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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트렌드를 입다

커피의 변신은 무죄, 긱 시크(Geek Chic) 커피의 등장

2018.06.25. 오후 02:00 |카테고리 : Coffee Story

긱 시크(Geek Chic)’라는 단어를 들어본 적이 있는가? 긱 시크는 ‘괴짜’라는 의미의 ‘긱(Geek)’과 ‘세련된’이라는 의미의 ‘시크(Chic)’의 합성어로 일반적으로 독특한 괴짜 패션을 의미한다. 긱 시크라는 단어를 떠올렸을 때 트렌디한 패션업을 떠올리기 쉽지만 의식주(衣食住)의 식(飠)을 담당하는 요식업 역시 긱 시크라는 단어를 적용 할 수 있는 트렌드에 민감한 산업군이다.

variety of coffee_베리에이션_수정

@baristarules.maeil.com
다양한 베리에이션 커피

커피 업계도 마찬가지이다. 에스프레소나 브루잉 커피에 우유 혹은 그 외의 여러 첨가물을 넣는 베리에이션(variation)을 통해 커피도 트렌디한 변신을 꾀한다. 여기에 SNS 인증샷 열풍이 지속되면서 커피 맛은 물론 독특한 플레이트까지 겻들인 커피가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이번 콘텐츠에서는 이름만 들어도 호기심을 불러일으킬 만한 ‘긱 시크’ 커피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1. 커피 체리의 껍질로 만든 조금 특별한 커피, ‘카스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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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카라 차(Cascara Tea)/shutterstock.com

옛말에 ‘굽은 나무가 선산을 지킨다’는 속담이 있다. 쓸모 없어 보이는 것이 도리어 제 구실을 하게 되는 현상을 가리켜 이같이 말하는데, 요즘 전 세계적으로 각광받고 있는 ‘카스카라 차(Cascara Tea)’에 딱 어울리는 말이 아닐까 싶다. 커피 체리 차(Coffee Cherry Tea)라고도 불리는 카스카라 차(tea). 카스카라는 스페인어로 ‘껍질’ 혹은 ‘피부’라는 뜻이다. 그 이름에서 예상되듯 카스카라 차는 커피 체리의 씨앗을 제외한 과육과 껍질을 햇빛에 건조한 다음 차처럼 우려내는 음료이다. 같은 커피 체리를 사용하지만 씨앗만을 사용하는 일반적인 커피 제조과정과 사용하는 부분이 전혀 달라 커피라고 불러야 할지, 차(tea)라고 불러야 할지 모호하게 느껴지는 이 음료는 최근 들어 커피 애호가들 사이에서 인기를 얻고 있다.

우리에게는 낯설지만, 원두 생산지로 잘 알려진 예멘, 에티오피아 등의 나라에서는 수 세기 동안 카스카라를 즐겼다고 한다. 이곳의 커피 농부들은 커피를 수확할 때 신선한 커피 체리의 껍질과 과육을 건조시켜 차로 끓여 마시곤 했다고 알려져 있다. 이처럼 일부 국가를 제외하고 잘 알려지지 않았던 카스카라는 엘살바도르 산타 안나(Santa Anna) 농장의 5세대 커피 농부인 아이다 배틀레(Aida Batlle)의 손에서 탄생했다. 아이다는 10여 년 전부터 커피 체리를 말리기 시작했는데, 버려진 커피 체리 더미에서 달콤한 향을 맡고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한다.

독특한 맛과 향은 물론 상대적으로 낮은 카페인 함량 때문에 대중적인 인기를 끌 수 있었던 카스카라. 카스카라 차는 흔히 로즈힙, 히비스커스, 체리, 망고 등 달콤한 과일 맛을 함유하고 있다고 묘사된다. 이처럼 쓸모가 없다 여겨져 버려지던 커피 체리의 과육이 상품 가치를 인정 받아 세계 전역으로 퍼져나가고 있다는 점에서 늘 새로운 것에 목말라 있는 소비자들의 기호를 엿볼 수 있다.

