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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두 생산지를 가다 (12) – 멕시코 커피

멕시코의 역사와 문화가 고스란히 담긴 커피 이야기

2018.06.15. 오후 04:00 |카테고리 : Coffee Lab

세계 1위의 유기농 커피 수출국이자 세계 10위의 커피 생산국은 어디일까? 바로 중남미 최북단에 위치한 멕시코(Mexico)이다. 멕시코는 국토의 1/3이 고원지대이기 때문에 좋은 품질의 커피가 생산되기 적합한 지리적∙기후적 조건을 갖추고 있다. 고원지대에서 생산된 커피가 특별한 이유를 알고 싶다면, 바리스타룰스가 지난 컨텐츠로 소개한 고산지 커피에는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 를 확인해보는 것을 추천한다.

이렇듯 멕시코는 좋은 품질의 커피를 생산할 수 있는 조건을 지녔음에도 불구하고 멕시코 커피를 낯설게 느끼는 이가 많다. 멕시코 커피의 험난한 역사가 그 배경에 드리워져 있기 때문이다. ‘원두 생산지를 가다’ 12번째 국가인 멕시코(Mexico), 그곳에서 태어난 커피 원두의 이야기를 알아보도록 하자.

푸에블라와 베라크르주 주 접경지에 위치한 스트라토 화산(strato volcano)ⓒwekipedia.org
멕시코의 성층 화산, 오리사바 산(Pico de Orizaba)

멕시코의 북부지역은 커피 존(Coffee Zone, Coffee Belt)을 벗어나기 때문에 주로 남부 지방에서만 커피가 경작된다. 주요 생산지는 남부의 과테말라 국경지대에 있는 치아파스(Chiapas) 주이다. 화산지대로 이루어진 남부지방은 1,700m 이상의 고원지역으로 커피 경작에 이상적인 기후적 조건을 지녔다. 이곳에서 생산된 고품질 커피에는 일반적으로 ‘알투라(Altura)’라는 이름이 붙는데 이는 스페인어로 ‘높이’, ‘꼭대기’라는 뜻이다.

주요산지 치아파스(Chiapas), 베라크루즈(Veracruz), 오악사카(Oaxaca) 지역
재배품종 아라비카(Arabica)
주요품종 마라고지페, 파카마라, 부르봉, 티피카, 카투라, 문도노보, 카투아이, 카티모르
수확시기 9월~3월
정제법 워시드(습식법)
등급분류 4등급 (재배지 고도에 따른 분류)
대표커피 타파출라(Tapachula), 코아테펙(Coatepec), 알투라 오리자바(Altura Orizaba), 플루마(Pluma), 리퀴담바MS(Liquidambar MS)


멕시코 지도_수정

ⓒbaristarules.maeil.com
멕시코 커피 재배지역

과테말라와 접경지에 위치한 멕시코 남부 치아파스 주에서는 타파출라(Tapachula) 지역에서 생산된 커피가 유명하다. 이곳에서는 멕시코의 대표적인 커피 재배방식인 유기농법으로 주로 커피를 재배하고 있다. 또 다른 멕시코 커피의 주 재배지는 동부의 대서양 연안의 베라크루즈(Veracruz)와 남서부에 위치한 오악사카(Oaxaca) 주이다. 베라크루즈에서는 코아테펙(Coatepec) 지역의 커피가 유명하고 오악사카(Oaxaca)에서는 플루마 히달고(Pluma Hidalgo) 지역에서 생산된 커피가 대표적이다.

일반적으로 멕시코 커피의 과육 부분인 체리는 달콤하고 가벼우며, 그 씨앗인 생두는 사과산(marlic acid)과 구연산(citric acid) 계열의 신맛이 난다. 전체적인 커피 맛은 부드럽고 마시기 편한 커피로 평가받는다. 바디가 강하지 않고 중성적인 특성 때문에 블렌딩의 기본으로 많이 사용된다.

등급 재배 고도
Strictly High Grown 해발 1,700m 이상
High Grown 해발 1,000~1,600m
Prime Washed 해발 700~1,000m
Good washed 700m 이하
Especiate 수출금지
Defectuosos 수출금지

멕시코 커피는 재배되는 고도에 따라 등급이 분류되는데 해발 1,700m 이상의 고지대에서 재배되는 생두에 최상위 등급을 매긴다. 이는 Strictly High Grown의 줄임말로 SHG로 표기한다. 따라서 치아파스 주의 해발 1,700m 이상의 고원지대에서 수확된 최고 등급의 생두에는 앞서 이야기한 알투라와 SHG를 덧붙여 ‘치아파스 알투라 SHG(Chiapas Altura SHG)’라고 한다.

