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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의 맛과 향의 정수, 로스팅

로스팅 단계별로 살펴보는 커피의 맛과 향

2018.03.30. 오전 10:00 |카테고리 : Coffee Lab

간혹 커피를 와인에 비교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커피와 와인 모두 품종과 산지에 따라 맛과 향미에 큰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그래서 커피나 와인을 즐기는 마니아 층은 본인 취향과 기호에 맞는 품종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하지만 커피는 와인과는 다르게 이 외에도 맛과 향에 영향을 주는 또 다른 중요한 요소가 있다. 바로 ‘로스팅(Roasting)’이다.

로스팅 하기 전의 생두(Green bean) 향을 맡아보면, 갓 내린 커피에서 느껴지는 그윽하고 깊은 향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사실 향이라기 보다는 열매의 풋내로 표현하는 게 더 맞을 정도로 커피의 향과는 전혀 다른 향이 난다. 향뿐만 아니라, 생두의 맛도 커피의 맛과는 크게 다르다. 생두를 물에 삶으면 물 색깔이 노르스름하게 바뀌는데, 이를 마셔보면 별 맛이 느껴지지 않고 커피를 연상하기 힘들다. 게다가 매우 단단하여 그라인더로도 잘 분쇄되지 않는다고 하니, 우리가 알고 있는 원두와는 완전 다른 셈이다. 그렇다면 언뜻 비슷해 보이는 이 초록색 생두가 어떠한 과정을 통해 고소한 향을 뿜어내는 갈색의 원두로 재탄생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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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두가 갈색의 원두로 재탄생하는 과정, 커피 로스팅

그 비밀은 바로 로스팅에 있다. 우리말로는 흔히 ‘커피를 볶는다’고 하며, 일본에서 들어온 한자어로 ‘배전(焙煎)’이라고도 부르는 이 과정은 생두 속에 잠재 되어있는 맛과 향을 끄집어내는 중요한 기술이라고 커피 애호가들은 입을 모은다. 연하고 부드러운 커피에서 진하고 쓴 커피까지, 다양한 맛의 스펙트럼을 만들어내는 매우 중요한 과정이며, 또한 개인의 커피 취향을 좌우할 수 있는 결정적인 단계다. 이번 컨텐츠에서는 로스팅의 기본 원리에 대해 살펴보고 로스팅 단계와 각 단계 별 특징에 대해 소개하고자 한다.

 

로스팅에 따른 생두의 물리적, 화학적 변화

로스팅이란 생두에 열을 가해 원두의 물리적, 화학적 변화를 가하는 과정을 말한다. 먼저 물리적으로는 원두의 부피가 커지고 무게가 가벼워지는데, 이는 열을 공급 받으면서 수분과 함께 기타 여러 가지 성분이 날아가기 때문이다. 더 정확하게는 무게가 약 12~20% 정도 감소하며, 수분 역시 증발하면서 함유량이 약 12%에서 약 4% 정도로 감소한다. 부피는 반대로 약 30%에서 60%정도로 커지며, 생두의 세포벽이 열로 인해 부드러워지면서 그라인더로 분쇄가 가능한 상태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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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팅 과정을 통해 물리적, 화학적으로 변한 원두

원두에 가해진 열은 원두의 물리적 변화와 동시에 화학적 변화도 함께 일으킨다. 생두는 필요한 로스팅 정도에 따라 160℃에서 240℃ 사이 온도에서 약 15분~20분 동안 볶아지는데, 이 때 커피 속 성분들도 같이 변화한다. 생두의 다양한 성분(당분, 아미노산, 클로로겐산 등) 중 항산화 작용이 강하다고 알려진 ‘클로로겐산(Chlorogenic acid)’으로부터 우리에게 익숙한 ‘커피의 쓴맛’이 나오며, 커피콩 특유의 색이 나타난다. 그리고 원두 색 변화의 요인인 ‘캐러멜화(Caramelization)’가 이때 일어난다. 설탕을 오래 끓이면 갈색으로 변하듯, 생두 역시 당분을 함유하고 있어 열을 가하게 되면 같은 변화가 일어나게 되는데, 이를 캐러멜화라고 한다. 또한 로스팅 시 ‘메일라드 반응(Maillard Reaction)’이라는 작용도 일어난다. 흔히 빵을 굽게 되면 갈색으로 색이 변하면서 맛과 향이 고소해지게 되는데, 이는 당분과 아미노산이 열로 인해 결합하여 ‘멜라노이딘(melanoidine)’이라는 갈색 색소가 나오기 때문이며 이를 메일라드 반응이라고 한다. 이러한 화학적 반응으로 인해 우리가 평소 즐기는 커피의 맛과 향이 생기게 되는 것이며, 많은 로스터리 카페에서 고소하고 은은한 커피 내음이 나는 이유가 바로 이러한 화학적 반응들 때문이다.