카스카라 차는 오늘날 커피 시장에서 새롭게 해석된 음료여서인지, 정확한 레시피는 없다고 한다. 다만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로스팅 회사, 스퀘어 마일(Square Mile)의 지침은 다음과 같다. 8온스(oz) 컵만큼의 물을 주전자에 담아 끓인 뒤, 물이 끓어오를 때마다 약 5g에서 7g 정도의 큰 스푼으로 한 번 혹은 두 번의 카스카라를 떠 넣는 식으로 차를 끓이면 된다. 카스카라 자체에 단맛이 있긴 하지만, 진한 단맛을 느끼고 싶다면 꿀이나 설탕을 조금 추가하면 된다. 혹은 생강 또는 계피와 같은 향신료를 음료에 넣어 기호에 맞춰 즐길 수도 있다.


2. 총알도 막아준다는 커피 계의 강자, ‘방탄 커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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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터를 넣은 방탄 커피/shutterstock.com

한 때 할리우드는 물론 국내 연예인들의 다이어트 커피로 유명세를 치른 커피가 있었다. 바로 커피에 버터를 빠뜨려 먹는 ‘버터 커피’로도 잘 알려진 ‘방탄 커피(bullet proof coffee)’다. 커피를 마시면 총알을 막아낼 만큼 강한 에너지를 얻을 수 있다고 하여 붙여진 커피 명이기도 하다.

방탄 커피는 실리콘밸리의 엔지니어 출신인 데이브 애스프리(Dave Asprey)가 티베트를 여행하던 중, 현지인들이 식욕 억제와 체온 유지를 위해 마시는 야크 버터 차를 보고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한다. 데이브는 “방탄 커피는 공복에 마셔도 속이 별로 쓰리지 않으며 활력과 집중력을 불어넣어 주고, 식욕이 억제되는 최고의 다이어트 식이요법 제품”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실제 방탄 커피 한 잔을 마시게 되면4~6시간 정도 포만감을 느끼고 오전 내내 집중력 향상에도 도움을 준다고 한다. 이러한 이유로 다이어트족 또는 직장인들이 식사 대신 가볍게 방탄 커피를 즐기는 모습도 종종 엿볼 수 있다.

방탄 커피 레시피를 개발한 데이브가 공개한 레시피는 다음과 같다. 먼저 브루잉 커피나 에스프레소로 만든 커피를 베이스로 준비한다. 이후 브레인 옥테인 오일(Brain Octane Oil, 순수 코코넛 오일에서 100% 증류한 오일) 한 숟가락과 유기농 버터 한 숟가락을 커피에 넣는다. 이때 브레인 옥테인 오일을 구하기 어렵다면 시중에서 판매하는 코코넛 오일을 사용해도 무방하며, 버터는 소금이 들어가지 않은 무염버터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 버터가 커피에 녹아들면 기름이 둥둥 뜨기 때문에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20초 정도 믹서로 섞어주면 된다.

 

3. 더티할수록 더 끌리는 ‘더티 커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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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림이 흘러 넘친 모습의 더티 커피/shutterstock.com

SNS에서 핫한 커피가 또 있다. 이름도 낯선 ‘더티 커피(dirty coffee)’. 크림 또는 우유가 넘쳐 흐르고, 그 위에 초코 가루나 원두 가루를 지저분하게 뿌려 놓은 모양의 더티 커피는 시각적인 부분을 크게 강조한 커피이기도 하다.

더티 커피는 카푸치노 혹은 아인슈패너(Einspanner, 진하게 내린 브루잉커피나 에스프레소에 물을 넣어 희석한 후 휘핑크림을 얹은 커피)를 베리에이션하는 과정에서 내용물을 흘러 넘치게 하는 독특한 플레이팅을 자랑한다. 더티 커피 인증샷들이 SNS를 통해 빠르게 확산되면서, ‘트렌디’한 카페를 찾아다니는 SNS 유저들에게는 꼭 마셔봐야 할 커피 중 하나가 되었다.

