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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만큼 맛있다” 원산지만큼 흥미로운 커피 품종 이야기 1

아라비카 VS. 로부스타

2017.09.19. 오전 11:49 |카테고리 : Coffee Lab

“100% 아라비카 원두의 깊고 풍부한 맛” 몇 년 전부터 많은 커피 제조사들이 신제품 출시와 함께 앞다퉈 내놓기 시작한 광고 문구다. 출근길 커피전문점에서 구입한 커피는 콜롬비아에서, 회사 탕비실에 비치된 인스턴트 커피는 브라질에서 왔다는데 모두 ‘아라비카 100%’ 라고 한다. 여기에 ‘해발 1,000m 이상 고지’라는 문구도 빠지지 않는다. 과연 아라비카 원두가 뭐길래 많은 커피 제조사들이 이토록 강조하는 것일까?

 

원두의 3가지 품종(재배종, 돌연변이 그리고 교배종들의 뿌리)

아라비카는 커피 품종 중 하나인 코페아 아라비카(Coffea Arabica)종을 뜻한다. 커피는 식물학상 꼭두서니과 코페아(Coffea) 속으로 분류되는데 커피 원두의 품종은 가장 크게 카네포라(Canephora), 아라비카(Arabica), 그리고 리베리카(Liberica)로 나뉜다.

커피트리 2

 @cafeimports.com 
커피 원두 품종 가계도(Coffee Family Tree)  

상기 이미지는 미국 최대의 스페셜티 커피 수출 기업인 카페임포트(Cafe import)에서,
제공하는 커피 원두 품종 가계도로
커피의 기원부터 각 갈래의 품좀까지 다양한 세부 품종을 확인 할 수 있는 좋은 자료이다.
(원본 링크: http://www.cafeimports.com/varieties)

먼저 카네포라의 경우 로부스타(Robusta), 티모어 하이브리드(Timor Hybrid), 카티모어(Catimor) 등 여러 품종이 나뉘지만,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로부스타가 가장 대표적인 품종으로 보통 카네포라를 로부스타라고도 한다. 카네포라의 상세 품종들에서 특이한 점은 티모어 하이브리드, 루이루11(Ruiru11), 카티모르(Catimor), 사치모르(Sarchimor) 등의 품종은 카네포라 단일종이 아니라, 아라비카종과의 교배로 생겨난 교배종이라는 점이다. 이 중 이례적으로 자연 교배가 이루어진 티모어 하이브리드를 제외한 다른 품종들은 모두 인공 교배에 의해 탄생했다. 원래 로부스타와 아라비카는 염색체 수가 서로 달라 꽃가루가 옮겨져도 열매가 생기지 않을 정도로 교배하기 쉽지 않은데, 병원균에 강한 내성을 가진 카네포라의 장점과 우수한 향미를 가진 아라비카의 장점을 동시에 지닌 커피를 생산하기 위한 끊임없는 시도를 통해 다양한 교배종이 탄생한 것이다.

두 번째 큰 갈래 품종인 아라비카는 크게 주요 재래종인 ‘에티오피아/수단 상속(Ethiopia/Sudan Accessions)’과 ‘예멘 상속(Yemen Accession)’으로 나누어지고, ‘예멘 상속’은 다시 ‘티피카(Typica)’, ‘부르봉(Bourbon)’으로 나눠진다. 그리고, 이 안에서 돌연변이와 교배에 의해 약 30종 이상의 다양한 품종으로 다시 세분화되는데, 돌연변이종의 대표적인 품종으로는 마라고지페(Maragogype), 파카스(Pacas), 비아 사치(Villa Sarchi) 등이 있으며 교배종으로는 카투아이(Catuai), 문도노보(Mundo Novo) 등이 있다.

마지막 리베리카(Liberica)의 경우 카네포라와 아라비카에 비해 품종이 다양하지 않고, 상품성도 떨어져 일부 국가에서 내수용으로만 생산되고 있어 품종이나 그에 대한 정보가 많지 않다.

