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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가 직업이 된 사람들

바리스타, 큐그레이더, 로스터와 블렌더

2016.10.19. 오전 10:47 |카테고리 : Coffee Story, 미분류

현재, 국내에는 프랜차이즈 커피 전문점만 약 1만 개이며 여기에 개인이 운영하는 커피 전문점까지 포함하면 전국의 커피 전문점은 약 5만 개에 달한다고 한다. 우리가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편의점이 3~4만 개라고 하니 편의점 보다 커피 전문점 수가 훨씬 많은 것이다. 이렇게 커피가 우리 생활의 일부로 자리 잡고 커피 매니아도 많아지면서, 커피를 직업으로 삼는 전문가 역시 늘어나고 있다. 이제는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해진 ‘바리스타’는 전문인을 양성하는 학과가 생길 정도. 사실 우리가 쉽게 주문하는 ‘아메리카노’ 한 잔에도 최고의 커피 맛을 내기 위한 여러 커피 전문가들의 노력이 숨겨져 있다. 탬퍼로 커피가루를 고르게 누르는 숙련된 움직임의 바리스타, 세계 각지에서 나는 수많은 원두 중 최고의 생두를 선별하는 섬세한 미각을 가진 큐그레이더 그리고 로스팅으로 원두 본연의 맛을 극대화하는 로스터까지 한 잔의 커피가 만들어지기까지 필요한 다양한 전문가들의 세계를 들여다보자.

1 Rawpixel.com / shutterstock.com
커피 한 잔에는 다양한 전문가의 손길이 담겨있다. 

최고의 커피를 고객에게 전달하는 바리스타
우리가 흔히 ‘커피 만들어주는 사람’이라고 알고 있는 바리스타는 ‘바 안에서 만드는 사람’이라는 뜻의 이탈리아 단어다. 신선한 원두와 정교한 커피 머신을 활용해 최적의 커피를 추출하는 것은 물론 커피 메뉴를 개발하고 손님의 취향에 맞는 커피와 그에 어울리는 디저트를 추천하는 등 바리스타에게 요구되는 역량은 끝이 없다. 그럼에도 전문 직종으로 좋아하는 일을 정년 없이 할 수 있다는 대표적인 직업으로 인식되면서 이를 꿈꾸는 이들도 많아지고 있다. 그렇다면 바리스타가 되기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할까. 우선, 학교나 사설학원 등에서 공부하고 자격증을 취득하는 방법이 있으며, 이 외에도 문화센터 등 다양한 기관에서 바리스타 과정을 운영하고 있어 마음만 있다면 바리스타가 되기 위한 방법은 쉽게 찾을 수 있다. 하지만 이것만은 기억해두자. 현직 바리스타가 입을 모아 중요하다고 하는 것은 커피에 대한 공부나 기술적인 숙련도만이 아니다. 그들이 꼽는 중요한 자격(?)중의 하나는 바로 커피에도 만드는 사람의 마음이 깃들기에 무엇보다 커피를 좋아하고 바리스타로서 행복함을 느껴야 한다는 것이다.

2 Nejron Photo / shutterstock.com
에스프레소를 추출하고 있는 바리스타의 모습 

커피의 품질을 평가하는 커피 감별사, 큐그레이더(Q-grader)
커피 맛에 가장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것은 뭐니 뭐니 해도 커피 원료가 되는 원두이다. 커피의 본질적인 향과 맛을 위해 좋은 생두를 선별하는 과정을 ‘커핑(Cupping)이라고 하며, 이런 일을 전문적으로 하는 커피 감별사들을 ‘큐그레이더(혹은 커퍼, Cupper)’라고 칭한다. 이는 국제적으로 가장 영향력 있는 커피 단체인 미국 스페셜티 커피 협회(Specialty Coffee Association of America)에서 인증하는 대표적인 커피 전문 자격으로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소비되는 커피 품종인 아라비카와 로부스타 중 무엇을 전문으로 하느냐에 따라 ‘큐 아라비카 그레이더’와 ‘큐 로부스타 그레이더’로 나뉜다. 큐그레이더가 되기 위한 자격시험은 8단계의 필기시험과 1단계의 실기시험으로 이뤄져 있으며, 유효기간 3년이 지난 후에는 갱신을 거쳐야 한다. 이런 큐그레이더를 양성하는 사람을 ‘큐그레이더 인스트럭터’라고 하는데 큐그레이더 자격증을 딴 후 수업 참관, 조교 업무, 리드 클래스 진행 등의 교육을 거쳐야 하며, 이 자격은 격년으로 재인증을 받아야 한다. 전문가들에 의하면 큐그레이더 자격 취득 후 최소 4~5년은 소요된다고 한다.

