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ffee Ro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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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리스타룰스가 만난 세계속의 카페 그리고 바리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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킨포크(Kinfolk) 감성 따라 떠나는 포틀랜드 카페투어

자연 친화∙간소함∙느림의 미학이 녹아 든 포틀랜드 카페 5선

2018.06.08. 오전 10:00 |카테고리 : Café, 2018

포틀랜드는 시애틀에서 멀지 않은 거리에 위치한 미국 북서부 오리건주의 주도(州都)다. 포틀랜드는 풍요로운 자연으로 둘러싸인 중소 도시로, 나이키와 컬럼비아 스포츠 웨어 등의 대형 아웃도어 스포츠 브랜드 본사가 위치해 있으며, 스페셜티 커피 신의 주역인 스텀프타운 커피 로스터리가 탄생한 곳이다. 뉴욕이나 런던 등의 거대 도시처럼 유명 건축물이나 트렌디한 쇼핑 지구는 없지만, 다운타운에는 수제 맥줏집과 로스터리 카페, 그리고 오너 셰프가 운영하는 수많은 음식점이 있어 전 세계 여행객들과 커피 애호가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외에도 포틀랜드는 자연친화·간소함·느림의 미학을 추구하는 ‘킨포크 라이프(Kinfolk Life)’라는 새로운 문화 반향을 일으키며 세계적인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다. 포틀랜드 라이프스타일 잡지 ‘킨포크(Kinfolk)’의 유명세에 따라 매우 자연스럽게 포틀랜드는 여유롭고 자연 친화적인 생활방식을 대표하는 도시가 되었다. 바리스타룰스가 다녀온 커피여행을 통해 자연 환경과 조화롭게 어우러져 여유로움을 즐기고 다양성을 존중하는 라이프스타일이 이곳 카페에도 고스란히 녹아 있었음을 알 수 있었다. 이번 콘텐츠에서는 포틀랜드만의 감성이 물씬 느껴지는 카페 5곳을 소개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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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시그니처 메뉴인 콜드브루가 인상적인 ‘스텀프타운 커피(Stumptown Coff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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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텀프타운 커피 외관

블루 보틀, 인텔레젠시아와 함께 미국의 3대 스페셜티 커피 브랜드라 불리며 신흥 강자로 떠오른 스텀프타운 커피(이하 스텀프타운)는 포틀랜드의 작은 커피집에서 시작됐다. 1호점은 66㎡(20평) 남짓한 작은 공간을 커피 바, 로스팅 스페이스, 손님 테이블 등 크게 세 부분으로 나눠 활용하고 있다고 한다. 스텀프타운의 1호점은 의외로 한산하고 인기 있는 지점은 따로 있었다. 포틀랜드 내 유명 호텔 에이스 호텔(ACE Hotel) 1층에 자리 잡은 스텀프타운은 이곳 주민들과 여행객들로 손님이 끊이질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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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 니트로 콜드브루를 내리는 바리스타 (우) 니트로 콜드브루

스텀프타운 커피는 이곳만의 개성을 담은 콜드브루(Cold Brew)가 시그니처 메뉴인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이곳 바리스타의 추천을 받아 바리스타룰스는 질소가 들어 있는 니트로 콜드브루(Nitro Cold Brew) 한 잔을 주문했다. 콜드브루 탭에서 갓 따라져 나온 커피의 차가움에서 느껴지는 청량감에 묵은 갈증이 해소되는 듯했고, 부드러운 목 넘김이 인상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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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텀프타운에서 판매하는 제품 진열대

이곳 커피 맛에 발걸음이 차마 떨어지지 않는 여행객이라면 병과 캔, 그리고 카톤팩(Carton Pack) 에 담아 판매하고 있는 스텀프타운 커피를 기념품으로 구매하는 것도 방법이다. 커피를 보관하는 형태가 다양할 뿐만 아니라 시트러스, 오리지널, 레몬, 니트로 등 여러 종류의 맛을 판매하고 있으니 기호에 따라 선택하는 즐거움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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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소: 1026 SW Stark St, Portland, OR 97205
홈페이지: http://www.stumptowncoffee.com/
연락처: +1 855-711-3385
영업시간: (월~금) 06:00~19:00, (주말) 07:00~19:00

* 영업시간은 매장 사정에 따라 변경될 수 있으므로, 방문 전 영업시간 확인 필요=================================================


2. 올드 스쿨 포틀랜드를 느낄 수 있는 ‘워터 애비뉴 커피(Water Avenue Coff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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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터 애비뉴 커피 외관

