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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커피 전문가에게 듣는 진짜 커피 이야기

코스타리카 원두 전문가 ‘리카르도 아조페이파 모라’를 만나다

2016.12.01. 오전 10:55 |카테고리 : Coffee Story, 미분류

우리는 원한다면 언제나 쉽게, 따뜻한 커피 한 잔과 마주할 수 있다. 바리스타가 정성스럽게 내려준 커피를 마시며, 그의 노력과 실력에 대해 감탄하지만, 실제로 더 좋은 원두를 생산하기 위해 현지에서 노력하는 커피 농부와 연구원에 대해 떠올리기는 쉽지 않다. 우리나라 지형 특성상 커피 재배하는 모습을 보기 어려워서 일지도 모르겠다.
최근, 국내의 한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코스타리카 원두 전문가로 이름을 알린 ‘리카르도 아조페이파 모라’가 ‘2016 서울카페쇼’를 찾았다. ‘월드 커피 리더스 포럼’의 ‘월드 커피 어드벤처 세션’에 ‘코스타리카 원두’에 대한 강연자로 초청되었기 때문이다. 코스타리카에서 원두 생산부터 수출과 전문가 양성까지 커피 산업 전반에 걸쳐 다양한 일을 하는 그는 ‘월드 바리스타 챔피언십(WBC)’ 세미파이널까지 진출할 정도로 바리스타로서도 세계적인 실력을 가진 진정한 커피 전문가다. 그의 명함에서는 그가 운영하는 커피 관련 회사 대표 외에도 바리스타, 큐그레이더 직함을 확인할 수 있었다. 커피와 사랑에 빠진 지 20년 차 커피 전문가, 우리는 그를 만나 커피 생산자 혹은 연구자의 입장에서 그가 생각하는 ‘커피란 무엇인지’ 들어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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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타리카 커피 전문가 ‘리카르도 아조페이파 모라’(이하 리카르도) 

간단하게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 안녕하세요, 저는 코스타리카 원두와 관련해 개발부터 수출까지 커피와 관련된 다양한 일을 하고 있는 ‘리카르도 아조페이파 모라’입니다. 원두 재배법 및 품종에 대해 연구하는 개발자이기도 하고 전문가를 육성하는 교육자이기도 하며, 원두를 찾아다니는 커피헌터이기도 합니다. 혼자 활동하기보다는 많은 사람들과 끊임없이 소통하며 늘 새롭게 변하는 시장에 대응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다양한 일을 하시는 것 같습니다. ‘커피 전문가’로서 하루 일정이 어떤지 궁금합니다.
– 오전에는 제 사무실인 아카데미로 출근을 합니다. 오전에는 보통 농장주, 바리스타들이 사무실로 찾아와 그들과 이야기를 나누는데요. 그렇지 않을 때는 커피와 관련된 책을 읽거나 책을 출판하기 위한 글을 쓰고 있습니다. 오후에는 주로 새로 커피를 시작하는 창업자들을 만나거나 아카데미에서 커피 관련 교육을 하고요. 가끔은 직접 관리하고 있는 농장을 직접 방문해 원두의 상태를 보고 새로운 재배법이나 가공법 대해 논의할 때도 있습니다.

어떻게 커피산업에 종사하게 되었나요?
– 18살, 다소 어린 나이에 처음 커피를 시작했습니다. 사실, 코스타리카에서 선택할 수 있는 직업이 많지 않은데, 정부 산하 커피 기관인 ‘ICAFE’에서 일을 시작한 게 저에게는 터닝 포인트였던 것 같아요. 그렇게 다른 사람들과 비슷한 이유에서 커피를 시작했지만 이렇게 전문가로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는(웃음) 남들과 소통하는 것을 좋아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점점 더 많은 사람들과 커피에 대해 이야기하고 그러다 보니 커피와 관련된 ‘커뮤니케이션’ 능력 자체가 제 장점이 되었어요. 커피를 생산하거나 만드는 일에서부터 시작했지만 커피 산업 전반적인 것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요. 점차 커피 산업에서 의미 있는 일, 발전적인 일을 찾았고 여기까지 오게 된 것 같습니다.

커피 원두 재배에 있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일과 가장 힘든 일에 대해 말씀해 주세요.
– 대부분의 사람들이 생각하지 하지 못하는 포인트인데요. 커피 체리를 적기에 수확하는 것이 재배에서 가장 중요하면서도 힘든 일이라고 생각해요. 수확 시기는 커피의 맛과 향, 풍미 등에 많은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매일 원두를 살피고, 수확에 좋은 시기를 찾기 위해 노력합니다.

