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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커피’는 과연 어떻게 만들어질까?
최고의 맛집이라 불리는 식당들이 그들만의 비결이 있듯이, 최고의 커피를 만드는 카페도 역시 그들만의 비결이 있다. 원두 품종에서부터 로스팅 방식, 추출 방법, 물의 양과 온도 등 다양한 요인에 의해 커피의 맛은 결정되지만, 분명히 이렇게 언급할 수 없는 요소에 의해서도 커피 맛은 달라진다. 그래서인지 커피는 똑같은 맛이 하나도 없다는 말을 자주 듣게 된다.
앞선 3편의 취재기에서 소개했듯이, 도쿄는 아시아 스페셜티 커피의 중심지답게 저마다의 노하우로 최고 품질의 커피를 자랑하는 카페들이 즐비했다. 그 중에는 일본 고유의 커피 문화를 고수하며 최고를 고집하는 곳도 있었고, 전세계적으로 유명한 글로벌 카페들의 아시아 분점도 있었다. 하지만 이게 다가 아니다. 도쿄 커피 여행이 다른 커피 여행보다 색다른 점이 있다면, 그것은 유명 카페들을 방문하지 않더라도, 일상 속에서도 쉽게 스페셜티 커피를 만나볼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도쿄의 중심지를 벗어난 골목골목에는 스페셜티 커피를 제공하는 카페나 로스터리샵을 여럿 만나볼 수 있었고, 그들은 가게 규모는 작을지언정 커피에 대한 자부심은 그 누구보다 원대했다. 그래서인지 다소 교통이 불편한 위치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도쿄뿐만 아니라 일본 전역 그리고 다른 나라에서까지 사람들이 꾸준히 찾아오고 있으며, 다른 카페에서 벤치마킹까지 하러 올 정도라고 한다. 바리스타룰스는 도쿄 카페 취재기의 마지막 편으로 최고의 커피를 선사하는 도쿄 골목의 작은 카페 4곳을 소개하고자 한다.
1. 개성 있는 원두로 승부하는 스위치 커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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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치 커피 전경
스위치 커피’는 일본 관광청이 추천한 벚꽃 명소인 메구로 강변 뒷골목에 위치해 있다. 매장도 작은데다 간판도 없기 때문에 메구로역 근방에서 이곳을 바로 찾기는 쉽지 않다. 여러 번 그 근방을 헤매다 보면 입구에 간단히 써 있는 ‘Coffee’라는 단어와 거대한 ‘프로밧(PROBAT)’ 로스터가 얼핏 보이는 작은 카페를 발견할 수 있는데, 그곳이 바로 스위치 커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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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치 커피 메뉴판(좌), 판매 원두(우)
이 곳은 개별로 커피를 판매하기 보다 원두 판매에 중점을 두는 곳으로, 고품질 원두는 일반 소비자보다 일본 내 커피 전문가, 카페 관계자들에게 더 유명하다. 생산지로부터 직접 사들인 커피를 각각의 원두 특성에 적합한 방식으로 로스팅하며, 유명 레스토랑이나 카페 등에 납품할 정도로 원두 각각의 개성이 잘 표현된 로스팅으로 인정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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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치 커피 내부(좌), 시음 코너(우)
스위치 커피는 그들만의 뚜렷한 커피 철학이 있다. 이로 인해 다른 카페에서 보기 힘든 장면을 이곳에서 많이 목격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그들은 핸드드립용 포트가 아닌 일반 주전자를 사용하여 커피를 내린다. 이는 ‘잘 로스팅한 원두만 있다면 누구나 맛있는 커피를 만들 수 있다’는 그들의 철학이 녹아있기 때문인데, 전 직원이 라떼 아트 경연대회에 참여하지 않는 것도 마찬가지의 이유에서라고 한다.