또한 멕시코를 대표하는 커피로 유명한 치아파스 알투라 SHG 등급의 생두는 크기부터 상당히 큰 것이 특징이다. 이 생두는 17~18(약 6.8mm~7.2mm)의 스크린 사이즈(1 screen=0.4mm)를 가지고 있으며 결점두는 300g 중 25g 정도가 발견된다. 생두 은피 컬러는 엷은 노란색을 띄거나 은색을 띄기도 한다. 이를 벗겨낸 생두의 컬러는 엷은 그린을 띄고 있으며, 생두의 향은 마른 풀냄새와 매콤한 향이 조금 포함되어 있다.

멕시코 치아파스 고산지대 전경

ⓒJoe Driscoll, Chiapas Mexico/flicker.com
멕시코 치아파스 고산지대 전경

또 멕시코 커피 중 잘 알려진 커피로, 고급 커피로 분류되는 ‘리퀴담바MS(Liquidambar MS)’가 있다. 마라고지페(Maragogipe) 품종에 속하는 리퀴담바 MS는 주재배지인 멕시코 치아파스 지역의 ‘리퀴담바’라는 풍나무 숲 이름과 마라고지페 품종 중에서도 가장 훌륭한 맛이 난다하여 붙여진 ‘마라고지페 수페리어(Maragogipe Superior)’가 합쳐져 탄생된 이름이다. 일반적으로 마라고지페 품종은 크기에 비해 특별한 맛이 나지 않는다는 평이 있지만, 리퀴담바 MS는 적절한 쓴맛과 신맛이 어우러진 풍부한 바디감을 지니고 있어 멕시코의 대표 커피 중 하나가 되었다.

멕시코 유기농 커피(Organic Coffee)가 로스팅을 거친 모습

© en.wikipedia.org
멕시코 유기농 커피(Organic Coffee)가 로스팅을 거친 모습

멕시코에 처음 커피가 들어온 건 1700년대로, 상당히 오래전 일이지만 그동안 멕시코 커피는 저렴하고 매력은 그다지 없다고 여겨져 왔다. 앞서 설명한 것처럼 좋은 품질을 자랑하는 멕시코 커피도 많은데, 그동안 유명세를 타지 못한 이유는 무엇일까. 커피나무가 자라기에 훌륭한 지리적∙기후적 조건을 가지고 있더라도 커피체리의 수확 환경이나 생두 가공 설비가 제대로 갖추어지지 않는다면 높은 등급의 커피로 인정받기 어려운 법이다.

1910년대 이전까지 멕시코 원주민들에게는 토지소유의 개념이 없었을뿐더러 거의 모든 농민들이 소유권이 확실하지 않은 마을의 공동 부지에서 농작물을 경작했다. 당시 대통령이었던 포르피리오 디아스(Porfirio Díaz)는 토지제도의 근대화란 명목으로 소유권이 애매한 토지를 정부가 모조리 몰수했다. 이렇게 거두어들인 부지들을 외국자본과 대농장주들에게 매각하는 정책을 추진하여 멕시코 농민의 대다수는 토지를 잃게 되었고 농업노동자로 전락하고 말았다. 그렇기 때문에 커피농가의 기반시설은 제대로 정비되지 않았고 농민들은 인권 침해, 노동 착취에 시달려야만 했다. 커피 생산자들이 생산성 향상에 어려움을 겪었을 뿐만 아니라 멕시코 정부의 지원 역시 전무하게 됨에 따라 이와 같은 악순환이 반복되었다.

하지만 독재 정권에 항거한 멕시코 혁명 이후 1914년에 이르러서야 커피농장의 노동자들이 자유를 얻고 독자적으로 커피를 재배할 수 있게 되었다. 이를 계기로 정부 주도 하에 멕시코커피연합회인 인메카(INMECAFE)를 설립하여 토착민이 대부분인 지역 생산자들에게 기술 지원과 자원 공급을 확대하려는 노력이 이루어졌다. 또한 오늘날에는 700m 이하 지역에서 생산되는 커피 수출을 금지하고, 그늘 경작법(Shade Grown)을 이용한 유기농법(Organic Grown)으로 품질 향상에 노력을 가하고 있다.

