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 둘 밝혀지는 조명과 네온사인으로 화려하게 반짝이는 도시의 밤.
도시로 떠난 여행객이라면 번화한 도시의 매력을 느끼기 위해 어둠 속에서 환하게 빛나는 야경을 찾아보곤 한다. 일본의 최대 번화가인 신주쿠 지역 또한 화려한 밤을 자랑한다. 신주쿠 역에는 철도 및 지하철 총 7개 노선과 많은 버스 노선이 집중되어 있어 일본 제일의 교통량을 기록할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지나다니고 밤늦게까지 반짝였다. 이렇게 유동 인구가 많은 지역에서 사람들의 마음을 매료시킨 카페들은 어떤 곳들이 있을까? 이번 콘텐츠에서는 ‘도쿄의 심장’이라고도 불리는 신주쿠 일대에서 도시의 열기만큼 뜨거운 ‘핫한’ 카페들을 소개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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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손님들을 매료시키는 파란 병의 마술, ‘블루보틀 커피(Blue Bottle Coff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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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보틀 카페의 상징, 파란 병
미국의 3대 스페셜티 커피 전문점 중 하나로 알려져 있는 블루보틀. 2000년대 초반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에서 시작해 최근 스페셜티 전문점으로 전 세계인들의 관심을 받으며 점차 지점을 확대해 나가는 중이다. 국내에서도 커피 계의 ‘애플’이라고 소개되며 세계 어느 국가보다 더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지난해 11월 한국을 방문한 브라이언 케빈 미한 CEO가 “웹사이트에서 블루보틀을 가장 많이 검색하는 국가가 한국”이라고 말했을 정도다. 그렇기에 조만간 한국은 미국, 일본에 이어 블루보틀의 3번째 진출 국가가 될 예정이다. 지난 6월 한국 법인을 설립하고 나서 한국에도 곧 문을 열 것이라는 소문은 돌고 있지만, 정확한 오픈 시점은 공개되지 않아 많은 커피 애호가들의 애간장을 태우고 있다.
작년 바리스타룰스의 도쿄 커피여행에서 키요스미 시라가와에 위치한 일본 내 블루보틀 1호점을 방문하며 국내에 소개한 적이 있다. 도심에서 떨어져 있는 1호점을 방문하기 어렵다면, 일본 최대의 번화가에 위치한 신주쿠 지점을 방문해보는 건 어떨까. 쇼핑의 중심지 뉴우먼(NEWoMan) 1 층에 위치한 카페에 들러 스페셜티 커피 한 잔의 여유를 즐겨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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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일랜드 형 바에서 브루잉 중인 바리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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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보틀 커피 원두
번화가 중심에 위치한 카페답게 매장 내부는 늦은 시간까지 손님들과 관광객들로 가득했다. 이렇듯 손님들을 불러 모으는 블루보틀의 매력은 감각적인 파란 병 심볼(Symbol)과 인테리어, 그리고 스페셜티 커피 철학이지 않을까 싶다.
특히 블루보틀은 창립 이래로 ‘로스팅 후 48 시간 이내의 커피만 판매한다’는 원칙을 여전히 지키고 있다. 커피가 가장 맛있을 때가 48 시간 이내라는 뜻은 아니라고 한다. 원두에 따라 2~3일째부터 14일째 사이에 맛이 정점에 도달하기 때문에 손님에게 신선한 원두를 신속하게 전달하고 맛의 정점에 이르는 기간을 즐겼으면 한다는 마음에서 ‘48시간 원칙’을 세웠다고 한다.