 

국가마다 다른 로스팅 분류법

일반적으로 로스팅 정도는 원두 색깔로 구분한다. 로스팅이 진행될수록 녹황색을 띄었던 생두의색은 노란색에서 갈색으로, 마지막에는 점차 검은색으로 변하게 된다. 이러한 변화마다 단계별 명칭이 있는데, 이 명칭은 국가나 지역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다. 국내에서는 일본에서 주로 사용하는 전통적인 ‘8단계 분류법’과 ‘스페셜티 커피협회(SCA, Specialty Coffee Association)’ 의 전신인 ‘미국 스페셜티 협회(SCAA, Specialty Coffee Association of America)’의 ‘SCAA 분류법’이 사용되고 있다.

8단계 분류법은 국가마다 선호하는 로스팅 정도에 따라 그 국가, 혹은 도시 이름을 각 단계에 따서 붙였다. 가장 낮은 로스팅 포인트부터 높은 로스팅 포인트 순으로 각각 ‘라이트(Light)’, ‘시나몬(Cinnamon)’, ‘미디엄(Medium)’, ‘하이(High)’, ‘시티(City)’, ‘풀시티(Full-City)’, ‘프렌치(French)’, ‘이탈리안(Italian)’으로 불린다. 라이트는 가장 약하게 볶은 것으로 밝고 연한 황색이다. 반면 가장 강하게 볶은 이탈리안은 검은색에 가깝다.

하지만 이 8단계 분류법은 1920~1930년대 북미의 커피거래상들이 사용하던 관용적 명칭을 모은 것으로, 특별한 구분 기준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그러다 보니 기준이 명확하지 않은데다가 색상을 개념적으로 표현했기 때문에 정확하게 로스팅 정도를 나누기에 어려운 점이 있다.

SCAA 분류법은 보다 더 정교하게 구분할 수 있도록 한 분류법이다. ‘에그트론(Agtron) 사(社)’의 ‘M-basic’이라는 커피 색도계를 기준으로 하여 총 8단계로 구분한다. #95~#25까지 8단계가 있으며, 숫자가 높을 수록 원두 로스팅 포인트가 낮아 색상이 밝다. 가장 밝은 색상부터 #95(Very Light), #85(Light), #75(Moderately Light), #65(Light Medium), #55(Medium), #45(Moderately Dark), #35(Dark), #25(Very Dark)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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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asic 색도계

8가지로 로스팅을 구분한다는 점에서 언뜻 두 방법은 비슷해 보일 수 있다. 하지만 두 방법은 전혀 다르다. 예로 똑같이 ‘미디엄(Medium)’으로 표현되어 있지만 8단계 분류법의 미디엄의 경우, 에그트론 색도계로 측정하면 약 #75(Moderately Light) 정도로 측정되어 미디엄보다 이전 단계로 볼 수 있다. 앞서 언급했듯 전문 색도계를 사용하기 때문에 SCAA 분류법이 더 명확한 분류법으로 보는 견해도 있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아직까지 보편적으로 8단계 분류법을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이번 컨텐츠 역시 이 분류법으로 로스팅 단계를 소개하고자 한다.

 

취향 따라 선택하는 8단계 로스팅

원두를 약하게 로스팅 할수록 산미가 강해지고 맛이 부드러워진다. 반면 강하게 로스팅 하면 쓴맛이 강해지기에 각각의 로스팅 단계는 맛의 기준이라고도 할 수 있다. 로스팅에서 일어나는 각 단계별 변화와 특징을 살펴보면 아래와 같다.

