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죽어서 재를 남기고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긴다는 속담이 있다. 그렇다면 커피는? 커피 찌꺼기를 남긴다. 그것도 아주 많이. 커피를 만들 때 원액으로 추출되는 양은 원두 고형분의 약 20%에 불과하고, 80%가 찌꺼기로 버려진다. 연간 1인당 커피 소비량이 484잔(통계청 기준)에 이르는 우리나라에서 하루 평균 서울 지역에서만 버려지는 커피 찌꺼기가 무려 140톤 정도라고 하니 엄청나지 않은가? 게다가 커피 찌꺼기는 재활용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인식 부족으로 생활쓰레기와 함께 버려지고 있으며 이 커피 찌꺼기를 매립하고 소각하기 위해 필요한 종량제 쓰레기봉투 값만 연간 11억 원이 든다고. 이번 기회에 커피 찌꺼기 활용법 몇 가지 정도는 알아둔다면 환경 보호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보다 간단하고 유용하기까지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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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양소가 풍부해 일반 퇴비보다 더 효과적인 커피 찌꺼기 비료
비료(퇴비) – 난이도 ★☆☆☆☆
커피 찌꺼기에 질소, 단백질, 무기질 등의 영양소가 풍부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는가? 영양소도 풍부할 뿐 아니라 악취도 나지 않아 일반 퇴비보다 더 효과적이라고 한다. 실제로 얼마 전 경기도의 한 농가에는 약 5백 톤의 커피 찌꺼기가 보급되어, 퇴비로 사용되기도 했다. 1년 농사가 끝난 논에, 지력을 되돌리기 위해 커피 찌꺼기와 퇴비를 섞어 뿌린 것이다. 가정에서도 아주 간편하게 만들어 사용 가능하다. 커피를 내린 후 찌꺼기를 얇게 펴서 잘 말린 뒤 찌꺼기와 흙의 비율을 1대 9로 섞어주어 화초나 작물 위에 뿌려주면 끝. 커피를 말리는 것이 번거롭다면, 근처 카페에서 커피 찌꺼기를 얻어오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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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찌꺼기에 꿀과 설탕 등을 넣어 각질 제거 및 보습에 효과적인 바디 스크럽제
천연 스크럽제, 마사지 오일 – 난이도 ★★☆☆☆
피부의 묵은 각질 제거나 모공 클렌징을 위해 많이 이용하는 스크럽 제품. 커피 찌꺼기로 직접 만들어서 쓸 수 있다. 꿀이나 요구르트 등을 커피 찌꺼기와 함께 섞어 몸이나 발바닥에 문질러 주면 되는데, 각질 제거는 물론, 커피에 들어있는 지방 성분이 보습에도 좋아서 1석 2조의 효과를 볼 수 있다. 보디 오일이나 코코넛 오일과 섞어 마사지 오일로 사용해도 좋다. 오일보다 커피 찌꺼기의 비율을 좀 더 높여 되직한 농도로 팔뚝이나 배, 허벅지 등에 바르고 마사지를 해주면 셀룰라이트 개선에도 도움이 된다. 1회 마사지 시, 5분에서 7분 사이 꾸준히 해주면 더욱 효과가 좋다. 단, 커피의 입자가 거친 경우가 많으므로 얼굴에는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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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찌꺼기를 활용해 만든 방향제, 은은하게 퍼지는 커피향을 느낄 수 있다
천연 탈취제, 방향제 – 난이도 ★★★☆☆
가장 잘 알려진 커피 찌꺼기 활용법 중 하나. 커피 특유의 향기를 활용해 탈취제, 방향제로 모두 사용할 수 있는데 주의할 점은 커피를 잘 말려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물기가 마르지 않은 커피 찌꺼기는 자칫하면 습기를 머금어 곰팡이가 피기 쉽기 때문이다. 커피 찌꺼기를 사용한 일회용 컵 등을 활용해 냉장고나 신발장 등 냄새가 심한 곳에 놓아두면 습기와 잡냄새를 효과적으로 해결해준다. 방향제는 크라프트지, 다시백, 도일리 페이퍼 등을 이용해 만들면 보기에도 좋고, 적은 양으로도 방이나 화장실 등 작은 공간을 커피 향으로 가득 채울 수 있다.
