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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한 잔에 인생 한 스푼

향긋하고 씁쓸한 커피 같은 인생이 담긴 영화

2017.04.05. 오후 07:04 |카테고리 : Coffee Story

누구나 때로는 기쁘고 때로는 슬프고 그리고 때로는 행복하고 때로는 불행하다. 하지만 삶이란 이러한 시간이 더해질수록 의미가 깊어진다. 때로는 씁쓸하고 때로는 달콤하고 음미할수록 깊은 맛을 내는 커피처럼. 그래서 우리 사는 모습은 어딘가 커피와 닮은 구석이 있다. 여기 우리 삶의 모습과 커피가 한데 어우러져 진한 커피향 같은 인생 이야기를 담아낸 영화들이 있다.

커피나무의 성장에 담긴 한 사람의 인생 이야기, ‘아웃 오브 아프리카’

2월 3차_001(원본) 출처: 네이버 영화 ‘아웃 오브 아프리카’ 

덴마크 작가 카렌 블릭센의 동명 소설을 영화화한 ‘아웃 오브 아프리카’는 아름답고 광활한 아프리카의 자연, 오스카 수상작 그리고 메릴 스트립(카렌 役)과 로버트 레드포드(데니스 役)의 명연기로 기억된다. 하지만 이 영화의 배경이 ‘케냐’이고 주인공 카렌은 ‘커피 농장’을 경영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가? 아프리카로의 이주, 결혼과 이혼, 커피 농장의 경영과 실패, 데니스와의 우정과 이별 그리고 세계대전이라는 역사적인 사건까지 끊임없이 이어지는 그녀 인생의 변곡점마다 어김없이 커피 농장이 오버랩된다.
결혼하고 아프리카로 이주한 카렌이 아직 3~4년은 지나야 수확할 수 있는 커피 묘목을 돌보는 일은 마치 아프리카 정착을 위해 노력하는 카렌의 모습과 닮았다. 전쟁의 혼란 속에 병을 얻어 고향에 다녀온 그녀가 조금 단단해진 것처럼 커피나무는 수확을 앞두고 하얀 꽃을 피워냈으며, 불행한 결혼 생활에 종지부를 찍고 데니스와 우정을 키워가는 그녀의 삶은 안정을 되찾고 커피나무는 열매를 맺는다. 문득 인생의 무게에 대한 물음이 생길 때 케냐 커피 한 잔과 함께 보길 추천한다.

커피 애호가를 위한 감상 포인트) 이 영화에는 커피 묘목이 나무가 되고, 꽃이 피어 체리가 열리며, 수확을 한 뒤 과육을 제거하고 건조하는 정제 단계를 거쳐 생두가 되기까지의 과정을 순서대로 볼 수 있다.

 

우리 삶의 빈틈을 메우는 커피에 대한 이야기, ‘커피와 담배’

2월 3차_002(원본) 출처: 네이버 영화 ‘커피와 담배’ 

짐 자무쉬 감독의 ‘커피와 담배’는 11가지 에피소드를 엮은 옴니버스 영화다. 사실 이 영화는 우리에게 친숙한 영화적 화법과 앵글에서 살짝 벗어나 연극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들기도 하는데, 보는 사람에 따라서는 엉뚱하다고 생각할 만한 대화와 행동들이 이어진다. 이러한 일상과 비(非)일상의 미묘한 틈새에서 대화를 나누는 주인공들의 어색함과 공백을 채워주고 대화를 이끌어주는 도구가 바로 커피와 담배이다. 대화는 등장인물들이 이끌어가지만 주인공은 결국 그들의 소통하게 만드는 ‘커피와 담배’라는 생각이 든다.
어쩌면 연신 커피를 마시는 등장인물들에게 커피는 자신의 정체성을 담은 또 다른 자아일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이들에게 커피는 주요한 대화 소재이자 일상 속 필수불가결한 요소인 것이다.
감독은 커피와 담배가 가지는 이러한 오묘한 매력을 ‘습관’이라는 틀에 담아내고 싶었던 모양이다. 비 오는 어느 날 진하게 내려 향이 풍성한 아메리카노 한 잔과 함께 감상하길 추천한다. 흑백 화면이 주는 고전적인 느낌이 배가될 것이다.

커피 애호가를 위한 감상 포인트) 각 에피소드의 분위기에 따라 바뀌는 커피 테이블과 잔을 살펴보는 것도 한 가지 재미, 앞 치마를 두르고 커피를 서빙하는 빌 머레이는 주전자 째 커피를 들이킨다.

 

커피 한 잔처럼 일상의 위로가 되어주는 힐링 무비, ‘세상의 끝에서 커피 한 잔’

2월 3차_003(원본) 출처: 네이버 영화 ‘세상의 끝에서 커피 한 잔’ 

마치 커피 한 잔을 마신 듯 마음이 차분해지는 일본 영화 ‘세상의 끝에서 커피 한 잔’은 커피가 주는 진짜 의미를 극적으로 담고 있다. 어릴 때 헤어진 아버지가 배를 타고 실종되었다는 소식을 들은 주인공 ‘미사키’는 고향으로 돌아와 오래된 창고를 개조해 ‘요다카 커피’라는 이름의 카페를 개업한다. 아버지를 기다리며 카페를 운영하는 미사키의 이웃에는 두 아이를 키우랴 일 하랴 힘들게 살아가는 싱글맘 ‘에리코’가 살고 있다. 처음에는 서먹했던 그들은 점차 마음을 열고 서로가 서로에게 치유를 받는다. 이들이 서로에게 건네는 커피 한 잔에 코 끝 찡한 위로를 받게 되는 건 아마 서로의 아픔을 조금이라도 덜기를 바라는 커피에 담긴 ‘진심’때문이 아니었을까. 현실에 지친 주인공들에게 커피를 앞에 두고 나누는 대화는 가장 큰 위로이자 힘이 된다.

이 영화에는 커피를 만들기 위해 정성스럽게 준비하는 장면이 유독 많이 나온다. ‘세상의 끝에서 커피 한 잔’은 ‘커피’ 그 자체의 맛보다는 커피를 대하는 주인공의 태도를 통해 커피의 진정한 의미를 보여주는 영화로, 주말 오후 따뜻한 드립 커피 한 잔을 마시며 함께 하길 추천한다.

커피 애호가를 위한 감상 포인트) 요다카 커피에서 커피를 마시는 사람들의 표정, 미사키가 로스팅하고 커피를 포장하고 드립하는 모습을 유심히 관찰하는 사람들의 표정을 자세히 살펴보자. 커피가 우리에게 주는 놀라움과 기쁨과 행복을 느낄 수 있다.

‘세상의 끝에서의 커피 한 잔’의 미사키가 “커피 한 잔 안 할래요?”라고 하는 것은 단순히 커피 한 잔을 넘어서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를 이어주는 ‘매개체’로의 의미가 있다. 우리는 커피 한 잔을 마주하고 우정을 이야기하기도, 사랑을 떠나보내기도 슬픔과 기쁨을 나누기도 한다. 인생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날, 누군가에게 커피를 권해보자. 진한 커피의 향만큼 우리 인생도 향기를 더해갈 것이다.

[참고자료]
시드니 폴락 감독, 영화 ‘아웃 오브 아프리카’. 1986
짐 자무쉬 감독, 영화 ‘커피와 담배’. 2006
강수경 감독, 영화 ‘세상의 끝에서 커피 한 잔’, 2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