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를 사랑하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꿈꾸는 것이 있다. 바로 자신의 취향에 맞는 맛있는 커피를 집에서도 손쉽게 만들어 마시는 것. 내 입맛을 사로잡았던 그 커피를 집에서도 언제든지 즐길 수 있다면 생각만으로도 설레는 일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혼자서 이 단계까지 온다는 것은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치며 인내와 수고를 필요로 하는 일이다. 그렇기에 맛있는 홈 커피를 찾아가는 그러한 긴 여정에 친절한 가이드 역할을 해주는 ‘커피 클래스’를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는 것이 우리에겐 큰 행운일지 모른다. 홈 바리스타를 꿈꾸는 우리는 그곳에서 어떤 길로 안내받을까? 커피 전문점 폴 바셋(Paul Bassett)에서 진행하는 홈 바리스타 커피 클래스를 직접 다녀와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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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남동 폴 바셋 매장에서는 커피 관련 전문 서적을 마음껏 볼 수 있다
가장 먼저 우리는 전문 바리스타의 상세한 설명을 통해 광활한 커피의 세계로 탐방을 떠난다. 한 잔의 커피가 만들어지기까지의 과정을 거슬러 올라가게 되는데, 커피나무가 자라는 커피 벨트 지역을 살펴보는 것부터 커피 열매를 재배하고 수확한 후 정제, 선별, 로스팅, 추출 그리고 마지막에 원두를 보관하는 단계까지 그야말로 커피의 A to Z를 배우게 된다.
커피 추출 실습이라는 본격적인 체험에 앞서 이를 먼저 익히는 이유는 간단하다. 실제 커피를 추출할 때 추출이 거의 완료되면 우리는 커피를 담을 잔에 뜨거운 물을 부어 미리 데워놓는 작업을 한다. 커피가 빨리 식는 것을 방지해 줄 뿐만 아니라 커피의 맛과 향을 더욱 살아나게 해주는 작지만 중요한 사전 단계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커피를 이해하는 이 시간은 커피를 추출하기 전 더 맛있는 커피를 내리기 위해 우리의 몸과 마음을 데우는 예열 작업인 셈이다. 달라진 마음가짐은 혀끝의 감각세포를 일깨워 더욱 깊고 풍부한 맛의 커피를 느낄 수 있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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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 바리스타 커피 클래스’가 진행될 클래스 룸 내부 모습
커피의 세계를 둘러본 후에는 전문 바리스타의 시범을 시작으로 커피 추출을 직접 체험하게 된다. 수많은 커피 추출 도구 중에서도 홈 바리스타가 되기 위해 바리스타가 직접 추천하는 추출 도구들을 사용해 실습이 이뤄지는데, 도구 선정에 있어 결코 잊지 말아야 할 기준이 있다면 집에서 즐기는 추출 도구인 만큼 간편하면서도 쉬워야 한다는 것, 그리고 커피 맛의 퀄리티 역시 전문점 커피에 비해 모자람이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부합하는 첫 번째 커피 추출 도구는 편리하면서도 깔끔한 맛을 내는 케멕스(CHEMEX)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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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멕스(좌) / 신선한 원두일수록 커피가 더 많이 부풀어오르는 것을 볼 수 있다(우)
마치 와인 디켄터를 연상시키는 케멕스는 추출 메커니즘상 필터의 비중이 상당히 큰 추출 도구인데 다른 필터에 비해 두께가 20~30% 두꺼운 것이 특징이다. 이 케멕스 전용 필터는 곡물 성분이 들어있어 추출 시 커피의 오일과 산, 지방의 미세한 성분까지도 잡아낸다고. 하지만 필터에서 나는 특유의 종이 냄새가 있어 추출 전에 뜨거운 물로 적셔 종이의 맛을 씻어낸 후 커피를 담는다. 그 위에 뜨거운 물로 커피를 골고루 적셔주어 약 30초간 커피가 부풀어 오르게 하는데, 이때 보다 균일한 추출을 위해서 원을 그리며 커피의 밝은 부분보다는 어두운 부분을 위주로 물을 부어주면 더욱 맛있는 커피의 풍미를 느낄 수 있다. 이렇게 약 1분간 물을 부어 추출이 완료되면 필터를 제거한 후 커피를 즐기면 된다. 무엇보다 케멕스는 추출되는 물의 양과는 상관없이 거의 일정한 추출시간을 유지할 수 있어 손쉽게 추출하기에 안성맞춤인 도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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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량기를 사용하면 더욱 일정한 추출을 할 수 있다(좌) / 에어로프레스로 커피를 추출하는 모습(우)
맛있는 홈 커피를 만들기 위해 필수로 배우는 두 번째 추출 도구는 압력으로 빠르게 진한 맛을 내는 에어로프레스(AREOPRESS)이다. 주사기의 피스톤과 같은 원리를 이용하는 에어로프레스는 간단한 기구에 비해서 굉장히 다양한 맛의 표현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어 이를 활용한 대회가 세계 각국은 물론 국내에서도 많이 열리고 있다. 에어로프레스는 크게 두 개 파트로 구분이 되는데 우선 외형부인 챔버에 분쇄된 원두를 넣고 뜨거운 물을 부어준 뒤, 잘 우러날 수 있도록 아래까지 저어준다. 이렇게 약 1분 정도 우려낸 후 누름부인 플런저를 결합하여 기구를 서버 위에 올리고 공기가 빠지는 소리가 날 때까지 균일한 힘으로 천천히 눌러 커피를 추출한다. 에어로프레스는 야외에서도 단 5분이면 퀄리티 높은 커피를 추출해 즐길 수 있을 정도로 사용 방법이 간단하다. 더욱이 원두 본연의 맛과 향을 그대로 살려 추출해주기에 홈 커피를 즐기는 사람들에겐 더욱 매력적인 추출 도구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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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클래스’에서는 전문 바리스타의 친절한 설명과 함께 커피의 매력을 경험할 수 있다
약 2시간가량의 짧은 시간임에도 우리가 안내받은 커피의 세계는 그 커피의 향기만큼이나 깊고도 풍부했다. 물론 이 모든 것을 스스로 헤쳐나가면서 그로 인해 몰려오는 성취감을 만끽해 보는 것도 나쁘진 않다. 하지만 본디 낯선 여행에 있어 가이드와 동행하는 이유는 더 좋은 곳을 더 많이 보고 느끼기 위함이 아니던가. 우리가 맞닥뜨릴 앞선 과정을 먼저 겪은 바리스타의 친절한 안내로 맛있는 홈 커피를 즐길 수 있는 시간이 더 늘어날 수 있다면 이보다 멋진 커피 여행이 있을까. 지금 설레는 그 마음으로 주변을 둘러보자.
[참고자료]
아네트 몰배르. 커피중독. 최가영(역). 서울: 시그마북스, 2015.
매트 로빈슨. 커피 러버스 핸드북. 박영순 외 3인(역). 서울: 커피비평가협회 진서원, 2015.
김용식. 프렌치 프레스 vs 에어로프레스. ESSE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