그늘 경작법을 이용하는 커피 농장

© Katie Fallon/Virginia Tech University/flicker.com
그늘 경작법을 이용하는 커피 농장

그늘 경작은 위 사진처럼 커피나무 주변에 키가 큰 나무를 심어 일조량을 조절하여 경작하는 방법이다. 그늘이 조성되면 주변의 새가 모여들어 해충이 줄고 풍해도 막는 효과가 있어 화학 성분의 살충제를 사용하지 않는 유기농법으로 커피나무를 재배할 수 있다.

그늘만을 이용하는 쉬운 경작법이라 생각 될 수 있지만 그늘을 형성하는 셰이드 트리(Shade Tree)로는 잎이 넓은 나무 중 해충이 꼬이기 쉬운 과실수와 영양 경쟁에서 우세한 나무를 제외하여 까다롭게 선정해야한다. 또한 커피 나무와 함께 커피 나무 수만큼의 셰이드 트리를 화학 합성물이 첨가되지 않은 천연 비료만으로 관리해야 되기 때문에 경작이 까다로운 편이다. 이런 과정들을 알게 된다면 유기농 커피의 생산성이 높지 않다는 점과 비싼 가격은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니다. 이렇게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커피 업계와 소비자들의 유기농 커피에 대한 관심이 매 년 높아지며 멕시코는 커피 시장에서 꾸준히 경쟁력을 확보해가고 있다.

이외에도 멕시코는 국가 차원에서 커피 산업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며 커피 시장의 강자로 거듭나기 위해 노력을 가하고 있다. 다양한 커피 관련 행사를 개최하며 커피 생산지의 위상을 높이고 있는 것. 일례로 2000년대 이후로 멕시코 커피산업의 발전을 도모하기 하기 위해 생산자, 도소매업자, 소비자 등이 참가하는 멕시코시티 커피 박람회(Expo Cafe)를 매년 개최하고 있다. 올해에도 8월 30일부터 9월 1일까지 총 3일간 커피 산업의 트렌드를 한 번에 확인할 수 있는 커피 박람회가 멕시코시티 세계무역센터에서 펼쳐질 예정이다.

멕시코의 전통 커피 카페드올라(Café de Olla)Leon Rafael/shutterstock.com
멕시코의 전통 커피 카페드올라(Café de Olla)

멕시코의 커피 문화는 새벽같이 눈을 떠 바쁘게 움직이는 현대인의 커피 문화와는 사뭇 다르다. 대부분 카페는 정오가 다 되어서야 문을 열어 ‘모닝커피’를 찾아보기 어렵다. 대신 ‘테이블 위에’라는 뜻의 ‘소브레메사(sobremesa)’라는 독특한 전통이 있다. 식사를 마치고 여러 명이 함께 의자에 기대어 앉아 여유롭게 커피를 마시는 것을 뜻한다. 시간은 자유롭다. 10분이 될 수도 있고 10시간이 될 수도 있다. 이 전통을 통해 멕시코인들이 커피를 마시며 여유를 찾는 시간을 중요시 여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처럼 멕시코인들이 중요시 여기는 ‘여유’는 그들의 커피 재배 방식에도 나타났을 것이다. 삶의 속도 보다 질을 중시하는 그들의 문화는 ‘조금은 느려도 좋은 커피를 만들기 위한 마음’으로 표현되었을 것이다. 마치 멕시코 커피 산업의 발전 속도는 더뎠지만 특색 있는 대표 품종과 유기농 커피 1위 수출국이라는 위용을 드러낸 것처럼 말이다.

멕시코 커피를 제대로 즐기고자 한다면 오늘 하루쯤은 끊임없이 울리는 핸드폰 알림은 잠시 꺼두자. 그리고 책상 위 커피 한 잔과 함께 푹신한 의자에 몸을 기댄 채 한껏 늘어져 보자. 진정한 ‘소브레메사’를 위하여!
 

 

[참고자료]

DRIFT Vol.6: Mexico City. 아이비라인, 2017

멕시코에선 '모닝커피' 찾지 마세요, 김보라, 한국경제, 2018.

전광수의 커피로스팅, 전광수, 아이비라인, 2009

커피학개론&커피향미, 최치훈, 아이비라인, 2016.

커피는 어렵지 않아, 세바스티엥 라시뇌 외 1인, GREENCOOK, 2017

커피인사이드, 유대준, Haemil, 2009

https://freshexpo.ru/en/exhibition/9127

http://www.ico.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