워터 애비뉴 커피는 2009년 오픈하여 현재는 포틀랜드를 대표하는 로스터리 카페로 성장했다. 이곳 카페는 브루스 밀레토(Bruce Milletto)와 맷 밀레토(Matt Milletto) 부자가 운영하고 있다. 아버지와 아들은 워터 애비뉴 커피를 운영하기 전부터 이미 20년 이상의 커피 경력을 자랑하는 베테랑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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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 카페 내부 로스팅 기계 (우) 대형 로스터리 공장

카페에 들어서자 워터 애비뉴 커피 내부의 목재 인테리어가 눈길을 끌었다. 윌래밋강(Willamatte River) 유역 근처 공업 지역의 옛 창고를 수리해 카페를 조성했고, 재활용 목재 등 이 지역에서 발견한 재료를 활용해 인테리어를 완성했다고 한다. 카페 내부에서는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 낙후된 구도심 지역이 활성화되어 중산층 이상의 계층이 유입됨으로써 기존의 저소득층 원주민을 대체하는 현상) 이전의 포틀랜드를 뜻하는 올드 스쿨 포틀랜드 특유의 거칠지만 따뜻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안쪽에는 프로스터(Proaster)의 로스팅 기계가 자리 잡고 있었는데, 지금도 이 기계로 직접 로스팅하고 그 자리에서 포장한 원두를 고객들에게 판매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원두는 카페에서 10블록 정도 떨어진 공간에 위치한 대형 로스터리 공장에서 생산∙공급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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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터 애비뉴 커피의 자체 로스팅된 원두

워터 애비뉴 커피의 성장 비결을 물어보니 포틀랜드 내수시장에 집중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외부 지역의 수많은 카페들로 원두를 공급하려면 그만큼 많은 양의 원두를 생산해야 하는데, 이 경우 질 좋은 원두를 생산하는 데 어려움이 따르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곳 로스터리에서 생산한 커피의 98%가 포틀랜드 내에서만 소비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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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 케멕스 추출하는 바리스타 (우) 과테말라 싱글 오리진을 사용한 브루잉 커피

이곳의 대표 메뉴는 케멕스(Chemex)로 추출한 브루잉 커피와 싱글 오리진 에스프레소이다. 바리스타룰스는 과테말라 산 원두(Guatemala las Moritas)를 케맥스로 추출한 커피를 시음해보았다. 메뉴 판에 표기되어 있던 커피의 설명처럼 백포도가 가지고 있는 화사함과 후미에 느껴지는 오크향이 마치 따뜻한 와인 같았다. 식었을 땐 케멕스로 추출해서인지 밝은 산미가 도드라지며 입에 침이 돌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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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모어 모카

마시멜로를 넣어 만든 달콤한 ‘스모어 모카(S’mores Mocha)’ 또한 이곳의 시그니처 메뉴이다. 적절히 녹은 마시멜로가 반쯤 잠겨 있는 모습이 시선을 끄는 이 커피는 모카 시럽에 에스프레소와 우유를 넣고 불에 구운 마시멜로와 코코아 파우더를 얹어 완성된다. 쌉쌀한 첫 입과 곧바로 들어오는 부드럽고 달콤한 모카가 커피와 어우러져 뒷맛이 달지 않았다. 녹아 드는 마시멜로는 카라멜라이징된 바삭한 표면과 더불어 폭신한 속살이 다양한 질감을 더해주었다. 이는 점점 녹으며 달아지는데 마치 어른의 커피에서 아이의 핫초코로 변하는 것 같아 기분이 묘했다.

워터 애비뉴 커피 바로 근처에 기찻길이 있어 정겨운 신호음 함께 기적 소리를 들으며 포틀랜드 특유의 고즈넉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마침 카페 바깥에 테라스가 마련되어 있으니 날씨가 좋은 날이면 테라스에 앉아 커피 한 잔과 경치를 감상해보도록 하자. 진한 커피 향을 머금은 포틀랜드의 여유로운 분위기에 취해 무장 해제될 수밖에 없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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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소: 1028 SE Water Ave #145,Portland, OR 97214
홈페이지: https://wateravenuecoffee.com/
연락처: +1 503-808-7084
영업시간: (매일) 07:00~18:00

* 영업시간은 매장 사정에 따라 변경될 수 있으므로, 방문 전 영업시간 확인 필요=================================================


3. 공간 여백의 美를 알려준 ‘코아바 커피 로스터스(Coava Coffee Roast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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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아바 커피 로스터스 외관