실력 있는 바리스타들이 줄지어 정성스레 핸드드립 커피를 내리는 모습에도 시선이 갔다. 특이한 점은 이곳 핸드드립 바에서 펼쳐진 진풍경이었다. 도쿄인들은 흔히 수줍음이 많고 예의를 갖춘다고 알려져 있다. 그렇기에 블루보틀의 개방감 넘치는 360도 아일랜드 바 앞에서 바리스타들과 또 낯선 이들과도 거리낌 없이 어울리는 모습이 더욱 색다르게 다가왔다. 블루보틀은 일본의 키사텐 커피문화에 깊은 감명을 받아 시작되었다고 전해지는데, 정작 신주쿠에 정착한 블루보틀은 흡사 샌프란시스코 매장 안을 보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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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테말라 스몰 랏(small lot) 원두를 사용한 핸드드립 커피
바리스타룰스는 과테말라의 EL INJERTO 지역의 PACAMARA AUCTION LOT 원두를 사용한 핸드드립 커피를 주문했다. 이곳에서 부르는 스몰 랏(SMALL LOT)은 우리가 알고 있는 마이크로 랏(Micro Lot)과 동일한 개념이다. 한 개 농장보다도 더 작은 단위(lot)로, 소량으로 생산되고 관리되는 커피를 ‘마이크로 랏 커피’라고 한다. 특정 구역에서 세심하게 관리된 커피기 때문에 강한 떼루아가 특징인데, 블랙체리의 달콤함과 드러났다가 농밀한 흑설탕 맛이 입안에 감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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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소: 4 Chome−1−6 NEWoMan SHINJUKU 1F, Shinjuku-ku
홈페이지: https://bluebottlecoffee.jp/cafes/shinjuku
연락처: –
영업시간: (월~일) 08:30-21:30
* 영업시간은 매장 사정에 따라 변경될 수 있으므로, 방문 전 영업시간 확인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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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최상의 커피를 위해 특별한 계획을 지닌 ‘벌브 커피 로스터스(Verve Coffee Roasters)’
미국 캘리포니아의 또 다른 스페셜티 커피의 강자, ‘벌브 커피 로스터스(Verve Coffee Roasters, 이하 벌브 커피)’가 일본 도쿄 한가운데서 경쟁이라도 하듯 가까운 곳에 위치하고 있다. 신주쿠역 뉴우먼(NEWoMan) 1층에 블루보틀이 있다면 2층에는 벌브 커피가 자리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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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브 커피 외관
캘리포니아 주에 위치한 파도의 도시, 산타 크루즈(Santa Cruz)에 본점을 둔 벌브 커피는 삶에 대한 열정과 커피에 대한 깊은 관심을 바탕으로 문을 열었다고 한다. 산타 크루즈 본점과 더불어 로스앤젤레스, 샌프란시스코 지점 등 미국 외 국가에 지점을 둔 건 일본이 처음이다. 이들은 ‘팜 레벨 계획(Farmlevel Initiative)’이라는 독특한 이름의 철칙을 가지고 카페를 운영 중이다. 팜 레벨 계획은 벌브 커피가 취급하는 원두를 생산하는 농장과 직접 교역(Direct Trade)함으로써 커피 품질을 최대한 끌어올릴 수 있도록 지원하고 생산에 직접적으로 관여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생산지에서 멀릴 떨어진 지역 카페의 소비자들에게도 최상의 품질을 지닌 커피를 제공한다는 것이 이들의 목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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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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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루잉하는 모습
밝게 빛나는 매장은 복잡한 신주쿠의 건물 사이에서도 눈에 띄었고, 하얀 타일로 가득한 벽면과 플레이버 휠(Flavor Wheel)을 상징하는 커다란 액자가 인상적이었다. 오후 9시가 다 되어가는 늦은 시간에도 매장 안은 커피를 찾는 사람들로 가득했지만, 다행히 브루잉 바(bar)에 자리를 잡아 자연스럽게 벌브 커피의 바리스타들과 이야기를 나눌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벌브 커피에서는 핸드드립 커피뿐만 아니라 다양한 차(tea), 베리에이션 커피 메뉴를 즐길 수 있다. 그 중 바리스타룰스는 최근 커피 애호가들의 궁금증 만들어 내고 있는 카스카라 차(Cascara Tea)*를 주문했다. * 커피체리의 껍질 부분을 말려 차로 우려낸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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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카라 차(Cascara T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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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카라 차, 브루잉 커피, 라떼 발렌시아(Latte Valencia)
바리스타가 향을 맡아보라고 건넨 말린 카스카라에서는 별다른 향이 느껴지지 않았지만, 차로 우려낸 카스카라는 약간의 말린 과일의 달콤한 향이 돌았다. 한 모금에 느껴지는 맛은 떫거나 쓴맛 없이 적당한 단맛으로 이뤄진 대추차와 유사해 지금처럼 찬 바람이 부는 날씨에 마시기 좋을 것 같았다.
