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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어느 잔에 마실까?

커피를 완성하는 또 하나의 예술

2016.11.17. 오후 06:01 |카테고리 : Coffee Story, 미분류

전 세계적으로 ‘더 맛있는 커피’에 대한 욕구가 커지면서, 커피 선택의 폭도 넓어졌다. 선택할 수있는 원두와 베리에이션 메뉴가 다양해진 것은 물론 같은 ‘카페라떼’라도 개인 취향에 따라서 원두를 고르고, 추출방식을 선택하고, 우유 종류를 골라 나만의 ‘카페라떼’를 주문할 수 있다. 가끔 이렇게 까다롭게(?) 주문한 커피가 천천히 음미할 시간도 없이 테이크아웃 잔에 담겨 식어 가면 그렇게 아쉬울 수가 없다. 사실 커피는 메뉴마다 적합한 잔이 따로 있다. 테이크아웃 잔도 종이컵과 플라스틱 컵으로 구분되고 어떤 음료가 담기는지에 따라 용량이 다른 컵을 쓰지 않는가. 커피의 향미를 더해주고 그 본연의 맛을 살려주는 다양한 컵의 역할에 대해 알아보자.

1Pinkyone / shutterstock.com
커피를 담은 다양한 잔들 

원두의 진한 향을 느끼고 싶다면, 데미타스(Demitasse) 잔
당신이 커피 매니아라면, 커피의 심장이라 불리는 에스프레소의 그 향과 맛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그런 당신은 에스프레소를 위한 잔을 따로 가지고 있지 않는가? 바로 프랑스어로 Demi(반)와 Tasse(잔)을 뜻하는 ‘데미타스(Demitasse) 잔’이다. 일반적으로 2~3온스(70ml 내외) 가량의 음료가 담기는 잔으로 적은 용량으로 마시는 에스프레소를 마시는데 주로 사용한다. 유럽 여행을 가거나 영화에서 보면, 데미타스 잔에 담긴 에스프레소를 단숨에 마시는 유럽 사람들의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종종 다양한 디자인의 매력적인 데미타스 잔을 수집하는 커피 애호가들도 있다.

2AnastasiaNess / shutterstock.com
에스프레소를 담은 데미타스잔 

미각뿐 아니라 시각적인 만족감까지 안겨주는, 글라스(Glass) 잔
강렬한 햇볕이 내리쬐는 여름, 얼음이 가득 찬 투명한 글라스 잔에 커피 원액과 우유의 환상적인 그라데이션을 본 적이 있는가. 뽀얀 우윳빛과 짙은 갈색의 커피가 섞이는 모습이 마치 하나의 예술작품을 보듯 아름답다. 에스프레소를 담는 70ml 정도의 작은 잔부터 얼음을 가득 넣어 시원하게 마실 수 있는 350ml 수준의 큰 잔까지, 크기도 다양해서 여러모로 활용도가 높다.
당신이 에스프레소 샷의 크레마를 눈으로 직접 만끽하고 싶거나 두 가지 이상의 음료가 베리에이션 되는 화려한 그라데이션을 보며 여름철 더위를 날려버리고 싶다면, 커피를 그림처럼 담아내는 글라스 잔을 활용해보자.

3(왼쪽) Barbara Dudzinska (오른쪽) Anna_Pustynnikova / shutterstock.com
에스프레소가 담긴 작은 크기의 글라스 잔과 아이스 라떼가 담긴 큰 글라스 잔 

커피의 따스한 온도를 오랫동안 간직하고 싶다면, 도자기 잔
누군가에게 ‘여유로운 오후, 커피 한 잔을 떠올려봐’라고 한다면, 대부분 새하얀 도자기 컵에 담긴 따뜻한 커피를 떠올릴 것이다. 어느새 도자기 잔은 ‘분위기 있는 커피잔’의 상징이 되었고, 이 사실을 증명이라도 하듯 커피 광고 속에 가장 많이 등장하기도 한다. 실제로 도자기 잔의 매력은 무궁무진하다. 입술에 대었을 때 느껴지는 매끄럽고 세련된 감촉은 물론, 보온력이 뛰어나 실용적이기까지 하며, 컵, 머그, 보울 등 종류도 다양해 상황에 따라 선택이 가능하다. 보통, 도자기 잔은 커피의 온도를 더욱 오래 유지할 수 있도록 예열해서 사용하며, 따뜻한 아메리카노 혹은 우유 거품 위 시나몬 가루를 곁들이는 카푸치노 등의 베리에이션 메뉴에도 많이 사용한다.