로스팅단계

1) 라이트 로스팅(Light Roasting) – 최약배전

1920~1930년대, 영국에서는 라이트 로스팅한 원두로 커피를 즐기는 경향이 있었다. 라이트 로스팅은 로스팅의 초기 단계로, 매우 약하게 볶은 상태를 말한다. 수분이 막 빠져나가기 시작하며, 생두 부피가 아직 부풀지 않은 상태다. 원두 색은 밝고 연한 황색을 띤다. 커피 특유의 향을 느끼기 보다는 곡물 특유의 퀴퀴한 냄새가 나는 편이다. 신맛이 매우 강하며, 단맛, 쓴맛, 바디감은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현재는 거의 유통되지 않으며, 주로 테스트 용으로 사용된다.

 

2) 시나몬 로스팅(Cinnamon Roasting)- 약배전

생두의 외피(silver skin)가 제거되기 시작하며, 흔히 ‘1차 크랙’이라 부르는 갈라짐 현상이 일어난다. 색은 황색에서 점점 더 황갈색으로 변하는데, 시나몬 색과 유사하여 이러한 이름이 붙게 되었다. 이 단계에서는 커피의 신맛이 두드러지며, 약간 단맛과 쓴맛이 나는 편이다. 산미가 좋은 원두들은 이 단계에서 산미가 활성화된다. 신맛을 즐기고 싶다면 이 단계의 원두가 이상적이나, 원두의 질감은 아직 딱딱하여 찾는 수요는 그리 많지 않은 편이다.

 

3) 미디엄 로스팅(Medium Roasting) – 중배전

1차 크랙이 일어난 후, 2차 크랙이 일어나기 전까지 로스팅하는 단계로, 이름처럼 8단계 중 중간 수준으로 원두를 볶는다. 밝은 갈색 또는 밤색을 띠며, 쓴맛이 생성되기 시작하는 단계다. 부드러우면서도 신맛, 단맛, 약한 쓴맛을 적절히 느낄 수 있다. 주로 아메리칸 스타일의 커피에 사용되어 ‘아메리칸 로스팅(American Roasting)’이라고도 부른다.

 

4) 하이 로스팅(High Roasting) – 강중배전

로스터에서 많이 로스팅되는 단계 중 하나로 미디엄 로스팅보다 약간 더 진행된 상태를 일컫는다. 2차 크랙이 일어나기 바로 직전까지 볶는다. 원두의 색은 진한 갈색이며, 이 단계부터 산미가 엷어지고 단맛이 두드러지나, 그 조화가 좋은 편이다. 부드러운 레귤러 커피 추출은 물론이고, 핸드드립 용도의 원두로도 많이 사용하고 있다.

 

5) 시티 로스팅(City Roasting) – 약강배전

많은 로스터들이 ‘로스팅의 표준’이라고도 칭하는 단계다. 2차 크랙이 시작된 이후 몇 초간 더 볶으면 시티 로스팅 단계의 원두가 로스팅된다. 원두의 색은 풍부한 갈색, 또는 진한 밤색을 띠며, 신맛과 단맛의 변화가 아주 큰 구간이다. 약한 신맛과 쓴맛의 밸런스가 잘 잡혀 있으며, 다소 강한 향미가 특징이다. 스페셜티 커피에 적합한 강도이며, 스트레이트 커피로도 사용된다. 여담으로 시티 로스팅의 ‘시티(City)’는 이 로스팅을 고수하여 즐겼던 곳인 뉴욕(New York city)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6) 풀 시티 로스팅(Full-City Roasting) – 중강배전

이 단계부터 ‘다크 로스트(dark roast)’로 분류된다. 풀 시티 로스팅은 2차 크랙이 본격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시점인데, 원두의 색은 짙은 초콜릿색을 띄게 되며 스모키한 향이 나기 시작한다. 신맛은 거의 없는 편이며, 진하고 쓴 커피 고유의 맛을 느낄 수 있다. 아이스 커피와 에스프레소 커피의 표준으로 크림 또는 우유를 가미하는 다양한 베리에이션 메뉴에 잘 어울린다. 1920~1930년대 독일에서 주로 풀 시티 로스팅을 이용했다고 한다.

