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들은 왜 그래? 커피 마실 때 입술에 거품 묻히고 꼭 모르는 척 하더라.”
인기 드라마 ‘시크릿가든’에서 주인공 김주원(현빈)이 길라임(하지원)의 입술에 카푸치노 거품이 묻자 키스하면서 말했던 유명한 대사다. 일명 ‘거품 키스’라는 애칭으로도 불리는 이 장면은 드라마 속 최고의 키스신으로 꼽히며 각종 예능과 드라마에서 수없이 패러디가 되기도 했다.
이처럼 달달했던 드라마 속 유명한 장면들 때문일까. 커피잔 속 풍성한 우유 거품은 많은 이들에게 왠지 모를 설렘과 따뜻함을 불러 일으킨다. 커피 특유의 캐러멜 향과 초콜릿 향이 우유의 부드러운 풍미와 만나면 고소하고 감미로운 느낌이 더해지는데, 이 맛과 느낌은 커피나 우유 각각에서는 느낄 수 없는 ‘새로운 창조’이다. 게다가 영양소가 풍부한 우유가 들어가기 때문에 우유가 들어간 커피는 하루를 시작하는 간편한 식사가 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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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와 우유의 만남
이러한 연유로 많은 사람들이 커피의 천생연분으로 우유를 언급한다. 오늘은 커피와 잘 어울리는 환상의 짝꿍, 우유를 선택하는 기준과 그 활용법에 대해 바리스타룰스와 함께 살펴보도록 하자.
커피와 어울리는 우유 선택의 기준
우유를 구입하고자 마트 우유 코너에 가면 많은 이들이 당면하는 딜레마가 있다. 우유를 판매하는 브랜드뿐만 아니라 저지방, 일반, 멸균우유 등 선택할 수 있는 우유 자체의 종류가 너무 많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커피에 사용하기 좋은 우유는 어떤 우유일까?
그 기준은 우유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우유는 유해한 균을 사멸시키는 ‘살균 과정’과 지방입자를 잘게 부수는 ‘균질화 과정’을 거쳐 시판된다. 살균 과정은 ‘초고온살균, 고온살균, 저온살균’ 세 가지 형태의 살균법 중 하나로 이루어진다. 우유는 이 살균법에 따라 맛, 주요성분, 유통기한이 달라지기 때문에, 우유 구입 전 성분 표시 부분을 확인하면 제품마다의 살균법에 대해 파악할 수 있다.
초고온 살균 우유(좌)와 저온 살균 우유(우)
▲ ‘초고온살균(UHT-Ultra High Temperature)’은 130~135℃에서 2~3초간 열처리 과정을 거친 우유다. 가열에 의해 단백질이 타서 고소한 맛을 내는게 특징이다.
▲ ‘고온살균(HTST-High Temperature Short Time)’은 72~75℃서 약 15초간 살균한다.
▲ ‘저온살균(LTLT-Low Temperature Long Time)’은 60~65℃ 정도에서 30분 정도 장시간의 열처리 과정을 거친다. 프랑스 파스퇴르박사에 의해 오늘날의 저온살균법이 만들어져 ‘파스퇴르 살균법’ 이라고도 한다.
여러 살균법으로 나뉘는 우유 종류 중에서 커피에 사용하기에 비교적 알맞은 우유는 ‘초고온살균법’으로 만든 우유다. 우유를 데웠을 때 다른 우유에 비해 맛이 더 고소하며, 단맛을 더 강하게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살균우유 외에 140~145℃에서 2초간 우유에 함유되어 있는 모든 미생물과 포자를 완전히 살균하는 멸균우유도 있다. 멸균우유는 유통기한이 8~9주에 달하며, 상온 보관도 가능하다. 하지만 신선함이 조금 떨어지는 단점이 있다. 간혹 보관이 쉽고 유통기한이 길어 경제적이라는 이유로 멸균우유를 사용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멸균우유를 사용했을 경우, 살균우유를 넣은 커피에 비해 그 맛이 떨어지기 때문에 가급적 피하는 것이 좋다.
치밀하고 고른 거품은 우유 속 유지방 함량에 따라 결정되며, 이 함량은 앞서 잠시 소개한 ‘균질화 과정’과 연관이 깊다. 갓 짠 우유 속의 유지방은 서로 뭉치려는 성질을 가지고 있는데, 물보다 가볍기 때문에 이를 24시간 그대로 놔두면 표면에 뜨게 된다. 균질화 작업은 이 유지방을 잘게 부수는 작업이다. 지방 입자가 작아지면 우유와 유지방이 잘 섞여 유지방 함량이 높게 유지되며, 시간이 흘러도 지방이 분리되지 않게 된다.
일반 우유는 지방 함량이 약 3.5%로, 이 정도 유지방 함량을 갖춘 우유 고유의 단맛이 커피와 잘 어울린다. 지방이 꺼려진다면 지방을 약 2% 이하로 줄인 저지방 혹은 무지방 우유를 선택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일반 우유에 비해 묵직함이 덜하며 커피와 우유 고유의 단맛이 조화롭지 않은 느낌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커피의 맛 자체를 위해서는 일반 우유를 넣는 것이 좋다.
