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ffee Ro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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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리스타룰스의 시작을 찾아서 떠나는 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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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RISTAR가 찾아낸
에티오피아 커피의 모든 것

한 알의 원두에는 수많은 이야기가 담겨 있다.
프리미엄 원두를 이해하기 위해 알아야 할 에티오피아 커피에 관한 깨알 지식 총정리.- 글 : 조혜선 (바리스타), 사진 : 신미식
2014.05.13. 오전 10:23 |카테고리 : Origin,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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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파 KAFFA

전 세계에서 생산되는 커피 중 70% 이상의 원산지다. 아라비카 커피의 거의 모든 종이 이곳에서부터 왔다. 그야말로 커피의 기원이 되는 지역이다. 빽빽한 야생의 원시림 속에 커피나무가 언제부터 자라고 있었는지 아는 사람은 없다. 2010년 유네스코로부터 생물권 보존지역(UNESCO Biosphere Reserve)으로 지정된 카파는 야생커피숲(Wide Coffee Forest)이라 불리며 바깥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독특한 커피 품종들을 여전히 품고 있다. 가지의 높이도, 잎의 크기도, 열매의 모양도 다르게 자라고 있는 이 땅은 유니크함을 지닌 에티오피아 커피 토착종(Heirloom Variety)의 기원을 대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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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르가체페 YIRGACHEFFE

우리에겐 ‘예가체프’라는 이름으로 익숙하다. 에티오피아 남동부의 작은 마을이 전 세계 커피 시장에서 주목을 받게 된 것은 1960년대 훨씬 이전이다. 비옥한 토양과 기후, 풍부한 강수량 그리고 다양한 토착종이 만들어내는 복합적인 플레이버(Flavor). 이르가체페 커피는 과일 향과 꽃향이 느껴지고 시트러스 계열의 밝은 산미가 일품이다. 달고 입에 닿는 느낌도 부드럽다. 마을 주위를 둘러싼 완만한 산은 1900m의 고도를 느낄 수 없게 만든다. 이르가체페에서 만난 농부 히스케엘의 아내가 만들어준 커피는 꽃향기와 은은한 레몬 향의 산미가 느껴졌다. 뒤이어 입안에 맴도는 단맛이 이르가체페를 완성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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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라르 HARAR

하라르는 지난 5세기 동안 커피 재배가 널리 이루어졌던 에티오피아 무역의 중심지다. 이 이슬람 도시는 에티오피아와 아랍을 직접 연결해주었고, 15세기 말에 ‘분나’를 더 넓은 세계로 알렸다. 물이 부족한 하라르에서는 모든 커피를 자연건조(Sundried Natural) 방식으로 가공하는데, 말린 과일의 향미를 지닌 하라르 커피의 개성은 그 유명세에 대한 값을 톡톡히 받는다. 토착종 커피와 하라르의 기후, 토양 그리고 자연 건조 방식이 결합되어 하라르의 유니크한 맛과 향을 완성시킨다. 자연적인 현상이 만들어낸 아이러니다. 부족한 수량은 오히려 프리미엄이 붙게 했다.

 

 

 

 

* 에티오피아 커피 경작 방식

가든 커피 Garden Coffee 200여 그루의 커피나무가 다양한 작물과 함께 자라고 있는 타리쿠(Tariku) 씨의 뒷마당은 실제로 ‘뒷마당 농장(Backyard Coffee Farm)’이라고도 부른다. 대부분의 에티오피아 농부들은 자신의 집 옆에 1ha(약 1만m²) 크기의 농지를 갖고 있다. 여러 식물과 나무가 뒤엉켜 보이지만, 나름의 질서가 존재한다. 타리쿠 씨는 매년 구획을 나누어 수령에 따라 나무를 관리하며 평균 600kg의 커피체리를 수확한다. 에티오피아의 커피 농부 가운데 50% 이상이 이런 식으로 경작한다. 포레스트 커피 Forest Coffee ‘야생 커피’라고 부르는 포레스트 커피는 새로 심은 커피나무가 아니다. 야생 상태 그대로다. 농부가 하는 일은 자신의 땅에 있는 나무가 더 많은 열매를 맺도록 보호하고 관리하는 것이다. 잡초를 제거하고 펜스를 만들어 염소나 동물이 출입하지 못하게 한다. 동물은 해충을 옮기기 때문에 커피나무와 커피체리에 피해를 줄 수 있다. 긴 시간 야생에서 자란 커피나무는 예상보다 훨씬 키가 자라기도 한다. 화학비료를 일체 사용하지 않고, 친환경 재배되기 때문에 유기농 증명(Organic Certification)과 열대우림 연합증명(Rainforest Alliance Certification) 같은 자격을 가진다. 또 각 지역의 협동조합과 함께 공정무역(Fair-trade) 방식으로 국제시장 가격에 커피를 거래한다. 포레스트 커피가 자라는 숲에 커피나무를 새로 심어 경작하는 경우는 세미 포레스트 커피라 부른다. 포레스트 커피의 수확량이 제한적인 탓에 에티오피아의 35%가량의 농부들은 세미 포레스트 커피 경작을 겸한다. 농장 커피 Plantation, Estate 대규모 단지의 커피농장이 세 번째 경작 방식이다. 에티오피아 최대 크기의 단일 농장인 베베카 에스테이트는 5000여 명의 농부들이 함께 거주하는 마을 규모의 농장이다. 나무의 수령과 종에 따라 구역을 정비해두고 경작한다. 커피를 재배하고 수확해서 가공, 수출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이 그 안에서 이뤄진다. 에티오피아 전체 경작 방식의 5%를 차지한다.