코아바 커피 로스터스(이하 코아바)는 2008년 한 청년, 맷 히긴스(Matt Higgins)의 작은 차고에서 시작되어 포틀랜드 지역의 감성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카페로 지난 10년간 꾸준히 성장해왔다. 코아바의 오너의 확고한 경영철학 또한 인상적이었는데, 쉼 없이 세계 각지의 커피 농장을 찾아다니며 최고 품질의 생두를 찾기 위해 힘쓰고 있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기업의 사회적 가치를 실천하기 위해 농장들과 지속적이고 상호적인 관계를 맺고 있으며 농장들의 관행을 개선하고 효율적인 생산 절차를 개발하고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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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인리스 콘 필터 사용, 케멕스로 추출한 브루잉 커피

케멕스 추출에 사용 중인 자체 제작 콘 필터 또한 시선을 사로잡았다. 코아바 커피 로스터스의 바리스타에 의하면 이곳에서 처음 선보인 스테인리스 콘 필터는 종이 필터와 달리 오일 성분이 많은 커피를 추출하는 데 적합하다고 한다. 또 커피의 오일 성분은 종이필터에는 흡착되지만 콘 필터는 스테인리스에 난 수많은 미세한 구멍으로 그대로 추출되어 원두가 가지고 있는 본연의 아로마를 보다 확연히 느낄 수 있는 것이 특징이라고 설명해주었다.

브루잉 메뉴와 에스프레소 메뉴에 사용하는 원두는 주기적으로 교체하는데, 바리스타룰스가 방문한 날에는 온두라스 산 ‘Porfirio Castellsnes’라는 싱글 오리진 원두를 사용한 브루잉 커피를 맛볼 수 있었다. 워시드 프로세스(Washed Process)를 거쳐 라즈베리의 산미, 확연한 단맛과 부드러운 질감을 느낄 수 있어 매력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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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내부

창고형 건물 1층에 자리한 코아바 커피 로스터스에 들어서면 널찍한 공간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면적에 비해 테이블과 의자가 지나칠 정도로 적다고 느껴지는 ‘비효율’적인 공간이 이곳만의 매력이다. 카페 안 빈 공간과 드문드문 놓인 자리에서 느껴지는 특유의 여유로움이 감돌았다. 그러니 코아바 커피 로스터스를 방문한다면, 빽빽하게 앉아 있기보다는 로스팅 기계 옆에 가방을 내려 두고 한쪽 벽에 기대어 커피 한 모금을 마시며 포틀랜드만의 정취를 느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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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소: 1300 SE GRAND AVE (A)., PORTLAND, OR 97214
홈페이지: https://coavacoffee.com/
연락처: –
영업시간: (주중) 06:00~18:00 (주말) 07:00~18:00

* 영업시간은 매장 사정에 따라 변경될 수 있으므로, 방문 전 영업시간 확인 필요=================================================


4. 디카페인 커피에서 커피 본연의 맛을 느낄 수 있는 ‘파이브 포인츠 커피 로스터스(Five Points Coffee Roast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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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브 포인츠 커피 로스터스 외관

파이브 포인츠 커피 로스터스(이하 파이브 포인츠)는 2010년에 생긴 소규모 커피 로스터리지만, 전 세계에 잘 알려지지 않은 우수한 커피 농가를 발굴하며 이들과 지속적으로 관계를 유지할 만큼 커피에 대한 열정이 느껴지는 곳이다. 수입해온 생두를 직접 로스팅하고 고유의 방식으로 블렌딩하여 개성 있는 커피 맛을 구현하는 카페로 지역 내에서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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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 자체 로스팅한 디카페인 커피 원두 (우) 디카페인 에스프레소

특히 이곳의 디카페인 커피는 조금 특별했다. 파이브 포인츠가 계약을 맺고 있는 커피 농가에는 디카페인 커피 제조가 가능한 설비가 마련되어 있다고 한다. 이는 카페인에 대한 거부감이 있는 사람들에게도 커피 맛을 느끼게 하고자 하는 파이브 포인츠의 노력의 일환이라고 한다.

일반적으로 디카페인 커피를 만들기 위해서는 농가에서 수확된 생두가 디카페인 회사로 옮겨지고 이는 다시 커피 로스터리로 보내진다. 이후 디카페인 원두를 카페에서 공급받아 사용하는 것이다. 상당히 오랜 시간이 소요되기도 하고 디카페인 과정에서 촉매를 사용하거나 주로 물을 이용한 과포화 상태를 만들 때 물과 열의 접촉을 거친 후라 고유의 커피 향과 맛을 잃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하지만 파이브 포인츠가 계약을 맺은 농가에서 재배한 생두는 농장에 구비된 디카페인 머신에서 카페인을 거의 완벽히 제거한 후, 곧장 로스터리로 보내진다. 이처럼 거래하는 농장에서 디카페인 생두를 생산하기 때문에 관리가 용이하고 디카페인 커피의 향미를 최선으로 유지시킬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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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내부

