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이어 올해 두 번째로 바리스타룰스가 도쿄에서 열리는 SCAJ(The Specialty Coffee Association of Japan, 일본 스페셜티 커피 연합회)가 주관하는 World Specialty Coffee Conference and Exhibition 2018(2018년도 월드 스페셜티 커피 컨퍼런스 및 박람회)에 다녀왔다. 도쿄 빅사이트 메인홀에서 개최된 SCAJ 2018은 올해로 15회를 맞이한 만큼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아시아 최대의 커피 이벤트로, 박람회 첫날부터 비가 오는 날씨에도 전세계 방문객들의 발검음이 끊이질 않았다.
다양한 국가들과 생두 회사들이 소개한, 여전히 강세를 보인 스페셜티 커피 부스부터 금번 SCAJ의 주제이기도 한 ‘The Sustainable Future of Coffee(커피의 지속가능한 미래)’와 관련한 부스들, 그리고 일본의 독창적인 커피 기구들과 새롭게 등장한 머신들까지 다양한 볼거리가 가득했던 그 뜨거운 현장을 소개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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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SCAJ가 열린 도쿄 빅사이트 전시회장
1. 특색 있는 아로마와 플레이버로 승부를 건 ‘스페셜티 커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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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음을 위한 커피를 브루잉하는 태국의 바리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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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태국 스페셜티 커피 생두
작년에 이어 브라질, 파나마, 온두라스, 예맨, 에티오피아 등 남미 지역과 아프리카 지역의 생두 생산지의 업체들이 SCAJ에 방문한 것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지만, 한편에 자리잡고 있는 태국(Thailand) 스페셜티 커피를 소개한 ‘Bluekoff’ 부스가 눈에 띄었다. 스페셜티 커피에 관심이 있는 커피 애호가라면 수마트라 만델링, 수마트라 가요 마운틴 등 인도네시아 커피를 심심치 않게 들어보았을 것이다. 하지만 인도네시아의 이웃 국가인 태국 커피는 조금 낯설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태국 스페셜티가 주는 특별함 덕에 많은 방문객들의 발걸음이 이곳 부스에 멈췄다. 네추럴, 워시드, 허니 프로세싱 등의 다양한 가공법을 생두 특성 별로 적용하여 고유의 아로마와 플레이버를 유지시키고자 각별히 주의를 기울인다는 태국 스페셜티. 이를 소개한 Bluekoff 직원의 설명에 따라 까르보닉 마세라시옹(Carbonic Maceration) 가공법을 거친 THAILAND DOI CHANG A를 직접 시음해보았는데 은은하게 퍼지는 달콤한 향과 잡미 없이 입안을 부드럽게 감싸고도는 산미가 인상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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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핑 부스를 마련한 WATARU & CO., LT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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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TARU & CO., LTD.에서 취급하는 국가별 스페셜티 커피 생두
일본의 커피 시장 규모는 세계적으로도 크지만 특히 스페셜티에 대한 수요도 굉장히 높다. 일본이 남미나 아프리카 등의 커피 원산지와는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에 커피를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무역회사들이 많은데 그중 대표적인 ‘와타루 스페셜티 커피 무역회사(WATARU & CO., LTD., 이하 와타루)’의 대형 부스가 박람회장에서 눈에 띄었다.
와타루는 1947년에 설립되어 7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진 커피 생두 무역회사로 현지에서 직접 스페셜티 커피를 수입해와 소비자들에게 새로운 맛, 더 나은 향미의 커피를 제공하기 위해 힘쓰고 있다고 한다. 부스에 설치된 대형 스크린을 통해 농장주, 가공업자, 운송업자 등 일본 내에 스페셜티가 들어오기까지 과정의 주역들이 커피 고유의 향미를 잃지 않도록 어떤 정성을 쏟는지에 대해 시각적으로 보여주면서 관람객들의 이해를 도왔다.