3 mavo / shutterstock.com
커피원두를 감별 중인 큐그레이더 

신선한 원두가 최고의 커피가 되는 중간 관리자, 로스터와 블렌더
큐그레이더가 선별한 고품질의 생두를 고유의 맛과 향을 낼 수 있도록 적절하게 볶아 내는 과정을 ‘로스팅’이라고 하는데, 이에 전문적인 기술을 갖추고 있는 사람을 ‘로스터’라고 한다. 생두에 대한 전문 지식을 토대로 손님의 커피 취향에 맞춰 커피가 가진 다양한 향미를 조절해야 하며, 로스팅이 약할수록 신맛이, 강할수록 쓴맛이 강조된다. 전문 로스터들은 이 두 가지 맛을 다시 8단계로 구분하기도 한다. 로스팅의 또 하나의 매력 포인트는 바로 다른 생두를 섞어 더욱 조화로운 맛과 향을 추구하는 ‘블렌딩’이다. 각 원두가 가진 개성은 유지하며 새로운 향미를 더해야 하는 이 창조적인 과정은 생산지의 특징은 물론 기후의 변화 등 섬세한 조건에 따른 차이까지 블렌딩을 위해 선택한 원두에 대해 모르는 것이 없어야 가능한데, 이 섬세하고도 복잡한 과정을 책임지는 ‘블렌더’중에서는 유명 커피회사에 전속으로 소속된 사람들도 있다. 그만큼 이상적인 블렌딩 조합을 찾는 것도 어렵고 이를 유지하는 것도 어렵기 때문이다.

4 mavo / shutterstock.com
커피 원두를 볶고 있는 로스터 

커피 시장의 성장은 지금도 진행 중이다. 전 세계적으로 커피 전문가들은 앞으로도 수없이 늘어날 것이다. 그러나 내가 힘들 때 위로가 되는 커피가 항상 ‘에티오피아 고산지대에서 자란 독특하고 우아한 플로랄 향을 지닌 미디엄 로스팅의 커피’는 아닐 것이다. 최고급 커피 체인점의 스페셜티 커피도 좋지만, 한가로운 주말 오후 나를 사랑하는 누군가가 정성껏 타준 달콤한 인스턴트 커피 한 잔이 더 소중하게 느껴지는 것은 커피 한 잔에 담긴 ‘마음’때문이 아닐까. 다시 한 번 ‘커피를 좋아하고 행복해야 한다’는 바리스타의 가장 중요한(?) 조건을 되새기며, 내 앞에 놓인 커피 한잔이 더욱 소중하고 새롭게 느껴진다.

[참고자료]
허용덕, 허경택, “와인&커피 용어해설”. 백산출판사, 2009
김진관, “워크넷 직업인 인터뷰”. 워크넷, 2015
오현승, “[오현승의 커피人사이트] 큐그레이더 인스트럭터를 아시나요?”. 세계일보, 2016
김윤숙, “[직업의 세계] 커피감별사”. 경향신문, 2013
이승훈, “올 어바웃 에스프레소”. Coffee&Tea, 2010
김정훈, “[머니포커스] '없는 게 없는' 여기는 편의점입니다”. MNB, 2016
신혜경, “[신혜경의 커피와경제] ⑨ 커피전문점 창업 붐… 프랜차이즈와 개인커피점 장단점 잘 비교해보길”. 조선비즈, 20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