부드럽고 섬세하여 붙여진 이름, ‘벨벳 밀크(Velvet milk)’
커피 위 살포시 올라가는 우유 거품은 부드러움이 벨벳 천 같다고 해서 ‘벨벳 밀크(Velvet Milk)’로도 불린다. 우유 거품은 우유 내부에 공기를 주입하여 만들어지는데, 얼마나 곱게 만들어 내느냐가 중요하다. 치밀하고 곱게 만들어진 우유 거품은 입안에서 금방 사라지지 않으며, 느껴지는 감촉 또한 부드럽다.
우유에는 약 3% 정도의 단백질이 존재하는데, 이는 우유 거품을 만드는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우유에 높은 압력의 스팀을 주입하면 단백질 안에 공기가 들어가면서 섬세하고 풍성한 거품이 만들어지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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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프레소 머신을 활용한 스팀밀크 제조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보다 고운 우유 거품을 만들 수 있을까. 먼저 우유는 스팀하기 전 냉장고에서 꺼내 사용하는 것이 좋다. 차가운 우유로 거품을 만들기 시작해야 후에 혼합할 시간이 충분해 좋은 거품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같은 이유로 우유를 담는 용기인 스팀 피처 또한 차갑게 해 사용한다. 일반적으로 스테인리스 재질의 스팀 피처를 사용하는데, 스테인리스는 열전도율이 좋아 열을 빨리 흡수하기 때문에 우유 온도가 상승하는 속도를 늦춰준다.
풍성하고 치밀한 우유 거품은 에스프레소 머신의 스팀을 이용해 쉽게 만들 수 있다. 만드는 방법은 아래의 순서와 같다. (http://bit.ly/2DtxcZk 참고)
※ 에스프레소 머신으로 우유 거품 만들기
①스팀 피처에 차가운 우유를 1/3~1/2 정도 붓는다. ②스팀완드를 우유의 표면 및 1~2 mm 정도만 담근 뒤 스팀을 틀어 공기가 들어가도록 한다.
③충분히 공기가 들어가고 우유의 온도가 30~40℃ 사이가 되면 공기 주입을 마친다. ④우유의 온도가 65℃ 정도가 되면 스팀을 잠가서 거품 내기를 마친다. 공기가 주입되면서 부드러운 스팀밀크가 완성된다 ⑤거품이 다 만들어지면 청결한 수건으로 스팀완드에 묻어 있는 우유를 닦아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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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집에서 우유 거품을 만들고 싶다면 차나 커피를 우려내는 프렌치프레스를 사용하면 된다. 프렌치프레스에 적당량의 우유를 넣은 뒤, 스프링 부분을 우유 표면에 두고 위아래로 펌핑한다. 원하는 만큼의 거품이 만들어지면 바닥에 있는 우유와의 혼합을 위해 아래 부분을 다시 펌핑하면 거품이 만들어진다.
전동 거품기를 이용하여 거품을 만들 수도 있다. 우유를 적당히 넣은 컵에 전동거품기를 담그면 거품이 점점 만들어진다. 만약 이마저 여의치 않다면 가스나 전자레인지를 이용해 우유를 적정온도까지 데운 후 믹서에 넣고 10~15초간 돌려보자. 그러면 풍부한 우유 거품이 만들어진다.
최종 거품내기를 마친 우유의 온도는 70℃를 넘지 않는 것이 좋다. 온도가 너무 높으면 우유 속 성분이 변성되어 불쾌한 냄새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온도가 낮으면 비리거나 우유 맛이 강해 커피 맛이 덜 느껴지기 때문에 그 온도를 잘 유지하는 것이 좋다.
