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단어 중 하나인 ‘원두’. 많은 커피 애호가들이 원두에 가장 많은 관심을 쏟는 이유 역시 맛있는 커피 한 잔이 되기 위한 기본 중의 기본이 바로 원두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흔히 보는 작고 동그란 형태의 갈색 원두가 되기까지는 수 많은 과정을 거쳐야 비로소 볼 수 있는 값진 결과물이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은 커피를 만들어내는 이 작은 원두 콩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에 대한 지적 호기심으로부터 시작해 달콤한 커피의 세계로 빠져든다.
bonga1965 / Shutterstock.com
우리가 아는 원두는 커피 나무 열매인 커피 체리(Coffee Cherry)의 씨앗 부분에 해당한다. 커피 씨앗을 심고 나면 개화를 거쳐 수정이 되고, 녹색의 커피 열매가 달리게 된다. 이 열매가 익어 붉은색으로 변하는데, 색과 모양이 체리와 닮아서 ‘커피 체리’라고 불린다. 커피를 수확하기 전 단계인 커피나무를 심어 커피 체리 열매가 되기까지만 무려 4년 이상이 걸린다는 점은 우리가 매일 마시는 커피 한 잔을 조금 더 깊이 음미해볼 수 있는 이유가 되기에 충분하다.
붉게 익은 커피 체리를 수확하는 방법은 가공방식에 따라 지역별로 차이가 있지만 크게 핸드 피킹(Hand Picking)과 스트리핑(Stripping)으로 나뉜다. 먼저 핸드 피킹 방식은 사람의 손으로 한 알씩 선별하여 수확하는 방법이다. 잘 익은 체리만을 선별하여 수확하기에 보다 품질이 우수한 커피를 생산할 수 있지만 일일이 수작업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비용이 많이 든다는 단점이 있다. 반면에 스트리핑 방식은 품질은 떨어지지만 대규모의 농장에서 대량수확에 용이한 방식이다. 커피나무의 줄기를 따라 손으로 훑어 한 번에 수확하는 방법인데, 품질은 균일하지 않지만 비용은 줄일 수 있기에 브라질의 대규모 농장에서는 이러한 방식을 기계를 이용해서 한꺼번에 훑어 수확하기도 한다.
nimon / Shutterstock.com
커피 체리에서 얻은 생두의 모습
수확한 커피 체리는 다음으로 커피 원재료인 생두(Green Bean)가 되기 위한 정제 단계를 거치게 된다. 커피 체리에서 과육과 내과피인 파치먼트(Parchment)를 제거하면 생두를 얻을 수 있는데, 이 과육을 분리하는 단계에서도 어떤 방식으로 처리하는지에 따라 맛의 차이가 발생한다. 대표적인 정제 방법에는 햇볕에 말리는 건식법(Dry Process)과, 물로 벗겨내는 습식법(Wet Process)이 있다. 건식법은 가장 전통적인 커피 생산법으로 많은 물을 사용하기 힘든 지역이나 소규모 농원에서 주로 이용된다. 햇빛에서 건조시킨 후 생두를 분리해내기에 생산 단가가 싸고 친환경적이며, 커피체리 과육의 단맛과 풍미가 그대로 생두에 흡수되어 단맛과 바디감이 좋아지는 특징이 있다. 하지만 등급 미달의 생두인 미숙두와 불완전한 품질의 생두인 결점두 및 이물질이 섞이기 쉬워 품질이 고르지 못한 것이 아쉬운 부분이다.
Damian Ryszawy, bonga1965 / Shutterstock.com
건식법(좌)과 습식법(우)
이에 반해 현대적인 가공방식인 습식법은 커피체리를 물에 넣어 미숙두와 결점두 및 불순물을 제거한 후 기계를 이용해 과육을 벗겨 내는 작업 방식으로 건식법보다 좋은 품질의 커피를 얻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래서인지 신맛이 강하면서 깔끔하고 맑은 향미의 커피를 만들어 낸다. 하지만 이 역시 설비 및 유지 비용이 많이 들고 물을 많이 사용하게 되어 환경을 훼손시킬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tanewpix / Shutterstock.com
파치먼트를 탈각한 생두의 모습
이렇게 정제 과정을 마치고 파치먼트 상태로 건조된 생두는 또 다시 2개월 이내의 휴지기를 거치고 나서야 비로소 파치먼트를 탈각한 순수한 모습의 생두가 된다. 하지만 여기서 끝이 난 게 아니다. 수확과 정제 단계에서 불량 커피 체리가 어느 정도 제거되지만, 보다 더 높은 품질의 커피를 만들기 위해서는 결점두와 미숙두를 걸러내는 선별 작업이 필요하다. 선별 기준은 생두의 크기, 밀도, 함수율(수분 함유율), 색깔, 결점두의 혼합 여부에 따라 등급이 나뉘게 된다. 일반적으로 생두의 크기가 크고 밀도가 높을수록 고급으로 분류한다. 또한 생두는 결점이 없이 맑고 깨끗한 청록색일수록 높은 등급으로 분류되며 함수율은 SCAA(Specialty Coffee Association of America)의 기준에 따라 9~13%정도의 함수율을 양호한 것으로 분류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앞서 말한 기준들에 따라 엄격한 평가를 거쳐 가장 높은 등급으로 선정된 원두는 스페셜티 커피로 공급된다.
Kamonrat / Shutterstock.com
가장 저렴한 최하위 등급부터 상위 1퍼센트의 최고급 등급까지 선별이 이루어지고 나면 원두가 되기 위한 마지막 단계만이 남게 된다. 아직 회색빛을 띠는 생두 그대로는 커피다운 맛과 향이 없는 딱딱한 씨앗에 불과한데, 이 생두에 열을 가해 조직을 최대한 팽창시켜 화학변화를 일으킴으로써 커피의 맛과 향을 이끌어 낸다. 이렇게 생두를 볶는 로스팅(Roasting)이라는 과정을 거친 후에야 비로소 우리가 일상에서 구입하는 커피 원두의 모습으로 태어난다.
커피 원두가 지금의 모습이 되기까지 거슬러 올라가다 보면 그 숨은 과정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누군가는 커피 한 잔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이렇게까지 알 필요가 있느냐고 반문할지 모른다. 우리는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들일수록 그 사람이 어떠한 삶을 살아 왔는지 궁금해한다. 때론 그 발자취들이 그 사람을 더욱 사랑하게 만드는 윤활유 같은 역할을 하기도 한다. 이는 커피에도 그대로 적용되는데, 우리가 커피 원두의 발자취를 따라 가보는 것은 지금 마주하고 있는 커피 한 잔을 더 깊이 사랑하게 되는 계기가 될지 모른다.
[참고자료]
이승훈. “올 어바웃 에스프레소”. 네이버 지식백과.
김성윤. “커피 이야기”. ㈜살림출판사. 네이버 지식백과
강승훈. “월간 coffee & Tea” 네이버캐스트
아네트 몰배르. 커피중독. 최가영(역). 서울: 시그마북스, 2015.
매트 로빈슨. 커피 러버스 핸드북. 박영순 외 3인(역). 서울: 커피비평가협회 진서원, 2015.
두산백과. “커피 로스팅” 네이버 지식백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