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겨울은 서울이 시베리아만큼 춥다는 ‘서베리아’라는 유행어가 생길 정도로 유난히 바람이 매섭고 한파가 길었다. 이러한 추위에 유난히 인기 있는 커피로는 카페라떼를 빼놓을 수 없다. 거기에 바닐라향이나 모카까지 섞으면 커피의 쓴맛을 부담스러워하는 사람들조차도 쉽게 즐길 수 있는 커피이자 일종의 간식으로도 손색이 없다. 하지만 커피매니아들은 이렇게 추운 날씨일수록 핸드드립 커피의 부드러운 향과 맛을 즐긴다. 꼭 인기 있는 바리스타나 유명한 스페셜티 원두가 있는 카페가 아니더라도 집안에서 직접 커피를 만들고 마시며 추위에 지친 몸을 녹인다. 이왕이면 내리는 과정부터 여유롭게 즐길 수 있는 핸드드립 커피로 말이다.
드립포트를 활용하여 핸드드립 하는 모습
많은 사람들은 내리는 사람의 손기술에 따라 그 맛이 달라지는 묘한 매력을 지닌 게 핸드드립 커피만의 특징이라 꼽는다. 여기서 손기술의 핵심은 바로 ‘물 붓기’다. 드리퍼에 담긴 원두 가루에 물을 천천히 부어 부풀린 후, 3~4번에 걸쳐 물을 일정하게 붓는다. 언뜻 쉬워 보이는 말이지만 막상 시도해보면 물을 너무 조금 붓거나, 혹은 너무 많이 부어 넘치기 일쑤다.
어쩌면 이 물 붓기는 한잔의 커피에 정성과 마음을 담아내는 정점의 순간이라고 할 수 있다. 정점의 순간인만큼 초보자가 시도하기에 다소 쉽지 않은 과정이기도 한데, 이번 편에서는 맛있는 커피 추출을 위한 기초적인 물 붓기 방법과 드립포트 선택법을 바리스타룰스가 소개한다.
드립포트는 왜 사용할까?
일반적으로 드리퍼에 담긴 원두 가루에 물을 부을 때, 커피 전용 주전자인 드립포트를 사용한다. 사실 커피에 물을 부을 수 있다면 일반적인 주전자를 사용해도 되지 않을까 생각하기 쉽지만, 맛있는 커피를 원한다면 이는 오산이다.
이유는 주전자의 수출구 위치와 주둥이 모양에 있다. 일반 주전자는 대체로 물이 나오는 주둥이인 수출구가 위쪽에 위치해 있다. 수출구가 위에 있을 경우 물을 따를 때 흔들림이 생겨 물을 일정한 양과 형태로 붓기가 어렵다. 그러다보니 스윙(물을 원두 가루 위에서 원으로 돌리는 행위)시, 물줄기의 힘도 세져 커피가 움푹 파이게 된다. 이럴 경우 커피의 맛있는 성분과 함께, 불쾌한 쓴맛과 탁하고 떫은 맛까지 우러나올 수 있다. 수출구가 아래 있다 하더라도 물의 무게로 인해 물줄기가 세져서 원두 가루를 파고들 수가 있다.
이러한 이유로 커피를 추출할 때는 대체로 주둥이가 길고 좁으며 S자로 구부러진 전용 드립포트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 물줄기가 가늘게 나오기 때문에 물에 의한 힘이 줄어들고, 안정적이며 일정하게 물 주입량을 조절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스테인리스 드립포트(좌), 동 드립포트(우)
드립포트 재질은 스테인리스, 동, 에나멜 등이 있으며 각각의 재질과 디자인 등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이다. 스테인리스 재질로 된 것은 내구성이 좋고 가격도 저렴하지만, 보온성은 다소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다. 동이나 에나멜 재질은 반대로 보온성은 좋지만 가격이 다소 비싼 편이다.
드립포트는 일반 주전자에 비해 가볍고 두께가 얇다. 손놀림을 통해 물줄기를 안정적으로 조절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불 위에서 직접 가열하는 것이 아니라 끓인 물을 담아 사용한다. 이 같은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해 만든 전기포트식 드립포트도 있다.
