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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애틀에서 열린 ‘2018 글로벌 스페셜티 커피엑스포’ 생생 리포트

4월 19일부터 22일까지 개최된 스페셜티 커피엑스포 관람기

2018.05.16. 오전 10:00 |카테고리 : Coffee Story

바리스타룰스가 지난 4월 19일부터 22일까지 커피의 도시, 시애틀에서 열린 제30회 ‘스페셜티 커피 엑스포’에 다녀왔다. 전 세계 커피 애호가들과 커피 산업 종사자들이 다 함께 모이는 이곳 엑스포에서 보고, 듣고, 느낀 생생한 후기를 지금부터 전하려고 한다.

바리스타룰스 엑스포 입구@baristarules.maeil.com
2018 글로벌 스페셜티 커피엑스포 입구

올해로 30주년을 맞이하는 ‘2018 글로벌 스페셜티 커피엑스포’는 커피 업계에서 성공을 꿈꾸는 커피 종사자들이라면 꼭 한번 가보고 싶어하는 세계적인 박람회이다. 전 세계 커피 산업 종사자들이 모여 스페셜티 커피는 물론 커피와 관련된 산업 전반에 대한 신기술과 트렌드를 이곳에서 가장 먼저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 약 423여개의 커피 관련 업체가 참가한 이번 박람회에서는 커피 원두 생산부터 가공, 로스팅, 커피 머신은 물론 바리스타 챔피언십과 같은 다양한 이벤트까지 망라한 커피 관련 정보를 한 번에 확인할 수 있어 더욱 유익한 자리였다. 특히 전 세계 다양한 지역의 커피 산업 종사들과 함께할 수 있는 교육, 토론, 미팅 자리 또한 마련되어 일방적으로 전시를 참관하는 것이 아닌 상호 소통할 수 있는 기회들도 주어졌다.

스페셜티 커피엑스포 박람회 입구  @ baristarules.maeil.com
시애틀 워싱턴 컨벤션 센터(Washington Convention Center) 4층 전시회장 입구

 

한자리에 모인 전 세계 원두 생산지

스페셜티 커페 엑스포 중국 부스@baristarules.maeil.com
중국 참가 부스 전경

운남성 원두@baristarules.maeil.com
중국 운남성 남서부 푸얼(Pu’er)지역에서 생산된 원두

미국의 시애틀까지 한 걸음에 달려온 각국의 원두 생산지 부스들을 보며 그야말로 전 세계 커피인들의, 전 세계 커피인들을 위한 글로벌 박람회임을 실감할 수 있었다. 특히 이번 2018 글로벌 스페셜티 커피 엑스포의 후원사로 당당하게 자리매김한 중국(China) 부스가 눈에 띄었다. 최근 들어 중국은 아라비카 원두 시장 내에서 매년 약 20%의 성장률을 기록할 만큼 괄목할만한 성장을 이뤄 커피 업계 종사자들을 주목하게 했다. 중국 커피 원두의 98% 가까이가 운남성(Yunnan) 지역에서 생산되는데, 이곳은 서늘한 밤과 온화한 기후의 낮 그리고 풍족한 수자원을 자랑하는 고산 지대로 최고의 커피 재배 지역으로 손꼽힌다고 한다. 전통적으로 차(tea)를 즐기는 민족으로 알려져 있는 중국에서 급격한 성장세를 보이는 커피 시장은 이례적이면서도 따뜻한 음료를 자주 마시는 중국인들의 특성을 감안하면 납득할 만하기도 하다.

중국 부스 관계자는 “중국에서 생산된 커피의 대부분이 SCA(Specialty Coffee Association) 기준 85점 이상을 받을 만큼 최고 품질의 커피를 생산하게 됨에 따라, 이제는 중국 커피를 세계에 알릴 때가 왔다고 생각해 후원사로서 이번 박람회에 참가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그의 말 속에서 중국 원두에 대한 자부심과 성장 가능성에 대한 확신이 느껴져 중국 커피의 행보가 더욱 기대가 된다.

