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나지 않을 것 같은 무더위도 지나가고, 어느덧 제법 선선한 바람이 불어온다.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라고 했던가. 선선해지는 날씨 덕에 조용히 카페에 앉아 책을 읽고 싶어지는 요즘, 누구나 읽기 좋은 커피 입문 서적 몇 권을 추천한다. 세계적인 커피 장인의 커핑 노하우가 담긴 스페셜티 커피에 대한 책부터 허영만 화백의 만화로 읽는 커피 이야기까지 다양하게 준비했으니 취향껏 골라 읽어보자. 추천도서 5권 모두 내용도 훌륭하지만 적절한 이미지가 곁들여져 쉽게 이해할 수 있음은 물론 보는 즐거움 또한 맛볼 수 있으니 기대하시라.
Mutita Narkmuang / shutterstock.com
※ 본 이미지는 해당 도서와 무관합니다.
1. 커피 중독(COFFEE OBSESSION) – 아네트 몰배르 저. 2015
ⓒ시그마북스
노르웨이 태생의 바리스타이자 각종 커피 경연 대회의 심사위원으로 활약 중인 아네트 몰배르가 지은 ‘커피 중독’은 커피의 유래부터 다양한 커피 메뉴까지 쉽고 재미있게 정리했으며 여기에 사진과 일러스트를 곁들인 ‘커피의 백과사전’과 같은 책으로 커피 입문자가 읽기에 적합한 책이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는 세계의 커피 산지와 산지별 원두의 기본적인 특징에 대해 자세하고 알기 쉽게 잘 정리해 놓았다는 것인데, 콜롬비아, 브라질 등 유명한 커피 생산지는 물론 니카라과, 파나마, 아이티 등 우리에게 조금은 생소한 지역의 커피도 설명하고 있어 원두 생산지에 대한 지식을 넓힐 수 있다.
특히, 인도네시아 전통 커피 ‘코피 자흐’, 멕시코 전통 커피 ‘카페 드 올라’ 등 생강이나 계피 등의 이색 재료를 넣은 각 나라의 전통 커피는 물론, ‘허니 블로섬’, ‘에그노그 라떼’, ‘아임 유어 허클베리’ 등 재미있는 이름으로 상상력을 자극하는 100여 개의 커피 레시피를 함께 소개하고 있다. 원두 분쇄 방법에 따라, 어떤 방식으로 원두를 추출하느냐에 따라 그리고 어떤 첨가물을 넣느냐에 따라 각기 다른 모습과 이름으로 탄생하는 커피들을 보고 있으면, 절로 군침이 나오게 되니 주의할 것. 아네트 몰배르의 ‘커피 중독’은 제목처럼 독자들을 커피 중독의 세계로 빠뜨리기에 충분히 위험하면서도 매력적인 책이다.
2. 스페셜티 커피 테이스팅(SPECIALTY COFFEE TASTIING) – 호리구치 토시히데 저. 2015
ⓒ웅진리빙하우스
‘커피 중독’이 커피의 기본 상식과 다양한 레시피를 통해 커피 입문자들을 커피 중독의 세계로 이끄는 책이라면, ‘스페셜티 커피 테이스팅’은 가장 맛있는 커피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책이다. 내가 마시고 있는 원두의 향미가 어떻게 다른지, 어떻게 향미를 이해하면 좋을지, 내가 좋아하는 커피를 어떻게 표현하고 설명하면 좋을지 등 드넓은 커피의 세계에서 갈 길을 안내해주는 나침반과 같은 책으로 ‘맛있는 커피’에 대한 고민과 궁금증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게 추천한다. 저자 호리구치 토시히데는 현재 ㈜커피공방 호리구치의 대표이사와 일본 스페셜티 협회 이사 등을 맡고 있는 일본의 유명한 커피 장인으로, 이 책을 집필하기 위해 전 세계 산지의 맛있는 커피를 찾아다녔다고 한다.
mavo / shutterstock.com
커피 테이스팅을 위한 준비
※ 본 이미지는 해당 도서와 무관합니다.