원두와 커피 판매 방식도 특이한 편에 속한다. 이곳에서는 블렌드 원두와 여러 종류의 싱글 오리진 원두를 구입할 수 있는데, 매장 내에서는 오직 블렌드 커피만 주문하여 마실 수 있다. 블렌드 커피가 스위치 고유의 특성을 가장 잘 보여준다는 그들의 생각이 반영된 것이다. 대신, 싱글 오리진 원두를 구입할 때에는, 별도로 시음할 수 가 있어서 먼저 맛보고 원두를 고를 수 있다. 거기에 원두를 구입하면 커피 한잔을 무료로 제공하니 방문 시 참고하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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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소: 1 Chome-17-23 Meguro, Meguro-ku, Tokyo-to 153-0063
– 홈페이지: http://www.switchcoffeetokyo.com
– 연락처: +81-3-6420-3633
– 영업시간: 10:00~19:00
* 영업시간은 매장 사정에 따라 변경될 수 있으므로, 방문 전 영업시간 확인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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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커피 본연의 단맛으로 최고의 커피를 추구하는 더 커피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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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커피숍 전경
더 커피숍’은 고급 빌라와 상점이 즐비한 다이칸야마 지역을 여행한다면 한번쯤 들러 보기에 좋은 카페다. 이곳은 테이크아웃 전문 카페로 매장 안이 아주 협소한 편인데, 앉아서 마실 수 있는 별도의 테이블이 없어 구석의 스탠드 바에서 서서 마시거나 테이크아웃해서 마셔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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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커피숍 내부
하지만 이 곳의 커피를 맛본다면 이 불편함은 충분히 감내할 수 있다. 더 커피숍 커피의 컨셉은 ‘No Sugar, But Sweet’. 말 그대로 설탕이 아닌 커피가 가진 본래의 단맛으로 최고 커피의 맛을 추구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사실 커피 본래의 향과 맛이 뛰어나다면 사람들은 커피에 들어가는 첨가물을 찾지 않는다고 한다. 최고 품질의 ‘원두’, 원두의 맛을 제대로 살리는 ‘로스팅’, 그리고 로스팅으로 표현된 특징을 자연스럽게 ‘추출’하는 과정의 3박자가 맞아야 최고의 커피가 완성되는데, 이 카페가 설탕, 크림 등의 첨가물을 따로 두지 않는 이유가 바로 이 3박자를 갖춘 훌륭한 커피의 향과 맛에 자부심을 느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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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글 오리진 원두(좌), 3가지 브루잉 기구(우)
취급하는 원두는 산지별 개성이 뛰어난 8~10가지 종류의 싱글 오리진이다. 매입한 생두는 시부야 구에 위치한 별도의 공간에서 프로밧 로스팅 머신을 이용해 로스팅하며, 무엇보다 원두의 단맛과 장점을 끌어내는데 집중한다. 구매는 원두 형태뿐만 아니라 드립백 형태로도 가능한데, 10일 이전에 주문하면 드립백 포장지에 다양한 문구도 넣을 수 있다고 한다. 브루잉 방식은 콘필터 드립, 프렌치 프레스, 에어로 프레스 3가지 중 선택할 수 있다. 커피 외에 추가로, 더 커피숍 로고가 새겨진 보틀도 유명한데, 국내에서 인기를 끌었던 마이보틀과 제조사가 같다고 하니 관심 있는 분들은 한번쯤 둘러보는 것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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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소: 2-3 Sarugakucho, Shibuya-ku, Tokyo-to 150-0033
– 홈페이지: http://www.thecoffeeshop.jp
– 연락처: +81-3-6380-5811
– 영업시간: 12:00~19:00
* 영업시간은 매장 사정에 따라 변경될 수 있으므로, 방문 전 영업시간 확인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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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특색 있는 원두를 즐기는 커피 사랑방, 어라이즈 커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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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라이즈 커피 전경
더 크림 오브 더 크롭 커피에서 키요스미 시라가와역 방향으로 15분쯤 걷다 보면 주택가 한복판 오거리 코너 근처에서 파란색 지붕의 카페를 볼 수 있다. 지역 주민들에겐 블루보틀보다 인기 있다는 ‘어라이즈 커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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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라이즈 커피 실내 전경
두 평 남짓한 매장에 들어서면 구형 후지로얄 로스팅 머신과 함께 벽에 즐비한 화려한 빛깔의 스케이트 보드, 아프리카 풍이 소품들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이곳의 사장이자 바리스타인 타이주 하야시씨의 격식 없고 자유로운 취향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스케이트 보드에 대해 물어보니 자신의 오랜 취미이자 벗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한 때 의류 업계에서도 근무한 적 있다는 그는 오랜 기간 로스팅 전문 도매회사에서 일하며 커피에 대한 지식과 기술을 쌓았다고 한다.
이곳의 인기 비결은 도쿄의 다른 카페보다 특색 있고 다양한 종류의 원두에서 찾을 수 있었다. 스페셜티 커피 하면 대표적으로 떠오르는 코스타리카, 브라질, 콜롬비아 등의 원두뿐 아니라 페루, 도미니카, 파푸아뉴기니, 태국 등 흔하게 접할 수 없는 나라의 원두들도 있었다. 원두 추천을 요청하니, 페루와 도미니카 원두를 추천해주었다. 이유는 페루 커피는 밸런스가 좋고, 도미니카 원두는 딸기향이 느껴져 색달라서라는데, 맛을 보니 과연 그의 말대로였다.
