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의 맛을 음미하기 위해서는 원두 본연의 맛에 집중할 때도 있고 온몸에 퍼지는 달달한 기운을 느끼기 위해 향미가 가미된 ‘달콤한 커피 한 잔’을 마시고 싶을 때도 있다. 휘핑크림이 가득 올라가 있는 카페 모카 한 잔에 모든 스트레스가 녹아내린 기억, 당신도 있지 않은가. 요즘엔 모카뿐 아니라 ‘티라미수’나 ‘커스터드’ 등 생각지 못했던 플레이버가 더해진 라떼 메뉴가 인기를 얻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이렇게 달콤한 베리에이션 커피 속 대표적인 재료는 역시 ‘초콜릿’과 ‘바닐라’가 아닐까. 이 두 재료는 평범하지 않은 역사와 이야기를 가지고 있다는데. 오랜 시간 우리에게 달콤함을 선물해주고 있는 초콜릿과 바닐라의 기원을 찾아 여행을 떠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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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 초콜릿이 들어간 카페 모카 / (우) 바닐라 시럽이 들어간 바닐라 라떼
장인의 손으로 만든 초콜릿 특유의 고급스러운 맛을 간직한 ‘벨기에’
달콤한 초콜릿의 재료가 되는 카카오 콩은 콜롬버스에 의해 처음 유럽에 전해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카카오나무가 처음 발견된 중앙아메리카에서는 원래 초콜릿을 갈아 물에 타서 마셨는데, 매우 귀한 음식으로 여겨져 약용으로 먹거나 화폐 기능을 했다고 한다. 지금의 딱딱한 형태의 초콜릿은 1800년대 네덜란드에서 만들어냈으며 이후 스위스에서는 초콜릿에 우유를 더해 밀크 초콜릿을 개발했다. 이렇게 달콤하면서도 중독성이 강한 초콜릿이 유럽 전역에 퍼지면서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났고 초콜릿은 설탕과 커피에 이어 세계 3대 무역상품이 되었다. 하지만 설탕 등의 첨가물이 점점 추가되며 초콜릿은 본래의 맛을 잃어갔다. 미식가들이 본질이 훼손되지 않은 고품질의 섬세한 맛을 지닌 초콜릿을 그리워하기 시작했을 때, 벨기에의 천재 쇼콜라티에 장 노이하우스(Jean Neuhaus)가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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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콜릿의 주재료가 되는 카카오 콩
그는 견과류나 크림, 버터로 속을 채운 뒤 플레인 초콜릿으로 얇게 씌운 형태인 ‘벨기에 프랄린’을 개발했는데 이 작은 초콜릿은 순식간에 전 세계적으로 폭풍적인 인기를 얻게 됐다고. 실제로 ‘벨기에 프랄린’에 빠진 독일사람들이 이를 대량으로 구매하기 시작하면서 벨기에-독일 간 열차를 ‘프랄린 익스프레스’라고 부를 정도였다고 한다. 이렇게 벨기에는 ‘초콜릿’ 본연의 맛을 지키기 위한 노력뿐 아니라 응용된 형태의 ‘프랄린’을 만들어내며 초콜릿의 역사를 만들어가는 세계적인 ‘초콜릿 명소’가 되었다.
벨기에로 여행을 떠난다면 길거리에 넘쳐나는 아기자기한 초콜릿 상점에 들러 가내수공업으로 만든 다양한 초콜릿을 꼭 먹어보자. 입안에서 달콤한 맛과 부드러운 향을 남기며 금세 녹아 사라지는 벨기에 초콜릿. 그것만으로도 벨기에를 방문한 이유는 충분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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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몬드, 피스타치오 등이 섞인 벨기에 프랄린 초콜릿
세상에서 가장 고급스러운 달콤함을 지닌 바닐라를 맛보려면? 마다가스카르!
자, 이번에는 세계 최대의 바닐라 생산지 마다가스카르로 가보자. 사실, 바닐라의 원산지는 멕시코였다. 바닐라 역시 16세기 멕시코를 정복한 스페인 사람에 의해 유럽에 알려졌고 향수, 담배 심지어 술에까지 바닐라가 사용되며 그 인기는 유럽 전역으로 퍼져나갔다. 그래서 유럽인들은 바닐라를 유럽에서 재배하려 노력했지만 무슨 이유 때문인지 멕시코와 아프리카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는 재배를 할 수 없었다. 그러던 중 인도양의 작은 섬 레위니옹에 살던 12살 소년이 이 비밀을 풀었다. 바닐라는 곤충이나 새가 꽃가루를 운반해주는 식물인데 이 과정이 이루지지 않아 꽃만 피고 열매를 맺지 못했던 것. ‘에드몽’이라는 이름의 소년은 곤충이나 새의 역할을 대신하는 가느다란 가시를 사용해 수정을 시키는 인공수정법을 찾아냈고 지금까지도 바닐라의 수정은 사람들에 이루어진다. 이후 이 지역을 중심으로 고품질의 바닐라 재배가 시작되었고 레위니옹 바로 옆에 위치한 마다가스카르는 풍부한 노동력과 바닐라 재배에 적합한 기후로 이후 세계 최대의 바닐라 생산지로 등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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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다가스카르 옆에 위치한 레위니옹
부드럽고 리치하면서도 향긋한 바닐라는 우리에게 익숙한 크림색과는 달리 갈색빛의 바닐라빈에서 추출된다. 갓 딴 상태의 바닐라빈은 어떠한 향도 맛도 없으며, 가공을 통해 검게 변한 후에나 우리가 평소 알던 달콤한 향을 낸다. 대부분의 향신료와 달리 생산기간이 긴 바닐라는 시간이 흐르면서 향기가 더욱 강해진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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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활짝 핀 바닐라 꽃 / (우)바닐라빈 껍질을 반으로 가른 모습
어느 카페의 ‘카페 모카’와 ‘바닐라 라떼’를 마셔도 달콤함의 깊이와 풍미는 같지 않다. 3월 1일 출시되는 바리스타룰스의 ‘벨지엄 쇼콜라 모카’와 ‘마다가스카르 바닐라빈 라떼’는 깔끔한 드립추출 방식의 커피에 벨기에산 초콜릿과 마다가스카르산 바닐라 본연의 진하고 깊은 달콤함을 더했다. 이제 다양한 커피 원두에 대해서 알아가듯 내가 마시는 커피의 향미와도 친해져 보자. 가끔은 진한 향미의 원두커피와는 또 다른 달콤하고 부드러운 위안을 얻을 수 있을 테니.
[참고자료]
김혜경. 만물의 유래사.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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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영주. 초콜릿 수첩. 2011
“노이하우스”. 두산백과. 네이버 지식백과
임혜선. “서경배 회장이 배우라고 외치는 '에드몽', 누구길래”. 아시아경제. 2016.03.04
이진욱. “500년을 이어오는 달콤함의 유혹 `바닐라`". MK Style. 2016.12.22
“초콜릿”. 두산백과, 네이버 지식백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