨아뉴기니, 하와이 등 아시아와 중남미 지역에서 주로 재배되고 있다. 티피카 커피는 생산량은 낮은 편이지만 그 품질은 뛰어나 명품 커피로 불리곤 하는데, 세계 3대 커피로 불리우는 품종 중 앞서 소개한 자메이카의 블루 마운틴(Blue Mountain)’이나 하와이 제도의 하와이안 코나(Hawaiian Kona)’ 커피의 주품종이 이 티피카 품종으로 생산될 정도다. 티피카 품종은 대체로 깔끔한 편이며 은은한 향으로 인해 향미가 뛰어나다는 평이 많다. 입안 가득 퍼지는 산미를 내는데, 이 산미는 재배고도가 높을수록 진해진다. 아라비카의 원종에 가까운 티피카는 레몬향, 꽃향, 허브향 그리고 달콤한 뒷맛까지 갖춘 세련된 맛이 그 특징이다. 

어쩌면 커피 품종에 대한 이해는 식물학적 부분과 함께 커피에 대한 한권의 역사서를 읽어나가는 과정이며 대서사시이기도 하다. 그 속엔 종교, 침략, 도난, 착취, 욕망 등 한 그루의 커피 묘목을 두고 여러 나라들이 펼친 흥미진진한 이야기들이 숨어있다. 진한 커피 향에 담긴 수 많은 이야기들에 귀 기울이다보면 당신이 오늘 마시는 커피가 더욱 특별하게 느껴질 것이다. 

 

[참고자료]
매혹과 잔혹의 커피사, 마크 펜더그라스트, 을유문화사 2013
커피교과서, 호라구치 토시히데, 달출판사, 2012
커피생두, 장 니콜라스 윈트겐스, 커피리브레, 2012
The Coffee Book, 이현구, 지식과 감정, 2013
처음 시작하는 커피, 신진희, 임형준, 책굽는곰,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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