 

아라비카(Arabica) 아라비카종. 전체 품종의 약 60~70%
카네포라(Canephora) 로부스타(Robusta)종이 대표적 품종. 전체 품종의 약 30~40%
리베리카(Liberica) 리베리카종. 전체 품종의 약 1~2%

 

그렇다면 시중에 판매되는 커피의 품종은 어떠한 품종들일까? 대부분은 아라비카와 로부스타 품종들이다. 아라비카와 로부스타는 전세계 커피 생산량의 약 99%를 이루고 있으며, 아라비카는 전체 커피 생산량의 60%, 로부스타는 40% 정도를 차지한다.

아라비카는 깊고 풍부한 향미와 다양한 맛으로 일상에서 ‘원두’라고 불리며 커피전문점에서 내려 마시는 커피로 생각하면 쉽다. 반면 로부스타는 맛이 투박하고 풍미가 떨어져 인스턴트 커피에 주로 사용된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고급커피=아라비카, 저급커피=로부스타’로 말하지만 단순하게 구분하기에는 애매한 점도 있다. 이탈리아에서는 로부스타를 블렌딩하여 좋은 커피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풍부한 크레마(creama, 에스프레소를 추출했을 때 가장 마지막에 나오는 황금색 거품)를 가진 에스프레소로 만들어 마시기 때문이다. 물론 현재의 인스턴트 시장에서는 최근 커피의 품질을 따지는 소비층이 증가함에 따라 기존 로부스타 대신 아라비카의 여러 품종을 사용하는 것을 강조하는 추세라 이러한 인식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커피

원두커피(좌), 인스턴트 커피(우) 

여기서 특이한 점은 아라비카와 로부스타의 유전적 거리가 그리 멀지 않다는 점이다. 아라비카는 로부스타가 속하는 코페아 카네포라와 코페아 유게니오디스(C. Eugenioides)가 자연교배되어 생겨난 것으로 추측된다. 즉 아라비카의 부모가 카네포라인 셈이다.

하지만 두 종은 식물학적으로 서로 다른 특징과 품질을 가지고 있다. 무엇보다 커피의 향미를 결정하는 기본 염색체 수가 다르다. 로부스타의 염색체 수는 22개(2배체)로 향미가 단조로운 반면 아라비카는 무려 로부스타의 2배인 44개(4배체)로 보다 다양한 향미를 자랑한다. 또한 두 품종의 외양은 거의 비슷해 보이지만 열매가 열리는 모습에도 차이가 있다. 아라비카의 경우 10~20개, 로부스타의 경우 40~50개의 커피 체리가 한마디에 모여 자란다.

열매이미지

아라비카종(좌), 로부스타종(우) 

 

까다롭게 키운 맛과 향, 아라비카

아라비카는 향미가 우수하고 단맛, 신맛, 감칠맛 등 다양한 맛을 느낄 수 있어 인기가 높다. 하지만 기후, 토양에 예민하며 병충해에 취약해 키우는데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아라비카의 원산지는 무려 해발 900~2,000m에 달하는 에티오피아의 고산지대로 1년 내내 15~25℃의 일정한 기후를 유지하여 더위와 추위에 약한 아라비카가 자라기에 적합하다. 또한 고산지대는 일교차가 크고, 일조량이 풍부하다는 장점이 있다. 이는 커피의 당과 기타 성분의 형성에 영향을 줘, 아라비카 커피에 복합적인 향미와 좋은 신맛을 더해준다.

다만, 아라비카는 병충해에 약하다는 단점이 있다. 이는 천연 방충제의 역할을 하는 카페인 함량과 연관이 있는데, 카페인 함량이 높아 병충해에 강한 로부스타와 달리, 아라비카의 카페인 함량은 0.8~1.4%로 낮은 편이다. 이로 인해 아라비카를 키울 때에는 보다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다. 커피 나무가 병에 걸리면 이를 베어내고 새로 심어 수확하는데 매우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이처럼 까다로운 재배 환경 때문인지 아라비카는 다른 커피 종보다 가격이 비싸다. 그런데 사람들은 왜 아라비카를 더 좋아할까? 당연한 말이지만, 그 비결은 맛과 향에 있을 것이다.

