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가 아니면 죽음을 달라”는 말은 미국의 독립운동가 패트릭 헨리가 남긴 명언이라고 많이 알려져 있는데, 한편에서는 그가 1775년 남긴 명연설의 마지막 문장, “내게 자유가 아니면 죽음을 달라.”를 누군가가 멋지게 패러디한 것이라고도 말한다. 어느 쪽이 사실이던 간에 커피 대신에 죽음을 원했던 그 사람은 재치 넘치는 묘사로 커피 애호가들 사이에 길이 남을 명문장을 만들어 냈다. 그러나 이뿐이랴 커피의 역사는 몇 백 년 이나 되고 커피에 대한 애호가를 자처한 사람들도, 그들이 남긴 문장도 셀 수 없이 많다.
커피에 살고 커피에 죽을 수도 있는 생존형 커피 애호가들이 남긴 명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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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나폴레옹, 루소, 볼테르
커피 없이는 하루를 시작할 수도 끝낼 수도 없는 사람들에게 커피는 삶을 이어가는 원동력이자 존재의 이유가 될 것이다. 대표적인 인물은 “나에게 빚진 돈을 갚지 않아도 좋으니 그 대신 커피를 주게.” 라고 말한 위대한 정복자 나폴레옹이다. 불가능이 없다던 그는 커피를 마시지 않으면 침대에서 일어나지도 않았으며, 여성을 유혹할 때는 직접 특별한 레시피의 카페로얄을 만들어주었다고 하니 커피가 그의 생활에서 얼마나 중요했는지 커피에 얼마나 관심이 많았는지 알만하다. 특히 그는 위장병을 앓았다고 전해지는 데 다음 문장을 보면 그럴 만도 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내게 정신을 차리게 만드는 것은 진한 커피, 아주 진한 커피이다. 커피는 내게 온기를 주고, 특이한 힘과 기쁨과 쾌락이 동반된 고통을 불러일으킨다.” 이 외에도 프랑스 계몽사상가 루소는 죽음을 앞두고 “아, 이제 더 이상 커피 잔을 들 수 없구나.”라는 말을 남겼고 철학자 볼테르 역시 “커피가 독약이라면 천천히 퍼지는 독약”이라며 커피에 대한 절대적인 애정을 촌철살인의 명언으로 남겼다.
커피의 존재 자체를 음미하는 예찬형 커피 애호가들이 말하는 커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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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빌리 조엘, 무라카미 하루키
다음은 커피를 멋들어진 표현으로 찬양하는 애호가 유형이다. 싱어송라이터이자 피아니스트 빌리 조엘은 “내 커피 잔 속에 위안이 있다.”라는 말을 남겼고 미국의 대표적인 작가 거트루드 스타인도 “커피 마실 때가 참 좋다. 생각할 시간을 주기 때문이다. 그것은 음료 이상이다.”라고 커피에 대한 예찬을 남겼다. 몇 년 전 한 매체를 통해 소설을 쓸 때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커피를 내리는 것이라고 하며 커피 애호가임을 인증(?)한 일본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는 그의 에세이 ‘코끼리 공장의 해피엔드’의 ‘커피를 마시는 어떤 방법에 대하여’라는 챕터 안에 커피에 대한 그의 생각을 다음과 같이 자세하게 묘사했다. “거기엔 언제나 친숙한 커피잔의 온기가 있었고, 소녀들의 보드라운 향내가 있었다. 내가 정말로 마음에 들어 했던 것은, 커피 맛 그것보다는 커피가 있는 풍경이었는지도 모르겠다고, 지금은 생각한다. (중략) 커피는 어둠처럼 검고, 재즈는 선율처럼 따뜻했다. 내가 그 조그만 세계를 음미할 때 풍경은 나를 축복했다.” 특히 그는 이 문장의 말미에 미국 작가 리처드 브로티건을 인용했는데. 그의 커피에 대한 예찬이 또 명작이다. “때로 인생이란 커피 한 잔이 가져다 주는 따스함에 관한 문제이다.”
커피를 예술로 승화시키는 창작형 커피 애호가들의 한 마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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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바흐, 발자크, 베토벤
“아! 맛있는 커피. 천 번의 키스보다 황홀하고, 모스카토 와인보다 부드러워.” 최초의 커피 홍보 음악으로 알려진 바흐의 ‘커피 칸타타’ 가사다. 하지만 최초로 커피가 언급된 예술 작품은 이보다 한참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슬람 시인 잘랄 앗 딘 알 루미는 ‘입술없는 꽃’이라는 시에서 “깨어나라. 아침이므로/아침의 포도주를 마시고 취할 시간이라/팔을 벌리라/영접할 아름다운 이가 왔도다. (하략)”라며 커피를 아침의 포도주에 비유해 신격화 하여 표현하였다. 이 후 수많은 작가, 시인, 작곡가 등 예술가들은 커피를 소재로 작품을 창작해왔다. 사실 커피의 더 큰 역할은 커피가 창작에 도움을 주는 뮤즈 같은 존재로, 때로는 창작의 고통을 이겨내는 조력자와 같은 존재로 예술가들 곁에 머물러왔다는 것이다. 박목월 시인은 ‘심야의 커피’라는 작품에서 창작의 시간에 필요한 커피에 대해 이야기 했는데 이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비슷한 심정인지 프랑스의 작가 발자크 역시 글을 쓰기 위해 하루에 40잔의 커피를 마셨다고 한다. 특히 베토벤은 ‘60알’의 원두를 정확하게 세어 커피를 내려 마신 것으로 유명하다. 그는 “한 잔의 커피를 만드는 원두는 나에게 60가지 영감을 준다”고 말했다는데 이 60알은 대략 8~10g으로 에스프레소 1잔을 추출하는데 필요한 양과 비슷하다고 한다. 그래서 커피에서 ‘60’은 ‘베토벤 넘버’라고도 불린다.
커피는 이처럼 많은 이들의 삶에 음료 이상의 ‘무엇’으로 존재해왔다. 그렇다면 당신에게 커피란 무엇인가? 하루를 살아가는 에너지? 창작의 영감을 불러오는 묘약? 아니면, 그냥 좋아서 마시는 음료? 사실 여기에 정답은 없다. 다만, 중요한 것은 우리는 역사 속의 인물들이 그토록 갈망하던 혹은 예찬하던 커피를 언제 어디서든 매우 쉽게 즐길 수 있다는 것이다. 이것만으로도 충분히 좋지 아니한가!
[참고자료]
커피 한 잔에 담긴 음악, 김선영/김인혜, 월간객석, 2015. 9
지난 11월 29일, 무라카미 하루키가 밝힌 창작의 비법, 강병진, 허핑턴포스트, 2015. 11. 30.
[박영순의 커피인문학] 영화 ‘물랭루즈’속 명대사.”커피는 아침에, 키스는 밤에”, 박영순, The ASIAN, 2017. 3. 6
[테이스터 박영순의 커피 인문학] 창작혼 산파 시대정신 각성제, 박영순, 신동아, 2016년 9월호
커피 한 잔의 여유와 행복, 문순태, 문화일보, 2016. 8. 5
허영만, 이호준. 커피 한잔 할까요? 1~5. 예담, 2015~20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