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날에 사람들이 유독 많이 찾는 음식들이 있다. 막걸리나 파전, 짬뽕이 대표적이지만 그에 못지않게 비 오는 날엔 커피도 많이 팔린다. 이런 날엔 습도가 높아져 향을 더 강하게 느끼기 때문에 향이 강한 음식을 찾게 된다고 하는데 그래서일까? 비가 오는 날이면 평소에 커피를 잘 안 마시던 사람들이 ‘오늘은 어떤 커피를 마실까?’라며 주변 사람들에게 물어보기도 한다. 이럴 때 질문을 받은 사람은 쉽게 대답하지 못하고 망설이게 된다.
커피도 습관이고 취향이다 보니 누구나 주로 마시는 메뉴 외에는 관심이 없게 마련이다. 사실 커피 전문점의 메뉴는 대다수 비슷하기 때문에 커피에 조금이라도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어느 정도 구분도 할 수 있고 나름의 선택 기준도 가지고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군가에게 메뉴를 추천할 때 망설이게 되는 것은 바로 구체적인 차이점을 모르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그렇다면 커피 전문점의 메뉴는 도대체 무엇이, 어떻게 다른 것일까.
Karen Mardahl / flickr.com(좌), Alf Melin / flickr.com(우)
커피 전문점의 메뉴는 크게 에스프레소를 베이스로 하는 ‘에스프레소 베리에이션 메뉴’와 ‘여과 커피 메뉴’ 이렇게 2가지 추출 방법으로 구분할 수 있다. 하지만 최근에는 각 원두 품종의 특징과 향미를 최대한 살리기 위해 사이폰 추출이나 모카포트, 프렌치프레스, 에어로프레스 등의 기구를 사용하는 곳도 늘어나고 있다.
에스프레소 베리에이션 메뉴는 에스프레소를 기본으로 물, 우유 등의 첨가물 비율을 달리해서 만드는 음료를 말한다. 우리나라 커피 전문점에서 가장 많이 판매된다는 아메리카노와 카페라떼가 대표적인데, 여기에 보통 에스프레소 콘 파냐, 마키아토, 카푸치노, 카페모카 등의 메뉴가 추가되고 아포가토나 샤케라또, 캐러멜 마키아토 등의 메뉴를 내는 곳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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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프레소 베리에이션 메뉴 인포그래픽
아래는 뜨거운 음료 기준으로 각 메뉴에 에스프레소 외에 무엇이 첨가되는지를 표로 정리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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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가하는 뜨거운 물 |
스팀드 밀크 |
밀크 폼 |
크림 (휘핑 크림) |
초콜릿 시럽 |
기타 옵션 |
에스프레소 콘 파냐 |
X |
X |
X |
O |
X |
X |
마키아토 |
X |
X |
O |
X |
X |
X |
아메리카노 |
O |
X |
X |
X |
X |
X |
카페라떼 |
X |
O |
O |
X |
X |
설탕 혹은 시럽 |
카푸치노 |
X |
O |
O |
X |
X |
초컬릿이나 시나몬 파우더 |
카페모카 |
X |
O |
O |
X |
O |
휘핑 크림 |
이 표에서 옵션을 제외하고 동일한 재료를 사용하는 음료가 있다. 바로 카페라떼와 카푸치노인데 두 음료의 차이는 바로 우유와 우유 거품의 양에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카푸치노가 카페라떼에 비해 우유의 양이 적고 거품이 많아 커피 비율이 높다. 따라서 두 음료를 구성하는 재료는 같지만, 조합 비율의 차이 때문에 카페라떼는 부드럽게 느껴지고 카푸치노는 커피 향이 강하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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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라떼(좌) / 카푸치노(우)
‘마키아토’와 ‘콘 파냐’도 거의 비슷한 메뉴다. ‘마키아토’는 에스프레소 위에 거품만을 올려 흔적을 남긴다고 하여 ‘점을 찍다’, ‘흔적을 남기다’라는 뜻의 이탈리아어 ‘마키아토’를 사용했고, ‘콘 파냐’는 ‘크림과 함께’라는 뜻으로 이 역시 이탈리아어인데, 에스프레소 위에 휘핑크림을 얹은 것을 보이는 그대로 표현한 명칭이다.
여과 커피는 흔히 ‘드립 커피’라고 하는 ‘핸드 드립’ 방법과, 기구를 사용하는 ‘더치 드립’ 방법을 많이 사용한다. 드립 커피를 만들 때는 필터 종류를 선택할 수 있는데, 종이가 아닌 융(천)을 사용하는 경우 커피에 포함된 오일이 그대로 커피로 옮겨지기 때문에 더 풍성한 느낌이 난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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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에 아이스로 많이 마시는 더치커피는 장시간에 걸쳐 추출하는 인내심이 필요한 커피다. 보통 500mL 추출에 5~6시간 정도 걸리며, 냉수를 사용하는데 다른 추출 방법과 비교해 신맛이 덜하고 부드럽다. 장기간 보존이 가능해 대용량(보틀)으로 구매하여 냉장 보관하여 마실 수 있다는 것 역시 큰 장점이다.
요즘 국내 커피 전문점에서 사용하는 다양한 추출 방법 중에 사이폰 추출법이 인기라고 한다. 이 방법은 장비도 특이하고 과정도 복잡하지만, 원두의 맛과 향을 깔끔하고 정확하게 뽑아내는 것으로 알려져, 마니아층이 형성되었다고. 사이폰 추출의 매력 포인트는 무엇보다 추출 과정에서 원두가 어떻게 물과 반응하는지를 눈으로 직접 볼 수 있다는 것이다.
CK Ma / Shutterstock.com(좌), Mett Biddulph / flickr.com(우)
더치 커피 추출(좌), 사이폰 추출(우)
자, 이제 누군가 ‘오늘은 어떤 커피를 마실까?’라고 물어오면 자신 있게 ‘오늘은 000를 마셔봐’라고 나름의 근거를 가지고 추천해보자. 왜 그 메뉴를 추천했는지 간단한 설명을 덧붙인다면 금상첨화겠다.
공자가 말하기를 “지지자는 불여호지자요, 호지자는 불여락지자니라(知之者는 不如好之者요, 好之者는 不如樂之者니라).”, 알기만 하는 사람은 좋아하는 사람만 못하고, 좋아하는 사람은 즐기는 사람만 못하다고 했다. 이제 우리에게는 커피를 좋아하고 즐길 일만 남았다. 이 얼마나 좋지 아니한가.
[참고자료]
아네트 몰배르. 커피중독. 최가영(역). 서울: 시그마북스, 2015.
매트 로빈슨. 커피 러버스 핸드북. 박영순 외 3인(역). 서울: 커피비평가협회 진서원, 2015.
호리구치 토시히데. 스페셜티 커피 테이스팅. 윤선해(역). 서울: 웅진리빙하우스, 2015.
이새미. “올 어바웃 커피 시리즈”. CASA. 2013
장현우. “바리스타 입문기 시리즈”. ESSEN. 20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