케냐 부스@baristarules.maeil.com
케냐 부스 전경

페루 부스@baristarules.maeil.com
페루 부스 전경

그 외에도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는 아프리카 지역과 중남미 지역의 원두 생산지 부스 또한 스페셜티 원두 샘플들과 그 앞에 북적이는 관람객들을 통해 여전히 원두 시장의 강자임을 공고히 드러냈다.

케냐 부스에서는 다양한 등급의 커피 생두를 전시해 관람객들이 직접 만져보고 냄새를 맡는 등 자유롭게 케냐 커피를 체험할 수 있었다. 국내에 주로 유통되는 스페셜티 케냐 원두 AA, PB, AB 등급뿐만 아니라 C, E 등급의 생두도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었는데, 스페셜티 원두가 확실히 후자 등급의 원두보다 생두의 스크린 사이즈(Screen Size)가 크다는 점을 알 수 있었다. 케냐 농장들은 대부분 작고 영세하기 때문에 커피 연합회(Association) 혹은 국가 차원에서 더 높은 품질의 원두를 생산할 수 있도록 지원받고 있었으며, 전 세계에 케냐 원두의 우수성을 알리는 데 힘쓴다고 한다.

또한 페루(Peru) 부스와 같이 별도의 커핑 룸을 마련한 원두 생산지도 있었다. 전문 커퍼(Cupper)가 아닌 일반 관람객들도 커핑 룸(Cupping Room)에 입장하여 커핑을 직접 참여해볼 수 있어 관람객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았다. 한 손에 스푼을 들고 금방 브루잉한 커피를 휘휘 저으며 각 커피의 아로마를 느끼고 커피 맛을 볼 수도 있었기에 관람객들에게 특별한 경험이 되었다.

 

성능과 디자인까지 모두 업그레이드한 커피 머신

라마르조코 듀벨@baristarules.maeil.com
(상) 라 마르조코(la marzocco) 전경 및 신제품 leva x (하) 듀벨 에스프레소(Duvall Espresso) 부스 전경

에스프레소 머신의 명가라고도 불리는 라 마르조코(la marzocco)의 신제품인 leva x와 다소 생소하게 느껴질 수 있는 듀벨 에스프레소(Duvall ESPRESSO)의 FC-1은 머신의 일부를 투명하게 디자인하여 관람객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leva x는 에어로프레스 추출 방식을 접목하여 개발한 독창적인 레버 형식의 에스프레소 머신으로, 레버 부분을 투명하게 디자인하여 에스프레소가 추출되는 과정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게 했다. FC-1의 경우, 일반적인 에스프레소 머신보다 높이가 낮은 것이 특징적이었는데, 이는 바리스타가 소비자와 눈높이를 맞출 수 있게 하여 둘 간의 소통을 원활하게 하는 장점을 지닌다고 한다. 또한 모터의 힘으로 돌아가는 주황색 톱니바퀴 부분이 보일 수 있도록 외부를 일부 투명하게 디자인하여 기계가 작동되는 모습을 소비자가 바(bar) 바깥에서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이는 바리스타가 단순히 에스프레소 샷 한 잔을 추출한다는 의미를 넘어서 한 편의 쇼, 즉 퍼포먼스로 승화시키고자 하는 개발자의 의도가 담겨있다고 한다. 이처럼 에스프레소 머신의 개발 트렌드는 좋은 커피 맛을 느끼게 하는 ‘Taste’의 목적을 넘어서 좋은 커피를 경험하게 한다는 ‘Experience’로 진화하고 있다는 점을 짐작할 수 있었다.