 

7) 프렌치 로스팅(French Roasting) – 강배전

‘다크 로스팅의 대명사’로 불리는 단계다. 1920~1930년 프랑스에서 주로 이 로스팅 방법을 이용했기 때문에 ‘프렌치(French)’라는 접두사가 붙었다. 강한 스모키 향에 원두 색은 진한 초콜릿 색을 띠며, 원두 표면에 커피 오일이 묻어 나오는 것을 볼 수 있다. 커피의 산미는 사라지고 쓴맛과 커피 특유의 진한 맛, 중후한 맛이 강조된다. 뒷맛이 달다는 평도 있으며, 커피의 진한 맛을 즐기고 싶을 때 좋은 로스팅으로, 주로 대형 프랜차이즈 카페에서 사용하는 로스팅 단계이기도 하다. 단, 로스팅 단계 변화 시간이 매우 짧아, 실제 로스팅 시 순발력을 요한다.

 

8) 이탈리안 로스팅(Italian Roasting) – 최강배전

가장 강하게 원두를 볶은 로스팅 최종 단계다. 원두 색이 숯에 가까운 검은색이며, 표면에 커피 오일이 완연하게 나와 표면이 반짝거린다. 진한 쓴맛이 정점을 이루며 바디감은 줄어든다. 원두에 따라서는 타는 향이 나기도 한다. 로스팅 시간이 극히 짧아 매우 빠르게 커피를 볶아내는데 숙달되어 있지 않다면 원두가 타는 경우가 부지기수. 이탈리아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어 붙여진 이름이고, 에스프레소용으로 많이 사용되었지만 최근에는 많이 사용하지 않는 방식이다.

 

[로스팅 단계별 특성]

단계

이미지

배전 강도

색깔

SCAA 분류법

라이트(Light)

최약배전

신맛이 강함

밝고 연한 황색

#95

(Very light)

시나몬(Cinnamon)

약배전

신맛이 잘 살아나는 단계

황갈색

#85

(Light)

미디엄(Medium)

중배전

산뜻한 신맛. 약한 단맛과

약한 쓴맛

밝은 갈색, 밤색

#75

(Light Medium)

하이

(High)

강중배전

신맛이 엷어짐. 단맛이 나기 시작

진한 갈색

#65

(Moderately Light)

시티

(City)

약강배전

신맛과 쓴맛의 균형. 단맛이 강함

진한 밤색,

풍부한 갈색

#55

(Medium)

풀 시티

(Full-City)

중강배전

신맛이 거의 사라짐. 진한 쓴맛

초콜릿 색

#45

(Moderately Dark)

프렌치(French)

강배전

진한 쓴맛, 중후한 맛

짙은 초콜릿 색,

갈색

#35

(Dark)

이탈리안(Italian)

최강배전

진한 쓴맛과 탄맛

흑색에 가까움

#25

(Very Dark)

 

커피도 패션처럼 유행이나 트렌드가 있다. 예전에는 프랜차이즈 카페를 중심으로 강하게 로스팅한 원두가 인기였으나, 최근에는 산뜻한 산미와 풍성한 향미를 살리기 위해 약하게 볶은 원두가 주목 받고 있는 추세다.

하지만 이 또한 하나의 트렌드일 뿐 굳이 트렌드를 따라갈 필요는 없다. 사람마다 맛있다고 느끼는 맛이나 좋다고 느끼는 향은 그야말로 천차만별이다. 또한 성향과는 별개로 그날의 기분이나 날씨에 따라서도 커피에 대한 취향은 바뀔 수 있다. 다만, 로스팅이 개인의 커피를 결정하는 데 있어서 결정적이라는 것에는 다들 이견이 없다. 따라서 로스팅에 관심이 있다면, 근처 좋은 로스터리 카페에서 자기 취향에 맞는 커피나 로스팅 원두를 추천을 받아보는 것으로 시작해 보자. 더 나아가 때로는 약하게, 때로는 강하게 직접 원두를 볶아보면서 자신이 선호하는 여러 스타일의 커피도 만들어 보자. 다음에는 커피 로스팅에 대한 이해를 더 돕기 위해 로스팅 프로파일에 대해서도 곧 소개할 예정이니, 나만의 커피 취향을 찾는데 더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한다.

 

[참고자료]

커피 백과, 강찬호, 기문사, 2016‘

커피의 거의 모든 것, 김일호, 백산출판사, 2017

커피 마스터클래스 개정판, 신기욱, 클, 2015

궁금하면 찾아보는 커피 백과사전, 커피 T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