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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차(茶)밭에서 커피 향이 피어오른다

커피 생산국의 신흥 강자로 떠오른 중국 커피 이야기

2018.07.11. 오전 10:00 |카테고리 : Coffee Story

저렴한 임금과 풍부한 노동력으로 제조 산업의 대표 국가였던 중국이 막대한 자본과 기술력으로 IT 강국으로 떠오른 지 수년이 지난 지금. 아프리카와 중남미 국가들이 강세인 커피 시장에서도 중국 커피가 급성장세를 보이며 주목받고 있다. 올여름 휴가로 중국 여행을 앞두고 있다면 보이차(普洱茶)와 자스민차(茉莉花茶) 대신 오늘 다룰 중국 커피에 대해 알아보는 것은 어떨까?

중국 차

BestforBest/shutterstock.com

전통적으로 차(茶, tea)는 중국인의 일상생활에 빠질 수 없는 기호음료이다. 언제 어떻게 차 문화가 시작되었는지 그 유래에 대해서는 많은 구전들이 있지만 삼국지 유비가 좋은 차를 사려는 이야기로만 짐작해보아도 우리가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로 오래된 문화임에 틀림없다.

최근 중국에서는 사람들의 식습관이 변화하고 서구문화가 물밀듯이 들어오면서 커피 소비가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다. 아직 전 세계 커피 시장에서 절대적인 커피 소비량으로 따지면 순위권 안에 드는 국가는 아니지만, 세계 커피 시장 성장률이 2%에 불과한 것에 비해 중국 내 커피 소비량의 증가 추세가 매년 15%를 웃돌 만큼 거대한 잠재력을 가진 국가 중 하나이다.


중국에서는 누가 어떤 커피를 마실까?

운남성 카페

JunXu/shutterstock.com
커피를 제조하는 운남성 바리스타

중국인들이 주로 마시는 커피 종류는 인스턴트 커피, 분쇄 커피, 병(캔) 음료로 나눌 수 있다. ‘중투고문산업연구중심(中投顾问产业研究中心)’이 최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중국의 커피 시장에서 가장 저렴한 인스턴트커피가 71.8%로 가장 큰 비율을 차지한다. 이어 병(캔) 음료와 분쇄커피가 각각 18.1%, 10.1%다. 현재는 인스턴트 커피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고 하나, 분쇄커피를 판매하는 카페의 규모가 점차 커지면서 그 증가율은 점차 줄어들고 있다. 경제성장으로 중국인들의 소비력이 높아지고 서구의 프렌차이즈 카페들이 중국 내수시장에 다수 진입하면서 커피소비문화가 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도시의 경제성장을 상징하는 커피프랜차이즈산업 발전이 매년 25% 정도로 증가하고 있다.

그렇다면 중국 카페 문화 성장의 열쇠를 쥐고 있는 주인공은 누구일까? 중국의 ‘포스트 90s’ 세대’를 주목해볼 수 있다. 밀레니얼 세대라고도 알려져 있는 포스트 90s’ 세대는 1990년대 이후에 태어난 이들로, 중국 인구의 16%를 차지한다. 세계 1위의 인구(약 14억)를 자랑하는 중국의 16%는 무려 2억 명이 넘는다. 서양 미디어에 많은 영향을 받은 이 세대의 상당수는 카페 문화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렇게 커피 프랜차이즈 산업이 급속도로 발전함과 동시에 중국의 커피 주요 재배 지역인 운남성의 커피 농가들은 최근 스페셜티 커피와 같은 고급 커피에까지 관심을 돌리고 있다. 중국의 커피 시장이 흥미로운 점은 수십, 수백 년에 걸쳐 발전된 커피 산업을 구분 지을 때 흔히 1,2,3의 물결로 이야기하는데 중국의 커피 시장은 이 물결들이 쓰나미처럼 밀려오고 있다는 점이다.