가구 – 난이도 ★★★★★
커피 찌꺼기로 가구를 만들 수 있다는 사실, 믿어지는가? 커피 찌꺼기를 압축하여 만드는 원리로, 테이블 등 가구뿐만 아니라 인테리어 마감재, 조명, 각종 소품 등도 제작이 가능하다. 커피 찌꺼기를 압축해서 만들기 때문에 가구 표면에서 자연친화적인 원두의 촉감을 그대로 느낄 수 있다는 것 또한 큰 장점이다. 또한, 포름알데히드와 같은 유해물질 방출량이 거의 없어 친환경적이고, 가격 역시 일반 원목에 비해 절반 정도로 저렴하다. 다만, 일반인이 직접 제작에 도전하기에는 무리가 있으니 관심 있으면 전문 제작 업체를 찾아보는 것도 좋겠다. 그보다 먼저 실제 눈으로 확인하고 싶다면, 스타벅스 광화문점에서 가능하다. 스타벅스는 지난해 11월 5,000잔의 커피 찌꺼기로 만든 테이블은 물론, 조명 갓, 건축 인테리어 마감재 등으로 매장 인테리어를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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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마시는 커피 원두의 80%는 커피 찌꺼기로, 버려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 외 활용법
위에 제시한 사례 외에도 커피 찌꺼기의 활용 사례는 무궁무진하다. 커피 찌꺼기를 우려 가구에 은은한 광택을 내는 천연 바니시(니스)로 사용하거나, 커피 찌꺼기를 묻힌 스펀지로 음식 잔여물이 남은 식기를 효과적으로 세척할 수도 있다. 또 냄새를 없애는 데에도 좋은데, 그릇에 밴 김치냄새나 음식물 쓰레기 냄새가 심할 때 커피 찌꺼기를 활용해 악취를 제거할 수도 있고, 쓰레기통 주변 등 벌레가 꼬이기 쉬운 곳 근처에 커피 찌꺼기를 두면 벌레 퇴치에도 효과적이다.
최근에는 이러한 변신이 사업으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서울시가 매일 버려지는 140여톤의 커피 찌꺼기를 활용하기 위해 사회적 기업, 커피 전문점 등과 함께 재활용 사업을 시작한 것. 수거된 커피 찌꺼기들은 버섯 재배용 배지(버섯을 키우기 위한 영양원)을 만들거나 친환경 퇴비 등으로 재활용 되고 있다. 성과에 따라서는 다른 자치구로도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하니, 앞으로의 커피 찌꺼기의 활약이 기대가 된다.
천연 비료부터 가구까지…… 그냥 버리는 줄만 알았던 커피 찌꺼기의 변신이 놀랍지 않은가? 게다가 생각보다 어렵지도 않고 작은 실천으로 환경까지 보호할 수 있으니,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 진정 커피를 사랑하는 당신이라면, 향긋하게 내려 마시고 남은 커피 찌꺼기로 방향제를 만들어 그 여운을 더욱 오래 지속해보는 건 어떨까?
[참고자료]
이재희. “가구로, 천연비료로…커피 찌꺼기의 무한 변신”. KBS NEWS. 2016
김경은. “비료로 탈취제로… 커피 찌꺼기 버리지 마세요”. 조선일보. 2016
“친환경 생활 습관, “커피 찌꺼기 버리지 말고 천연 바디 스크럽제로“”. 조선일보. 2015
강일용. “[MDC] 커피 찌꺼기로 가구를 만든다?”. 동아일보. 2015
이지현. “[카드뉴스] 커피 찌꺼기의 재발견”. 브릿지경제. 2016
김예린. “벌레 퇴치부터 마사지까지 다양한 ‘커피찌꺼기’ 활용법”. 매일경제. 2016
이경호. “스타벅스, 국내 최초 커피 찌꺼기 자원 재활용한 커피 전문점 선봬”. 세계일보. 2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