또한, 커핑 테이블에서 전문가가 직접 커핑을 시연할 때 ‘쓰으읍’하고 내는 특유의 슬러핑(Slurping) 소리 때문에 지나가는 관람객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2. 커피의 미래를 책임질 ‘서스테이너블 커피’
지난 커피의 ‘앞날’을 생각하는 ‘서스테이너블 커피’ 콘텐츠에서 소개한 적이 있었던 유기농 커피, 공정무역 커피, 인증 커피 등의 서스테이너블 커피 또한 SCAJ 2018에서 만나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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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C에서 취급하는 커피 생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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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에서 재배된 SEIZAN 유기농 원두
‘NCC(NIPPON COFFEE TRADING CO.,LTD.)’는 1953년에 설립되어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커피 생두 무역회사로 프리미엄 품질의 커피 생두들을 공급하고 있다고 한다. 이들이 이번 SCAJ에서 소개한 커피 생두들 중 유기농 재배 방식으로 경작되었다는 KYOTO와 SEIZAN은 박람회 주제와도 연관이 있어 특히 인상 깊었다. 일본 에코바이오 인증과 레인포레스트 얼라이언스 인증을 받은 콜롬비아 생두인 KYOTO는 그늘 경작을 통해 유기농 방식에 따라 재배되었다고 한다. 인증 마크가 전시존에 표기되어 있어 쉽게 다른 커피 생두들과 구분할 수 있었다. NCC 관계자는 미얀마 생두인 SEIZAN는 인증 마크를 받지는 못했지만 유기농 커피라고 소개했다. 이처럼 인증을 받지 못한 비공식적인 유기농 커피들도 취급하고 있는데, 이는 국가 또는 농장 별로 값비싼 인증절차 때문에 마크를 부여 받지 못한 경우도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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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티오피아 예가체프 커피농장 연합
우리나라에서도 잘 알려져 있는 예가체프 커피. 예가체프는 에티오피아 남부지방의 한 지역 이름인데, ‘에티오피아 예가체프 커피 농장 연합(Yirgacheffe Coffee Farmers Cooperative Union, 이하 YCFCU)’에서 설명한 이들의 경작 방법 또한 흥미로웠다. 이곳 농장 연합에서는 모든 농장이 유기농 재배 방식에 따라 커피를 재배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키가 큰 셰이드그로운 트리(Shadegrown Tree)를 통해 커피 나무에 그늘을 드리워 재배지에 새가 날아올 수 있는 숲을 조성하고 제초제 없이 해충을 없애는 유기농 경작을 택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재배방식을 통해 철새들과 숲을 보호할 뿐만 아니라 화학 비료 사용을 지양하여 건강한 유기농 커피를 재배하는 데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한다. 또한 YCFCU는 공정무역을 통해 커피 농가의 권익 보장에 앞장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커피의 고향으로 알려진 에티오피아답게 커피의 지속가능한 앞날을 위해 누구보다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고 느껴졌다.
3. 눈여겨보아야 할 ‘커피 용품 및 커피 머신’ 트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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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자형과 U자형 두 가지 모양의 LOCA의 세라믹 필터
이번 전시회에서 눈에 띄었던 커피 필터는 잿빛의 세라믹 필터다. 국내에서도 최근 1~2년 사이 수입을 시작해 판매 중인 제품들이긴 하지만 개발자로부터 직접 부스에 나와 제품에 대해 열띤 설명을 듣게 되어 감회가 새로웠다. 일반적인 종이나 스테인리스, 플라스틱 소재와 다르게 세라믹이라는 특이한 소재가 인기를 끄는 것은 일본 특유의 자기 문화가 필터에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SCAJ 2018에서는 두 개의 세라믹 필터 회사를 만날 수 있었는데, ‘LOCA’와 ‘THREE RIVERS’다. 두 회사 모두 미세한 크기의 다공질 세라믹 필터를 개발했는데, THREE RIVERS에서 생산되는 필터들은 수공예로 만들어진다고 한다. 세라믹 필터의 장점은 커피를 50 마이크로 미터(µm)의 아주 작은 구멍들을 통과시켜 추출하기 때문에 커피의 쓴맛을 현격히 줄이고 커피 고유의 단맛을 낼 수 있다는 점이다. 두 회사에서 제공한 시음 커피를 먹어본 결과, 두 개다 모두 확연히 부드럽고 가볍다고 느껴졌다. 또한 세라믹 필터는 어느 브랜드에나 호환하여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편하다고 한다. 이외에도 일반적인 다른 필터 소재에 비해 흙을 원료로 하기 때문에 친환경적이라는 장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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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소개된 일체형 브루잉 머신 FURUMAI