우유를 만나 탄생한 다양한 커피들
처음 커피에 우유를 넣는 메뉴를 고안한 사람은 1660년, 당시 네덜란드의 중국대사였던 ‘요한 니우호프(Johan Nieuhof)’였다는 견해가 있다. 그는 중국인들이 차에 우유를 넣어 마시는 것을 보고 그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한다. 이후 사람들은 커피의 쓴맛을 부드럽게 하거나, 영양학적인 측면으로 아침 식사에 곁들이기 위해 커피에 우유를 넣어 마시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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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지데리오 파보니(Desiderio Pavoni)’ 가 선보인 ‘라 파보니(La Pavoni)’
사람들은 일찍부터 커피에 우유를 넣어 마시기 시작했지만, 진정한 맛의 조화는 20세기 초반 에스프레소 머신의 보급 이후에 이루어졌다. 1903년, 이탈리아의 ‘데지데리오 파보니(Desiderio Pavoni)’는 ‘루이지 베제라(Luigi Bezzera)’가 개발한 초기 모델의 에스프레소 머신에 스팀 노즐을 추가한 ‘라 파보니(La Pavoni)’를 선보였다. 이로써 에스프레소와 우유를 조합해 만든 음료는 현재의 형태로 완성되었고, 그 메뉴도 다양화되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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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라떼(Caffe Latte)’
에스프레소에 우유를 넣은 가장 대표적인 메뉴로는 ‘카페라떼(Caffe Latte)’가 있다. 이탈리아어로 ‘커피(Caffe)’와 ‘우유(Latte)’라는 단어가 결합된 것으로, 말 그대로 ‘우유가 들어간 커피’를 뜻한다. 보통 에스프레소 1샷(30ml)에 데운 우유 200ml를 넣어 만드는데, 보다 진한 풍미를 위해 에스프레소 더블샷으로 만들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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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푸치노(Cappuccino)’
‘카푸치노(Cappuccino)’는 에스프레소 위에 우유, 그리고 거품을 얹은 커피다. 하얀 우유 거품을 올린 커피의 모습이 옛 ‘카푸친(Capuchin)’이라는 교파의 수도사들이 쓴 고깔 모자와 닮았다고 해서 ‘카푸치노’라고 부르게 되었다. 카푸치노와 카페라떼는 따뜻한 우유를 넣는다는 점에서 비슷하지만, 가장 큰 차이는 바로 ‘우유의 비율’과 ‘우유 거품의 양’이다. 카페라떼에 들어가는 우유도 스팀을 이용하기 때문에 약간의 우유 거품이 발생하지만 그 양이 카푸치노에 비해 적다. 반면 카푸치노는 최소 1cm 이상의 거품층이 발생한다. 이렇게 거품층이 높기 때문에 카푸치노에 들어간 우유의 비율은 카페라떼보다 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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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모카(Caffe Mocha)’
마지막으로 ‘카페모카(Caffe Mocha)’는 에스프레소와 스팀밀크, 초콜릿 시럽이 어우러진 커피다. 커피에서 ‘모카’는 두 가지 의미가 있다. 중세시대부터 커피 수출항으로 알려진 예멘의 ‘모카 항구’를 뜻하기도 하고, ‘초콜릿’이라는 의미도 있다. 카페모카는 이 예멘의 모카 항구에서 수입한 커피콩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그 이름이 붙여졌고, 예멘의 커피콩이 예로부터 특유의 초콜릿 향이 난다고 하여 그 향을 되살리기 위해 초콜릿 시럽을 첨가하게 되었다고 한다. 초콜릿 시럽은 커피나 우유와 잘 섞이지 않고 바닥에 잘 가라앉기 때문에 마실 때 충분히 저어주는 것이 좋다.
※ 에스프레소와 우유를 활용한 카페 메뉴 레시피
카페라떼 준비물: 에스프레소 30ml(1샷), 우유 200ml
①에스프레소를 추출한다 ②스티머로 적당량의 우유 거품을 낸다. ③잔에 에스프레소를 따른다. ④②의 스팀밀크를 넣는다.
카푸치노 준비물: 에스프레소 30ml(1샷), 우유 150ml, 시나몬 파우더(또는 초콜릿 파우더) 약간
①에스프레소를 추출한다.
②우유를 데우며 고운 거품을 낸다. 거품 입자가 작을수록 맛이 좋다. ③잔에 스팀밀크를 붓는다 ④기호에 따라 시나몬 파우더 또는 초콜릿 파우더를 살짝 뿌린다.
카페모카 준비물: 에스프레소 30ml(1샷), 초콜릿 시럽 20ml(또는 초콜릿 파우더 20g), 우유 200ml, 초콜릿 파우더 약간
①에스프레소를 추출할 용기에 먼저 초콜릿 시럽을 담는다 ②에스프레소를 추출한다. ③에스프레소와 초콜릿소스를 잘 섞는다 ④잔에 ③을 붓는다 ⑤스팀밀크를 만들어 ④에 넣는다. ⑥초콜릿 파우더를 뿌린다. 기호에 따라 생크림을 올리고 초콜릿 시럽을 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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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의 부드러움과 풍미를 더해주고, 영양까지 끌어올려주는 단짝 메이트인 우유. 커피의 ‘천생연분’, 우유에 대해 깊게 살펴보는 것도 맛있는 커피 한잔을 위해 매우 중요하고 의미있는 일이다. 알고 마시면 더욱 맛있는 커피, 바리스타룰스가 소개한 우유 활용 홈카페 레시피로 나만의 멋진 홈카페를 만들어보자.
[참고자료]
커피 상식사전, 트리스탄 스티븐스, 길벗, 2016
Coffee & Tea 2017년 12월호
허형만의 커피 스쿨, 허형만, 팜파스, 2010
커피 마스터 클래스, 신기욱, 클, 2015
커피 마스터북, 김은지, 하서, 2013
홈메이드 커피 최영하, 알에이치코리아, 2014
Difford’s Guide The Science of milk in coff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