Natural vs. Washed

에티오피아에서 농부가 수확한 커피체리를 가공하는 방법은 두 가지다. 물을 사용하지 않고 따낸 커피체리를 그대로 말리는 자연건조(Sun Dried Natural) 방식과 물을 사용하여 점액질을 제거하는 수세(Washed) 방식. 각 지역의 기후와 특성에 맞게 발달한 이 두 가지 방법은 어떻게 커피의 각기 다른 맛과 향을 이끌어내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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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건조 방식 Sundried Natural

커피나무에서 따낸 커피체리를 그대로 햇볕에 말리는 방법이다. 아프리칸 베드(나무 기둥으로 뼈대를 만들어 그 위에 커피 포대로 쓰는 사이잘(Sisal) 자루나 나일론 네트를 덮어 만든다) 위에 커피체리를 고르게 펴서 아침부터 해 질 무렵까지 널어 건조한다. 저녁이 되거나 비가 내리면 비닐로 커피체리를 덮어 찬 공기와 물로부터 보호한다. 지역과 일조량에 따라 며칠에서 몇 주까지 걸린다. 커피체리의 상품 가치를 높이기 위해서는 일꾼들의 역할이 중요한데, 베드 양옆으로 줄을 지어 서서 매트 위에 널려 있는 커피체리가 균일하게 건조될 수 있도록 수시로 뒤집어줘야 한다. 이 과정에서 수분이 가득했던 커피체리의 껍질과 씨앗을 감싸고 있던 끈적끈적한 점액질이 쪼그라들고 딱딱해진다. 커피체리와 과육의 당도는 커피 씨앗으로 전해져 단맛의 과일 플레이버를 만들어내고, 크리미한 촉감으로 입안에 여운을 남기는 생두(Green Bean)를 탄생시킨다. 이 건조 과정의 관리가 소홀하면 생두는 흙이나 먼지에 의해 오염되기 쉽다. 그러면 커핑 시에 클린 컵(Clean Cup)이 현저히 떨어진다. 균일하게 잘 가공된 생두는 베리 플레이버(Berry Flavor), 열대과일의 아로마, 초콜릿의 촉감을 지닌 최상급 커피로 거듭난다. 이 자연건조식의 최고 이점은 물을 필요로 하지 않아 물이 부족한 지역(하라르)에서 활용하며, 기계설비 부분의 비용을 절감할 수 있어 빈곤한 농가나 외곽 지역에서 지향한다. 잘 건조된 커피체리는 탈곡기를 거쳐 파치먼트까지 벗겨낸 생두 상태로 주트백(Jute Bag)에 넣어 드라이밀로 옮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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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세 방식 Washed

물이 담긴 수조에 커피체리를 넣어서 껍질을 벗겨내는 펄핑 머신으로 보낸다. 물과 함께 커피씨앗에 붙어 있는 끈끈한 점액질과 껍질인 펄프가 제거되면 파치먼트가 된다. 이 파치먼트는 겉옷을 벗음과 동시에 등급이 매겨지게 된다. (펄핑 머신에 붙어 있는 구멍의 크기에 따라) 물에 가라앉는 가장 무거운 파치먼트는 1등급, 두 번째로 무거운 파치먼트는 2등급, 가장 가벼운 파치먼트는 하급으로 분류돼 발효 탱크(Fermented Tank)로 들어간다. 지역별 기온과 기후 변화에 따라 24시간에서 72시간을 발효시킨다. 적당히 발효된 파치먼트를 흐르는 물로 씻는다. 막대로 파치먼트를 뒤적이며 길고 가느다란 수로를 통과시키면 남아 있던 점액질이 완벽하게 제거된다. 여기까지는 다른 나라와 동일하다. 여기에 더해서 에티오피아에서는 담금 탱크(Soaking Tank)에 파치먼트를 넣은 후 깨끗한 물에 하루 동안 담가둔다. 파치먼트 위로 5~10cm까지 물을 채워서 완전히 잠기도록 한다. 24시간을 지나면 파치먼트를 시브(Sieve)라고 부르는 건조대로 옮겨 물기를 제거하고 다시 아프리칸 베드에서 10~21일간 건조한다. 지역별 기후와 기온 변화에 따라 건조 시간도 다르다. 이때 파치먼트가 지닌 수분 함량이 스페셜티 커피의 기준이 된다. 적정 기준의 수분은 10.5~11.5%다. 건조대에서는 파치먼트의 균일한 건조를 위해 일일이 수작업으로 뒤집기를 반복하며, 파치먼트에 섞여 있는 디펙트를 고른다. 에티오피아의 수세 공정을 거친 커피는 클린 컵이 좋고, 밝고 높은 톤의 산미가 매력적이다.