무엇보다 저자는 ‘커핑(Cupping)’을 통한 커피의 향미에 집중해 책을 이어가는데 맛있는 커피의 정의부터, 커피의 향미가 만들어지는 요인, 그리고 향미를 표현하는 방법을 사진과 그래프 등을 활용해 그 어느 책보다 상세히 설명하고 있다. 특히 테이스팅 용어를 아주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있으며 평소 접할 수 없는 스페셜티 커피 원두에 대한 소개는 물론 커핑 사례까지 꼼꼼하게 기록했다. 평소 향미에 대해 궁금한 것이 많은 사람에게는 필독서. 특히 단계별 사진과 저자의 노하우까지 공개한 커핑 방법 설명이 있으니 꼭 챙겨볼 것.
3. 허영만의 커피 한잔 할까요 (시리즈/총 5권) – 허영만 저. 2015
ⓒ예담
이번엔 만화다. 그것도 국내 대표 만화가 허영만 화백이 내놓은 커피 만화. 총 5권에 37개의 에피소드가 담겨있다. ‘2대커피’라는 이름의 카페를 중심으로 커피에 인생을 맡긴 주인장 박석과 바리스타 강고비 그리고 그들의 주변 사람들과 카페를 찾는 손님들의 소소한 이야기가 흥미롭게 전개된다. 학생, 작가, 유학생, 사업가 등 공통점이라고는 전혀 찾아볼 수 없는 등장인물들은 ‘커피를 마신다’는 공통점 하나로 ‘2대커피’로 모여든다. 커피 입문자부터 마니아까지 아우르는 등장인물들 덕에 커피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몰입하여 읽을 수 있을 것.
그러나 누구나 몰입할 수 있는 내용이라고 해서 커피에 대해 가볍게 다루었을 거라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레벨링(Leveling)’, ‘탬핑(Tamping)’, ‘호퍼(Hopper)’ 등 전문 용어가 심심찮게 사용되며 커피와 삶에 대한 통찰력이 묵직하다. 물론 전문 용어는 주석으로 되어 있으니 걱정할 필요는 없다. 게다가 그림은 물론 텍스트로도 실감 나는 커피 묘사와 시도 때도 없이 커피에 대해 논하며 커피를 음미하는 그들을 보고 있으면 진하게 추출한 커피 한 잔이 절로 생각날 것이다. 부록으로 책 뒤편에는 각 에피소드의 취재일기가 삽입되어 있는데, 실제 이야기의 소재가 된 카페, 바리스타의 이야기가 담겨 있으니 본편 뒤에 숨겨진 뒷이야기가 궁금하다면 놓치지 말 것.
4. 카페 마실 – 심재범 저. 2013
ⓒ이지북
허영만 화백의 사람 냄새 가득한 커피 이야기를 뒤로하고, 이번엔 해외의 커피 향기를 음미해보자. 국내 항공사의 바리스타팀 그룹장으로 근무 중인 심재범 씨가 쓴 책 ‘카페 마실’이 바로 이번에 소개할 책. 라틴어로 ‘향기를 기억하다’라는 의미의 ‘코그노센티(cognoscenti)’라는 단어에서 시작해 ‘내가 기억하는 커피향은 무엇일까?’가 궁금해진 저자가 세계 곳곳의 카페를 찾아다닌 여정을 기록으로 남긴 책이다. 미국스페셜티커피협회(SCAA)에서 정식으로 자격을 받은 큐 그레이더이자 호주 관광청 인증 바리스타이며 한국커피교육협회 바리스타 2급 자격증까지 갖춘 ‘커피 전문가’다. ‘커피향을 따라 세상 모든 카페골목을 거닐다’라는 부제목처럼 이 책은 커피 문화를 이끌어가고 있는 유럽, 오스트레일리아, 미국, 일본의 유명한 카페들을 객관적인 시각에서 살펴보고 여기에 커피 전문가로서의 개인적인 견해까지 덧붙여 소개하고 있다.