 

손맛에 스마트함을 더한 브루잉 기기

브루잉 기기라 하면 우리는 전통적으로 핸드드립을 떠올리게 되지만, 이곳 2018 글로벌 스페셜티 커피엑스포에서 브루잉은 스마트한 전자식 기기를 이용한 방식이 대세였다. 바리스타가 직접 원두 그라인드부터 브루잉까지 관여하는 핸드드립은 손이 많이 가는 그 과정에서 알 수 있듯이 바리스타의 실력이 커피 맛을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해왔다. 그러나 아무리 실력 좋은 바리스타더라도 그날의 컨디션이나 외부 요소에 따라 브루잉 방식이나 브루잉 시간을 동일하게 조절하지 못할 수도 있다. 스마트함을 더한 전자식 브루잉 기기의 발달은 바리스타들의 수고로움을 덜어줄 뿐만 아니라 동일한 브루잉으로 균일한 맛을 낼 수 있도록 하여 최적의 커피 맛을 구현하는 데에 의미가 있다.

스팀펑크 steampunk 전자식 에어로프레스@baristarules.maeil.com
Alpha Dominche의 전자식 에어로프레스 기기

보듬 사이폰 추출@baristarules.maeil.com
Bodum의 전자식 사이폰 기기

바리스타의 손끝에서만 탄생할 줄 알았던 에어로프레스 추출과 사이폰 추출은 ‘알파 도미니크(Alpha Dominche)’와 ‘보듬(bodum)’의 신제품 덕분에 일부 과정을 기기에 맡길 수 있게 되었다. 알파 도미니크의 ‘스팀펑크(Steampunk)’는 상단 피스톤에 압력을 가해 커피를 추출하는 기존의 에어로프레스 방식과 동일한 방식이나, 미리 설정해둔 추출방식에 따라 정해진 시간에 균일한 압력으로 자동 추출되는 것이 특징이다. 또한 기기에 스마트 기기를 연동하면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추출 방식을 컨트롤할 수 있고, 100가지 이상의 커피 레시피가 있어 다양한 형태로 쉽고 간편하게 추출할 수 있다고 한다.

한편, 전통적인 사이폰 추출에서 가열하는 방식은 스토브에 불을 지펴 하단 플라스크에 담긴 물을 가열하는 것이었는데 유리가 깨질 위험이 있다는 점이 단점이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스토브 부분을 빔히터 방식으로 전환되는 것이 추세였다면, 보듬사의 ‘이페보(ePEBO)’는 아예 하단 플라스크와 스토브를 결합해버렸다. 이 업체는 집 안에서도 커피포트를 끓이는 것처럼 사이폰 추출 커피를 쉽고 간단히 즐길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위 제품을 개발했다고 말했다. 한 번에 4잔 정도 추출이 가능하다는 이 기기는 크기가 다소 큰 것이 단점이지만 홈 카페용으로 최적화된 더 작은 크기의 기기 또한 개발 중이라고 하니 기대해도 좋겠다.

모드바(modbar)  @baristarules.maeil.com
(좌)modbar 전경 / (우) 언더 카운터(Under Counter) 모듈을 컨트롤 하는 모습

modbar AV

@baristarules.maeil.com
라 마르조코와의 합작품, modbar AV

4월 초 서울 커피엑스포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던 언더 카운터(Under Counter) 방식의 낮은 바(bar)는 이번 박람회에서도 단연 화제였다. 모드바(modbar)에서는 브루잉을 위한 가열 기기와 워터드립 기기를 바(bar) 바로 위에, 가열 시간 및 푸어 오버 방식을 조정하는 컨트롤 시스템은 빌트인 방식을 적용해 하단에 설치했다. 컨트롤 시스템이 바 아래에 설치됨에 따라 자연스레 바의 높이를 낮출 수 있어 소비자와 바리스타가 서로 대면하며 의사 소통할 수 있다는 점이 최대 장점으로 다가왔다. 특히 라 마르조코와 모드바의 합작으로 만들어진 modbar AV를 눈여겨볼 만하다. 브루잉 기기뿐만 아니라 에스프레소 머신의 ‘언더 카운터 화’의 가능성을 제시한 것인데, 거대한 에스프레소 머신의 위압감을 자랑했던 시대는 점차 지나가고 사용자는 물론 소비자까지 배려하는 기기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었다.