현란한 움직임에 방문객들의 시선을 빼앗은 최신 기기들도 있었다. 특히 2018년 처음 출범한 커피머신 개발사, TREE FIELD에서 내놓은 ‘FURUMAI’ 는 일체형 브루잉 기기로써 브루잉 전 과정을 사람들이 볼 수 있도록 투명하게 설계되어 있어 시각적인 효과가 두드러졌다. TREE FIELD는 이 기기를 스페셜티 커피의 철학을 반영해 설계했다고 소개했는데, 커피가 가지고 있는 고유의 아로마와 플레이버를 커피를 제조하는 과정에서 최대한 살리도록 아주 세심하고 정교하게 만들었다고 한다. 올해 처음 런칭한 신생 기업인 만큼 네 명의 유명 바리스타와 협업하여 제품 마케팅에 열을 올리는 듯 보였다. 바리스타룰스가 기업 부스에 방문한 날에는 2014 월드 브루어스 챔피언인 Stefanos Domatiotis씨와 2014, 2015 일본 바리스타 챔피언인 Yoshikazu Iwase씨가 직접 부스에 나와 기기 설명에 한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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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와 제품을 소개 중인 바리스타들
브루잉을 컨트롤하는 전 과정은 기기에 착장되어 있는 디지털 탭(Tab)을 터치하여 조정할 수 있고, 원두를 선택하고 탭에 등록되어 있는 레시피를 선택하거나 직접 레시피를 등록하여 브루잉을 시작하면 그에 따라 원두 그라인딩, 필터링, 브루잉까지 자동으로 진행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상단 세 개의 원두 통 외에도 조그만 구멍을 통해 본인이 원하는 원두를 일정량 투입하여 커피 제조가 가능했다. FURUMAI를 이용한 브루잉 과정에서 원두 그라인딩 시에 원두의 은피 부분을 한 번 더 탈각시키는 점과 다소 큰 구멍들로 이루어진 필터와 미세한 구멍들로 이루어진 필터를 이중으로 사용하는 점이 특징적이었다. 이 두 가지 과정을 통해 더 산뜻하고 잡미를 제거한 커피 제조가 가능하다고 한다. 현장에서 이 기계로 추출한 스페셜티 커피를 시음해보니 프루티(Fruity)한 진한 커피 향이 입안을 감싸고, 잡미가 없다보니 끝맛이 깔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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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IICHI DENSHI,INC.사에서 개발한 로스팅기, NOVO MARK I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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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ishi and Associates Limited 부스에서 볼 수 있었던 CORES사의 골드 필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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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noSky International Co., Ltd.에서 선보인 1인용 커피 드리퍼, HiTORi
그 외에도 다양한 커피 기기와 용품들이 수요에 맞게 진화하고 있는 모습을 속속들이 발견할 수 있었다. 자동화 방식의 로스팅 기계 ‘NOVO MARK II’, ‘골드 필터’, ‘1잔 전용 드리퍼’ 등의 개성 있는 신제품들이 그 예다. NOVO MARK II의 열원은 불이나 가스가 아닌 전기이기 때문에 로스팅 시 연기가 거의 발생하지 않고, 이를 통해 커피의 향미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한다. 부스에서 전시 내내 로스팅을 진행했는데도 로스팅기에서 밖으로 뿜어져 나오는 연기를 볼 수 없어 개발자의 설명대로 특장점을 체감할 수 있었다.
순금으로 커피 필터를 만들었다고 하면 “웬 사치인가”하고 의아해할 수도 있겠지만 ‘골드 필터’에는 보여주기 식이 아닌 좋은 커피를 만들기 위한 특별한 이유가 따로 있다. CORES의 인기 상품인 골드 필터는 화학 변화에 강한 순금으로 코팅하여 커피가 가진 본연의 맛 성분인 오일을 그대로 추출할 수 있고 이를 통해 개성 있는 커피를 맛볼 수 있게 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작년 한 해 동안 홈 카페 트렌드에 발맞추어 홈 카페용 커피 도구들이 모습을 드러냈다면, 이제는 가구별 소비에 맞게 진화해 1인용 홈 카페 도구들이 새롭게 등장하고 있다. 정확히 한 잔 정도의 커피를 추출하기에 적당한 HiTORi 1인용 드리퍼는 심플한 디자인과 실용성 모두에 관람객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얻었다.
이처럼 SCAJ 2018은 세계에서 가장 큰 스페셜티 시장을 가지고 있는 도쿄에서 열린 아시아 최대 규모의 커피 이벤트인 만큼 볼거리도 느낄 거리도 충분했다. 앞서 소개한 부스들 외에도 박람회에 참가한 기업들과 원두 생산지에서 준비한 각종 세미나와 일본 내 바리스타 챔피언, 사이포니스트 챔피언, 브루어스 챔피언, 컵 테이스터스 챔피언, 로스트 마스터스 팀을 선정하는 각종 챔피언십과 같은 흥미로운 이벤트들 또한 마련되어 있었다. 작년에 이어 더욱 풍성해진 SCAJ를 경험하며, 지금 이 순간에도 전 세계 커피 시장의 이슈를 함께 고민하며 성장해나가고 있고 트렌드 또한 움직이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내년 SCAJ 2019는 9월 11일부터 13일까지 열릴 예정이니, 스페셜티 커피를 사랑하는 커피 애호가라면 내년 가을 여행지는 가까운 나라 도쿄로 정해보는 건 어떨까?
SCAJ 2018을 시작으로 이번 바리스타룰스의 커피여행은 도쿄 내 여러 지역 별 카페들을 방문하며 그들이 어떤 강렬한 특색으로, 어떤 다채로운 커피맛으로 커피 러버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는지를 알아보고자 했다. 앞으로 4주간 신주쿠, 시부야, 도쿄 동쪽 지역 등 일본 특유의 클래식한 분위기를 자랑하는 카페들까지 소개할 예정이니 도쿄 커피여행 콘텐츠를 통해 커피 향에 흠뻑 취해보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