11월5주_2@리카르도 제공
리카르도가 협력 중인 코스타리카 농장의 모습과 원두 정제 과정 

커피 산업 종사자로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임무는?
커피를 즐기는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코스타리카 원두’에 대한 기대치가 있고, 그 기대치를 만족시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에 대한 책임감도 막중하고요. 더 좋은 원두 품종을 효율적으로 개발하기 위해 전체적인 생산 및 유통 과정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꼭 지켜야 한다고 생각하는 ‘커피 철학’을 가지고 계신가요?
‘자본이 선순환 되는 구조’에 대해 많이 생각합니다. 자본 즉, 돈은 꼭 필요하지만, 그 자체가 목적이 되어서는 안 돼요. 농부는 좋은 품질의 원두를 생산하고, 소비자들은 고품질의 커피를 공정하게 소비하는 선순환 구조가 계속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저 또한 많이 노력하고 있고요.

사람들에게 커피라는 존재가 어떤 역할을 했으면 하나요?
– 저는 커피가 전 세계인들을 이어주는 하나의 언어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돈이 있든 없든, 일반인이든 전문가든, 누구와도 이야기할 수 있는 하나의 의미 있는 매개체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20년 경력의 커피전문가 리카르도에게 커피란?
– 저에게 커피는 ‘가치’입니다. 여기서 가치란, ‘지속가능성’과 ‘관계’를 들 수 있는데요. ‘지속가능성’은 지속적인 환경 보호를 통해 후대에까지 이 훌륭한 커피를 맛보게 해주는 것을 뜻하고, ‘관계’란 소비자들이 마시는 것은 물론 지구 반대편의 생산자로부터 최종 소비자까지 많은 사람들을 이어주는 역할을 하는 것을 말합니다.

실제로 그는 ‘월드 커피 어드벤처 세미나’를 진행하며, 참석자들이 코스타리카 내 유명 산지에서 그가 직접 개발하고 관리 중인 원두를 시음할 수 있는 시간을 마련했다. 커피를 마신 후 사람들의 표정을 하나하나 살피고, 어떠냐고 물어보는 그의 표정에서 커피에 대한 애정과 자부심이 느껴졌다. 코스타리카는 국가 차원에서도 고품질의 원두 개발에 적극적인데 특히, 정제법은 워시드, 허니, 레이즌허니, 내추럴 4가지로 타 생산지에 비해 다양한 방법을 사용해 원두가 가진 최적의 향미, 품질을 이끌어내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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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2016 서울카페쇼 ‘월드 커피 어드벤처 세미나’에서 강의 중인 ‘리카르도’, 다양한 원두 커피 품평회 

한국에서도 코스타리카 원두가 들어간 바리스타 룰스 음료가 좋은 반응을 얻고 있습니다. 드셔 보시니 어떤가요?
– 맛있네요. 부담 없이 마실 수 있는 맛인 것 같습니다. 코스타리카에서는 어린아이들도 커피를 마시는데 그쪽 시장에서도 충분히 경쟁력이 있을 것 같아요.

한국과는 처음 어떻게 인연을 맺으셨나요?
– 2012년, 서울카페쇼에 코스타리카 국가 부스를 운영하는 멤버 중 한 명으로 처음 한국을 방문했습니다. 작년부터 한국과 본격적인 비즈니스를 시작하게 되었고 이번이 3번째 방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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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커피 시장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리카르도’

한국에도 커피 애호가들이 상당히 많다. 한국의 커피 소비문화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 한국 시장에 대해서는 무척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어요. 실제 한국을 방문해보니 제가 예상했던 것과는 달리 젊은 사람들에 의해 커피 문화가 만들어지고 있어 그들의 크리에이티브 한 생각에 의해 시장이 더욱 발전하고 성장할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커피를 사랑하는 한국 사람들에게 인사를 전한다면?
– 커피에 대해 더 많이 읽고, 공부하세요. 한국이 소비는 많지만 생산지와 많이 떨어져 있다 보니 직접적으로 원두를 공부하고 만지고 생각할 기회가 상대적으로 적은데요. 커피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어떤 방법으로든 많이 접하는 것만큼 좋은 것이 없습니다. 한국 외의 다른 나라에서는 커피 관련 트렌드는 어떤지 관련하여 어떤 이슈가 있는지에 대해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습니다. 커피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커피 산업에 종사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커피 생산국에 방문해보는 것도 좋겠습니다.

커피에 대한 리카르도의 열정은 남달랐다. 1시간 30분의 긴 강연에도 지친 내색 하나 없었고, 바로 이어서 진행한 1시간가량의 인터뷰에서도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길 원했다. 직접 커피를 ‘생산자’ 입장만 강조하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들이 만족할 수 있는 커피를 만들겠다는 집념으로 빛나는 그의 눈빛을 보니 앞으로도 더 좋은 커피를 마실 수 있다는 기대감에 든든하기까지 했다.

화산재로 인해 더욱 비옥한 토양을 가진 코스타리카는 전체 커피 농가 중 90%가 영세소농에 이를 정도로 소규모 정제공장들이 많다고 한다. 그중 리카르도가 직접 개발하고 관리한 원두는 이미 국내 카페에 유통되고 있다. 그의 철학이 고스란히 담긴 그 소중한 원두가, 과연 어떤 깊은 맛으로 우리에게 보답하는지 오늘은 코스타리카 원두로 내린 커피를 마셔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