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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두가 크롭이 되기까지

수확 시기와 보관 방법에 따라 붙여진 이름, ‘뉴 크롭’, ‘패스트 크롭’, ‘올드 크롭’

2018.03.15. 오후 12:00 |카테고리 : Coffee Lab

“햇과일이라 그런지 사과 맛이 더 달고 신선한 것 같아”

“레이트 하비스트(late harvest: 늦수확) 와인이 달콤해서 디저트용으로 딱 좋아”

 

흔히들 ‘햇’이나 ‘묵은’ 등의 접두사를 붙여 음식이나 재료의 맛을 표현하는 경우가 있다. 당해 새로이 수확한 농작물에는 대개 ‘햇’, 오래되었을 때는 ‘묵은’, ‘레이트’ 등의 접두사를 붙인다. 전자의 경우 당해 생산되었기 때문에 대개는 신선함이 특징이고, 후자는 보통의 맛과는 다른 독특한 맛을 느낄 수 있어 사람들이 찾곤 한다. 마치 신선한 치즈인 ‘리코타 치즈’와 숙성 치즈인 ‘파르메산 치즈’가 사랑 받는 것처럼 말이다.

그렇다면 커피의 경우에는 어떨까? 커피의 재료인 생두 역시 농작물이기 때문에 수확 시기에 따라 그 맛이 다르다. 보관 상태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대개는 오래 묵은 생두보다 재배되는 나라에서 제철에 수확된 생두가 더 신선하고 좋은 향과 맛을 지닌다. 음식도 사용하는 재료에 따라 맛이 달라지듯, 커피 맛의 절반은 좋은 재료인 생두를 고르는 것에 있다. 이번 컨텐츠에서는 언제 수확한 커피가 좋은 재료일지 생두의 구분 방법을 통해 살펴보고, 어떻게 해야 좋은 품질의 생두 상태를 유지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알아보도록 하자.

 

수확 시기에 따라 다르게 불리는 생두

생두를 구성하는 모든 성분은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변하기 시작한다. 따라서 생두는 수확 후 거래되는 시기에 따라 ‘뉴 크롭(New Crop)’, ‘패스트 크롭(Past Crop)’, ‘올드 크롭(Old Crop)’ 이라는 이름으로 각각 달리 불린다. 앞서 ‘햇’이라는 접두사를 ‘뉴’, ‘묵은’을 ‘올드’로 생각하면 쉽다. 수확 직후의 생두인 뉴 크롭은 녹색 빛에 신선한 향미가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그 색과 향이 변해간다. 또한 생두 내 수분이 서서히 빠져나가면서 수분 함량 또한 낮아진다. 이는 로스팅에도 영향을 주어 커피의 맛과 향을 좌우하게 된다. 생두의 수확 연도와 이에 따른 변화 과정을 알아두면 좋은 생두를 찾는데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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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측부터 순서대로 뉴 크롭, 패스트 크롭, 올드 크롭

1) 뉴 크롭

수확 후 1년이 경과하지 않은 햇콩이다. 생두가 재배되는 생산지마다 조금씩 차이는 있겠지만, 대개 생두는 두 해에 걸쳐서 생산되는 경우가 많기 떄문에 ‘17~18’ 식으로 표시한다. 즉, ‘17~18’은 2017년에서 2018년 사이에 수확된 생두를 말하며, ‘18~19’ 생두가 유통되기 전까지는 ‘17~18’의 생두가 뉴 크롭인 셈이다.

생두의 처음 색상은 청록색이며, 시간이 지날수록 녹색으로 변한다. 생두를 영어로 ‘그린빈(Green Bean)’이라고 하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뉴 크롭은 곡물의 풋내와 과일향이 나며, 손으로 만져보면 달라붙는 느낌이 든다. 뉴 크롭에는 커피의 풍미를 형성하는 당질이나 클로로겐산 등이 많이 함유되어 있어 신선한 맛과 향미가 풍부하게 느껴진다. 생두는 수분 함량이 12%로 높은 편이기 때문에 높은 온도로 로스팅한다. 또한, 로스팅 후에는 수분을 날려주는 시간을 충분히 가져주는 것이 좋다.

최근 커피 본연의 맛과 향을 추구하는 스페셜티 커피의 열풍으로, ‘제철 커피(seasonal coffee)’ 또는 뉴 크롭에 대해 관심을 갖는 이들이 부쩍 늘어났다. 맛과 향이 농후하며 생두가 지닌 특징이 그대로 드러나므로, 원산지를 고를 때 세심한 선택이 필요하다.

 

2) 패스트 크롭

수확 후 1년이 지난 생두는 ‘지난’이라는 뜻을 가진 영어인 ‘패스트(past)’를 붙여 패스트 크롭이라 부른다. 예로 ‘17~18’이 뉴 크롭이라면, ‘16~17’이 패스트 크롭이다. 색상은 시간이 지나면서 녹색에서 옅은 녹색으로 변하며, 냄새를 맡아보면 곡물의 풋내와 매콤한 향이 난다. 생두를 만졌을 때 손에 달라 붙는 느낌은 뉴 크롭 보다 덜하다.