4(왼쪽) Mini bear (오른쪽) Shawn Hempel / shutterstock.com
손잡이가 달린 도자기 머그 잔과 보울 형태의 도자기 잔 

특별한 날 완벽한 기분을 만들어 줄 스니프터(Snifter)잔과 쿠페뜨(Coupette)잔
언젠가 분위기 좋은 바에 앉아 칵테일 커피를 마셔본 적이 있지 않은가? 그때 마셨던 음료의 잔을 떠올려 보라. 일반적인 커피잔과는 달랐을 것이다. 항아리 모양을 한 스니프터 잔은 입구가 좁아지는 특유의 모양 덕분에 향을 더욱 깊이 머금는데, 케냐산 원두처럼 깊고 풍부한 향이 나는 커피와 잘 어울린다. 잔이 입술에 닿는 순간, 코 끝에 느껴지는 풍요로운 향기가 당신을 황홀하게 할 것이다. 위로 갈수록 넓어지는 형태의 쿠페뜨 잔은 위스키에 커피를 첨가한 ‘베일리스 커피’ 등의 칵테일 커피를 담기 좋은데, 테두리에 설탕, 시나몬 등을 둘러 시각적, 미각적 요소를 더하기도 한다.

5(왼쪽) Kirill Z (오른쪽) bogdanhoda / shutterstock.com
커피를 담은 스니프터 잔과 커피 칵테일은 담은 쿠페뜨 잔  

우리가 커피를 마시는 이유는 다양하다. 그중에서도 가장 큰 이유는 ‘커피 마실 때의 그 여유로운 분위기’를 사랑하기 때문 아닐까. 커피 잔을 고르는 것은 그 분위기를 더욱 극대화시킨다는 관점에서 의미가 크다. 같은 향의 원두 커피라도 하얀 머그잔에 따라 오래도록 따뜻하게 마시는 것과 스니프터 잔에 따라 향을 음미하는 마시는 것은 다른 온도와 다른 향으로 기억되기 때문이다. 이렇게 우리는 컵의 질감, 형태, 크기, 디자인에 따라 그 시간을 다르게 기억할 수도 있다.

그러나 ‘커피 잔’은 하나의 수단일 뿐, 그 자체가 목적은 아니다. 이탈리아 장인이 만든 값비싼 도자기 잔보다 대학교 때 친구에게 선물 받은 캐릭터 잔이 더 친근하다면, 익숙한 잔에 마시는 커피가 더욱 위로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또, 바쁜 출근길에 들려 급하게 주문하는 아메리카노는 하얀 도자기 잔보다 테이크아웃 잔에 마시는 것이 가장 편리하다. 이렇듯 커피 잔은 상황에 따라 분위기에 따라 당신이 필요한 대로 주문하면 ‘그 순간, 세상에서 가장 좋은 잔’이 된다.

그러나 당신의 커피와 시간을 더욱 값지게 만드는 당신만의 커피 전용 ‘시그니처 잔’이 필요할 때가 있다. 부엌을 둘러보자. 가장 먼저 손이 가는 컵이 있는가? 만약 없다면, 이번 주말에는 새하얗고 두꺼운 도자기로 된 당신만의 ‘시그니처 잔’을 구매하는 작은 사치를 부려보는 건 어떨까.

[참고 자료]
아네트 몰베르, “커피 중독”, 시그마북스, 2015
염선영, “글라스 종류”, 분위기에 맞게 고르는 66가지 칵테일 수첩, 2011
허용덕&허경택, “와인&커피 용어해설”, 백산출판사, 20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