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커피 담기
분쇄한 커피를 드리퍼에 장착된 여과지 위로 부어 담을 차례다. 어렵지 않은 과정이나 두 가지 사항에 유의하여 커피를 담는다.
•드리퍼에 담은 분쇄커피의 최상단 표면은 수평면이 되도록 한다.
담은 분쇄커피의 표면에 산과 계곡, 들판과 호수가 생기면 좋지 않다. 물이 투입되었을 때 산을 타고 흘러내린 물이 계곡을 따라 흘러서
들판이나 호수에 고이기 때문이다. 움푹 파인 곳으로 물이 흘러들면 해당 지점과 그 아래 방향으로 추출이 더 집중되므로 균형 잡힌
커피를 얻기 어렵다. 아래 사진과 같이 양손으로 드리퍼 양쪽을 가볍게 잡고 좌우로 1~2회 살짝 흔들어 표면이 수평 면이 되도록 한다.
•수평을 맞추기 위하여 드리퍼의 측면을 손으로 두드리지 않는다.
분쇄커피가 담긴 드리퍼의 측면을 손으로 두드려 수평을 잡는 것은 좋지 않다. 중력을 받고 있는 분쇄커피가 그 충격으로 인해 아래로
다져져, 추출 시 물 빠짐이 느려지면서 정체현상이 생기는 등 결정적인 부작용을 야기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드리퍼에 분쇄커피가 담긴 이후에는 무의식 중이라도 충격을 가하는 일이 없도록 유의하자.
7) 물 온도 측정
분쇄커피가 담긴 드리퍼가 정위치에 자리하면 커피가 추출될 수 있는 현장 준비는 끝난다. 이제 물붓기를 위한 물을 준비할 차례다.
유의할 점은 추출 도중에 물이 모자라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해당 추출 과정에 필요한 충분한 양의 물을 한 번에 준비한다.
추출이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물이 부족한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이때 추출을 중단하고 물을 다시 끓이게 되면, 추출이 일시 중단된 동안 분쇄커피가 이미 품고 있는 정지된 물에 의해 과다 추출이 발생된다. 또 드리퍼 내부의 온도가 급속히 떨어지게 되므로 제대로 된 커피를 기대하기도 어렵다. 따라서 한 개의 드립포트를 사용하여 여러 잔 분량의 커피를 추출할 경우에는 별도의 주전자 등에 충분한 양의 물을 미리 준비해 두는 것이 좋다. 그래야 물이 부족할 경우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다.
•물붓기 중간에 가열하여 온도를 다시 올리지 않는다.
물붓기가 한 번 시작되면 끝날 때까지 물의 온도는 서서히 떨어진다. 핸드드립식 커피 추출의 장점이자 매력은 서로 다른 온도대의 물이 투입됨으로써 다양한 커피 맛을 추구할 수 있다는 데 있다.
따라서 1회 물붓기와 차회 물붓기 사이에 다시 물을 데울 필요는 없다. 항시 일정한 온도를 유지시키는 온수기를 사용하고 있고,
드립포트 2개 분량의 물이 필요한 상황이라면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 이 경우, 두 드립포트에 물을 받아 동시에 온도 측정을 해두고,
1번 드립포트를 사용한 다음 바로 이어서 2번 드립포트로 넘어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만일 1개의 드립포트를 사용해야 한다면 1차 물이 소진된 후 다시 온수기의 물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런 경우에는 여분의 드립서버 등으로 물을 두어 번 옮겨 담음으로써 1차 물 소진
직전에 가까운 온도의 물로 추출을 이어나가기를 권한다.
•온도계
다양한 형태의 온도계를 시중에서 구입할 수 있다. 디지털, 아날로그 방식 모두 무난하며, 필요하다면 막대형 온도계를 사용하는 것도
무방하다.
드립포트에 고정된 온도계
저가형 온도계 중에는 측정된 온도의 오차가 다소 큰 경우가 있으므로 조심하자. 온도계를 새로 구입한 후 정밀한 온도계와 동시에
온도를 측정하여 미리 그 편차를 확인해둔다면 저가형 온도계라 하더라도 의도한 온도를 가늠하는 데는 문제가 없다.
•온도의 측정은 고온→저온으로 이동하며 측정
핸드드립에 사용할 물의 온도를 측정하는 방법은 우선 물을 팔팔 끓이고, 열원을 제거한 상태에서 점차 하락하는 온도를 재면 된다. 물의 온도가 의도한 수준에 도달하면 물붓기를 시작한다.