더티 커피를 만드는 법은 따로 정해져 있지는 않지만 아인슈패너를 베리에이션하여 제조하는 방법이 일반적이다. 우선 기호에 따라 베이스가 될 에스프레소나 브루잉커피, 콜드브루 커피를 준비한다. 설탕을 조금 넣은 생크림을 우유 거품기나 손 거품기로 휘핑해준 뒤 커피가 담긴 잔에 크림을 흘러 넘치게 부어준다. 그 위에 코코아가루와 다진 초콜릿을 멋스럽게 올려주면 완성된다.


4. 커피 색깔에 대한 편견에 도전한 ‘클리어 커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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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ristarules.maeil.com
클리어 커피

눈을 의심케 하는 ‘투명한’ 색으로 혜성처럼 등장한 커피가 있다. 바로 영국에서 시작한 ‘클리어 커피(Clear Coffee)’다. 이는 세계 최초의 투명 커피인데, 아직까지는 다소 낯설게 느껴지는 커피색에 고개를 갸우뚱하는 소비자들이 많을 것이다.

클리어 커피는 영국 런던에 사는 아담 나기(Adam Nagy)와 데이비드 나기 (David Nagy) 형제로부터 탄생했다. 이들은 자칭 ‘지독한 커피 러버’라 부를 만큼 그 누구보다 커피를 자주 즐겼지만 커피 특유의 색을 항상 단점으로 생각하고 있었다고 한다. 커피는 치아에 물들어 누렇게 만들 수 있고, 옷에 튀면 잘 지워지지 않는 점이 그 이유였다. 이에 이들은 "커피가 투명하면 이런 불편함이 없어지지 않을까"라는 호기심에서 투명한 커피 개발에 매진했고 마침내 클리어 커피를 탄생시킨 것이다.

커피색을 투명하게 만드는 자세한 방법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개발자인 나기 형제는 자신 있게 일체 화학 물질 첨가 없이 최고급 아라비카 원두만을 클리어 커피의 원료로 사용한다고 말한다. 실제로 성분 검사 결과 방부제, 콜레스테롤, 인공 향신료, 감미료, 설탕 등은 전혀 들어있지 않아 커피 업계 종사자들을 더욱 놀라게 했다.

유럽에서 입소문이 나기 시작한 클리어 커피는 현재 한국에도 만날 수 있을 만큼 단시간 만에 전세계로 퍼져나갔다. ‘투명’하게 바뀐 커피의 획기적인 변신이 전 세계의 수많은 커피 애호가들의 호기심을 자극했을 뿐만 아니라 개발 의도에 공감할 수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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숯을 넣어 만든 라떼(Charcoal Coffee)/shutterstock.com

위에 소개된 것 외에도 소금 한 꼬집을 넣어 커피 특유의 ‘쓴맛’을 잡는다는 ‘소금 커피’, 감기나 발열을 진정시키는 데 효과적이라는 ‘생강 커피’, 뜨거운 석탄 한 덩어리로 카페인과 커피의 산도를 낮춘다는 ‘석탄 커피’ 등 개성 강한 커피들은 지금 이 순간에도 세계 곳곳에서 탄생하고 있다.

커피를 대하는 소비자의 눈높이가 높아져 있는 오늘날, ‘새로움’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커피 산업의 키워드라 할 수 있다. 이에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시대 상과 사회 현상, 그리고 문화적 배경에 따라 커피는 각기 다른 모습으로 등장한다. 그렇기에 또 어떤 커피가 우리를 놀라게 할지 앞으로의 커피의 변신에 더욱 기대해본다.


[참고 자료]
https://www.clrcff.com/ 
https://blog.bulletproof.com/
https://www.freshcup.com/what-is-cascar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