Bex Walton / flickr.com
영국 런던의 대표적인 스페셜티 커피 전문점 ‘몬머스 커피 컴퍼니(Monmouth coffee Company)’
국내에도 멋진 스페셜티 커피 전문점들이 많이 생겨났지만, 일찍부터 커피 문화가 발달된 도시들의 근사한 카페들을 보고 있으면 당장이라도 여행을 떠나고 싶어진다는 것이 이 책의 유일한 단점이다. 저자는 전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진 영국의 ‘몬머스 커피 컴퍼니(Monmouth Coffee Company)’, 미국의 ‘인텔리젠시아(intelligentsia)’ 같은 카페 외에도 도시 외곽에 위치해 묵묵히 지역 주민들과 호흡하고 있는 시카고의 ‘메트로폴리스 커피(Metropolis Coffee)’ 등의 카페를 소개하는데 커피 메뉴는 물론 사이드 메뉴 소개 그리고 맛과 서비스까지 안내하고 있어 해당 지역으로 여행을 계획하는 있는 사람이라면 일독을 권한다. 맛있는 커피 한 잔이 그리워지는 가을, 해외 카페 마실은 힘들지 몰라도 동네 단골 카페로라도 마실을 나가보면 어떨까.
5. 커피 마스터클래스 – 신기욱 저. 2015
ⓒ클
마지막으로 소개할 책은 이미 커피 마니아들 사이에서 널리 알려진 신기욱의 ‘커피 마스터클래스’다. 저자가 커피를 연구하면서 생긴 궁금증을 해결하는 과정을 기록한 결과물로 출간 후 4년 만에 10쇄를 찍었다고 하니 수많은 독자가 이 책에 대해서 이미 입증해 준 터. 커피 품종부터 로스팅 추출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내용을 망라하고 있으면서도 체계적이며 간결한 ‘족집게’설명을 읽고 있다 보면 ‘커피에 대한 모든 지식을 실험과 원리로 설명해주는 클래스가 다른 교과서’라고 소개하는 인터넷 서점의 표현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특히 로스팅이나 핸드 드립 등 기술적인 부분을 원리부터 실전까지 디테일하게 설명해줘 커피를 배우고자 하는 열정이 있다면 누구나 흥미롭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의 큰 장점은 앞서도 말했듯 로스팅 단계별로 원두의 상태 변화를 일일이 사진으로 보여준다거나, 로스팅 온도에 따른 콩 온도 변화를 그래프로 보여주는 등 세분화된 과정 컷과 꼼꼼한 설명이다. 여기에 저자만의 노하우와 팁까지 더해져 마치 저자의 강의를 눈앞에서 듣고 있는 듯 내용을 익힐 수 있다는 것도. 너무 전문적인 내용만 있을 것 같다고? 지레 겁먹을 필요는 없다. 평소 커피를 자주 마셨다면 궁금해했을 법한 질문들, 예를 들면, ‘커피의 이름은 어떻게 붙여질까’, ‘드리퍼는 왜 깔때기 모양일까’, ‘크레마는 많을수록 좋을까’ 등에 대한 해답도 찾을 수 있으니 편견은 잠시 접어두고 일단 읽어보자.
아네트 몰배르의 ‘커피 중독’부터 신기욱의 ‘커피 마스터클래스’까지… 당신의 마음을 사로잡은 책은 무엇인가? 어떤 책을 골라 읽든 한 권이라도 읽고 나면 당신이 마실 커피는 어제 마신 커피와는 조금 다른 향기가 느껴질 것이다. 그렇다면 다음 차례는? 백문이 불여일견(百聞而 不如一見), 아니 백견이 불여일행(百見而 不如一行)! 당장 당신의 마음속에 떠오르는 커피를 마셔라.
[참고자료]
아네트 몰배르. 커피 중독. 최가영(역). 서울: 시그마북스, 2015
호리구치 토시히데. 스페셜티 커피 테이스팅. 윤선해(역). 웅진리빙하우스, 2015
허영만, 이호준. 커피 한잔 할까요? 1~5. 예담, 2015~2016
심재범. 카페마실. 이지북, 2013
신기욱. 커피 마스터클래스. 클, 2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