•온도를 측정하는 장소는 드립포트 몸체
팔팔 끓였던 뜨거운 물을 드립포트로 옮김과 동시에 온도계를 꽂아둔다. 드립서버와 물의 온도가 같아질 때까지 잠시 대기한 후 드립포트 내부의 온도를 측정한다.
이때 정밀한 온도 관리를 위해서는 드립포트 각 부위별 온도가 다르다는 사실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그림에서 몸체 내부의 온도 ⓐ와 물붓기 시 물이 떠나는 지점인 주둥이 끝부분의 온도 ⓑ는 다르다. 다시 말해서 ⓐ지점의 온도보다 ⓑ지점의 온도가 항상 낮다.
온도를 감지하는 온도계의 끝단은 드립포트의 몸체 중앙부의 물 온도를 측정하고 있는데, 이 물은 동일한 온도의 두터운 액체층(물)으로 둘러싸여 있어서 온도 보전이 용이하다.
그러나 드립포트 몸체를 떠나 얇은 주둥이를 통과하는 동안 물은 외부의 실온에 가깝게 접촉하면서 가지고 있던 열을 더욱 빨리 빼앗기게 된다.
추출자가 더욱 면밀한 물붓기를 진행하고자 한다면 추출 과정 플랜에 온도 변화의 변수와 편차에 관한 정보를 포함시킬 필요가 있다.
온도 편차 정도에 대한 경험치는 위의 표와 같다.
•커피 추출에 관여하는 모든 기물에 대한 온도 관리
물붓기를 위한 물의 온도를 잘 측정하는 것만으로 완성도 높은 커피 추출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추출 전이나 추출 중에,
나아가 추출 후에 열과 관계하는 기물의 온도 유지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드리퍼와 드립서버는 충분히 데워서 사용해야 하고,
추출된 커피를 담게 될 커피잔 역시 충분히 데워 두어야 한다. 추출자는 드립서버로 추출된 커피가 커피잔으로 완전히 옮겨지기까지 열의 보전을 위해 최선을 다할 필요가 있다. 아무리 훌륭한 생두, 최적의 로스팅, 완벽한 기술을 통해 완성된 커피라 할지라도 마지막 순간에
식은 상태로 제공된다면 훌륭한 만족도를 기대하기 힘들다.
•온도계의 도움 없이 온도를 가늠할 수 있는 방법의 활용
온도계가 있다면 편리하겠지만, 온도계가 준비되지 않은 상황에서도 온도를 가늠할 수 있는 방법이 있으며, 매우 유용하다.
물을 팔팔 끓인 후 실온의 드립포트에 부으면 약 5℃ 가량 온도가 하락한다. 드립포트로 옮겼던 물을 드립서버로 옮겼다 다시 드립포트로 물을 회수하면 약 5℃ 전후의 온도가 추가로 내려간다. 이런 약식의 온도조절 과정을 거쳐 물붓기에 필요한 최적의 설정온도 88~92℃에 다가갈 수 있다. 조금 더 높은 온도를 원한다면, 처음 드립포트에 물을 붓기 전에 약간의 예비 물로 드립포트를 데워주면 된다.
이렇게 미리 드립포트의 온도를 높인 다음 그 물은 버리고 다시 끓는 물을 부으면 더 높은 온도를 얻을 수 있다. 드립서버를 다녀온 물이 여전히 높은 온도라면, 드립서버로 한 번 더 다녀오면 된다.
어디서든 활용할 수 있는 이 방법의 경험치를 숙지해둔다면 매우 유용한 온도관리 요령이 될 뿐만 아니라, 추출 기구들을 사전에 모두
데우는 일거양득의 효과도 얻을 수 있다.
커피와 온도와의 관계에 대한 실전 사례
1) 추출된 커피는 온도가 떨어질수록 더 많은 신맛이 난다?
김이 날 정도로 따끈하게 데워진 한약과 식은 상태의 한약을 마실 때 어느 쪽이 더 쓰거나 덜 쓰게 느껴질까? 보편적으로 한약은 데워서 복용하도록 권유하고 있는데, 냉장고에 넣어 10℃ 이하로 온도를 내린 다음 마셔 보면 쓴맛이 훨씬 덜해지면서 쓴맛으로 인한 거부감이 줄어드는 경험을 하게 된다. 일반적으로 혀는 낮은 온도에서 쓴맛을 덜 느낀다.