차밭에서 피어오른 커피향

바리스타룰스_중국 운남성 지도

© baristarules.maeil.com
중국 운남성

우리나라와 근접해 있는 중국에서 커피를 생산한다는 사실이 다소 생소할 수도 있지만, 중국 남서부에 위치한 운남성(雲南省)에서 중국 내 재배되는 생두량의 98%가량이 생산되고 있다. 커피 품종은 대부분 아라비카로, 커피 병충해 중 하나인 잎녹병에 강한 카티모르가 주종이다.

운남성 지역은 예로부터 푸얼시에서 생산되는 ‘푸얼차’, 즉 ‘보이차’로 유명했다. 20세기까지만 해도 이곳의 농민 대부분이 보이차의 재료가 되는 찻잎을 재배했다고 한다. 실제로 보이차 재배 및 가공 등 차 관련 사업은 이곳의 핵심 산업이었다. 그러던 1980년대 후반 중국 정부와 스위스계의 다국적 기업인 네슬레(Nestle)의 합작으로 운남성에 처음 커피콩이 들어왔다. 당시 중국인들은 차를 즐겼기 때문에 운남성에서는 커피 산업이 발달하지 않았지만 1980년대 후반 들어 운남성이 커피 재배가 가능한 ‘커피 벨트(Coffee Belt)’의 가장 윗부분에 자리하며 고도나 날씨 또한 좋은 커피를 재배할 수 있는 환경이라는 것을 알게 되어 관계자들의 관심을 샀다. 이에 네슬레와 중국 정부, 유엔개발계획(UNDP)은 중국에서 커피 산업을 활성화시키고 농민들을 돕기 위해 커피콩을 들여와 재배 및 가공을 시작한 것이다.

1990년대 들어 본격적으로 추진된 이 사업은 보이차나 망고 등 운남성의 다른 특산물보다 농민들에게 경제적으로 이익이 됐다. 지역 농민들에게는 차(tea)를 재배하는 것에 비해 커피 경작은 손이 많이 가지 않는다고 여겨져 인기가 좋았다. 더욱이 차와 커피의 수확 시기가 다르기 때문에 차를 재배하는 땅에서 커피 농사에 지을 수 있어 3~10월에는 차를, 11~2월에는 커피를 재배하는 형태로 운남성에서부터 빠르게 퍼져나갔고, 유사 지역의 많은 농민이 커피 생산에 뛰어들게 됐다.

중국 운남성 차밭

Artwell/shutterstock.com
운남성 보이차 밭에서 보이차를 재배하는 농부의 모습

올해 초 중국 상무부가 발표한 자료를 보면, 푸얼시의 커피 경작지는 지난해 78만9000㏊(헥타아르)에 이르렀다. 2011년 43만9000㏊에 견주면 배 가까이 늘어난 셈이다. 리샤오보 운난성커피산업협회 회장에 따르면 2008년에는 재배지 30만 ㏊에 연간 생산량이 2만6천톤이었는데, 지금은 현재 180만 ㏊에서 15만톤의 커피를 생산한다고 한다. 10년 사이에 6배 가까이 는 것이다. 커피 생산량 상위권인 브라질(306만 톤), 베트남(177만 톤)에는 크게 못 미치지만, 성장 속도는 매우 빨라 커피 업계의 신흥 강자로 떠올랐다.

2011년 이후 해마다 약 15%씩 성장하는 중국 커피 시장을 보면서, 운남성 커피 농가들은 스페셜티 커피와 같은 고급 커피로도 관심을 돌리고 있다. 현재 고급 커피 생산 비율은 1%에 지나지 않지만, 시장 점유율 유지를 위해서는 뛰어들 필요가 있다는 판단이다.