파이브 포인츠는 손님들로 만석에 가까웠지만 이들은 각자만의 스타일로 여유롭게 커피를 즐기며 조용한 분위기를 형성하고 있었다. 포틀랜드로 카페 투어를 계획하는 독자라면, 파이브 포인츠가 ‘쉬어가는 카페’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여유롭고 따뜻한 분위기가 느껴지는 이곳에서 디카페인 에스프레소를 마시며 카페인에서 잠시 벗어날 수 있을 테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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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소: 3551 SE Division St, Portland, OR 97202
홈페이지: http://www.fivepointscoffeeroasters.com/
연락처: –
영업시간: (매일) 06:30~18:00

* 영업시간은 매장 사정에 따라 변경될 수 있으므로, 방문 전 영업시간 확인 필요=================================================


5. 타협하지 않는 품질의 커피를 자랑하는 ‘하트 로스터스(Heart Roast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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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트 로스터스 외관

사랑스러운 이름을 가진 카페, ‘하트 로스터스 (이하 하트 커피)’. 포틀랜드에 앞서 방문한 시애틀의 여러 카페들에서 이 로스터리 원두를 사용하고 있어 더욱 친숙하게 느껴졌다. 타협하지 않는 품질을 이들 커피의 시작점으로 삼은 하트 커피는 이곳 커피에서만 느낄 수 있는 경험을 고객들에게 가져다 주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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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 바 테이블 (우) 하트 로스팅 원두와 에스프레소 머신

이 거대한 목표로 나아가기 위한 출발점은 중앙아메리카, 남아메리카, 그리고 아프리카 등지에서 최고 품질의 생두를 소싱해오는 것부터라고 한다. 하트 커피는 이를 위해 전 세계 지역을 여행하며 무수히 많은 커피들을 맛보고 각 생산지의 생두가 가지고 있는 독특한 향미를 느끼며 신중히 생두를 고른다고 전했다. 또한 직접 거래하고 있는 농장에 방문하여 커피가 수확되는 방법부터 가공되는 법까지 관여하며 지속적이고 상호적인 관계 형성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한다. 이들이 수험생처럼 커피를 끊임없이 탐구하고 깊숙이 파고드는 자세가 있었기에 포틀랜드의 대표적인 로스터리 카페가 될 수 있었으리라 짐작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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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 카페 내부 (우) 카페라떼

카페 내부는 다른 포틀랜드의 카페들처럼 높은 천장에 널찍한 공간을 갖추어 이 지역만의 여유로움이 느껴졌다. 특히 에스프레소 바(espresso bar) 바로 맞은편에 스탠딩 바(standing bar)가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이곳에서 잠시 서서 커피를 마시며 바리스타와 자유로이 이야기 나누어보자. 현지 바리스타들과 짧게나마 커피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것만으로도 오래도록 기억될 추억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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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소: 2211 E Burnside St, Portland, OR 97214
홈페이지: https://www.heartroasters.com/
연락처: +1 503-206-6602
영업시간: (매일) 07:00~18:00

* 영업시간은 매장 사정에 따라 변경될 수 있으므로, 방문 전 영업시간 확인 필요=================================================


포틀랜드는 여느 도시처럼 이목을 집중시키는 랜드마크라 칭할 만한 명소조차 발견하기 어려운 도시였다. 미국 도시답지 않은 소박한 규모의 다운타운은 끝에서 끝까지 자전거로 오갈 정도의 넓이다. 거리 풍경만 보면 미국이 아닌 유럽의 작은 마을에 온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니까 말이다.

하지만 포틀랜드의 도시 문화만큼은 남달랐다. 거리마다 획일적이지 않고 다채로운 숍이 들어서 있을 수 있는 이유는 오너도 소비자도 다양하고 확고한 취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파이브 포인츠로 이동하던 중 우연히 만난 택시 기사와 나눈 대화가 기억에 남는다. 그는 먼 한국 땅에서 미국 포틀랜드까지 찾아온 바리스타룰스에게 “커피의 성지에 제대로 찾아온 것을 축하한다”라며 포틀랜드 커피에 대한 애정을 아낌없이 드러냈다. “주로 라이트 로스팅된 원두로 추출한 커피를 즐겨 마신다”는 그는 “집에서 사용하고 있는 프렌치 프레스가 본인보다 나이가 더 많을 것”이라며 호탕한 웃음과 함께 묘한 자부심을 내비쳤다.

이처럼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포틀랜드의 개성 강한 카페들에서만 느낄 수 있었던 여유로움과 포틀랜드 커피 러버들의 킨포크 감성을 감히 이 도시의 랜드마크라 부르고 싶다.


[참고 자료]
Magazine-B Portland, 2017
킨포크 라이프의 성지서 맛본 ‘천상의 커피’, 시사저널, 20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