반면에 신맛이 많은 레모네이드는 따뜻할 때나 차가울 때나 모두 선명하게 산미를 느낀다. 이는 신맛에 대해서는 온도 변화가 혀의 감각에 미치는 영향은 적다는 것을 의미한다. 커피가 점점 식어감에 따라 신맛이 조금 더 두드러지게 느껴지는 것은 온도변화가 커피 성분에 미치는 영향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동시에 쓴맛에 대한 혀의 반응이 둔감해지므로 상대적으로 신맛을 더 두드러지게 느끼는 현상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이론 파트에서 살펴보았듯이, 사람의 혀가 맛을 느끼는 체제에 대해서는 최근까지도 많은 연구가 진행되고 있고, 이러한 연구들로 인해 맛을 느끼는 감각에 대한 고전적인 지식 역시 새로운 사실들로 다시 채워지는 과정에 있다. 그러므로 기호식품인 커피의 맛을 인지하고 평가하는 데 있어서 보다 광범위한 가능성을 이해하려는 유연한 자세는 커피의 다양성을 즐기는 데 더 큰 만족감으로 작용할 것으로 생각한다.
2) 동일한 분쇄커피를 서로 다른 온도에서 추출했을 때의 맛 차이
온도를 제외한 다른 추출변수들을 동일하게 설정한 서로 다른 두 추출물을 비교해보자.
※ 추출 조건 : 콜롬비아, City 볶음 20g, 중간 분쇄도, 칼리타 드리퍼, 추출량 150ml, 추출 시작온도 93℃와 83℃ 등 온도 편차를 10℃로 설정한 2가지 경우를 동시에 추출
10℃의 온도 편차는 전혀 다른 커피를 만들어낸다는 선입견을 가질 수 있으나, 실제로는 산지별 특성에 따라 그 차이가 의외로 적게 나타날 수도 있다. 온도에 따른 변수보다는 산지 고유의 맛, 로스팅 정도의 변수가 커피의 맛을 결정하는 데는 훨씬 더 큰 변수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즉, 태생부터 산미가 적은 산지의 커피를 City이상* 볶아서 추출할 때, 추출을 시작하는 온도를 높인다고 해서 산미가 온도 상승 정도에 따라 비례적으로 증가하지는 않는다.
3) 핸드드립식 커피를 가장 맛있게 느끼는 첫 모금의 온도는?
온도에 대한 인식을 각자 확인할 수 있는 사례로 사우나를 들 수 있다. 사우나를 방문하였을 때, 그 사우나에서 가장 뜨거운 물을 담고 있는 탕의 온도는 과연 몇 도일까? 42℃, 43℃를 넘어가면 사람은 거의 들어가지 못한다. 항온 동물에 속하는 사람은 비교적 작은 온도 변화에도 견디기 어려운 피부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이보다 훨씬 뜨거운 수준의 온도에도 충분히 견디는 부위가 있는데, 바로 구강이다. 보글보글 끓는 된장찌개를 숟가락으로 떠서 두어번 입김을 분 뒤에 바로 맛을 볼 수 있을 정도로 구강은 뜨거운 온도에 잘 견디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핸드드립식 커피의 경우, 과연 몇 도에서 첫 모금을 가장 행복하게 느낄 것인가? 여기에 대해서는 다소 편차가 있겠으나, 일반적으로는 60~65℃라고 알려져 있다. 일관된 프로세스를 통해 정상적으로 추출할 경우, 60~65℃는 약 90℃ 전후에서 물붓기를 시작하면 별도의 가열 과정 없이도 충분히 맞출 수 있는 온도이다. 추출을 끝냈을 때 측정한 온도가 이보다 낮다는 것은 온도관리가 재대로 되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첫 모금의 행복한 온도는 연령이 높아갈수록 조금씩 더 올라가며, 중장년층은 남성에 비해 여성이 조금 더 높은 온도를 선호하는 경우가 많다.
*City 볶음도 미만으로 로스팅 하였을 경우 모든 커피는 두드러진 신맛을 가진다. 이 경우 산지 특유의 향미가 본격적으로 채 발현되기 전에 두드러진 신맛으로 인해 상당 부분이 묻히는 경우도 많이 발생한다. 해당 산지의 맛이 적극적이고 더욱 차별적으로 (경향성 있게) 표현되는 City 이상의 볶음도를 가진 커피를 통해 비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출처]
COFFEE & TEA 17/10 월호
– Technic_ Brewing : 커피 추출과정(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