 

감동과 웃음이 가득했던 현장, 2018 글로벌 스페셜티 커피 엑스포

스페셜티 커피 엑스포@baristarules.maeil.com
박람회장이 연결된 중간 다리에서 체험 행사에 참여하며 휴식을 하는 관람객들

2018 글로벌 스페셜티 커피엑스포는 박람회뿐 아니라 다양한 즐길 거리들로 가득했다. 카페 다르테(caffe D'arte), 라 마르조코(la marzocco), 르 와프(Le Waf) 등 시애틀 유명 카페들이 박람회장 입구나 중간 다리에서 작은 부스들을 차리고 시식∙시음 행사를 펼쳐 관람객들이 편안한 분위기에서 커피나 디저트를 즐길 수 있게 했다.

바리스타 챔피언십@baristarules.maeil.com
U.S. Coffee Championships 진행 모습

또한 박람회장 한 층 위에서는 USCC(U.S. Coffee Championships, 미국 커피 챔피언십)의 치열한 경연이 펼쳐졌는데, 22일 일요일에 진행된 파이널 경연의 인기는 대단했다. USCC는 미국 바리스타 챔피언십(United States Barista Championship), 미국 브루어스 컵 챔피언십(United States Brewers Cup Championship), 미국 컵 테이스터스 챔피언십(United States Cup Tasters Championship), 미국 로스터 챔피언십(United States Roaster Championship) 4개 분야로 구성되어 있다. 참가자들은 정해진 시간 동안 심사위원들 앞에서 프레젠테이션과 함께 각 종목별로 다양한 경연을 펼쳤다. 경연에서 사용하는 원두, 기계 그리고 본인들만의 차별화된 스킬을 프레젠테이션에 담았고 이를 실제 시연으로 보여주며 결과물까지 심사위원들 앞에 내어놓는 일련의 과정은 참가자뿐만 아니라 관람객들의 손에 땀을 쥐게 했다.

바리스타 챔피언십@uscoffeechampionships.org
U.S. 바리스타 챔피언십 파이널리스트 6인. 왼쪽에서 세 번째로 서 있는 우승자, 콜 맥브라이드(Cole McBride)

그 중에서도 단연 화제를 모았던 경연은 바로 바리스타 챔피언십이다. 주어진 15분 동안 유려하게 프레젠테이션을 진행하는 동시에 최고의 커피까지 만들어낸 6인의 바리스타들을 바라보며 그 동안의 노력이 경기 현장에 고스란히 담겨있음을 실감케 했다. 2018 글로벌 스페셜티 엑스포의 폐막 직전에 진행되었던 바리스타 챔피언십의 최종 발표는 모든 관람객들의 시선을 집중시켰다. 미국을 대표해 올해 6월 암스테르담에서 열리는 월드 바리스타 챔피언십에 진출할 최후의 1인이자 이번 미국 바리스타 챔피언십의 우승의 영광은 무소속의 콜 맥브라이드(Cole McBride)에게 돌아갔다.

이번 2018 글로벌 스페셜티 커피 엑스포는 글로벌 커피 축제이자, 커피 트렌드의 장이라는 수식어에 걸맞게 커피를 향한 전 세계인의 애정과 커피 산업의 흐름을 알 수 있는 기회를 선사했다. 참가사들의 열띤 설명과 이를 향한 관람객들의 눈빛에서 현실에 만족하지 않고, 더 높은 원두 품질을 지향하는 커피재배법으로 최상의 품질을 갖춘 원두를 생산하고자 하는 그들의 노력을 확인할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커피 맛과 향의 최적의 밸런스를 찾아내기 위해 끊임 없이 머신, 기술 등을 개발하고 정진하는 로스터와 바리스타들을 직접 만나보고 대화할 수 있어 더욱 뜻 깊은 자리였다. 이들 모두가 커피 산업과 트렌드를 이끌어가는 주역들이라고 생각하니 앞으로도 커피 산업은 무궁무진하게 발전할 수 있으리라고 본다.

 

[참고 자료]
http://coffeeexpo.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