패스트 크롭은 보관 상태에 따라 품질이 많이 달라지게 된다. 대부분 이 시기쯤에 화학적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하기 때문이다. 보관 상태가 나쁘면 1년 이내에, 보관을 잘해도 1년 후에는 커피 본연의 산미와 향미가 많이 사라진다. 대개 별 특징 없는 향미로 건초향(마른풀, 지푸라기 냄새)이 난다. 수분 함량은 뉴 크롭보다 낮은 10~11%로, 로스팅하면서 맛의 포인트를 찾아내는 것이 중요하다.

 

3) 올드 크롭

묵은 콩이라고도 불리는 올드 크롭은 수확 후 2년 이상이 지난 생두다. ‘17~18’이 뉴 크롭이라면 ‘15~16’부터 그 이전의 생두는 모두 올드 크롭인 셈. 올드 크롭의 색상은 옅은 갈색이며 시간이 지날수록 갈색으로 변한다. 손에 달라붙는 느낌이 있었던 뉴 크롭과 패스트 크롭과 달리 올드 크롭을 만졌을 땐 그 느낌을 거의 느낄 수 없다.

수분 함량은 대부분 8~9% 미만으로 떨어져 로스팅 과정에서 열 전달의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그래서 올드 크롭으로 로스팅 할 때는 로스팅 전에 물로 씻고 일정 시간 말려 강제적으로 함수율을 높인 뒤 로스팅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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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kashi Yagi/flicker.com

10년 이상된 올드 크롭을 사용하는 카페 드 람부르의 커피

올드 크롭은 산미가 거의 없으며 커피 본연이 지닌 향미가 뉴 크롭에 비해 많이 떨어진다는 평가가 많다. 커피의 향미는 ‘산(酸)’에서 비롯되는데, 생두를 장기간 보존하게 되면 산이 점점 사라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 도쿄 카페 취재기에서 소개했던 ‘카페 드 람브르(Café de Lambre)’는 이 올드 크롭 커피만 전문적으로 판매하고 있다. 숙성 원두에 대한 심도 있는 연구와 독자적인 기술을 통해 올드 크롭만의 특별한 맛과 향을 느끼게 한다고 하니,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지난 도쿄 카페 어디까지 가봤니? 도쿄 카페 취재기 (1) 편을 다시 한 번 읽어보는 것도 좋겠다.

종류

수확 이후 시기

색깔

수분함량

점도

특징

뉴 크롭

수확 후 1년 이내의 햇콩

청록색, 녹색

약 12%

만지면 달라붙는 느낌이 강하다.

생두 본연의 신선한 향과 맛을 느낄 수 있음

패스트 크롭

수확 후 1~2년 사이

옅은 녹색

약 10~11%

뉴 크롭보다 달라붙는 느낌이 적다.

보관 상태에 따라 생두의 화학적 변화가 달라 품질이 각기

다를 수 있다.

올드 크롭

수확 후 2년 이후

옅은 갈색

8~9% 미만

달라붙는 느낌이 거의 들지 않는다

커피 본연의 향미가 떨어지며, 산미가

거의 없다.

최근 커피 수요가 증가하면서 개성 있는 커피를 찾는 사람들이 계속 늘어나는 추세다. 뉴 크롭이 좋은지 올드 크롭이 좋은지는 개인의 기호에 기반하지만, 커피 본연이 지닌 향미는 산지가 지닌 독특함에서 비롯되기에 생두 보관에 있어 신선도가 중요하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섬세한 관리로 숙성하여 개성있는 ‘에이징 커피(Aging Coffee)’

올드 크롭에 대해 조금 더 자세하게 살펴보자. 앞서 소개한 것과 같이 일반적으로 생두는 보관기간이 길어질수록 수분과 구성 성분이 감소하기 때문에 향미가 떨어진다. 하지만 개성 있는 향미 표현을 위해 일부러 장기간 보관하는 커피도 있다. 이를 ‘에이징 커피(Aging Coffee)’라 부른다. 에이징 커피는 김치를 장독에 묻어두는 것처럼, 습도와 온도를 관리하는 별도의 보관 시설에서 생두를 일정 기간 숙성시킨다. 이로 인해 생두의 신맛, 쓴맛, 떫은 맛 등이 줄어들고 바디감이 증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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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nk Kosters/flicker.com

인도네시아의 올드 크롭

이렇게 다분히 의도적으로 숙성하여 만들어진 ‘에이징 커피’로 유명한 커피가 바로 인도네시아 자바 지역의 ‘올드 자바(Old Java)’다. 자바에선 적정한 습도와 온도를 유지할 수 있도록 특별히 설계한 창고에 생두를 2년에서 최대 5년까지 보관한다. 뿐만 아니라 주기적으로 포대 위치를 바꾸고 바람을 쐬어주는 등 서늘하고 건조한 환경에서 생두를 숙성시킨다. 이렇게 세심한 관리로 탄생한 올드 자바는 골고루 밝은 갈색을 띠며, 산도는 줄어들고 향이 강해진다. 삼나무, 계피 또는 정향과 같은 향미와 무거운 바디감을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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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의 몬순 말라바