매장은 사장과 안부를 묻고 커피를 즐기러 온 사람들과 여러 잡담을 하기 위해 커피를 마시러 온 주민들까지 더해지니 내내 북적댔다. 마치 동네 사랑방 같은 분위기다. 한국에서 왔다고 하니 유명 연예인의 사인과 함께 자신의 카페가 소개되었다는 한국 책도 보여준다. 다양한 산지의 커피를 맛볼 수 있을 뿐 아니라 여러모로 정감이 느껴지는 카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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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소: 1 Chome-13-8 Hirano, Koto-ku, Tokyo-to 135-0023
– 연락처: +81-3-3643-3601
– 영업시간: 10:00~18:00
* 영업시간은 매장 사정에 따라 변경될 수 있으므로, 방문 전 영업시간 확인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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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환경까지 배려한 에코프레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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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코프레소 푸드트럭
테이크아웃 커피를 마신 후 커피 컵을 버릴 곳을 찾아 나선 경험은 누구나 한번쯤 해봤을 것이다. 그런데 컵까지 먹을 수 있는 커피가 있다면? 여기 도쿄에 이 재미난 발상을 빛나는 아이디어로 현실화 시킨 카페가 있다. ‘도쿄의 샹젤리제’로 불릴 만큼 화려한 쇼핑의 거리인 오모테산도에 위치한 푸드트럭 카페 ‘에코프레소’가 그 주인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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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리스타룰스와 쿠키 컵 사진(좌), 쿠키 컵(우)
에코프레소는 오사카의 유명한 카페인 알 제이 커피(R.J COFFEE ROASTERS)의 분점으로, 오사카의 인기를 기반으로 도쿄까지 진출했다. 이곳의 대표 메뉴는 카페 이름과 동일한 에코프레소로, 에스프레소, 마키아토, 아포가토로 세 가지 메뉴 중 하나를 주문하면 앙증맞은 쿠키 컵에 담겨 나온다. 컵까지 모두 먹을 수 있는 이 메뉴는 환경 보호를 위해 일회용 컵을 줄이려는 노력에서 탄생하게 되었다고 한다.
커피를 마시는 동안 커피의 온도로 컵이 녹아 내리지 않을까 하는 걱정은 안 해도 된다. 컵 내부를 설탕으로 코팅하여, 커피를 마시는 동안 제법 그 모양을 유지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커피를 마시면 마실 수록 단맛이 강해질 수 있다고 하니 단맛을 선호하지 않는 분들은 참고할 것
마지막으로 에코프레스를 마실 때 꼭 주의해야 할 점이 하나 있다. 컵의 손잡이로 커피를 들면, 커피를 마시기도 전에 손잡이가 떨어져 커피를 놓치는 대 참사를 맞을 수 있다. 꼭 두 손으로 컵 전체를 움켜 쥐고 마셔야 에코프레스를 제대로 즐길 수 있다. 이 특이한 커피 컵만 따로 구매하는 것도 가능하니, 국내에 있는 지인들에게 귀국 선물로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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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소: 3 Chome-8-34 Minamiaoyama, Minato-ku, Tokyo-to 107-0062
– 홈페이지: http://ccomomoo.exblog.jp/26635137
– 영업시간: 10:00~18:00
* 영업시간은 매장 사정에 따라 변경될 수 있으므로, 방문 전 영업시간 확인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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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리스타룰스와 함께 아시아 스페셜티 커피의 중심인 도쿄 구석구석의 작은 카페들을 살펴보았다. 작고 아담한 규모의 카페이지만 그들이 만들어내는 커피는 최고라 불리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카페마다 제공하는 커피의 맛은 다르나 그들이 추구하는 본질과 철학은 ‘최고의 커피’로 동일한 덕목이었다.
지금까지 아시아 스페셜티 커피의 중심 도쿄에서 바리스타룰스가 만난 18개의 카페를 4편에 걸쳐 소개해왔다. 장인 정신이 깃든 일본 전통 카페에서부터 세계 각지에서 온 스페셜티 커피, 그리고 싱글 오리진과 신선한 원두로 최고의 커피를 추구하는 대형 카페부터 소규모 동네 카페까지. 이 카페들이 일본에 존재하는 모든 카페를 대표한다고 보긴 어렵지만, 적어도 이 취재기가 도쿄를 여행하는 커피 투어리스트들이 자신만의 특별한 커피를 찾고, 더 나아가 일본의 카페 문화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
한 잔의 커피를 위한 그들의 노력을 직접 보고 느낀 점이 많아서일까? 바리스타룰스가 한국으로 돌아온 지 무려 한 달이 지났지만 일본 카페에서 마셨던 커피 향이 아직까지 코끝에 남아 있는 것 같다. 부쩍 추워진 날씨만큼 도쿄의 정성 어린 따뜻한 커피가 그리워진다.
[참고자료]
동경커피, 심재범, 디자인이음 2017.