 

어디서든 잘 자라는 강한 생존력, 로부스타

아프리카 콩고가 원산지인 로부스타는 까다로운 재배환경을 요하는 아라비카와 달리 쉽게 재배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로부스타는 20~30℃ 정도의 약간 더운 기후에서도 잘 자라며, 주로 해발 800m 이하의 낮은 고도에서 생산된다. 카페인 함량이 1.7~4% 정도로 높아 병충해에 강하고, 어떤 토양에서도 생존력이 높다. 다만 뿌리가 얕고 넓게 퍼져 있어 가뭄에 취약하므로, 강수량은 2,000~3,000mm 정도의 폭우가 자주 내리는 고온 다습한 환경이 좋다.

로부스타는 재배가 쉽고 대량 수확이 가능해 생산원가가 저렴하며, 커피의 질감이 좋다. 하지만 맛이 쓰고 향도 밋밋해 로부스타만으로 커피를 마시기는 쉽지 않아 인스턴트 커피의 주 원료로 사용되는데, 가공과정에서 설탕으로 쓴맛을 감소시키고 커피의 향을 첨가한다. 또한 에스프레소 블렌드에 로부스타를 섞어 사용하면 크레마가 풍부한 에스프레소샷을 즐길 수 있다.

그 외 아라비카와 로부스타의 차이가 궁금하다면 아래의 내용을 참고하자.

나뭇잎 사진

 

[아라비카 VS. 로부스타]

  아라비카 로부스타
원산지 에티오피아의 고원지대 아프리카 콩고
적정기온 15~25℃ 20~30℃
적정 재배고도 해발 900~2,000m 고지대 해발 200~800m 저지대
적정 강수량

1,200~1,500mm

2,000~3,000m  
열매 성장기간 6~9개월 9~11개월
번식 자가수분 타가수분
오일 함량 15~17% 10~12%
카페인함량 0.8~1.4% 1.7~4%
품질 향미가 풍부하다 향미가 밋밋하다
대표품종 티피카종, 버본종, 카투라종, 몬도노보종,
카투아이종, 마라고지폐종 등
로부스타종, 코닐론종

 

‘아라비카 vs. 로부스타’ 생두 구분법

이와 같이 아라비카와 로부스타는 다양한 차이점이 있지만 얼핏 보기에 모양이 비슷해 혼동할 때가 있다. 하지만 생두를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 두 품종을 확실하게 구분할 수 있다.

생두이미지

아라비카의 생두는 납작한 타원형으로, 센터 컷(콩이 가운데 갈라지는 부분)이 휘어져 있고 빈틈이 없다. 만져보면 약간 촉촉하고 부드러운 느낌이 든다. 반면 로부스타는 아라비카에 비해 좀더 측면이 불룩하고 센터 컷이 곧으며 벌어져 있다. 아라비카종보다 좀 더 딱딱해 작은 조약돌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커피의 맛과 향미는 로스팅, 추출기구, 추출 기술 등 다양한 요인에 의해 영향을 받지만, 뭐니 해도 핵심은 원두에서 출발한다. 특히 원두의 맛과 향미는 품종, 자라는 토양, 기온, 강수량 등 다양한 인자에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입맛에 딱 맞는 ‘나만의 커피’를 즐기기 위해서는 품종에 대한 이해가 기반이 되어야 한다. 두 품종의 차이점에 대해 충분히 이해했다면 당신이 평소 즐겨 마시는 커피의 품종이 무엇인지 알아보자. “아는 만큼 맛있다.”고 했던가. 늘 마시던 커피를 오늘은 더 깊이 이해하고 음미할 수 있을 것이다.

[참고자료]
커피 마스터클래스, 신기욱, 클 2016
커피중독, 아네트 몰배르, 시그마북스 2015
커피 입문자들이 자주 묻는 100가지, 전광수커피아카데미, 벨라루나, 2015
커피 상식사전, 트리스탄 스티븐스, 길벗 20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