오렌지 필(peel)을 넣어 달콤함과 과일의 상큼한 맛을 살린 라떼 발렌시아(Latte Valencia)도 이곳을 방문한다면 마셔 볼만한 커피 메뉴다. 코 끝에서 느껴지는 오렌지 향, 한 모금 먹을 때마다 느껴지는 우유의 고소함, 그리고 밀크 폼 위에 올려진 멕시코산 이바라 초콜릿 가루(Ibarra Chocolate)의 달콤함은 커피의 진한 향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조화를 이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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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소: 5-24-55 Sendagaya, NEWoMan SHINJUKU 2F, Shinjuku-ku
홈페이지: https://vervecoffee.jp
연락처: +81 3-6273-1325
영업시간: (월~금) 07:00-22:00, (토~일) 07:00-21:30
* 영업시간은 매장 사정에 따라 변경될 수 있으므로, 방문 전 영업시간 확인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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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없는 것 빼고 다 있다는 ‘야마모토 커피 전문점(Yamamoto Coff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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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마모토 커피 전문점 외관
신주쿠의 화강암 조약돌과 느티나무가 양쪽으로 즐비한 가로수길에 위치한 ‘야마모토 커피 전문점(Yamamoto Coffee, 이하 야마모토 커피)’은 커피에 관련한 모든 것을 볼 수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커피 용품 전문점이다. 다양한 원산지의 생두부터 시작해 로스팅 원두, 커피 분쇄기 및 사이폰, 다양한 추출 도구들, 에스프레소 메이커, 로스팅 기계, 각종 부품들은 매장의 천장부터 바닥까지 가득 채울 정도였다. 1946년 개업해 올해로 창업 72주년을 맞이한 야마모토 커피는 이 동네의 터줏대감으로, 도쿄에 방문한 커피인들이라면 한 번쯤 방문했음직한 유명한 가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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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용품점 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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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티 커피 원두
가게를 들어서자마자 느낄 수 있는 고소한 커피 볶는 냄새를 맡으며 내부를 천천히 구경하는 것이 이곳을 둘러보는 하나의 재미다. 그래서인지 이곳의 판매 1순위는 직접 로스팅한 신선한 커피 원두이다. 각각의 원두 특성에 맞게 로스팅 레벨을 달리하여 판매하고 있다. 사진처럼 홀빈(whole bean)으로 100g 이상 구입이 가능하고, 원한다면 그 자리에서 그라인딩하여 분쇄된 원두를 판매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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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카페 용품들
집에서 직접 커피를 내려 마시는 홈카페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신주쿠 여행 시 야마모토 커피 방문을 추천한다. 유명 브랜드의 필터, 추출 도구는 물론 이제는 찾아보기 어려운 커피 용품들까지 ‘없는 거 빼고는 다 있다’는 말이 어울리는 만물상과 같은 가게이기 때문이다. 커피 용품들을 모으는 수집가 기질을 지닌 커피 애호가라면 이곳은 파라다이스와 같은 여행지가 될 것이다. 또, 커피를 좋아하는 주변 지인들에게도 도쿄 여행 기념품으로 손색없는 선물을 하기 좋은 가게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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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소: 3-17-11 Shinjuku, Shinjuku-ku
홈페이지: http://www.yamamoto-coffee.co.jp/
연락처: +81 3-3352-5055
영업시간: (월~일) 11:00-21:00