 

 

 

 

* 커피용어 정리 기본편

  • 커피체리(Coffee Cherry) 커피나무에서 수확한 빨간색 열매 상태의 커피.
  • 펄프(Pulp) 커피체리의 표피로, 가장 바깥쪽 껍질이다.
  • 파치먼트(Parchment) 바깥쪽 껍질인 펄프를 벗기고 그 안의 점액질을 제거하면 나오는 딱딱한 껍질, 또는 이 껍질에 싸여 있는 상태의 커피.
  • 생두(Green Bean) 파치먼트를 제거한 상태로 푸른색을 띤다.
  • 원두(Bean) 생두를 로스팅한 것으로 보통 우리가 접하게 되는 ‘커피콩’의 상태다. 이 원두를 분쇄하여 만들어진 음료를 순수하게 ‘커피’라 부르는 것이다.
  • 호퍼(Hopper) 수세 공정을 위해 커피체리를 모아두는 커다란 수조.
  • 펄핑 머신(Pulping Machine) 수세 공정 시 체리 껍질과 점액질을 제거하는 기계.
  • 아프리칸 베드(African Bed or Raised Drying Bed) 나무기둥으로 뼈대를 만들고 그 위에 커피자루나 나일론 네트를 덮어 만든 건조대다.
  • 디펙트(Defect) 생두와 함께 섞여 있는 완전하지 못한 생두와 가공 과정에서 섞여 들어간 이물질로 깨지거나 속이 비어 있는 생두, 벌레 먹거나 썩은 생두, 돌, 나뭇가지 등.
  • 스크리너(Screener) 생두의 크기(Screen Size라 부른다)를 잴 때 사용하는 도구로 사이즈 20~14까지의 구멍으로 되어 있어 생두를 올려놓고 흔들어주면 크기에 따라 분류된다.
  • 주트백(Jute Bag) 에티오피아 전역에서 자라는 식물인 사이살(Sisal)의 줄기로 만든 커피자루.
  • 웨트 밀(Wet Mill) 농부가 수확한 커피체리를 자연건조 방식이나 수세 방식으로 가공하는 방앗간 또는 공정을 뜻하는 말.
  • 커피스낵 Coffee Snack 에티오피아에서 커피를 마실 때 가장 흥미로운 것 중 하나는 바로 ‘커피스낵’이다. 가장 흔한 것은 팝콘이다. 커피를 끓이고 나서 커피가루가 제베나 안에서 가라앉은 것을 기다리는 동안 남은 잔열을 이용해 팝콘을 튀긴다. 좀더 본격적인 커피스낵은 시리(Siri)라는 일종의 팬케이크다. 자연건조한 커피체리를 버터에 볶은 다음 밀가루 전병과 함께 부친다. 흥미롭게도 커피스낵이 어디서 출발했는지 아는 이가 없다. 왜 팝콘을 커피와 함께 먹는지도 모른다. 모르는 사이에 에티오피아의 전통으로 자리잡았다.
  • 커핑 Cupping 가공과정을 거친 생두를 로스팅하여 그 생두(원두)가 가지고 있는 본연의 향미를 채점하는 과정이다. 분쇄된 커피가루의 향을 뜻하는 프레그런스(Fragrance), 뜨거운 물을 부었을 때의 향을 뜻하는 아로마(Aroma), 커피에서 느껴지는 산미인 애시디티(Acidity), 커피에서 느껴지는 종합적인 맛과 향을 뜻하는 플레이버(Flavor) 등 총 8개 항목으로 100점 만점의 점수를 매긴다. BARISTAR는 12명의 전문 바리스타의 커핑을 통해 최적의 맛을 결정한다.
  • 커핑 시트 Cupping Sheet 생두 상태에서 평가하는 Defect와 Odor, 로스팅한 원두 상태에서 평가하는 Clean Cup, Acidity, Body, Flavor의 총 6항목이 기재돼 있는 일종의 ‘채점지’다. 등급 Grading은 커핑 점수에 따라 워시트 커피와 내추럴 커피 모두 1부터 9까지 그리고 가장 하급인 UG(Under Grade)로 매겨진다. 재배 지역의 이름을 앞에 붙여서 Sidama G1, Bonga G4, Jima G2의 방식으로 등급이 정해진다.
  • 스페셜티 커피 Specialty Coffee 각 지역이 가지는 기후와 토양을 뜻하는 테루아(Terroir)를 고려해서 엄격히 관리 재배된 커피를 말한다. 잘 익은 열매만을 수확해 가공하는데, 100점 만점의 국제 기준대로 진행하는 커핑 테스트에서 85점 이상의 점수를 얻어야 스페셜티 커피라 불릴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