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이제 곧 도착하는데 어디야?"
"xx사거리에 있는 xx카페에 있어. "
우리는 누군가를 만날 때 약속장소로 카페를 곧잘 선택한다. 어디를 가든지 쉽게 찾을 수 있고 커피 한 잔 하며 편안하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으니 이만큼 만남에 적당한 곳이 또 있을까? 우리나라에 커피가 처음 소개된 개화기 이후 1930년대 전후로 ‘다방’이 문인, 예술인들의 아지트였던 시절을 거쳐, 전국에 3,000여개의 다방의 성업하던 1960년대 ‘다방의 시대’를 지나 지금의 카페까지 우리나라의 커피 문화는 이어져 왔다. 그렇다면 우리보다 커피 역사가 깊은 유럽의 나라들은 어떻게 커피문화가 생겨나고 발달하게 되었을까? 커피 한 잔이 준비 되었다면, 지금 바로 떠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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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만제국의 후예, 터키인들이 사랑하는 체즈베(cezve)커피
때는 16세기 중반, 터키인들이 세운 오스만제국이 아랍권을 통치하면서 '검은 음료'라고 불렸던 커피를 즐기는 사람들이 빠르게 늘어났다. 오스만 제국 사람들은 커피에 대한 지식이 상당해 집집마다 커피 끓이는 노하우가 다를 정도였고 이런 커피에 대한 자부심도 높아 집주인이 대접하는 커피를 거절하는 것을 큰 결례로 생각했다고 한다. 그들은 전장에도 엄청난 양의 커피콩을 들고 갈만큼 커피에 대한 애정이 남달랐다. 그 양이 어느 정도였느냐면 전투에서 패한 오스만제국이 커피콩을 비롯한 보급품을 전부 버리고 퇴각했는데 이 때 버려진 커피콩으로 오스트리아의 커피 문화가 생겨날 정도였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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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리아 빈의 커피하우스
그렇게 오스만제국이 남겨둔 유산(?)으로 오스트리아도 커피 문화가 발달하기 시작했다. 1685년, 빈의 커피하우스가 처음 생겨난 뒤로 사업가, 정치인, 예술인이 모여 토론을 벌이는 장소로 인기를 끌었다. 초기에는 상류층 남성들에게만 출입이 허락됐지만 1856년부터 계층이나 성별에 관계없이 출입이 가능해지고 나서야 비로소 빈의 커피하우스 문화는 전성기를 맞이 하게 되었고 지금에 이르렀다. 현재 빈에는 고풍스러운 인테리어에 검정 정장을 입은 웨이터가 서비스를 하는 전통 커피하우스 150여 곳이 남아 있다. 지금도 시민이나 여행을 온 사람들로 꾸준히 사랑 받고 있으며 빈의 커피하우스 문화는 2011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되었다.
이제 북유럽의 핀란드로 눈을 돌려보자. 핀란드는 회사에서의 '커피 브레이크'를 법으로 정해놓을 정도로 커피에 대한 사랑이 절대적이다. 특히 핀란드는 세계 최대 커피 소비국으로 1인당 연간 커피 소비량이 무려 11.4kg에 달한다. 우리나라도 커피 소비량이 계속 증가하고 있지만 핀란드에 비하면 1/5 수준인 2.3kg에 불과하다. 우리나라 사람이 커피를 한 잔 마실 때 핀란드 사람은 5잔을 마시는 셈이다. (ICO *국제커피협회 2014년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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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란드 사람들이 가장 선호하는 필터커피(좌)와, 시나몬 롤(우)
세계 최대 커피 소비국답게 핀란드 사람들의 커피에 대한 애정 또한 세계 최고 수준이다. 그들은 하루에 보통 8~9잔은 기본으로 마시는데, 그렇다 보니 커피의 품질에 상당히 민감하다고. 그래서 인스턴트 커피는 거의 마시지 않고 원두를 갈아 드립 방식으로 내려 마시는 필터 커피(Filter coffee)를 가장 선호한다. 핀란드 사람들은 커피를 마실 때 코르바푸스트(Korvapuusti)라는 '시나몬 롤'을 꼭 곁들여서 먹는데, 과거에는 이 시나몬 롤과 커피 잔이 클수록 무조건 좋은 카페였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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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싱키의 관광 명소, 카우파토리(Kauppator)광장에 있는 노천 카페
핀란드의 수도 헬싱키에는 1852년에 오픈한 카페 에크베리(Café Ekberg)부터 트렌디하지만 개성 넘치는 카페들까지 수많은 카페들이 골목 구석구석 자리잡고 있다. 최근에서야 대형 커피 체인점이 몇몇 들어서고 있지만 여전히 헬싱키 사람들은 골목의 소박한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는 것을 선호한다. 아주 드물게 있는 커피 체인점은 외국인을 위한 거라면서 외면한다니 그들의 '커피부심'에 혀를 내두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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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를 통해 느끼는 건 결국 당신이다
이렇듯 세계 여러 나라의 커피문화는 출발도 발전해온 과정도 지금의 그 모습도 제각각이다. 맛있는 커피의 기준도, 곁들이는 음식도 다르다. 그러나 우리는 알고 있다. 커피문화는 서로 다를지 몰라도 우리 모두 커피 한 잔이 지니는 의미를 소중하게 느낀다는 것을.
커피 한 잔은 타인과 나를 이어주는 매개체이자 소통의 창구다. 때론 나 자신과 소통을 할 때도 있겠다. 과거에는 단순한 음료였던 커피가 지금은 문화를 창조하고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끈이 되고 있다. 미래에는 또 어떤 커피 문화가 생겨날지 자못 궁금해진다.
[참고자료]
함희선. "커피의 나라, 헬싱키 카페놀이". 월간 뚜르드몽드. 네이버매거진
함희선. "핀란드의 네 가지 매력-2". 월간 뚜르드몽드. 네이버매거진
이석창. "오래된 가게". 월간 ARENA. 네이버매거진
김선영. "커피 한잔에 담긴 음악". 월간 객석. 네이버매거진
임동근. "진짜 정통 비엔나커피의 맛은 어떨까". 연합뉴스
김형찬. "김형찬의 대중음악 이야기 <2> 음악과 함께 한 다방의 역사". 국제신문
ICO(국제커피협회)."Coffee Trade stats – FINL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