종류 |
특징 |
형태 |
칼리타 호소구치 드립포트 0.7L |
▪스테인리스로 관리가 쉽다 ▪비교적 저렴하다. ▪사용이 편리해 초보자에게 추천한다. |
|
칼리타 동 드립포트 0.9L |
▪고급스러운 동재질로 장식용으로도 좋다 ▪가격이 조금 비싸다 ▪열 전도율이 높고 온도 유지가 잘된다. |
|
하리오 부오노 전기드립포트 0.8L |
▪전기로 바로 물을 끓여 드립할 수 있어 편리하다. ▪가격이 조금 비싸다. ▪물줄기가 빨라 하리오 드립에 적합하다. |
|
커피 맛을 좌우하는 물 주입 방법
핸드드립은 물을 주입하는 방법에 따라 ‘핸드드립 방식’(일본식)과 ‘푸어오버(Pour over)’(유럽, 미국식) 드립법으로 나뉜다. 둘다 동일하게 물을 붓는 동작이지만 동서양의 서로 다른 문화 차이로 인해서인지 일본에선 섬세한 손놀림을 강조하고, 유럽과 미국에선 푸어오버 방식으로 편하고 자유롭게 물을 붓는다.
구분 |
핸드드립 방식(일본식) |
푸어오버 방식(유럽, 미국식) |
이미지 |
|
|
방법
|
▪원두 가루에 물을 투과시키는 원리다. ▪드리퍼에 따라 나선형, 동전형, 점형 등 권장하는 방법이 있다. |
▪원두 가루에 물이 고여 있다가 빠져 나간다. ▪특정한 틀에 얽매이지 않고 물을 편하게 붓는다. ▪바리스타 스타일에 따라 물을 부어준 후 나무 스틱으로 저어주는 경우가 있다. |
맛의 특징 |
▪커피 성분이 많이 추출되어 맛이 묵직하고 진하다. |
▪커피 성분이 적게 추출되어 맛이 연하고 가볍다. |
가까운 일본의 영향을 많이 받은 우리나라에선 푸어오버 방식보다 물을 가늘고 섬세하게 붓는 핸드드립 방식을 선호한다. 때문에 물의 주입 방향, 물줄기의 굵기 등을 일정하게 하는 것에 중점을 둔다.
핸드드립 방식에 대해 조금 더 살펴보도록 하자. 핸드드립 방식에서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할 점은 물 주입 방향이다. 물 주입은 개인에 따라 시계 방향 혹은 반시계 방향으로 주입하는데, 처음부터 끝까지 동일한 방향을 유지해야 한다. 중간에 물 주입 방향을 변경하면 커피 추출 시간이 지연돼 잡미 등이 표현될 수 있기 때문이다. 커피와 물이 만나게 되면 원두 조직 안에 있는 여러 가지 향미의 용질체들이 녹아 나온다. 이때 이 추출액 흐름의 방향이 바로 물 주입하는 방향에 의해 정해지기에 균형감 있게 향미를 표현하기 위해서는 같은 방향으로 주입해야만 한다.
원두의 분쇄도, 물의 양, 드리퍼의 종류 등 다른 조건이 동일하다면 물줄기의 굵기가 커피의 맛을 결정한다. 물줄기가 가늘면 추출 속도가 느려져 추출 시간이 길어지기 때문에 커피 성분이 많이 추출돼 진하고 묵직한 맛의 커피가 만들어진다. 반면 물줄기가 굵으면 추출 속도가 빠르고 추출 시간은 짧아져 커피 성분이 적게 추출됨에 따라 상대적으로 연한 커피가 된다.
뜸들이기 시 원두가 부풀어 오른 모습
마지막으로 커피 뜸들이기를 위한 물을 주입할 때는 가벼운 물줄기를 가늘고 성글게, 사뿐히 얹어주는 정도로만 붓는다. 이후 20~30초 기다리는데, 이는 커피 고유의 성분이 골고루 추출될 수 있게 준비하는 단계라 볼 수 있다. 뜸들이기가 끝나면 조금 굵은 물줄기로 3~4번에 걸쳐 나눠 물을 붓는다. 이때 커피가 추출되는 속도와 향미를 수시로 체크하면서 추출 시간과 물 주입량을 조절해야 한다.
물줄기의 굵기, 물을 주입하는 방향 등 작은 차이에도 천차만별 달라지는 핸드드립 커피. 대부분의 사람들이 커피를 좋아하지만 그 취향이 다 다를 수 밖에 없는 건 바로 이렇게 작은 차이가 만들어내는 ‘미묘한 다름’ 때문이다. 이러한 커피의 팔색조 매력이 바로 커피 시장이 계속해서 블루오션일 수 밖에 없는 이유다.
[참고자료]
커피 입문자들이 자주 묻는 100가지, 전광수커피 아카데미, 벨라루나, 2015
핸드드립커피 마스터, 박재범, 서울꼬뮨, 2017
Home café 제 6호, 허형만의 커피 스쿨, 허형만, 팜파스,
2010 홈카페 마스터, (사)한국커피협회, 커피투데이, 2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