세계 무대에 오른 중국의 커피

중국부스

ⓒbaristarules.maeil.com
2018 스페셜티 커피 엑스포의 중국 부스

지난 4월 시애틀에서 열린 2018 스페셜티 커피 엑스포(Specialty Coffee Expo)에서도 중국 커피 시장의 위력이 날로 거세지고 있다는 것을 사뭇 느낄 수 있었다. 전 세계 최대 규모의 커피 행사 중 하나인 스페셜티 커피 엑스포에 중국은 공식 후원사로 참가하며 중국 커피를 세계 무대에 세웠다. 운남성 정부에서는 품종개량과 시장 개척을 통해 커피 산업을 600억 위안(약 10조 4,100억 원) 규모로 키워나갈 계획이라고 밝히며, 스페셜티 커피의 생산 비율도 점차 높아지고 있다는 관계자의 설명에 중국 커피 시장의 잠재적인 성장 가능성을 짐작할 수 있었다. 스페셜티 커피엑스포 현장에서 만난 중국 부스와 더 자세한 그날의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시애틀에서 열린 ‘2018 글로벌 스페셜티 커피엑스포’ 생생 리포트 컨텐츠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중국은 아시아 커피 시장의 발전을 위해서도 앞장서고 있다. 지난해 말 운남성 남부의 커피도시 망시(Mangshi)에서 아시아 커피산업의 단계적인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아시아 커피협회 창립 총회(Asian Coffee Association Inaugural Meeting)’가 열렸다. 협회장인 첸 젠지아(Chen Zhenjia)는 “아시아 커피산업 토대를 공고하게 만들고 이를 위해 아시아 커피협회(Asian Coffee Association)가 구심체가 되어 커피산업의 자원을 개발하고 기업들의 정보공유 통로가 되고자 한다.”고 포부를 밝혔다. 실제로 지구의 기후변화에 따라 아시아는 커피를 재배하기에 유리한 지역으로 거듭나고 있어 커피농장과 생산 지역이 점차 아시아로 집중되는 만큼 지리적∙기후적으로 우위를 누리게 될 수 있다. 또한 아시아는 세계 인구의1/3 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며 그 만큼 소비 시장에 막대한 영향력을 자랑하는, 세계 커피산업을 움직이는 ‘큰 손’이다. 더불어 커피소비의 발전을 촉진하는 주요한 힘이자 원천이기에 ACA의 행보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한편 세계적 커피 브랜드인 스타벅스는 중국을 해외 최대 커피시장으로 삼아 전폭적인 투자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 중국에는 약 3천 개 이상의 스타벅스 매장이 들어서 있다. 스타벅스 차이나 CEO인 벨린다 왕(Belinda Wong)은 지난 2016년 “매년 500개의 신규 매장을 오픈해 2021년까지 현 매장 수의 2배 이상인 5천 개까지 확대할 것”이라 밝힌 후, 지난 해 상하이에 세계 최대 규모의 스타벅스 리저브 로스터리 앤 테이스팅 룸(Starbucks Reserve Roastery & Tasting Room)을 세운 바 있다. 이는 스타벅스 또한 중국 시장에 부는 제3의 물결을 느낀 것으로 해석해 볼 수 있으며, 높아진 소비수준과 서구화된 생활습관에 익숙해진 중산층 이상 중국인들이 가격에 구애 받기보다 커피 한 잔이란 작은 사치를 즐기기 시작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이처럼 커피 시장에서 거대한 대륙, 중국이 꿈틀거리고 있다. 아직 가야 할 길은 많이 남아있다. 북미나 유럽의 1인당 연평균 소비량은 400잔, 한국이 380잔, 일본이 360잔, 중국은 고작 5잔. 하지만 바꿔 생각해보면 그만큼 중국 커피 시장은 무한한 성장 가능성을 내재하고 있다는 뜻이다. 우리는 이미 중국의 위협적일 만큼 빠른 속도의 경제성장을 경험해보지 않았는가. 해가 다르게 변화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중국. 또 어떤 모습으로 세계 무대를 놀라게 할지 중국 커피의 변화될 모습에 관심을 기울여보자.

 

[참고자료]
월간 커피앤티 7월 호, 서울꼬뮨.
차밭에서 커피향이…중국 농가들 차·커피 동시재배, 한겨레, 2018.06.19.
커피까지 중국산이…윈난성에서 재배 급증, 매일경제, 2014.11.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