* 영업시간은 매장 사정에 따라 변경될 수 있으므로, 방문 전 영업시간 확인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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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계절 별 맞춤 로스팅 원두를 제공하는 ‘올 시즌스 커피(4/4 Seasons Coff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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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시즌스 커피 간판
신주쿠 번화가를 벗어나 조금은 한적해진 길을 따라 찾아간 곳은 화려하진 않지만 커피에 필요한 것들만 모아놓은 소박한 카페, ‘올 시즌스 커피(4/4 Seasons Coffee)’이다. 이 곳은 계절별로 맞춤 로스팅한 7개 국가의 원두로 커피를 제조하는 것이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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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두 마대 자루
가게 안에 들어서면 어지럽게 놓여있는 커피마대와 로스팅 기계가 눈에 들어온다. 로스팅된 커피빈들이 풍기는 커피 향 때문인지 소박한 이 매장에 따뜻함이 더해진 느낌이었다. 바리스타는 직접 로스팅한 원두를 사용한다며 선반에 진열된 4가지 원두를 가리켰다. 방문했을 당시에는 가을에 어울리는 4개 국가의 스페셜티 커피를 로스팅해 싱글 오리진 커피만을 판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개는 올 시즌스 커피에서 직접 로스팅한 원두만을 판매하지만, 간혹 타 로스팅 회사의 원두를 함께 판매하며 손님들에게 좋은 커피를 소개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고 한다. 바리스타룰스가 이곳 카페를 들렀을 때는 오사카의 타카무라 로스팅 회사(TAKAMURA Wine & Coffee Roasters)에서 들여온 게스트 빈이 진열대에 놓여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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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에 적합한 4가지 원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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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타리카 원두로 브루잉한 커피
이날 바리스타가 추천해준 건조가공법(Natural process)을 거친 코스타리카 원두를 사용한 브루잉 커피를 주문했는데, 꽃향기가 은은하게 느껴져 저녁 시간의 피로를 풀기에 좋은 커피라 생각됐다. 마감 시간이 거의 다 되어 방문했는데 1인용 테이블에 앉아 커피 한 잔을 주문하고 조용히 책을 읽는 손님들도 눈에 띄었다. 복잡한 도심 한 편에 자리한 조용한 카페여서인지 잠시 맛있는 커피 한 잔의 여유를 즐기고 싶은 손님들에게 적합한 카페일 듯하다. 커피 메뉴를 주문하기 전 원두 통에서 향을 맡고 선택할 수 있으니 주문 시 참고하도록 하자. 계절마다 판매하는 커피 원두가 달라지기 때문에 기회가 된다면 서로 다른 계절에 이곳 카페를 방문해 계절 별 원두를 맛보는 것도 좋은 선택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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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소: 1F 2-7-7 Shinjuku, Shinjuku-ku
홈페이지: http://allseasonscoffee.jp/
연락처: +81 3-5341-4273
영업시간: (월~금) 08:30-19:00, (토~일) 10:00-19:00, 화요일 휴무
* 영업시간은 매장 사정에 따라 변경될 수 있으므로, 방문 전 영업시간 확인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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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 가쁘게 돌아가는 도심 속에서 여유 한 잔을 선사하는 신주쿠의 소중한 카페들을 만나보았다. 위에 소개한 4개의 커피 전문점이 도쿄 시민들뿐만 아니라 여행자에게도 안식처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아직까지 한국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유명 카페들을 방문해 아쉬운 마음을 달래도 보고, 양손 가득 유니크한 커피 용품들을 들고 마음까지 풍족해질 수 있는 기회가 되지 않을까.
빠르게 돌아가는 도심 속의 카페들에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커피 러버라도 아직 아쉬워하기는 이르다. 다음 콘텐츠에서는 도심에서는 조금 벗어나 도쿄의 동쪽 지역 고토 구에 위치한 개성있는 카페들을 소개할 예정이니, 복잡한 도심을 벗어나고픈 커피 여행자라면 기대해도 좋다.
[참고 자료]
도쿄 카페 STANDARD, 아베 고헤이 외 3인, haru, 2016
동경커피, 심재범, 디자인이음, 20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