인도에서도 유사한 예를 찾아볼 수 있다. 올드 자바와 유사한 특성을 가진 ‘몬순 커피(Monsooned coffee)’는 습한 남서 계절풍(몬순, Monsoon)에 생두를 건조하여 숙성시킨 인도의 대표적인 커피다. 몬순 커피의 탄생은 16세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인도에서 재배된 커피가 유럽으로 가기까지 약 6개월간의 오랜 항해를 거쳐야 했는데, 이 과정에서 소금기를 띤 습한 몬순 계절풍의 영향으로 습기에 장기간 노출되었다. 생두는 건조 후 황금빛을 띠는 노란색으로 변했고, 진한 쓴맛과 독특한 향미를 가지게 되었다. 유럽인들은 몬순 커피의 톡 쏘는 향미와 스파이시한 맛에 매료되었고, 그 맛을 잊지 못한 이들이 생두를 인위적으로 습한 몬순 바람에 말리면서 하나의 커피로 정착되게 되었다. 몬순 커피는 흙 냄새와 곰팡이 핀 나무 뿌리 향이 나고, 초콜릿이나 맥아의 달콤함 같은 풍미를 나타내는 등 상당히 개성이 있어 유럽에서 많이 찾으며, ‘몬순 말라바(Monsooned Malabar)’가 가장 유명하다.

 

신선함을 유지하는 생두 보관법

보통 생두는 수확‧가공 뒤 수 개월 뒤에야 로스터 또는 수입업자에게 도착한다. 때문에 과거에는 선적 전 샘플을 커핑할 때까지 정상이었던 생두가 로스터에 도착할 쯤에는 열악한 보관과 운송 과정으로 인해 품질이 형편없이 떨어져 있는 경우가 비일비재했다.

하지만 지금은 많은 로스터들이 생산자로부터 직접 커피를 사들이고, 신선도와 품질을 보존할 수 있는 포장법으로 신속하게 운송받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아래는 생두를 보관하기 위한 주요 포장법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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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urun Kahvipaahtimo/flicker.com

마대 포장(좌), 그레인프로와 마대 포장(우)

1) 마대

생두 포장과 운송 시 가장 많이 사용하는 포장법이다. 재사용이 가능하고 가장 저렴한 장점이 있지만 외부의 수분이나 냄새를 막지 못하기 때문에 운송 중 커피가 해를 입을 수 있는 단점이 있다.

 

2) 그레인프로(Grainpro)

마대의 단점을 보완하고자 그레인프로 사(社)에서 개발한 곡물포장용 비닐 백이다. 수분과 냄새를 막아주는 등 외부 요소를 효과적으로 차단할 수 있으며, 생두 보존 기간도 마대에 비해 훨씬 길다. 대부분의 스페셜티 커피는 생두를 이 그레인프로에 담은 뒤 마대에 한번 더 포장해 배송한다.

 

3) 진공 포장

진공 포장은 수분, 냄새, 산소를 차단해 생두의 호흡을 크게 줄임으로써 생두의 노화를 막아준다. 또한 생두의 부피를 최소화해주기 때문에 생두 운송 시 공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가격이 비싸고 용량이 제한되어 있기 때문에 주로 고급 스페셜티 커피 포장 시에 사용된다.

 

커피가 잘 포장된 상태로 로스터 또는 소비자에게 도착했다면, 통풍, 습도, 온도가 적절히 조절되는 창고에 보관하는 것이 좋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사계절이 뚜렷한 곳에서는 겨울에 생두가 꽁꽁 얼었다가 따뜻한 봄이 되어 녹으면, 급작스러운 수분의 감소가 일어나 생두 표면이 하얗게 변하는 ‘백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때문에 20℃ 이하의 서늘한 온도, 60% 미만의 습도를 유지해야 한다. 또한 통풍이 잘되는 그늘에 보관하며, 벽에서는 20cm 정도로 띄워 놓고 바닥에 나무 등을 깔아 자루가 직접 닿지 않도록 한다.

 

최근 가정에서도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는 소형 로스터기들이 많이 출시되면서 홈 로스팅이 각광받고 있으며, 이에 자연스럽게 일반 소비자들도 생두를 접하는 기회가 늘어나고 있다. 로스팅된 원두를 구입하는 것도 좋지만 한번쯤 생두 매장의 위치를 확인하고 직접 방문해 구입해 보자. 여러 번 접하다 보면 좋은 생두를 보는 자신만의 기준이 생길 것이다.

 

[참고자료]

내 입맛에 딱 맞는 60가지 커피수첩, 김은지, 우들지, 2011

생두의 함수율 측정 실험, 커피&티, 2016.5

커피의 거의 모든 것, 김일호, 백산출판사, 2017

커피 교과서, 호리구치 토시히데, 벨라루나, 2012

커피로스팅, 스콧 라오, 커피리브레, 2016

커피로스팅, 원경수, 아이비라인, 2016

커피 입문자들이 자주 묻는 100가지, 전광수 커피 아카데미, 벨라루나, 2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